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잃어버린 세계와 만나는 뜻밖의 시간여행
트래비스 엘버러 지음,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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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트래비스 엘버러 | 성소희 옮김 | 한겨레출판

교양 인문학 / p.232

혹 옷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물이 사용되고 있는지 알고 있는가?!

빠른 유행을 따라가기 위해 패스트푸드를 먹듯 옷도 쉽게 사고 버리는 패스트패션. 그에 따라 옷을 만들기 위한 면이 더 많이 필요해져 작물보다 훨씬 많은 양의 물을 필요로 하는 목화 또한 더 많이 키우게 된다.

그렇게 인간의 욕심으로 목화 재배를 하기 위해 강제로 아랄해로 들어오던 물줄기를 다른 곳으로 돌려 세계적인 면화 생산국이 된 우즈베키스탄.

하지만 그 결과 한때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내해였고, 가자미와 메기, 염수 잉어가 가득해 소비에트연방 전역에서 소비하는 물고기의 6분의 1이 잡혔던 아랄해는 죽은 바다로 변해갔고 결국 메마른 소금 사막이 되어버렸다.

아랄해는 다시 살아날 수 있을까?!




이처럼 인간이 고의로 개입해서 혹은 기후 변화로 이미 사라졌거나, 현재 사라져가는, 사라질 장소를 특별히 제작한 지도와 선별한 사진과 함께 담은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일종의 지명 사전인 이 책에는

한동안 강성했던 많은 곳이 사라지고 멸망했다 오늘날 유적지로 발견되며 실존했던 곳임이 드러났던 하라파와 모헨조다로, 히타이트제국 등과 같은 묻혀버린 대도시를 담은 1부 고대 도시.

거대한 해일로 순식간에 파도에 잠겼다 2001년 발견된 ‘헬리케’, 인공 저수지에 잠겨 있기에 오늘날 살아있는 동양의 아틀란티스라는 별명이 붙은 사자의 도시 ‘스청’ 등 이제 더 이상 찾아가지 못하는 섬과 도시, 마을을 담은 2부 잊힌 땅.

수위가 빠르게 낮아지며 사라질 위험에 처한 ‘사해’, 유럽에서 가장 빠르게 침식되고 있는 ‘홀더니스 해안’ 등 인간의 개입과 자연의 작용으로 사라져가는 장소 3부 사그라지는 곳.

인구의 물 수요를 맞추려고 물길을 돌리거나 기후 변화 탓에 점점 높아지는 해수면과 격렬해지는 폭풍에 위협받고 있는 리오그란데강, 스카라브레 유적, 베네치아 등 사라져가는 장소를 담은 4부 위협받는 세계로 구성되어 있다.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는 출간일이 늦어져 계획했던 것보다 늦게 받아보게 된 책으로, 책을 받아보는 순간 기다림을 포기하지 않은 나 자신을 얼마나 칭찬했는지 모른다. 정말 정성이 가득 담긴 책으로 감탄하며 눈에 담았다.

큰 판형으로 현재의 모습뿐만 아니라 과거의 모습도 볼 수 있도록 제작된 지도와 선별한 사진이 주는 아름다움에 빠져 잃어버린 세계를 만날 수 있었던 시간여행. 그 시간이 좋으면서도 지도에 없는 곳을 여행하는 안타까움에 울컥하기도 했던 여행이었다.

자신이 살아오던 장소가 사라져가는 모습을 직접 눈으로 지켜봐야 했던 사람들, 저수지에 잠겨있기에 오늘날 살아있을 수 있다고 할 수 있는 장소에 마음 아팠던 시간.

앞으로도 기후변화로 혹은 인간의 개입으로 인해 사라지고 사라져가고 사라져갈 많은 곳. 다음은 어디가 될까? 앞으로 소중한 것들을 어떻게 지키고 보존해나갈지 그리고 현재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보게 된다.

