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단골 가게 - 마치 도쿄에 살고 있는 것처럼 여행하기
REA 나은정 + SORA 이하늘 지음 / 라이카미(부즈펌)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즐거운 도쿄 여행, 부럽다.
  미국에서 유학하던 시절, 내 룸메이트는 일본인이었고, 내가 한국인 다음으로 가장 친한 친구 역시 일본인이었다. 지금 그 친구들 중 한 커플은 시티은행 동경지점에 있다고 했다. 그래서일까? 꼭 한 번 가고 싶은 곳으로 언제나 난 일본 도쿄였다. 바쁜 그 친구는 나에게 마련해 줄 수 있는 시간은 많지 않을 것임을 잘 안다. 그래도 가고 싶고 어느덧 나에겐 현실의 짜증남이 증가할 때마다 생각나는 곳이다.
  이상향이기에 잘 알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런 곳이 도쿄다. 친구들이 있다고 그곳을 알 리가 없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이야기해줬던 이야기들이 얼마나 내 마음에 와 닿았는지도 모르겠고, 그런 이야기들이 단순히 가고 싶은 지역에 대한 혼돈스런 편린인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두렵다. 정확하게 알지 못하고 간다면, 결국 그것은 부담이 될 것이고, 마찬가지로 스트레스만 잔뜩 얻는 상황만 발생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쿄를 더욱 알고 싶었다.
  저자들에 대한 예의라고 할 것까지는 아니지만 REA와 SORA, 그녀들의 Blog를 들어가기까지 했다. 그만큼 이 책은 내가 아쉬워하는 부분들에 대해, 다라고 말하기 힘들지만, 많이 충족시켜 줬다. 남자이지만 멋진 카페와 음식점은 무척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더 이상 마시고 먹을 것만 취급하는 것은 진부하다. 색과 디자인, 그리고 문화를 듬뿍 담고 있는 곳이야말로 문화적 여유를 즐기도록 해주는 이 시간, 카페와 음식점의 특이함과 독특함은 그런 것들을 만족시키는 가장 중요한 공간이리라. 누구라고 할 것 없이 빠져드는 문화공간에 대한 욕구는 단순한 식욕만으로 표현할 수 없다. 따라서 해외여행에서의 경험 중 가장 강렬한 것은 그곳의 문화공간에 참여하고 그것을 보며, 또한 즐기는 것이리라. 
  중국에 있었을 때, 그 많은 식사에 포만감을 느꼈다. 아직 카페와 커피 문화가 발전되지 않은 중국이라서 카페와 커피에 대한 기억은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외국에서의 경험이란 무엇인가는 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한국이란 사회와 전혀 다른 곳에 있다는 것은 여간 흥분되는 일이 아니며 또한 그곳에서 느끼는 설렘은 미묘하지만 행복을 만들어주는 가장 멋진 원인인 것이다. 일본은 그런 매력을 갖고 있을 것이며, [도쿄, 단골가게]는 그것들을 너무 적나라(?)하고 듬뿍 보여준다.
  그 끝을 알 수 없이 이어지는 도쿄의 카페와 식당, 그리고 수많은 소품가게들의 풍요로운 사진들은 화려하기 그지 없어, 사진작품을 담은 예술작품의 도록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평범한 일본의 일상을 따뜻하고 앙증맞게, 그리고 아름답게 담은 그 사진들은 도쿄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값비싼 내용물이 아닌, 누구나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그런 곳으로의 소개를 통해 즐거운 쇼핑과 편안한 여유를 가질 수 있는 그런 곳들에 대한 낭만을 꿈꿀 수 있게 해준 것이다.
  도쿄가 이렇게 특색이 다양한 지역들이 많은지 몰랐다. 일본을 동경했지만 거의 보지 못했던 그들의 다양한 문화를 어쩌면 처음 보게 된 그 공간들은 다양하고 색달랐다. 특히 동양의 어느 국가이면서도 국제적인 특성을 지닌 그 모습에 적잖이 당황스러웠다. 낭만만 있었을 뿐, 도쿄에 대한 무지가 처음 느껴졌다. 또한 처음 듣는 공간이 갖고 있는 그곳만의 특색, 그리고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어떻게 그런 곳들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지를, 풍성한 즐거움과 기쁨을 담은 사진들과 함께, 맛깔 있게 서술하고 있었다. 아마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비록 먼 곳에서의 생활이지만 작가들의 고마운 수고스러움을 통해 바로 옆에서 즐길 수 있도록 해준 작가들의 노고에 감사하게 된다. 또한 도쿄에 갈 수 있는 조그마한 자신감도 얻은 것 같다. 도쿄의 친구와의 만남을 이룰 때, 그와 함께 할 수 있는 이야깃거리가 많아진 것 같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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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말엔 무슨 영화를 볼까?> 2월 3주

