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지음, 최성은 옮김 / 민음사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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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서술자

올가 토카르추크 | 최성은 옮김 | 민음사

에세이 / p.380

우리는 책을 읽어야 한다.

지금과는 다른 세계관을 인지하기 위해서,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세계가

실은 여러 가능한 모습 중 하나이며,

이 또한 우리에게 영구히 주어진 게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

p.106

책을 왜 읽냐고 물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대답하는 답이 있다. 바로 간접적으로 다양한 경험을 손쉽게 할 수 있다는 답변. 

정말 우리가 "열려라, 참깨!"라고 외치는 순간 그 속에 저장되어 있는 무궁무진한 보물로 '남자가 여자가 될 수 있고, 폴란드의 평범한 남자 얀 코발스키 씨가 안나 카레니나가 될 수도 있으며, 여덟 살짜리 꼬마 올가 토카르추크가 네모 선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세계화 추세 속에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금, 우리는 어떤 보물을 꺼내고 있을까?! 혹 엄청난 공급의 홍수 속에서 각종 서비스와 유행과 트렌드를 꺼내어 따라가기에만 급급한 생활을 하고 있는 건 아닐까?! 

인터넷과 네트워크가 발달되어 멀리 떨어진 누구와도 바로 연락을 할 수 있을 만큼 전문화되고 세분화되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서로에 대한 이해와 연대 고리는 느슨해져가면서 각 세대가 자신들의 언어와 라이프스타일로 각자 생활하며 서로 다른 시각으로 과거를 보고 현재를 살아가며 미래를 그리며 극심한 세대 차이마저 보이고 있진 않은가?

그럼에도 여전히 우리가 이 현실을 이겨내며 나아갈 수 있는 것은 다름 아닌 문학이 존재하기 때문이라고 저자 올가 토카르추크는 말한다. 

그리고 '우리 인간은 역사와 문학적 픽션 사이에 끼어 있는 존재'이고, '문학적 인물은 독자에게 공동의 심리적 현실을 제공하는 일종의 방문 판매원으로서 독자 사이를 이리저리 오가며 그들에게 투명의 거울이 되어 주는 다이모니온'이라고도 한다.

다른 존재의 삶 속으로 깊숙이 파고 들어가 그들의 당위성을 이해하고, 그들의 감정을 공유하고, 그들의 운명을 체감하게 만드는 '문학', 그 문학의 읽기부터 쓰기에 이르기까지 저자의 여섯 편의 에세이와 여섯 편의 강연록을 통해 우리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그리고 자연의 일부분임을 알게 된다.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올가 토카르추크는 자신 또한 독자로서 쓰기 이전에 읽기가 먼저였음을 어릴 적 읽은 수많은 책을 인용하며 강조한다. 그 과정에서 그녀만의 서재 토마스 만의 '마의 산', 몽테뉴의 '에세' 등을 만나는 재미도 있다. 특히 신화를 인용해 설명하던 부분들이 기억에 남아 작가가 소장하고 있다는 '신화' 책을 검색까지 해보았으나, 찾지 못해 아쉬웠을 정도로 기회의 신 '카이로스'와 융합의 신 '헤르메스'로 풀어나가던 과정들이 흥미로웠다.

인간의 몸에서 인간 세포가 43퍼센트에 불과하고 박테리아나 곰팡이, 바이러스, 고세균 같은 '이웃들'의 무리로 뒤덮여 있다는 사실에 다시 한번 우리는 공생하고 협력해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소설로 잠시나마 타인의 삶을 살아 봄으로서 얻을 수 있는 경험이 우리 삶에 어떤 결과로 이어져왔는지, 그리고 함께 문학을 나누며 소통하고 유대감을 형성해 나가는 과정이 얼마나 소중한 경험이었는지를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누구에게나 각자 가지고 있는 '서술자'에 다정함을 더해 서로 관계를 맺고 감정을 공유하며 때론 읽고, 때론 쓰면서 함께 이 세상을 나아갈 수 있길, 그리고 상대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길 바라본다.

