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지음, 스튜어트 케스텐바움 엮음,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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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

레이첼 카슨 외 | 민승남 옮김 | 작가정신

에세이 / p.208

낮 체감온도 최고 35도, 숨쉬기 힘들 정도의 무더위가 밤까지 이어지면서 밤잠마저 설치게 만드는 요즘이다. 그것도 이른 6월부터 시작된 이 더위로 인해 에어컨도 다른 어느 때보다 이르게 작동하기 시작했고 하루가 멀다 하고 전력 소비량 또한 역대를 찍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져 온다.

그렇다면 여름의 절정이라고 할 수 있는 7월과 8월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만으로도 숨이 턱 막혀온다.

날이 더워지니 자연스럽게 에어컨을 틀고 에너지 사용량이 그에 따라 증가하고 날은 더 더워지는 악순환 속 ‘자연은 인간적 과잉의 희생양이 p.38’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때마침 만난 ‘월든’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정신적 지주 랠드 윌도 에머슨의 ‘자연’에서 시작된 스무 편의 에세이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를 통해 다시 한번 ‘자연은 이 세상에서 인간이 만들지 않은 부분’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며, ‘자연’이 주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천연자원이라 할 수 있는 물은 무모하게 남용하고 개발한다는 이름 아래에 대지를 파고 뚫고 갈고 오염시키며 멍들게 하고 있는 우리.

하지만 자연은 아무런 조건 없이 여전히 우리를 사랑하고 보살핀다. 그리고 나를 어떤 식으로 규정하려는 이 세상에서 나를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아주고 환영해 주는 자연은 나를 적대시하는 사람들에게도 같은 것을 제공하며 어느 편도 들지 않는다.



「경이로운 자연에 기대어」의 해양생물학자, 시인과 에세이스트, 인종평등 활동가, 과학기술 전문가 등 그들과 함께 숲에서, 사막에서, 산호초 등에서 자연의 목소리를 들으며 자연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자유로움 그리고 자연에 기댄 삶에 대해 배울 수 있었던 시간.

그리고 빈 공간 속 큰 글씨와 중간중간 초록 바탕에 담겨있던 사진들이 잠깐 쉬어 갈 수 있는 여유로움을 만들어 주었던 시간이었다.

그중 한 여름에도 기온이 영하에 가까운 극한 지대에서 천 년을 넘게 사는 브리슬콘소나무의 경이로운 생명력과 깊은 바닷속 프리다이빙의 아찔하고 황홀한 자유가 유독 기억에 많이 남는다.


그런데 자연과 관련된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커다란 벽에 부딪힌 느낌에 막막함이 밀려온다. 예전엔 나부터라는 마음으로 작은 것 하나라도 실천하려고 했던 마음이 이젠 내가 한다고 과연 달라지는 게 있을까라는 의문으로 변해간다.

많은 곳이 여름에 추울 정도로 에어컨을 가동 중이고 한겨울엔 외투가 필요 없을 정도로 따뜻하다. 덥지 않은 여름과 춥지 않은 겨울이 여름이고 겨울이라 할 수 있을까? 어느 정도의 더위와 추위마저 참지 못할 정도로 변해가는 거 같아 슬프다. 정작 앞장서 실천해 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나 몰라라 하는 이 현실도 갑갑하다.

개인이 어디까지 할 수 있는 것일까? 정말 우리는 어디까지 '놓아줄' 준비가 되어 있을까? 선물과도 같은 계절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거 같아 마음이 아프다.




■ 인간은 오래전부터 오만한 목소리로 자연의 정복에 대해 이야기해왔으며, 이제 우리는 그 자랑을 실현할 힘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의 불행은 이 힘이 지혜로 담금질되지 않고 무책임이라는 특징을 가져왔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자연의 일부이고 정복의 대가가 인류의 파멸이 될 수 있다는 인식이 너무도 부족합니다.

p.25

■ 자연은 영감이고, 집이며, 육신과 영혼에 유용한 것이고, 상처이자 치유이며, 붕괴이자 결실이다. p.36

■ 세상의 어느 곳이든 수천 개의, 아니 어쩌면 수백만 개의 시간들이 공존한다. 땅은 우리에게 인간의 시간에서 벗어나 우리의 삶과는 다른 박자에 대한 상상력을 펼쳐보라고 외친다. p.67

■ 나를 필요로 하지도 보살피지도 않으면서 내가 이룰 수 있는 건 무엇이든 환영해 주는 세계에 산다는 것, 그것이 바로 자유의 완벽한 본보기다. p.74

■ 계절은 자연의 시계이자 달력이다. 우리는 그 안에서 살고 자연의 단계들을 중심으로 돈다. 나는 계절을 밀어낼 수도, 끌어당길 수도 없다. 걸음을 늦추라거나 서두르라고 설득할 수도 없다. 자연은 지극히도 아름답고 잔혹하며, 내가 아무리 무수하게 애원해도 통보도 없이 나를 버려둔 채 나아가고 변화해왔다. 자연은 자애롭지도, 악의적이도 않으며 무심할 뿐이다. 우리는 전체의 일부이고, 자연은 그걸 안다. p.182

+ 작정단 9기 참여자로 작가정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아

직접 읽고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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