  줄타기는 오락이다. 그래서 즐거운 공연이다. 서커스 공연장에서 흔한 구경거리인 줄타기는 서커스엔 단골메뉴이고, 화려한 볼거리 중, 항상 어느 공연의 중앙 위에 위치하며 즐거움과 환호 속에서 많은 사람들의 여흥을 일깨우는 최고의 선물이 된다. Performance의 꽃으로 불린다고 해도 거의 반론을 찾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줄타기, 위험하다. 그리고 언제나 위험과 모험 사이에 있다. 이 즐거운 볼거리 뒤엔 죽음이란 위험한 공포가 존재한다. 줄타기의 매력은 어쩌면 위험하기에 짜릿한 이중적인 특성에 있는 것만 같다. 줄타기하는 사람들은 그래서 목숨이란 가장 자극적인 소재로 사람들의 시선을 끈다.
  인간의 기괴한 취미라고 할까? 누군가의 위험을 보고 짜릿한 느낌을 얻는 인간의 본성 중 무척 나쁜 것을 충족시키는 줄타기는 어쩌면 서커스가 그런 것 아닌가 하는 반문도 있겠지만 타인의 시선을 즐기면서도, 혼자만의 외로운 공중의 장소에서의 줄타기는 확실히 외롭고 슬프다. 어느 순간 제거된 안전판 위에서 마치 내가 위험한 곳에서 죽지 않는 법을 보여주듯 아슬아슬한 장면들을 연출하며, 죽음과 삶, 두 공간의 어디쯤에서 위험한 Performance를 한다. 그래서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다라는 경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줄타기는 영화에서 드러난 폭력성과 불행을 그래서 지닌다. 관객의 위선적인 호기심을 충족시키기 위해 목숨을 건 이 모험을 간직한 공연은 어쩌면 인간이 만든 가장 비극적인 공연일지 모른다. 마치 영화처럼 말이다. 영화에서의 관객은 영화에서 흔하디 흔한 비극적인 장면을 즐기면서 자신의 안전을 확인하는 묘한 이중성에 사로잡힌다. 이것이야말로 관객의 주목을 끄는 줄타기 같은 영화의 매력일 것이다.
  이런 줄타기가 영화에 등장한다. 그런데 줄타기가 담긴 영화들은 어김없이 인간의 즐거움과 비극을 동시에 보여준다. 즐거움 속에 있는 사랑과 애정, 그리고 멋진 공연이 있지만, 그 뒷면에 존재하는 비극은 누군가의 죽음이나 아님 사랑하는 둘의 공멸, 그리고 인간관계의 허약함을 과감 없이 보여준다. 이 줄타기가 담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사람들의 가슴 언저리엔 즐거운 여흥을 끝내고 나서 느끼는 허전함도 있을 것이고, 헤어짐의 진한 아쉬움을 느낄 수도 있다. 어떻든 줄타기가 담긴 영화들은 어딘지 모를 불운을 담고 있다. 그런 것의 대표적인 작품들이 바로 [엘비라 마디간], [왕의 남자], 그리고 [Man on Wire]가 그것들이다.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1967) 

