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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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매기 오패럴 |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영미소설 / p.500

주어진 것은 언제라도 다시 거두어질 수 있다. …… 결코 안심하지 마라. 아이의 심장이 뛰고 우유를 마시고 숨을 들이쉬고 걷고 말하고 웃고 다투고 노는 것을 결코 당연히 여기지 마라. 아이가 떠날 수 있다는 것, 아이를 뺏길 수 있다는 것, 눈 깜짝할 사이에 엉겅퀴 홀씨처럼 흩어져 버릴 수 있다는 것을 한순간도 잊지 마라.

p.268

아이가 아플 때조차 아이 대신 내가 아플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부모이다. 그런데 아이를 잃게 된다면?! 정말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타들어 가다 못해 숯 덩어리가 되고, 죽지 못해 살아가게 되지 않을까? 그것도 치유되지 않은 마음을 가진 채 평생을 말이다.

그래서 그녀가 햄닛을 잃고 계속 눈으로, 온몸으로 그 아이를 찾고 떠올리며 무너져내리는 모습에 울지 않을 수 없었다. 햄닛을 열한 살 나이에 보내야 했던 셰익스피어 또한 그러하지 않았을까?


실제 셰익스피어에겐 큰딸 수재나와 쌍둥이 남매 햄닛과 주디스 세 아이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햄닛이 열한 살의 나이에 죽음을 맞이했고, 그는 4년 후 「햄릿」을 세상에 내놓았다.

16~17세기 기록 문서에서 햄닛과 햄릿은 혼용되어 사용해 왔으니, 아마도 작가의 말처럼 셰익스피어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아들 햄닛에게 영원의 숨을 불어넣었을지도 모르겠다. 햄닛의 청년과 장년의 모습을 비록 비극으로 그려지는 햄릿일지라도 보고 싶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 사실들이 주는 흥미가 더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영문학 수업에서 햄닛의 존재를 알게 된 작가의 손에서 탄생한, 그가 어떻게 세상을 떠났고 햄릿이 어떻게 탄생하게 되었을지 작가의 상상력으로 풀어낸 소설 「햄닛」은 펼친 자리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 읽을 정도로 매혹적인 소설이었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아내 애그니스를 중심으로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이야기를 풀어내는데, 열한 살 햄닛이 자신의 다른 한쪽이라 느끼는 주디스가 아프자 어른들을 찾아 나서는 현재 시점부터 시작된다.

그렇게 주디스에게 온 죽음의 그림자의 진행을 보여주던 현재와 애그니스와 셰익스피어의 첫 만남부터 결혼, 출산 등의 과거에 그녀의 신비로운 능력과 그들의 가족의 이야기가 더해지며 매력적으로 펼쳐지던 이야기.

특히 요정, 마법사, 숲의 정령으로 불리던 애그니스의 신비한 능력과 죽음의 대상이 주디스에서 햄닛으로 바뀌던 장면, 원숭이가 어느 소년에게 남긴 세 마리의 벼룩이 다른 사람에게, 베의 화물로, 고양이와 쥐로 옮겨가며 결국 화물 중 하나였던 유리구슬 상자가 주디스의 손에 들어오던 과정이 기억에 남았고, 애그니스의 섬세한 감정선에 함께 웃고 울었다.

결국 셰익스피어의 햄릿까지 궁금하게 만들어 다음 날 바로 읽게 만든 이야기였고, 그녀가 남편이 만든 연극을 통해 아들의 이름을 들으며 연극 위 그 모습을 확인하던 순간이 오래 기억에 남을 이야기였다.

매혹적인 소설을 찾으시는 분들께 권한다.

팔을 닿을 듯한 거리에 햄릿이, 애그니스의 햄릿이, 만약 그애가 살았다면 되었을 모습으로, 그리고 남편의 손, 남편의 수염, 남편의 목소리를 지닌 유령이 있다. …… 유령이 무대에서 나가려다가 애그니스 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그는 애그니스를 똑바로 보고, 시선을 맞추고, 마지막 대사를 한다.

나를 잊지 마.

p.493





+ 출판사로부터 협찬받은 도서를 직접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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