문학이란 우리와 다른 모든 개별적 존재에 대한 다정함에 근거합니다. … 다정함이라는 이 놀라운 도구, 인간의 가장 정교한 소통 방식 덕분에 우리의 다양한 체험들이 시간을 여행하여 아직 태어나지 않은 누군가에게까지 다다르게 됩니다. 언젠가 그들은 우리가 자신에 대해서, 그리고 우리의 세상에 대해서 기록하고 이야기 한 것들을 만나게 될 것입니다. p.364

ps. 최근 수업 시간에 한 나라가 멸망해도 도서관이 존재한다면, 거기에 책이 존재한다면 지금까지의 지식과 문화를 다음 세대로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던 교수님이 생각났다. 그래서 이 말이 '우리가 세상에 관해 생각하는 방식, 나아가 그것을 서술하는 방식은 엄청난 의미를 갖게 됩니다. 가령 어떤 일이 벌어지더라도 말로 이야기되지 않으면 더는 존재하지 못하고 소멸되고 마니까요. p.335' 더 와닿았다.



+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로 직접 읽고 남기는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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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철학자 - 키르케고르 평전
클레어 칼라일 지음,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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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이 철학자

클레어 칼라일 | 임규정 옮김 | 사월의책

인문학·철학 / p.566

어떻게 해야 나는 세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

p.48

우리는 이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났고 인간으로 존재한다. 이것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었던 사항도 아니었다. 즉, 우리가 좋든 싫든 이미 인간인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해야 세상에서 인간으로 존재할 수 있는지 그것을 전제한 뭔가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라고 묻는다면, 이 질문은 실존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 그 누구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알고 있는가?'(p.49)

고대 아테네의 다른 모든 이들이 자신들의 인간성을 온전히 확신하고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확신했던 반면, 소크라테스는 이 물음에 전념했다. 그리고 이 물음은 끊임없이 키르케고르를 직면하게 했고 그의 남은 인생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그는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았을까?!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가?

p.41

도심을 걷는 것이 언제나 일종의 공개적인 수행이라 여길 정도로 키르케고르는 자기의식이 강했던 사람이다. 타인들이 자신을 어떻게 인지하는지에 관해서 늘 노심초사했고 심지어 일지를 쓸 때조차 자신의 내면의 삶을 후대에 공개하고 있다는 생각에 자신이 어떻게 보여야 하는지, 어떤 가면을 써야 하고 어떤 이미지를 연출해야 하는가라는 문제에 매일 직면했다. 그래서 그는 혹 자신의 저작과 자신의 삶을 오해하게 방치하면 안 된다는 불안에 자신의 저술에 관한 책을 쓰고 쓰고 또 썼다. 

그런데 이런 그가 첫사랑이자 약혼녀인 레기네에게 파혼을 요구하며 이별을 말한다. 왜?! 저술을 통해 그녀에 대한 자신의 영속적인 충실성을 표현하고 그가 여전히 그녀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할 때마다 의아함 또한 커졌고 그에 대한 답을 그가 넌지시 던져주었음에도 온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그만큼 이 세상에서 어떻게 인간으로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실존의 물음 문제였던가?! 남편이 되는 대신 저술가가 되는 삶을, 기독교계의 소크라테스가 되기를 선택하며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선택했던, 정말 실존의 물음에 온몸으로 살다간 철학자 키르케고르

그의 삶을 따라가다 보니 나도 모르게 나 또한 타인의 시선에 신경을 쓰고 있었던 건 아닌지, 앞으로 이 세상에 어떤 인간으로 존재하며 어떤 삶을 살아가고 싶은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그가 레기네와의 파혼을 선택한 이유에 대한 나만의 답도 찾아보기 위해 내면을 들여다보고 들여다 보기도 했다.