 

  자타가 공인하는 비극의 멜로영화 고전이다. 1943년 만들어진 이후, 다시 한 번 만들어진 영화가 1967년의 [엘비라 마디간]이란 작품이다. 그런데 실화다. 그래서 그 비극성은 더욱 가혹하게만 느껴진다. 이 영화에서의 사랑은 부정적인 것에서 시작한다. 영화 속에 나오는 위험한 줄타기의 모습처럼 불륜, 계급이 서로 다른 남녀의 사랑, 그리고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방황하는 두 남녀와 그들의 도피와 생활고 등 인간이 알고 있는 멜로영화의 모든 소재와 테마들 속에 나올 수 있는, 거의 모든 비극성이 다 드러난다. 그 속에 보이는 낭만적인 사랑은 앞서의 비극과 대비되면서 영화의 매력을 한껏 돋았다. 스웨덴이란 이국적인 장소는 한국 팬들에겐 더 없는 환상을 자아냈다. 
 

  시작부터 파란이었다. 1889년 스웨덴의 한 서커스에서 줄타기를 하는 어린 소녀 ‘엘비라 마디간(Elvira Madigan 피아데게드 마르크 분)’과 가정과 아내가 있던 육군중위 ‘식스텐 스파레’ 백작(Lieutenant Sparre 토미 베르그덴 분)과의 사랑이 그랬다. 신분과 유부남이란 문젯거리를 안고 시작한, 줄타기 소녀와 백작의 사랑은 분명 시작부터 불운이었고 그래서 마지막도 불운이었다. 그런 불운을 피하기 위해 그들이 선택한 것은 도피였다. 하지만 파란과 불륜을 갖고 시작한 그들의 도피는 결국 그들을 행복으로 초대해줄 수 없었다. 줄타는 소녀의 위험한 공연이 그들의 인생인 것처럼 그들은 언제나 파란과 불운, 거기에 생활고까지 경험하게 된다. 그들의 마지막은 환상적인 낭만과 비극적인 자살이란 역설적인 것이 함께 하는 자리였다. 가난한 상황에 몰린 식스텐의 마지막 선택인 자살을 위한 그 마지막 장면에서의 대비되는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은 영화에서 가장 잊기 힘든 명장면이다. 나비를 좇아 따라가는 엘비라와 그 모습에 웃음을 짓는 식스텐의 모습이 대조되면서, 갑자기 들리는 인적 드문 곳에서의 총소리는 분명 이 작품을 멜로영화의 고전으로 왜 평가 받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그리고 들려오는 모차르트의 피아노 협주곡 21번 C장조는 우아한 비극을 극적으로 표현한다. 이 영화는 자연스럽게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는데 누구나 여배우라면 원하는 67년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갖게 됐고, 67년 미국 뉴욕비평가상, 골든글러브상 수상까지 독식하게 된다. 
 

왕의 남자 

 