2020년 영국 에드워드스탠포드 '올해의 여행책' 수상작, 사라져가는 장소들의 지도

■ 다뉴브강은 기억과 역사를 품고 있다. 다만 이 강이 건강한 미래까지 품을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려 있다. p.142

■ 빙하가 더 후퇴한다면 유콘의 지형에 하천 쟁탈처럼 예측할 수 없는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더불어 인간과 동물, 새, 물고기, 풀과 나무 등 유콘에서 살아가는 모든 생명체에도 피할 수 없는 결과가 닥칠 것이다. p.152

■ 겨울이 과거보다 더 따뜻해져서 요즘 로키산맥에는 눈보다 비가 더 많이 내린다. 눈이 내리더라도 따뜻한 봄 날씨가 점점 더 일찍 찾아오며 눈과 얼음이 더 빨리 녹는다. 현재 상황이 바뀌지 않는다면, 글레이셔국립공원의 빙하는 2030년까지 모두 녹아 없어질 것이다. 한때 “아메리카 대륙에서 최고로 위안을 주는 풍경”으로 꼽혔던 경치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p.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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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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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행성 1~2 -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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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세트

베르나르 베르베르 | 열린책들

SF소설 / p.376+p.312

한국에서 2018년 출간된 「고양이」로 시작된 이야기가 2021년 「문명」에 이어 2022년 「행성」으로 끝이 났다.

처음 「고양이」를 대여해 읽을 때만 해도 3부작인지 모르고 시작했던 책이었다. 그때만 해도 그저 평범한 암고양이 바르테트의 시선으로 진행되던 이야기가 신기했었고 완독 후에는 만나는 고양이마다 혹시나 나에게 말을 걸고 있는 건 아닌가 해서 고양이를 한참을 쳐다보기도 했었다.

그러다 두 번째 이야기 「문명」을 만나고서야 이 이야기가 3부작인 걸 알게 되었다. 피타고라스와의 만남으로 인간의 역사와 과학 등 많은 지식에 눈을 뜬 바스테트가 제3의 눈을 이식받으면서 조금 더 깊게 인간의 지식에 접근해 나가던 이야기. 그리고 점점 거대해지던 쥐 군단을 피해 살아남기 위한 과정을 담은 마지막 결전이 이야기 「행성」까지.

현재 코로나 바이러스와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듯해 마음 아팠던 이야기였고, 티무르의 쥐 군단을 무찌르기까지의 우여곡절 하는 과정에서 끊임없이 이 지구의 주인이 누구인지 그리고 모든 문제의 해결점은 '소통'임을 강조하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매 작품마다 등장하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던 이야기를 읽는 재미 또한 있던 시리즈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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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그라비아의 음모 레이디 셜록 시리즈 2
셰리 토머스 지음, 이경아 옮김 / 리드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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벨그라비아의 음모

셰리 토머스 | 이경아 옮김 | 리드비

추리소설 / p.460

'빅토리아 시대에 ‘셜록 홈스’의 재능을 지닌 여성이 살게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뛰어난 관찰력으로 의뢰인의 복장과 말투 등에서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넘사벽인 추리력으로 사건을 해결해 나가던 ‘셜록 홈스’ 그와 같은 재능을 지닌 레이디 셜록이라니!

그저 그와 같은 치밀한 추리력을 가진 천재 여성 탐정을 볼 수 있다는 생각에 들뜬 마음이 먼저였다. 하지만 그녀가 살고 있는 시대가 다름 아닌 빅토리아 시대인 것을 책을 읽고 나서야 뒤늦게 실질적으로 와닿았다.

빅토리아 시대 억압되고 불리한 결혼제도와 지위, 여성의 한계 속에서 그녀는 어떻게 사건을 해결해 나가게 될까? 이 궁금증이 책장을 계속 넘기게 했고 펼친 자리에서 완독했던 이야기.



둘이 사랑했으나 아버지는 딸이 사생아와 결혼한다면 다시는 고개를 들 수 없을 거라 했고 어머니는 남동생들에게 훨씬 나은 삶을 살게 해 줄 수 있는데도 그들의 고생을 두고 보려고 하는 거냐고 어쩌면 그렇게 이기적이냐며 기겁을 한다.

그렇게 둘은 반대에 부딪혀 헤어졌고 그녀는 샬럿의 오랜 친구 잉그램의 아내가 되었다. 그런데 그녀가 샬럿에게 찾아와 옛사랑의 행방을 알아봐달라고 의뢰를 해온다.

사실 그들은 헤어질 때 하나의 약속을 했었는데, 매년 그의 생일 바로 전 일요일 오후 세 시에 앨버트 기념비 부근에서 산책하며 서로 살아있고 건강히 잘 지내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왔던 것!

그런데 올해 아무 소식 없이 나타나지 않은 그. 그에게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샬럿의 생각대로 그가 그녀의 이복 오빠인 핀치인 것일까? 샬럿의 언니 리비아에게 접근해오는 남자는 누구?!


