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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사주팔자 1~2 - 전2권
서자영 지음 / 고즈넉이엔티 / 2021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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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한자를 풀이해보자면
내 명을 스스로 움직인다는 뜻이거든.
어느 정도 정해진 명이 있을 수도 있으나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것을 움직이는 사람의 의지라는 뜻이야.
사주를 믿지 않는 사람도 있지만 간혹 재미로 혹은 간절한 마음으로 보는 사람도 있다. 새해가 시작될 때면 그해의 운세가 어떻게 될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할 때 연인과의 궁합도 보며 출산 시 조금 더 좋은 날을 받아 낳기도 하고, 혹여나 이름이 사주와 맞지 않다면 개명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렇듯 우리 생활 속에 깊숙이 자리 잡고 있는 사주, 이 ‘사주’가 사극 궁중 로맨스를 만나 어떻게 이야기를 풀고 나갈지 궁금해하며 읽기 시작했다.
네 사주가 드세고 안 드세고는 차후의 문제야. 네가 그럴 의지가 있느냐, 없느냐가 제일 중요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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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 주인공 운.
패자의 나라에서 청나라의 인질로 잡혀 온 금창, 성군이 될 사주였던 아이가 예정일 보다 이틀 먼저 태어남에 따라 연산군처럼 될 사주팔자라는 이야기를 듣게 된다. 급기야 태어난 날짜를 바꾸어 기록하자는 국환의 말에 따르고 추후 왕이 되어서도 아들 운에 대한 모든 것을 명리학을 공부한 영의정 국환의 조언대로 진행한다.
여자 주인공 해명.
대대로 중전을 배출한 덕망 높은 가문에서 태어난 딸 해명이지만 극악하고 잔인하며 지나치게 영리해서 딱 사내 잡아먹기 좋은 계집이라는 사주를 가지고 태어난다. 여인이란, 순종과 겸양을 미덕으로 삼아야 한다고 믿는 양반 사대부들의 입장에서 보기에 이건 정말 줘도 안 가질 최악의 여자인 것이다.
정말 이 모든 게 사주 때문인지 사주에 자신이 앞으로 어찌 살아갈지 다 나와있는지 답을 구하기 위해 유명한 사주쟁이 헌복을 찾아 나선 해명과 자신의 사주로 괴로워하며 출궁해 나온 운이 우연히 만나게 된다. 남장 여장을 한 해명은 자신의 삶을 알기 위해 헌복을 사부로 모시고 명리학을 공부하게 되고, 자신에게 한마디도 안 지는 그녀에게 묘하게 말리는 운은 말려 함께 생활하게 된다.
당차게 자신의 삶을 찾아 나서는 여주라 좋다. 이런 그녀를 통해 성장하고 배워가는 운의 모습을 지켜보는 재미도 있다.
"나는 다만 그 아이가 잘 자라주기만을 바랄 뿐이네."
꼬물거리는 어린 것을 볼 때마다 어른들의 욕심에 이 작은 생명을 고생시킨 것 같아 금창은 그저 미안하기만 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다.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저 소박하고 애틋한 애비의 마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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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명의 부모는 자신들이 어떻게 아이를 키우느냐에 따라 그 사주가 좋은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고 믿으며 해명을 키운 반면 운의 부모는 생일을 바꾸고 안 좋은 사주라는 것에 끌려 다리며 운의 본 모습이 아닌 운의 사주에 모든 것을 맞추어 키운다. 사주를 대하는 운의 부모와 해명의 부모의 양육 자세는 극명하게 갈린다.
타고난 것을 억지로 억누르는 것보단 생긴 그대로 살게 해주는 게 자연의 섭리를 옳게 따라는 것이라고, 자신들이 제대로 잘 키우면 될 거라고 말하던 해명 아버지, 최고로 멋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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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주팔자에는 해명과 운 이외의 커플이 더 등장하는데, 사주가 아주 좋다 하여 운의 빈궁 예정자로 들어온 영의정 국환의 딸 수진과 운의 이복형제 강이다. 그 둘의 이야기를 보며 ‘설마’라는 생각이 ‘역시나’로 바뀌었을 땐 안타까우면서도 아쉬웠다. 사주가 뭐길래...
로맨스 소설이지만 가볍지만은 않다. 사주와 인생을 생각하게 만드는 이야기, 본인이 어떤 사주인가보다는 '본인이 어떤 사람이 되려고 하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그 운명을 스스로 만들어가라고 이야기해 주는 이야기라 좋았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명리학을 공부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적어놓았던 작가의 말을 보며 나 또한 나의 사주와 그리고 앞으로의 삶과 운명에 대해 생각을 해보는 시간을 가져본다. 드라마 계약을 끝낸 「사주팔자」, 찰떡같은 배우를 만나 이야기 속 '사주'를 잘 풀어내 제2의 해품달이 되길 바라며, 외전이 없어 아쉬웠던 마음은 웹툰으로 달래 보면서 영상으로 만날 「사주팔자」를 기다려본다.
사극 궁합 로맨스 소설, 「사주팔자」인상 깊은 구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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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디 사주는 혼자 어떻게 사느냐에 대한 것이 아니라 사람과 사람 속에서 어떻게 사느랴를 이야기하는 학문이 옵니다. 따라서 사주는 누구와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서 엄청나게 큰 변화를 겪게 됩니다.
사주는 그렇겠지요. 그래요, 사주대로 된다면 그리되겠지요. 하지만 사주보다 중요한 것은 사람 마음 아니겠습니까
사회적 규범이나 세상 사람들의 시선은 중요치 않소. 그보다 내게, 아니 여동생에게 주어진 태초의 흐름대로 살게 하고 싶소.
내가 잘 산다면 나는 쓸모 있는 인간이 될 것이고, 못 산다면 사회의 해악이 되겠지요. 그건 내 행동에 달린 거지, 내 씨앗의 문제가 아니오. 인간이 어리석어 속된 잣대로 삶을 재단하는 것이 문제지, 자연의 넓은 시선으로 보면 우린 다 똑같은 미물일 뿐이오.
오행은 다섯 개, 십신은 열 개인데 사주는 팔자라, 태생부터 인간이란 무언가는 하나 부족할 수밖에 없고, 치우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지요. 즉 인간은 애초에 미완의 존재로 태어난다는 것입니다.
2권 p.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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