   예쁜 남자 신드롬을 일으켰고, 게이 영화라 할 수 있는 동성애 코드를 갖고 큰 흥행을 얻었을 뿐만 아니라 한국 연예계에 ‘이준기’라는 걸출한 신성을 배출시켜준 의미 있는 영화다. 남자와 남자 간의 애정은 현재에도 무척 반갑지 않은 소재였음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기묘한 매력을 통해 수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그래서 1000만 관객은 물론 한국 영화 관객수에서 각종 기록을 갈아 치웠던 영화다. 동시에 이런 대중성은 물론 작품성까지 인정받으며, 이 작품은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인 걸작으로 평가될 수 있다.
  영화 속 광대들의 즐거운 여흥은 지금 봐도 즐겁다. 그들이 보여준 해악과 풍자는 시대성을 넘었으며, 그들이 보여준 재미 역시 지금 봐도 흥겹다. 특히 주인공들의 주무대는 바로 줄타기다. 줄 위에서 보여준 그들의 기막힌 공연과 즐거운 해학과 풍자는 오늘의 관객들에게도 큰 즐거움을 줄 만큼 매력적이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정치가 문제다. 광대의 즐거운 줄타기와 풍악, 그리고 해학도 정치와 연결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의 소용돌이를 위해 악용되는 수단이 될 뿐이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그들은 정치세력에 이용당하며, 그런 위기 속에서 남자와 남자의 아름다운 사랑도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만다. 정치의 비인격성과 함께 국정을 파탄시킨 연산군 옆에 있는 이유로 인해 그들은 원하지 않은 애정행각을 벌이게 되고 마침내 그들은 비참한 몰골 속에 궁중에서 마지막 줄타기를 하며, 비극의 진수를 보여준다. 
 

  인간관계도 정치라는 환경 앞에 무참히 부서지는 장면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이 작품에 대해 관객은 대중적인 인기와 함께 뛰어난 작품성에 대해 아낌없는 찬사를 줌으로써 한국 영화의 신기원일 이룬 이 작품에게 영화역사의 한 자리를 마련해줬다. 이 작품의 수상경력은 너무 화려하다. 27회 청룡영화상(2006) 수상음악상(이병우), 후보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이준익), 남우주연상(감우성), 남우조연상(유해진), 여우조연상(강성연), 신인남우상(이준기), 조명상(한기업), 기술상(김상범), 미술상(강승용), 43회 대종상영화제(2006) 수상남자인기상(이준기), 시나리오상(최석환), 촬영상(지길웅), 여자인기상(강성연), 해외인기상(이준기), 최우수작품상, 감독상(이준익), 남우주연상(감우성), 남우조연상(유해진), 신인남우상(이준기), 후보기획상, 조명상(한기업), 편집상, 음향기술상, 음악상(이병우), 미술상(강승용), 의상상(심현섭), 여우조연상(강성연), 42회 백상예술대상(2006) 수상영화 대상(이준익), 영화 남자신인연기상(이준기), 후보영화 작품상, 영화 감독상(이준익), 영화 남자최우수연기상(정진영), 영화 시나리오상(최석환) 등 화려하기 그지없다. 


Man on Wire 

 

  거짓말일 것 같지만 이 영화가 보여주는 이야기는 사실이다. 엘비라 마디간처럼 실화를 근거로 만들어졌지만, 이 영화는 극영화가 아니다. 줄타기의 위험과 흥분의 매력을, 지금은 없어진 세계에서 가장 높았던, 가장 극적인 장소에서 보여준 Documentary Movie다. 이 영화에서 보여준 기록물이 없었다면 그런 일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믿기 힘들 만큼 대단한 모험을 담은 영화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World Trade Center (WTC)의 두 건물 사이에 줄을 설치하고 그 위에서 줄타기 공연을 한 프랑스 줄타기 Performance 주자인 Petit의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줄타기를 담은 영화다. 그는 1974년 이 공연을 하기 전, 이미 프랑스의 Notre Dame 성당과 영국의 Harbor Bridge에서 역시 세계적인 줄타기 공연을 했다. 높이에 차이가 있을 뿐, 위험하긴 마찬가지겠지만 그래서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이라면 그 긴장과 위험, 그리고 자연적인 바람의 강한 강도 등은 지금 생각해봐도 대단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이런 위험한 공연을 한 사내의 다소 바보 같지만, 그래도 그 모험정신을 담은 영상 하나하나에 관객은 큰 인상을 받게 될 것이다. 그러나 WTC에서의 위험한 줄타기를 성공한 이후, 그에게 찾아온 외로운 상황은 영화가 단순히 누군가의 성공담과 그 미담만을 전달해주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고, 성공 이후에 찾아온 인간관계의 소멸과 혼자만의 세상에서 살아온 것에 대한 댓가가 어떤 것인지를 슬픈 눈으로 관객들은 영화를 관람하게 될 것이다. 
 

