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집사들의 위대함은 자신의 전문역할 속에서 살되 최선을 다해 사는 능력 때문이다. 그들은 제아무리 놀랍고 무섭고 성가신 외부 사건들 앞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다. 그들은 마치 점잖은 신사가 정장을 갖춰 입듯 자신의 프로 정신을 입고 다니며, 악한들이나 환경이 대중의 시선 앞에서 그 옷을 찢어발기는 것을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
p.71

스티븐슨의 친부 또한 집사였다. 위대한 집사들만 가입을 하던 멤버십에서 꼽았던 '품위'에 대한 이야기를 아버지의 일화로 풀어낸다. 술에 취해 마을을 둘러보고 싶다는 손님을 모시고 길을 나선 아버지, 자신의 실수에 대해 놀리고 나쁜 말을 해도 묵묵부답이었던 그가 자신이 모시는 가문에 대해 부정적인 이야기를 했을 때의 대처라든지 자신의 아들을 죽게 만들었던 장성을 자신의 증오심을 드러내지 않고 무사히 일을 마쳤을 뿐만 아니라 최고의 집사라는 칭찬과 함께 보기 드문 거금을 팁까지 받았다는 일화를 보며 그의 직업정신에 대해 정말 뼛속까지 집사가 아니었나 싶다. 과연 그와 같은 상황에서 그와 같이 대처하는 사람이 몇이나 될 수 있을까?

그런데 어쩌나 이 이야기가 영국 나라로 가나?! 진정한 의미의 집사가 존재하는 곳은 영국밖에 없으며 격한 순간에 자기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사람, 위대한 집사를 떠올릴 때 거의 당연히 영군인이 떠오르는 이유라고 이야기한다. 집사에 대해 생각해 보지 않은 나였기에 사실이 그러한 건지는 모른다. 그럼에도 조금은 좀 그렇네라는 기분이 드는 건 왜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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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집사란 무엇인가
p.48

하인 전용 홀의 난롯가에 둘러앉아 이 주제를 두고 몇 시간씩 토론을 하는 집사들, 그럴 때마다 위대한 집사가 '누구인가'를 두고 논쟁을 하기도 한다고 한다. 어디 가나 세상사는 같다는 생각이...

"네이버스란 사람, 역시 최고야."라고 이야기하며 다들 수긍하고 탄복하고 그의 성공담을 늘어놓는다. 그런데 이렇게 칭찬을 아끼지 않던 무수한 고용인들이 또 다른 인물을 칭송하기 바쁘다.

누구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정말 쉬운 거 같다. 그리고 소문은 순식간에 퍼진다. 좋은 소문보다는 나쁜 소문이 더 빠르게... 다른 사람의 불행을 이야기하며 위안을 얻는 것일까??

그런데, 호텔에 도착한 스티븐슨이 어쩌다 위대한 집사의 이야기로 빠졌더라?! 다시 되돌아가 읽었다. ㅎㅎㅎ 중간에 쉴 때 만난 노인의 충동질에 올라갔던 곳을 생각하며 그곳이 정말 위대한 곳이라고 이야기하다가 '위대한' 집사로 이어진 걸 확인했다. 와~ 너무 자연스럽게 넘어가서 혹 했던! 그런데 이 위대한 집사란 무엇인지에 대한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듯하다?!

집중해서 다시 읽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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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 휴가를 떠나 집이 비어있긴 달링턴 저택이 세워진 후로 처음이라고 한다. 집안일을 책임지고 있는 집사 스티븐슨은 여행을 떠나는 첫날 낯선 풍경이 나오자 정말로 달링턴 홀을 남겨두고 떠나왔구나를 실감한다.
▶ 나도 낯선 풍경을 보며 여행 왔구나를 느껴보고 싶다. 백신이 나와 올해 말쯤 되면 괜찮아지겠지 했던 상황들이 변이로 인해 다 무산되게 생겼으니..ㅠㅠ

그러다 중간에 차에서 내려 잠깐 다리를 좀 펴기로 하는데 그때 한 노인이 그를 부르더니 튼튼한 다리와 튼튼한 폐만 있으면 올라가기 너무 좋은 곳이라며 영국 땅 통틀어 더 나은 경치가 없다고 계속 충동질을 한다.
▶ 설마 저 충동질에 올라가는 거 아니지?! 했는데.. 올라간다. ㅋㅋㅋ 그래도 올라가서 좋았다니, 그 풍경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하니 읽는 나로서도 좋다. 정말 가벼운 미풍을 얼굴에 받으며 함께 서있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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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사주팔자 1~2 - 전2권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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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

서자영 | 고즈넉이엔티

운명이란 한자를 풀이해보자면

내 명을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이거든.

어느 정도 정해진 명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의 의지라는 뜻이야.

p.173

사주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재미로 혹은 간절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면 그해의 운세가 어떻게 될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할 때 연인과의 궁합도 보며 출산 시 조금 더 좋은 날을 받아 낳기도 하고, 혹여나 이름이 사주와 맞지 않다면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사주, 이 ‘사주’가 사극 궁중 로맨스를 만나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나갈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네 사주가 드세고 안 드세고는 차후의 문제야. 네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하지.

p.173

남자 주인공 운.

