마지막 연인 은행나무세계문학 에세 2
찬 쉐 지음,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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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연인

찬쉐 | 강영희 옮김 | 은행나무

세계문학·중국소설 / p.516

상상 그 이상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었던 「마지막 연인」. 사랑의 최고점을 지나 권태기를 겪는 세 커플의 사랑과 욕망의 본질을 이야기한다던 책 소개를 보고 가벼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가, 제대로 자세를 잡고 집중해 읽게 만들었던 책이다.

실체하지만 실체하지 않는다. '정말 이 책 뭐지?!'라는 혼돈의 블랙홀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했다. 그래서 더 이야기의 끝이 궁금했고, 그럴수록 더 저자의 머릿속 세상이 궁금했다. 노벨 문학상 후보로 그리고 중국의 카프카로 불리는 이유를 제대로 알 수 있게 만든 「마지막 연인」 이야기였다.




「마지막 연인」에는 의류회사 사장 빈센트와 아내 리사, 의류회사 영업부 존과 아내 마리아 그리고 고객이자 고무농장 주인 레이건과 농장의 일꾼 에다가 등장한다.

정체불명의 여인과 만남을 이어오는 빈센트로 인해 위기를 맞은 리사와 책 속 세상에 빠져 자신만의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존으로 인해 소홀해진 마리아 그리고 연인이 되었지만 에다는 도망가고 레이건은 그녀의 행방을 쫓아가는, 한 쌍의 여인과 두 부부.

그들 각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들이 때로는 현실에서 때로는 비현실에서 실현되며 경계가 무너진 채 진행되는 가운데, 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신의 안에서 혹은 상대방의 뿌리에서 그 답을 찾으려 노력하며 헤매기도 하고, 욕망에 몸을 맡긴 채 나아가기도 한다. 그 과정을 함께 하며 어느새 홀린 듯 읽던 나조차 그들을 따라 안개가 자욱한 길을 걸으며 목적지를 찾게 된다.

그러다 마주친 적나라하게 드러난 욕망과 절망, 공허함은 아프게 다가오기도 한다.




까마귀, 말벌, 쥐가 득실거리는 공간 속에서 과연 가만히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을까? 서로 광적으로 사랑을 나누던 격정이 사그라들고 이어오던 공허함과 외로움들이 몸서리치게 만든다. 그럼에도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하던 그들의 모습들이 장정으로 그리고 밤의 수색활동으로 그려지며 표현된 점들이 좋았다.

아직은 서로에게 가기 위해 그 길을 찾고 있는 그들 모두, 자신만의 장정의 목적지를 찾게 되었을까? 결국은 돌아돌아 상대방의 흔적을 찾게 되고 서로 마주 보며 서로의 세상 속으로 들어가게 되었으리라.

인물 한 명, 한 명의 시선으로 보여주던 내면이 하나의 세계를 형성되는 그 과정들이 때론 아리송하기도 했지만, 그 과정에서 오히려 확실한 답을 찾기란 어려웠을 거라 본다. 그래서 그 모든 것을 이해하고 공감하고 마주 볼 용기가 필요했던 게 아니었을까?

리사 : 벙어리, 어디서 왔어? 알려줘. 나도 돌아가고 싶어.

벙어리 : 그길로 다시 가라고 하는 건 불가능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나는 길을 다시 새로 찾아야만 해. 모든 건 시간과 함께 흘러가니까. 너도 찾아야만 해.

빈센트 : 리사, 당신은 찾으러 안가? 난 가려고. p.116~117

ps. 중국의 카프카를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그리고 색다른 여정의 이야기를 만나보고 싶은 분들께 권해본다.

마지막 연인, 인상 깊은 글귀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ESSE) 시리즈

"에다, 고모는 이제 없어."

"그래요. 그렇지만 죽은 사람에게는 마음으로 그를 기억하는 또 다른 사람이 있기 마련이죠. 그러면 그 사람은 살아 있는 것 아닐까요?" p.43

"절정이야말로 지옥이야. 풀어지지 않는 쾌감이 육체에서 소멸하고 있으니까" p.90

커튼은 절정으로 용솟음치다가 빛의 암울한 허상으로 떨어지기를 반복하고 있었다. "빈센트! 빈센트! 당신은 외롭지 않아?" 리사는 힘껏 외쳤지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p.95

"어떤 것을 움켜쥐는 순간 나머지 것들은 전부 허황된 것이 되고 말죠." p.119

"아니, 지하실로 안 돌아가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갈 거야. 밤이 되면 난 당신과 함께 찾아다닐 거야. 우리는 진짜 도박의 도시, 슬롯머신이 있는 그런 곳을 찾을 수 있을지도 몰라." p.338

"누군가는 또 다른 누군가에게 영원히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죠. 그런 사람과 함께 살면 그 사람은 서서히 사라져요." p.372

"그건 행복인가요? 고통인가요? 행복인가요? 고통인가요……?" p.499

"대니얼, 평생 혼신의 힘을 쏟아 자신을 이야기의 숲으로 만들었다면 그 사람은 여전히 우리에게 속할까?"

"그는 우리에게 속하지 않지만 날마다 우리와 함께 있어요."

"고마워. 아들."

"하지만 엄마, 엄마 자신도 저와 아버지에게 속하지 않아요." p.503


+ 은행나무 세계문학 에세서포터즈로 출판사로부터 지원받은 도서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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