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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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아직도 전화가 없는 집이 있나요?"
"요즈음도 흑백텔레비전을 보는 집이 있나요?"
p.62

오래전 일이긴 하지만 주위에서 신기하단 듯이 반문하는 소리를 수없이 듣고서 전화를 놓고, 컬러텔레비전을 샀다는 저자. 지금은 컴퓨터로 인터넷 세상까지 기웃거리며 세상의 변화와 문명의 이기를 줄레줄레 따라가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직 핸드폰은 없으시다고... 버티는 데까지는 버티어보려 한다며 이것이 본인의 초라한 반자본주의라고 한다.

저자는 세상의 변화에, 문명의 이기에 따라가고 있다고 하지만 오히려 난 주위의 간섭에 더 따라가게 되는 게 아닌가 싶다. 혼자일 때는 왜 남자친구가 없냐고 묻는다. 그리고 결혼을 하면 좋은 소식이 없냐고 묻는다. 또 아들 쌍둥이를 낳았을 땐 이젠 엄마에겐 딸이라며 딸을 가져야 하지 않겠냐고 가족계획까지 세워주던 주위 사람들, 모르는 어르신들... 요즘은 아이를 가지지 않고 둘만 살아가는 부부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제일 힘든 건 아마도 주위 사람들의 '좋은 소식 없냐'라는 질문이 아닐까?!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내가 거기에 따라가지 못해도 살아가는데 지장은 없을듯하다. 티비가 없으면 어떻고 핸드폰이 없으면 어떠냐 싶다. 오히려 그것들로 인해 정작 나의 시간이 사라져가는데.. 단지 나의 주위 사람들이 불편을 느낄 뿐이지 않을까?! 그래서 그의 초라한 반자본주의를 응원하고 싶다. 어째 쓰다보니 전혀 생각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간 기분이지만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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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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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사의 모든 것은 결국 가족 중심으로 결정이 나고 나의 생각이나 정서는 항상 뒷전으로 밀린다. 그 생각과 정서가 조금이나마 꿈틀거린다는 것이 바로 이런 라면집 의자 위에서의 하릴없는 상념 정도이다.
p.58

저자의 간소한 생활에의 꿈 편을 읽으며 비슷한 생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가끔은 나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한없이 편안하고 고즈넉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그리고 만약 혼자 살았더라면 정말 간소하게 살았을듯싶다. 아마도 먹는 거에 있어서는 정말 정말 정말 간단하게 대충 때우는 식이었을듯하다.

의식주에서도 식생활, 먹는 것은 인간 조건의 절대적인 부분이라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절로 끄덕여진다. 정말 먹지 않고 살 수 있는 사람은 없으니깐! 식당에서 홀로 있으며 생각의 고리가 식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종교의식으로 그리고 자신이 미래에 다시 보게 될 잃어버린 성소나 제단의 흔적으로 이어진다. 이렇게 생각이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신기하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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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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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의 발단은 내가 복무하던 논산훈련소의 모 중대에서 화장실 유치랑 하나가 분실된 데에서 일어났다. 이 뒤처리를 다른 중대의 화장실 유리창을 밤에 몰래 뽑아다가 박아놓는 것으로 처리했던 것이다. <중략> 자, 그다음은 어떻게 되었을까?
p.43

한 편의 게임을 본듯한 이야기였다. 도난당한 중대에는 비상이 떨어졌고 즉시 원상복구를 위한 '특공대'가 조직되었으며 그다음 날엔 다른 중대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돌아갔으니 ㅋㅋㅋㅋ 이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지 웃으며 읽어내려갔다. 이 스릴 넘치는 게임에 종지부를 찍은 6중대장!

정말 한 발자국을 물러섬으로써 자신의 앞에 몇 배나 더 넓은 영지를 확보할 수 있었던 6중대장이 아니었을까?! 내가 손해 볼 수 없다는 일념이 만들어 낸 이 문제 큰 울림이 있는 이야기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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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초라한 반자본주의
이수태 지음 / 사무사책방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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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조직이든 새로 부임하는 보스는 처음에는 조직원들에게 가혹할 정도로 엄했다가 차츰차츰 관대해져야지 그 반대가 되면 안 된다. 그 이유는 가혹했다가 관대해져야 관대해졌다는 것을 의식하게 되며 처음부터 관대하면 그것을 관대함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당연하게 여기며 또 오히려 나중에 가혹해질 경우 원망하게 된다.
p.34

이 이야기를 듣고 인간의 전략적 사고가 얼마나 기괴한 논리에 빠질 수 있는지 느낀 적이 있다는 저자. 난 왜 이 이야기를 들으니 어떤 특정한 단어가 떠오르는 것일까?! 오히려 착하던 사람이 제대로 화를 내면 더 무섭지 않나?! 가혹할 정도로 엄하던 사람이 관대해지면 '저 사람 왜 저래?!'라는 생각이 들던데... 아! 가끔은 '웬일이래?!'라는 생각도 드니깐 그런 맘인가?!