꼬리에 꼬리를 물던 의문이 샬럿에 의해 하나, 둘 밝혀지던 진실들이었으나 조금은 사건의 테두리를 빙빙 도는 느낌에 긴장감과 박력감이 부족하지 않았나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데 이 아쉬움은 마지막 밝혀진 이복 오빠의 정체에 언제 그랬냐는 듯 ‘그래서 3권은?!’하게 된다. 아니, 왜 네가 거기서 나와?!라고 할까?! 생각지도 않았던 그가 그였다니!

그리고 샬럿에게 청혼을 하고 답변을 기다리던 밴크로프드 경, 그녀의 능력을 인정해 주고 아껴주던 그와의 관계와 오랜 친구 잉그램 경과의 썸인 듯 썸 아닌 듯한 이 케미가 다음 작품에선 어떤 변화를 보일지 궁금해진다.

단지 눈부신 지성을 소유한 샬럿만이 있을 뿐 이 세상에 존재 않는 ‘셜록 홈스’라는 남자. 점잖은 사회에서 더는 받아들여지지 않는 여성이 그려지는 착잡함 가운데 그녀의 활약에서 오는 기쁨을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ps. 시리즈이지만 사건이 이어지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앞의 이야기나 인물관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더해지면 좋을 듯하다. 1권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를 읽지 않고 2권을 읽은 나로서는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듯한 내용에 조금 헤맸다. 데이비드 발다치 시리즈처럼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이해되는 형식이 된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ps. 시리즈이지만 사건이 이어지지 않고 단독으로 진행되는 이야기라면 앞의 이야기나 인물관계에 대한 간략한 설명이 더해지면 좋을 듯하다. 1권 「주홍색 여인에 관한 연구」를 읽지 않고 2권을 읽은 나로서는 앞의 이야기와 이어지는 듯한 내용에 조금 헤맸다. 데이비드 발다치 시리즈처럼 어느 책을 먼저 읽어도 이해되는 형식이 된다면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레이디 셜록 홈스 시리즈 '벨그라비아의 음모', 인상 깊은 글귀

■ 신이 우리에게 주시는 삶은 단 하나뿐이죠. 하지만 좋은 책들이 곁에 있으면 우리는 지상에서 주어진 시간 동안 백 번 아니 천 번도 다시 살 수 있어요. p.63

■ 어딜 가도 유토피아는 없어요, 그렇죠?

그런 것 같아요. 이게 우리가 사는 세상이죠. p.390

■ 문제는 그분은 자신이 좋은 일을 하고 있다고 믿었다는 거야. 성인 여성을 남은 여생 동안 어딘가에 감금해 놓는 일이 그 여자의 아버지에 대한 자신의 의무라고 굳게 믿고 있어. p.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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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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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SF소설·프랑스소설 / p.312

결과가 좋지 않은 사태에 놓이게 되면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 혹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기보단 어떻게 해서든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하거나 남 탓을 하며 그 사태를 책임질 사람을 지목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진 않은가?!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죄인부터 하나 만들면서 그에게 모든 불행의 책임을 지우고,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죽이기까지 하는 ‘동족에게 위해를 가해서라도 자신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는 인간들의 방식, 누군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희생양의 법칙’이 끊임없이 소통을 무기로 내세우던 바스테트와 대조되며 진행되던 이야기 「행성」.

소설 속 상황이 너무나도 현실 같아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그래서 수많은 적에 둘러싸여 한 줄기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그 상황에서 저자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더 궁금했다. 그리고 ‘이에는 이’와 같던 그 방법이 색다르면서도 후에 적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용되지 않겠지라는 우려도 생기게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선정된 대표가 그였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쥐가 없는 세계를 찾아 뉴욕으로 갔으나 더 많은 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쥐들을 피해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아메리카의 쥐들까지 더해져 공격해온다.

소통과 상상력을 무기로 내세우던 고양이 바스테트와 인간을 제거하고 세계 정복을 꿈꾸는 한때 인간의 실험 쥐로 고통받는 삶을 살았던 쥐 티무르 그리고 과거의 지배자였으나 테러와 전쟁, 감염병으로 위기에 놓인 인간.

자신의 상상력과 소통이라는 힘을 동원해 쥐 군단에 맞서려고 했던 바스테트가 때론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고양이라는 이유로 그의 의견을 무시하던 인간들은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고 달랐을까?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 부끄럽기도 했던 순간.

어떤 거창하거나 판타지스러운 해결책이 아닌 현실적 해결책이 주는 여운이 있었고, 그 과정이 조금은 느슨한 감도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을 냉정하게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보게 했던 이야기였다.