경험으로 나는 무엇을 배우는가? 보편적으로 인간적인 것은 무엇이며, 또 보편적으로 인간적인 것이 있기는 한가? 사람이 전 우주를 잃고서도 아직 자기는 잃지 않았을 때 뒤에 남는 자기란 도대체 무엇인가?

p.306

실존주의 철학의 선구자로 평가받는 키르케고르의 삶과 수많은 저작을 만나볼 수 있었던 평전 「마음의 철학자」

앎에 대한 탐구를 기본(인식론)으로 하며 인간 내면에 대한 문제를 소홀히 했던 그 시절에 정면으로 도전하며 자신의 경험을 철학적 주제로 삼으면서 마음속에서 요동치던 불안과 절망 그리고 고뇌를 그 누구보다 깊게 들여다본 그를 통해 실존주의에 대해 그리고 삶의 내면의 중요성을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정말 인간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과 인간으로 존재하기 위한 조건이 의미하는 것에 대해 생각하고 생각하며 잊지 말고 살아가자. 

그대는 재산을 늘리는 데 신경을 쓰고

명성과 명예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지혜와 진리와 그대의 영혼을 완전하게 하는 데는

전혀 관심도 생각도 없다니 부끄럽지도 않단 말인가?

p.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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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의 김민영
이재은.임지선 쓰고 엮음, 이소영 외 글 / arte(아르테)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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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표의 김민영

이지은, 임지선 외 3명 지음 | 아르테

영화·시나리오 / p.232

한국인의 삶 F

너가 한국인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생각나.

남의 눈치를 보고, 안정된 삶을 쫓는 사람들?

바쁜 일상. 좁은 땅. 인맥. 가식과 형식.

알 수 없는 불안. 기다림. 두려움. 막연한 기대.

너가 나에 대해서 얘기했던 게 맞을 수도 있어.

오지 않을 미래에 대한 기다림?

음… 그래도. 앞으로 뭘 하든 그때 우리 같았으면 좋겠어.

아무도 한심하다고, 덜 절실하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생각해.

그래서 말인데… 너는 한국인이 아니라 혼혈이었으면 해.

그런 의미에서 F를 줄게.

p.126

'저 내성적이에요.' 하면 지금 나를 아는 사람들은 어이없다는 표정으로 “네가?”라며 웃는다. 하지만 고등학생 때까지만 해도 낯을 많이 가리던 나였기에, 짝이랑 내 앞, 뒤로 앉은 친구들이랑만 친하게 지냈었다.

그러다 대학생이 되고 동아리 활동을 하며 조금씩 활동적으로 변화했고, 민토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더 많은 친구들을 사귀었었다. 그런데 결혼식 날 내 친구 사진을 두 번 나눠 촬영했을 정도로 많았던 그 친구들은 다 어디로 간 걸까?! 

스무 살 버디 무비 「성적표의 김민영」의 각본집을 읽으며 학교가 달라지고, 일하는 곳이 달라지며 자연스럽게 멀어지며 변해 버린 관계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리고 가장 즐거웠던 나의 20대의 일상과 친구들도 함께 떠올려 본다. 


모든 일상을 함께했던 고3들의 생이별이 전국에서 일어난다. 그리고 이 생이별은 더 이상 그들이 고등학생 때처럼 같은 배경 아래에서 대화를 나눌 수 없다는 것을 뜻한다. 그들을 둘러싼 세계가 완전히 다른 모양으로 변해 버리기 때문이다. 배우는 것, 입는 것, 먹는 것, 보는 것, 말하는 것, 모든 것이 바뀐다. 그 사이에 카톡으로 연결될 수 없는 공백이 발생한다.

p.159

수능 100일을 앞두고 창작욕을 잠시 재워 두자며 삼행시클럽 해체를 선언하던 정희와 민영 그리고 수산나. 이 셋은 청주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며 다른 길을 가게 된다. 

대학을 가지 않고 테니스장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청주에 남은 정희, 청주를 떠나 대구대에 진학한 민영, 아예 한국을 떠나 하버드대에 입학한 수산나 그리고 재수를 선택한 수능 시험장에서 만났던 정일.

처음엔 서로의 우정을 이어가기 위해 화상 채팅을 하며 만남의 시간을 갖지만 눈에서 멀어지면 자연스럽게 마음도 멀어진다 했던가?! 각자 생활하는 곳에서의 시간이 늘어갈수록 셋의 우정은 점점 미묘하게 어긋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들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감정이입을 하며 나 또한 경험했던 그때를 떠올린다. 