  수상경력이 화려하다. 높은 곳에서의 위험한 줄타기 공연은 그렇게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고 또한 작품의 수준에 대한 높은 평가를 해주었다. 1회 DMZ 다큐멘터리영화제(2009) 초청글로벌 비전(제임스 마쉬), 81회 아카데미시상식(2009) 수상장편다큐멘터리상, 62회 영국아카데미시상식(2009) 수상작품상(영국) 후보칼 포먼 상(사이먼 친), 74회 뉴욕비평가협회상(2008) 수상최우수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34회 LA비평가협회상(2008) 수상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21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2008) 수상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21회 유럽영화상(2008) 후보유러피언필름아카데미 다큐멘터리상(제임스 마쉬), 43회 카를로비바리국제영화제(2008) 수상다큐멘터리상 (30분 이상)(제임스 마쉬), 62회 에든버러국제영화제(2008) 수상관객상(제임스 마쉬), 24회 선댄스영화제(2008) 수상심사위원대상-월드시네마다큐멘터리(제임스 마쉬), 관객상-월드시네마다큐멘터리(제임스 마쉬) 등 모든 부분에서 탁월한 결과를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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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ong 2010-02-19 16: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엘비라 마디간. 너무 어릴 때 봐서 그 무드를 이해 못해 제게는 굉장히 지루한 영화로 남아 있습니다. 다시 볼 기회가 생긴다면 좋을텐데. 극장에선 힘들겠죠?

novio 2010-02-19 17:33   좋아요 0 | URL
혹시 케이블 TV 시청하신다면 기회가 있을 것입니다. 저도 얼마 전에 멋모르고 봤는데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특히 마지막 장면은 이해가 되지 않아서 한동안 멍하니 생각했습니다. 웃음과 총소리의 역설적인 조화, 이런 것이 영화의 묘미 아닐까 생각합니다.
 
퍼시잭슨과 번개도둑 - Percy Jackson and the Lightning Thief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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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만화 같지만 그 뒤에 있는 10대의 고민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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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핏 - Whip It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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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욕망이 강렬하게 드러난다. 그러나 영화 속의 캐릭터들의 욕망은 서로 충돌하고 묘한 인연을 갖게 됐다. 그래서 그 속엔 사회적인 계급문제와 인종문제, 그리고 조그만 마을에서 벗어나서 도시로 향하고자 하는 소녀들의 욕망까지 겹쳐지면서 어린 소녀의 성장통에 대한 이야기같은, 단순할 것만 같았던 영화의 내용은 다양성을 띠고 폭넓은 시각을 요구하기까지 하다. 영화는 쉽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것이다.
  Texas, 미국에서 가장 전통적인 State다. 지역에 대한 자부심과 자존심으로 인해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전통적인 문화를 이루고 그를 지키려는 노력이 강한 이 지역이 이 영화의 배경이다. Austin이란 곳은 이 영화에서 Texas의 도시적 특성이 가장 강한 곳으로, 그리고 Texas의 어느 촌구석이라고 할만한 보닌이란 곳은 자그만 마을로서 나이 많은 세대가 주를 이루면서 젊은이들에겐 벗어나고 싶은 곳이기만 하다. 이 지역간의 차이와 충돌은 어쩌면 도시와 농촌간의 문화와 세대차를 동시에 보여준다. 주인공이 그렇게 떠나고 싶은 곳인 보닌은 그렇게 조용하고 작으며, 지역 주민들간의 공동체의식이 강해서인지 상대의 평판에 민감한, 그래서 벗어나고 싶은 곳일 뿐이다. 그런 점에서 보닌에서 살고 있는 젊은이들에겐 Texas의 주도인 Austin은 그런 고충을 한 번에 벗어나게 해줄 도시로 묘사된다. 