패자의 나라에서 청나라의 인질로 잡혀 온 금창, 성군이 될 사주였던 아이가 예정일 보다 이틀 먼저 태어남에 따라 연산군처럼 될 사주팔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급기야 태어난 날짜를 바꾸어 기록하자는 국환의 말에 따르고 추후 왕이 되어서도 아들 운에 대한 모든 것을 명리학을 공부한 영의정 국환의 조언대로 진행한다.

여자 주인공 해명.

대대로 중전을 배출한 덕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딸 해명이지만 극악하고 잔인하며 지나치게 영리해서 딱 사내 잡아먹기 좋은 계집이라는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여인이란, 순종과 겸양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양반 사대부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건 정말 줘도 안 가질 최악의 여자인 것이다.

정말 이 모든 게 사주 때문인지 사주에 자신이 앞으로 어찌 살아갈지 다 나와있는지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한 사주쟁이 헌복을 찾아 나선 해명과 자신의 사주로 괴로워하며 출궁해 나온 운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남장 여장을 한 해명은 자신의 삶을 알기 위해 헌복을 사부로 모시고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고, 자신에게 한마디도 안 지는 그녀에게 묘하게 말리는 운은 말려 함께 생활하게 된다.

당차게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여주라 좋다. 이런 그녀를 통해 성장하고 배워가는 운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나는 다만 그 아이가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이네."

꼬물거리는 어린 것을 볼 때마다 어른들의 욕심에 이 작은 생명을 고생시킨 것 같아 금창은 그저 미안하기만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소박하고 애틋한 애비의 마음이었다.

p.37~38

해명의 부모는 자신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그 사주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믿으며 해명을 키운 반면 운의 부모는 생일을 바꾸고 안 좋은 사주라는 것에 끌려 다리며 운의 본 모습이 아닌 운의 사주에 모든 것을 맞추어 키운다. 사주를 대하는 운의 부모와 해명의 부모의 양육 자세는 극명하게 갈린다.

타고난 것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보단 생긴 그대로 살게 해주는 게 자연의 섭리를 옳게 따라는 것이라고, 자신들이 제대로 잘 키우면 될 거라고 말하던 해명 아버지, 최고로 멋졌다.




사주팔자에는 해명과 운 이외의 커플이 더 등장하는데, 사주가 아주 좋다 하여 운의 빈궁 예정자로 들어온 영의정 국환의 딸 수진과 운의 이복형제 강이다. 그 둘의 이야기를 보며 ‘설마’라는 생각이 ‘역시나’로 바뀌었을 땐 안타까우면서도 아쉬웠다. 사주가 뭐길래...

로맨스 소설이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사주와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본인이 어떤 사주인가보다는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그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라고 이야기해 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명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놓았던 작가의 말을 보며 나 또한 나의 사주와 그리고 앞으로의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드라마 계약을 끝낸 「사주팔자」, 찰떡같은 배우를 만나 이야기 속 '사주'를 잘 풀어내 제2의 해품달이 되길 바라며, 외전이 없어 아쉬웠던 마음은 웹툰으로 달래 보면서 영상으로 만날 「사주팔자」를 기다려본다.

사극 궁합 로맨스 소설, 「사주팔자」인상 깊은 구절

본디 사주는 혼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속에서 어떻게 사느랴를 이야기하는 학문이 옵니다. 따라서 사주는 누구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p.30~31

사주는 그렇겠지요. 그래요, 사주대로 된다면 그리되겠지요. 하지만 사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마음 아니겠습니까

p.70

사회적 규범이나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소. 그보다 내게, 아니 여동생에게 주어진 태초의 흐름대로 살게 하고 싶소.

p.147

내가 잘 산다면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될 것이고, 못 산다면 사회의 해악이 되겠지요. 그건 내 행동에 달린 거지, 내 씨앗의 문제가 아니오. 인간이 어리석어 속된 잣대로 삶을 재단하는 것이 문제지, 자연의 넓은 시선으로 보면 우린 다 똑같은 미물일 뿐이오.

2권 p.200

오행은 다섯 개, 십신은 열 개인데 사주는 팔자라, 태생부터 인간이란 무언가는 하나 부족할 수밖에 없고, 치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은 애초에 미완의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2권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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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때문에 우리들은 삶에 달라붙어야 한다. 그 죽음으로 해서 잃어질 삶이라면, 아니 결정적으로 잃어지게 되어 있는 게 삶이라면 우리들은 한사코 그 삶에 마음을 붙여야 하고 사랑을 붙여야 하는 것이다. 바로 그 죽음 때문에 오히려 우리들은 악착같이 살아야 하는 것이다.
p.63~64

일반적으로 '죽음'을 떠올리면 지금 현재 삶의 다음을 생각하지 않나?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죽음은 삶 다음에 올 그 죽음, 미래의 죽음에 대해 말하는 게 아니라고 한다. 네거리 한복판에서 우리의 행방을 결정해야 하듯 삶의 한복판에서, 삶 속에 보이지 않게 간직되어 있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단다.

또 이리 말씀하시니, 내 삶의 한복판에서 맞이할 죽음에 대해 생각을.... 해보고자 하나, 와닿지 않는 죽음이다. 죽음에 대한 불안감은 있으나 왜 아주 먼 이야기같이 느껴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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