인간의 전략적 사고가 주는 기괴한 논리와 위험성 너무 있을법한 이야기인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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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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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핑 더 벨벳

세라 워터스 장편소설 | 열린책들

「티핑 더 벨벳」은 세라 워터스 저자가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며 레즈비언 역사소설들을 조사한 것이 동기가 되어 쓰게 된 작품으로 그녀의 데뷔작이자 빅토리아 시대 3부작의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인지 앞서 읽은 「끌림」과 「핑거스미스」 보다 가장 동성애적 주제가 강하게 드러나며 날것 그대로의 대담하고 관능적인 묘사가 가히 압도적이다.

한 소녀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랑 이야기를 중점으로 진행되는 이 이야기를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빅토리아 시대의 클럽과 화려한 극장 그리고 매춘의 세계와 상류 사회 귀부인들의 퇴폐적인 파티 및 패션 속 레즈비언 문화를 전부 담은 런던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더 나아가 막 태동하는 노동 운동과 여성 운동의 현장 또한 만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톰, 매셔 그리고 이 책 제목 같은 과거의 빅토리아시대적 은어 또한 접할 수 있다. (책 제목의 의미는 따로 찾아보시길!)

항상 이 저자의 책을 읽다 보면 뒤에 어떻게 이야기를 끌고 가려고 이러나 싶을 정도로 빠른 속도감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 나를 놀라게 만든다. 총 3부로 구성된 이번 「티핑 더 벨벳」 또한 1부에서 낸시의 첫사랑이 시작됨과 동시에 끝이 나며 2부에서 바로 두 번째 사랑이 시작된다. 어느 것 하나 걸릴 게 없다는 듯 써 내려가는 글들이 무서울 정도다.

캐시는 내게 사랑하도록 허락해 주었다. 키티는 세상은 내가 키티의 친구 이상이 되는 일을 허락하지 않을 거라고 말했다.

p.171

부모님이 운영하는 윗스터블에 있는 굴 식당 <애슬리>에서 굴 소녀로 자라난 낸시는 캔터베리 연예 궁전을 가는 것을 좋아한다. 그러던 어느 무더운 여름 그곳에서 공연을 하게 된 남장 가수 키티 버틀러를 보게 되면서 그녀의 모든 것이 송두리째 바뀌어 버린다.

키티에 대한 동경이 사랑으로 변하게 된 낸시는 급기야 런던 연예장으로 떠나가게 된 키티를 따라 런던으로 향한다. 다행히 키티 또한 낸시의 마음을 받아들이게 되고 함께 남장 가수로 공연을 하며 핑크빛 나날을 보내는 둘이었지만 키티는 자신의 정체성이 다른 사람에게 들키길 조심스러워한다. 결국은 윌터와의 결혼을 선택한 키티의 배신으로 인해 큰 상처를 받게 된 낸시는 모든 친구와 즐거움을 버리고 자신의 슬픔 이외에는 그 무엇에도 관심을 가지지 않으며 슬픔을 탐닉하다 런던에서 혼자 살아남기 위해 남창으로서 살아가게 된다. 그녀의 이중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노파는 내가 바지로 갈아입으러 오는 여자인지 아니면 프록으로 갈아입으러 오는 남자인지 전혀 알지 못했다. 어떤 때는 나조차도 내가 어느 쪽인지 확신이 안 썼다.

p.254

남창으로 사는 그녀에게 다가와 쾌락을 선택하게 유혹해 자신의 노리개로 살게 했던 과부이면서 아이는 없고 부자인 다이애나와의 생활은 그야말로 '어우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정말 상류 사회 귀부인들의 퇴폐적인 문화가 적나라하게 그려져 나를 놀라게 했다. 그리고 사람이 이렇게도 퇴폐적인 생활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험난하기만 했던 그녀의 모험은 마지막 사랑의 대상자를 만나며 끝이 난다. 플로렌스와 랠프 그리고 도를 지나칠 정도로 상냥하고 성실하고 양심적이던 그 주위 사람들과의 만남으로 조금씩 치유받으며 자신의 성 정체성을 찾아가는 낸시를 보고 나도 모르게 응원했다.

옛날에 비해 조금은 자유롭다지만 아직까지도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만은 않은 그들이다. 거절과 나쁜 선택과 잘못된 방향으로 가는 낸시를 보며 불편했던 마음은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두운 면을 들여다봐서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이들은 이 책이 자신들이 커밍아웃하는 것을, 용기를 내는 것을, 배우자를 찾는 것을, 상심을 치유하는 과정을 도와주었다고 한다. 그들의 앞날은 조금 더 자유롭길 바란다.

그리고 「티핑 더 벨벳」을 통해 빅토리아 시대 때 그들의 삶을 만나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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