  어느 소녀의 선입견으로 가득한 세상과의 긴장을 시작으로 영화는 소녀와 그녀의 어머니와의 충돌을 그 중심으로 삼는다. 어머니의 간절한 염원이자, 미인대회에 출전해서 입상을 하고 그에 따라 좋은 남자를 만나는, 상식적인 세상의 성공방식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해 10대 소녀 ‘블리스 카벤더 (엘런 페이지)’는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그러기보다 자그만 마을 ‘보닌’으로부터의 일탈이야말로 뭔가 새롭고 활력 있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란 환상을 갖게 된다. 이에 반해 현실은 그녀의 어머니를 통해 표출된다. 미국 사회에서 그다지 높다고 할 수 없는 우편배달부란 직업을 갖고 있는 어머니는, 자신과는 다르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으로, 자신의 딸이 미인대회에 입상해서 보다 좋은 조건을 갖고 신분상승하기를 원한다. 이 모습은 한국의 어머니와 별반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며, 동시에 힘든 하루하루의 생활을 살고 있는 어느 사회생활을 하는 어머니들의 갈망이며, 이것이 사회를 살아가면서 자연스레 받아들이는 편향된 선입견이면서도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상식이다. 이러한 욕망 두 가지는 서로 충돌하게 되면서, 엄마와 딸의 갈등은 단순한 모녀간의 갈등이 아닌 현실과 이상의 충돌이 되고 만다.
  그러나 영화에서의 충돌은 이것으로만 끝이 아니었고, 바로 그 점이 단순한 성장통의 영화가 아닌 보다 다양한 층위를 지닌, 수준 높은 영화로의 가치를 드러낸다. 그리고 비록 주인공은 아니지만 또 다른 곳에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소녀도 있다. 바로 식당 Part-time job을 하는 블리스의 친구 ‘패쉬(Alia Shawkat)’가 그녀이다. 그녀와 자신의 동료인 히스패닉 남자와의 긴장과 사랑에서 미국 내의 인종의 대한 문제가 보이기도 한다. 비록, 이 영화는 이 둘의 결말을 희극적 요소를 가미한 Happy Ending으로 처리함으로써 첨예한 갈등을 보여주지 않았지만, 강한 백인문화가 살아있는 Texas의 작은 마을을 생각한다면, 그리고 Colombia University에 입학할 백인 소녀를 생각한다면 그들간의 관계는 이상적 설정이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다만 영화는 비극보다 희망찬 행복을 보여주려 한다는 점에서 이런 결과는 어느 정도 예정된 수순이었을 뿐이고, 그것이 훨씬 좋아 보인다. 어쩌면 대중성과 현실 사이에 괴리를 주요 테마로 정한 영화이기에 이 부분조차도 많은 고민이 있었겠지만 그런 현실을 외면하지 않은 이 영화는 분명 사회성을 담고 있는, 보기 드문 성장통의 청소년 영화이다.  

