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성 2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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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성 2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SF소설·프랑스소설 / p.312

결과가 좋지 않은 사태에 놓이게 되면 어떤 자세로 임하는가? 혹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사과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 하기보단 어떻게 해서든 없던 일로 만들려고 하거나 남 탓을 하며 그 사태를 책임질 사람을 지목하는 데 혈안이 되어 있진 않은가?!

공포에 사로잡힌 그들이 만사를 제쳐두고 죄인부터 하나 만들면서 그에게 모든 불행의 책임을 지우고, 그래도 분이 안 풀리면 죽이기까지 하는 ‘동족에게 위해를 가해서라도 자신들이 상황을 주도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려는 인간들의 방식, 누군가에게 대가를 치르게 하는 희생양의 법칙’이 끊임없이 소통을 무기로 내세우던 바스테트와 대조되며 진행되던 이야기 「행성」.

소설 속 상황이 너무나도 현실 같아 답답하고 울화통이 터진다. 그래서 수많은 적에 둘러싸여 한 줄기 희망조차 보이지 않던 그 상황에서 저자가 어떤 답을 내놓을지 더 궁금했다. 그리고 ‘이에는 이’와 같던 그 방법이 색다르면서도 후에 적이 아닌 사람에게도 이용되지 않겠지라는 우려도 생기게 했다. 무엇보다 마지막 선정된 대표가 그였다는 건 어떤 의미를 가지는 걸까?



쥐가 없는 세계를 찾아 뉴욕으로 갔으나 더 많은 쥐가 그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쥐들을 피해 인간들은 고층 빌딩에 숨어있는 상황에서 유럽과 아메리카의 쥐들까지 더해져 공격해온다.

소통과 상상력을 무기로 내세우던 고양이 바스테트와 인간을 제거하고 세계 정복을 꿈꾸는 한때 인간의 실험 쥐로 고통받는 삶을 살았던 쥐 티무르 그리고 과거의 지배자였으나 테러와 전쟁, 감염병으로 위기에 놓인 인간.

자신의 상상력과 소통이라는 힘을 동원해 쥐 군단에 맞서려고 했던 바스테트가 때론 무모해 보이기도 했지만 그가 고양이라는 이유로 그의 의견을 무시하던 인간들은 한심해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나라고 달랐을까? 그들의 모습에서 나의 모습이 보이는 듯해 부끄럽기도 했던 순간.

어떤 거창하거나 판타지스러운 해결책이 아닌 현실적 해결책이 주는 여운이 있었고, 그 과정이 조금은 느슨한 감도 있었지만 지금의 모습을 냉정하게 고양이 바스테트의 시선으로 보게 했던 이야기였다.




과연 이 행성 지구는 누구의 손에 놓이게 되고 앞으로 어떤 변화를 마주하게 될까? 그 누가 되든 소통의 부재가 존재하는 한 미래는 희망적이지 않다. 세상 모든 문제에 대한 가장 완벽한 치료제 ‘소통’을 더 늦기 전에 처방해 나가야 하지 않을까?

소설 속에서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말이다.

모든 것은 상호 연결돼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어 있어요. 우리가 지금의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한, 쥐가 아니더라도 다른 동물이 분명히 우리를 공격해 올 것입니다. 바퀴벌레일 수도 있고 비둘기일 수도 있고, 심지어는 식물일 수도 있어요.

p.288


ps. SF 소설 속 원칙들이 현실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에는 웃펐지만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을 만났을 때는 반가웠고, 여전히 「행성」 2권에서도 한번 웃기 시작하면 스스로 통제 불가능했던 탄자니아에서 발생한 웃음병, 호세 델가도의 두뇌 전기 자극 등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 이야기였다.

무엇보다 더 신기한 건 이 상절지백의 이야기가 행성의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는 것.

베르나르 베르베르 「행성」2권, 인상 깊은 글귀

■ 삶이 멈추지 않는 한 희망 또한 사라지지 않아. 냉철한 사고만 가능하면 우린 어떤 상황에서도 버틸 수 있어. p.11

■ "어릴 때는 나이가 들면 세상에 대한 이해가 깊어질 줄 알았어. 그런데 막상 나이를 먹어 보니 그게 아니야. 나이를 먹을수록 세상일에 대한 무관심만 커져. 세상을 있는 그대로 놔둘 뿐 변화시킬 생각을 하지 않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돼."

"음, 그런 비관주의는 나와 맞지 않아요. 난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어요." p.42

■ 곤경에 처했을 때 우리한테는 세 가지 선택밖에 없다. 맞서 싸우거나 아무것도 하지 않거나 도망치거나. p.204

■ 인간들은 스스로 무지함을 자각하고 보완할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유일한 동물이야. 그게 바로 인간들의 강점이지. p.265

■ 인간들은 내 공약을 귀담아듣지 않았어. 내 겉모습, 내가 속한 종만 보고 나를 판단했기 때문이야. 그들은 애초에 내 발언의 내용 따윈 관심이 없어. 후보자가 가진 상징성에 투표할 뿐이야. p.2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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