과연 이 행성 지구는 누구의 손에 놓이게 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그 누가 되든 소통의 부재가 존재하는 한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가장 완벽한 치료제 ‘소통’을 더 늦기 전에 처방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말이다.

모든 것은 상호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지금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쥐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물이 분명히 우리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바퀴벌레일 수도 있고 비둘기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식물일 수도 있어요.

p.288


ps. SF 소설 속 원칙들이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웃펐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여전히 「행성」 2권에서도 한번 웃기 시작하면 스스로 통제 불가능했던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웃음병, 호세 델가도의 두뇌 전기 자극 등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더 신기한 건 이 상절지백의 이야기가 행성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 「행성」2권, 인상 깊은 글귀

■ 삶이 멈추지 않는 한 희망 또한 사라지지 않아. 냉철한 사고만 가능하면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 p.11

■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나이를 먹어 보니 그게 아니야.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일에 대한 무관심만 커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둘 뿐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돼."

"음, 그런 비관주의는 나와 맞지 않아요. 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p.42

■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한테는 세 가지 선택밖에 없다. 맞서 싸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도망치거나. p.204

■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들의 강점이지. p.265

■ 인간들은 내 공약을 귀담아듣지 않았어. 내 겉모습, 내가 속한 종만 보고 나를 판단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애초에 내 발언의 내용 따윈 관심이 없어. 후보자가 가진 상징성에 투표할 뿐이야.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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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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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에세이 / p.208

낮 체감온도 최고 35도, 숨쉬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밤잠마저 설치게 만드는 요즘이다. 그것도 이른 6월부터 시작된 이 더위로 인해 에어컨도 다른 어느 때보다 이르게 작동하기 시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 소비량 또한 역대를 찍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여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7월과 8월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온다.

날이 더워지니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틀고 에너지 사용량이 그에 따라 증가하고 날은 더 더워지는 악순환 속 ‘자연은 인간적 과잉의 희생양이 p.38’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때마침 만난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신적 지주 랠드 윌도 에머슨의 ‘자연’에서 시작된 스무 편의 에세이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를 통해 다시 한번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연’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천연자원이라 할 수 있는 물은 무모하게 남용하고 개발한다는 이름 아래에 대지를 파고 뚫고 갈고 오염시키며 멍들게 하고 있는 우리.

하지만 자연은 아무런 조건 없이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보살핀다. 그리고 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하려는 이 세상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아주고 환영해 주는 자연은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것을 제공하며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의 해양생물학자, 시인과 에세이스트, 인종평등 활동가, 과학기술 전문가 등 그들과 함께 숲에서, 사막에서, 산호초 등에서 자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자유로움 그리고 자연에 기댄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빈 공간 속 큰 글씨와 중간중간 초록 바탕에 담겨있던 사진들이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들어 주었던 시간이었다.

그중 한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에 가까운 극한 지대에서 천 년을 넘게 사는 브리슬콘소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깊은 바닷속 프리다이빙의 아찔하고 황홀한 자유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자연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커다란 벽에 부딪힌 느낌에 막막함이 밀려온다. 예전엔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려고 했던 마음이 이젠 내가 한다고 과연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변해간다.

많은 곳이 여름에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 중이고 한겨울엔 외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 덥지 않은 여름과 춥지 않은 겨울이 여름이고 겨울이라 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더위와 추위마저 참지 못할 정도로 변해가는 거 같아 슬프다. 정작 앞장서 실천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나 몰라라 하는 이 현실도 갑갑하다.

개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우리는 어디까지 '놓아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선물과도 같은 계절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




■ 인간은 오래전부터 오만한 목소리로 자연의 정복에 대해 이야기해왔으며, 이제 우리는 그 자랑을 실현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이 힘이 지혜로 담금질되지 않고 무책임이라는 특징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정복의 대가가 인류의 파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p.25

■ 자연은 영감이고, 집이며, 육신과 영혼에 유용한 것이고, 상처이자 치유이며, 붕괴이자 결실이다. p.36

■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p.67

■ 나를 필요로 하지도 보살피지도 않으면서 내가 이룰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환영해 주는 세계에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의 완벽한 본보기다. p.74

■ 계절은 자연의 시계이자 달력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자연의 단계들을 중심으로 돈다. 나는 계절을 밀어낼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다. 걸음을 늦추라거나 서두르라고 설득할 수도 없다. 자연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잔혹하며, 내가 아무리 무수하게 애원해도 통보도 없이 나를 버려둔 채 나아가고 변화해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p.182

+ 작정단 9기 참여자로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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