민영 자신이 자신의 집으로 정희를 초대했음에도 자신의 편입을 위해 성적표 결과에 계속 이의신청하며 정희와 시간을 거의 보내지 않던 모습에선 내가 꼭 무시를 당하는 기분이 들어 속상하고 서운하기까지 했다. 

하지만 홀로 민경의 집에 남겨진 정희가 민영의 일기장을 통해 알게 된 사실을 보며 나도 어쩌면 민경이었던 적이 없었는지 생각해 본다. 나는 내 친구들에게 몇 점짜리 친구였을까?


미공개 장면까지 포함되어 있는 무삭제 시나리오 「성적표의 김민영」에선 20대가 된 친구들의 이야기뿐만 아니라 이재은, 임지선 감독 대담과 김주아, 윤아정 배우의 에세이 그리고 영화를 읽는 다섯 명의 시선까지 만날 수 있다.

서로 다른 길을 가며 물리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조금씩 멀어지던 그들이었지만 마지막 정희가 민경에게 남긴 성적표와 그림대회에서의 그림은 또 다른 메시지를 보여준 게 아닐까?! 그래,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어지는 인연 또한 있지 않겠는가?!^^


오랜만에 20대로 돌아가 그때가 되어 본 시간이었다. 표지에서의 수경을 하고 자전거를 타는 정희와 민경의 에피소드에 웃음 지으며, 기회가 된다면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세심하게 그려진 스무 살의 버디 무디 「성적표의 김민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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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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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매기 오패럴 |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영미소설 / p.500

주어진 것은 언제라도 다시 거두어질 수 있다. …… 결코 안심하지 마라. 아이의 심장이 뛰고 우유를 마시고 숨을 들이쉬고 걷고 말하고 웃고 다투고 노는 것을 결코 당연히 여기지 마라. 아이가 떠날 수 있다는 것, 아이를 뺏길 수 있다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엉겅퀴 홀씨처럼 흩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마라.

p.268

아이가 아플 때조차 아이 대신 내가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모이다. 그런데 아이를 잃게 된다면?! 정말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타들어 가다 못해 숯 덩어리가 되고,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것도 치유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채 평생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햄닛을 잃고 계속 눈으로, 온몸으로 그 아이를 찾고 떠올리며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햄닛을 열한 살 나이에 보내야 했던 셰익스피어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실제 셰익스피어에겐 큰딸 수재나와 쌍둥이 남매 햄닛과 주디스 세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햄닛이 열한 살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고, 그는 4년 후 「햄릿」을 세상에 내놓았다.

16~17세기 기록 문서에서 햄닛과 햄릿은 혼용되어 사용해 왔으니, 아마도 작가의 말처럼 셰익스피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아들 햄닛에게 영원의 숨을 불어넣었을지도 모르겠다. 햄닛의 청년과 장년의 모습을 비록 비극으로 그려지는 햄릿일지라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실들이 주는 흥미가 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영문학 수업에서 햄닛의 존재를 알게 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그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고 햄릿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지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 「햄닛」은 펼친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정도로 매혹적인 소설이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아내 애그니스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열한 살 햄닛이 자신의 다른 한쪽이라 느끼는 주디스가 아프자 어른들을 찾아 나서는 현재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주디스에게 온 죽음의 그림자의 진행을 보여주던 현재와 애그니스와 셰익스피어의 첫 만남부터 결혼, 출산 등의 과거에 그녀의 신비로운 능력과 그들의 가족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매력적으로 펼쳐지던 이야기.

특히 요정, 마법사, 숲의 정령으로 불리던 애그니스의 신비한 능력과 죽음의 대상이 주디스에서 햄닛으로 바뀌던 장면, 원숭이가 어느 소년에게 남긴 세 마리의 벼룩이 다른 사람에게, 베의 화물로, 고양이와 쥐로 옮겨가며 결국 화물 중 하나였던 유리구슬 상자가 주디스의 손에 들어오던 과정이 기억에 남았고, 애그니스의 섬세한 감정선에 함께 웃고 울었다.

결국 셰익스피어의 햄릿까지 궁금하게 만들어 다음 날 바로 읽게 만든 이야기였고, 그녀가 남편이 만든 연극을 통해 아들의 이름을 들으며 연극 위 그 모습을 확인하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였다.

매혹적인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한다.

팔을 닿을 듯한 거리에 햄릿이, 애그니스의 햄릿이, 만약 그애가 살았다면 되었을 모습으로, 그리고 남편의 손, 남편의 수염, 남편의 목소리를 지닌 유령이 있다. …… 유령이 무대에서 나가려다가 애그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는 애그니스를 똑바로 보고, 시선을 맞추고, 마지막 대사를 한다.

나를 잊지 마.

p.4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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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 마지막 3년의 그림들, 그리고 고백 일러스트 레터 1
마틴 베일리 지음,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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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

마틴 베일리 | 이한이 옮김 | 허밍버드

미술 에세이 / p.264

내 그림들, 나는 그것들에 인생을 걸었고,

내 이성은 그로 인해 반쯤 허물어져 버렸지.

p.243

어느 하나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살아간다는 건 어떤 느낌일까?! 어릴 때부터 어느 것 하나 푹 빠지기보단, 들려오던 노래가 좋아 그 노래를 부른 그 가수를 좋아하고, 어느 드라마의 그 역할이 좋아 그 역할을 연기한 배우를 좋아했을 뿐이었던 나로서는 가끔, 무엇인가 하나에 올인할 수 있는 그 열정이 부럽다.

누구보다 색과 빛을 사랑하고, 그림에 열정적이었던 빈센트 반 고흐. 그림에 인생을 걸었던 그의 열정과 불안 그리고 고민이 그가 남긴 마지막 3년의 아를에서 오베르까지의 발자취가 담긴 그림들과 편지를 통해 고스란히 느껴지면서 그의 작품들이 또 다르게 다가오던 시간이었다. 


미술 에세이 책에 속하는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는 고흐가 아를, 생레미드프로방스, 그리고 마지막 여행지 오베르쉬르수아즈에서 동생 테오와 고갱, 어머니 등에게 보낸 수백 통의 편지들 중 선별된 109통의 편지와 이 시기에 그린 150여 점의 그림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그 수많은 편지를 통해 고흐가 그림과 함께하는 일상을 만날 수 있었고, 그가 생각하는 그림에 대한 가치관도 알 수 있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기존 잘 알고 있던 작품을 만나는 건 기본이고 거기에 비교하며 볼 수 있는 다양한 고흐의 희소한 스케치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이 가장 좋았다.

채색이 된 그림도 그 나름대로의 느낌이 있었지만 이상하게도 스케치에 더 눈길이 오래 머물며, 때로는 빈티지스럽고 때로는 귀엽게도 느껴지던 흑백 같은 스케치에서 오는 안정감에 하나 둘 내 마음속에 저장되어 갔다.


그리고 이 그림들은 그가 한곳에 정착하지 못하고 자신이 살 곳을 찾아 헤매는 모습과 경제적 지원을 해주던 동생 테오의 약혼 소식을 듣고 양가적인 감정을 느끼며 힘들어하고 후에 고흐 자신 스스로를 돌볼 수 없음을 깨닫고 치료시설을 찾아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아 가던 과정 등이 더해지며 더 선명하게 다가오기도 했다.

고흐의 작품을 좋아하고, 고흐를 더 깊게 이해하고 싶다면 그의 삶과 화가로서의 가치관 그리고 대표 그림들이 담긴 그의 고백 「반 고흐, 프로방스에서 보낸 편지」를 만나보시길 권한다.

ps. 고흐의 그림이 살아생전 인기를 얻었더라면, 그래서 경제적으로 여유가 생기고 정착했더라면, 그의 마지막은 달라졌을까? 그림에 인생을 걸었던 그가 조금은 행복했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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