  ‘블리스 Ruthless,’ 주인공의 또 다른 이름이다. 그녀는 잠시 쉬는 시간에 부른 노래에서 보이듯 작은 마을에서 도시로의 이탈을 꿈꾸는, 환상을 품고 사는, 10대 소녀다. 도시에 대한 환상을 갖고 있는 그녀에게 Texas의 주도인 Austin은 그녀에게 더 없는 낭만과 환상, 그리고 도피처로서의 매력을 듬뿍 담고 있다. 그곳에서의 생활은 마약에 찌든 곳이든, 거친 폭력적인 곳이든 왠지 끌리는 그런 곳이다. 그런 환상을 갖고 있는 10대에게 도시로 초대한 것은 미국의 주류 스포츠가 아닌, Minor라고 할 수 있고 거칠기만 한 롤러 스포츠였다. 도시 여자들의 신나는 롤러 경주를 통해 바라본 도시의 생활은 ‘보닌’이란 작은 동네의 한계를 절감하게만 한다. 그래서 그녀는 평범한 세상 살기를 벗어나 특별하고 좀 더 다른 세상으로의 진입을 꿈꾸게 되며, 자신의 부모를 속이면서까지 그 매력적인 세상으로의 즐기기를 나선다. 그러나 경기 자체의 위험성으로 경찰이 나서서 경기의 중단을 요구할 만큼 주류가 못된 ‘롤러 더비(Roller Derby)’는 도시의 위험성을 보여주는 상징이다. 멋져 보이지만 위험한 이 경기의 마약성은 도시 생활 속에서 피로에 지치고 힘든 것을 거친 야성을 회복시키면서 풀어주는 그런 류의 경기이다. 거친 몸싸움은 거기에 덤이며, 언뜻 보이는 미혼모의 가정 속에서 도시에서의 거친 생활 역시 보인다. 도시 속이기에 할 수 있는 이 경기에서의 참가자들은 확실히 거친 삶 속에 있는 듯 보인다. 그래서 그녀들이 갖고 있는 문신은 분명 비사회적이며, 반항적이면서도, 자유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있는 듯하다. 이 점에서 영화는 과거의 영화와 격을 달리하게 된다.  

  영화는 과거의 영화처럼 도시 속의 생활을 미화하지 않았고 그 위험성을 감추지 않았다. 롤러 경기의 격하고 위험한 모습에서 불안한 도시의 모습을 보여줬다면, 간헐적으로 볼 수 있는 멤버들의 현재의 생활 모습으로 도시를 우아하고 활력 있는 것으로 치장하지 않았다. 조그만 마을로부터의 이탈장소로의 도시는 그리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고, 미혼모가 될 수 있고, 사랑에 배신당할 수 있는 그저 그런 곳이다. 영화는 단순하고 이분법적인 획일성을 보여주지 않고 정직하고 솔직하게 세상의 복잡하고 다층적인 면들을 과감 없이 보여주면서 보다 현실로 다가서고 있다. 그런 속에서 10대 소녀의 선택은 현실을 기반으로 하는 것에 기반을 두도록 묘하게 장치한다.
  이런 현실적인 시간과 공간에서 그래도 블리스는 롤러 선수로서의 ‘블리스 Ruthless’로 남길 원한다. 그녀의 선택이 과연 어떤 결과를 낳을지 알 수 없지만 만족이란 측면에서,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선택할 수 있는 기회야말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닌가 하는 다소 전통적인 주제로서 결말을 맺는다. 친구의 명문대 진학이나, 마을에서의 미인선발대회에서의 참여보다, 그리고 낭만적인 사랑의 속삭임보다, 도시 속의 활력에 자신의 인생을 걸고 자유스러우면서도 스스로 책임지는 인생을 사는 모습은 분명 지금까지 많은 영화에서 재생되고 반복된 것이다. 이제 이런 것이 진부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그 활력은 아직도 강렬하다. 힘들고 어렵지만 자신의 생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주의적 관점은 그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행복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원인 중 하나로서 자리를 잡고 있다. 그것도 매력적으로. 또한 선택에 대한 결과를 책임지는 것이야말로 어렵고 힘들지만 어른으로 가는 당연한 통과의례인 것이다. 거기에 부모의 보호와 간섭을 뛰어넘고 사회적 편견을 뛰어넘어야 하는 당위성이 있는 것이다. 아직까지 이런 생각은 분명 미국 주류사회의 인식이고 자유주의의 핵심이자, 지금 생각하는 우리들의 행복 방정식이다.  

  감독이 ‘드류 베리모어(Drew Barrymore)’라는 것이 무척 놀라웠다. 그녀의 처녀작인 이 작품에서 그녀는 현실과 이상의 어려운 줄타기를 하는 어느 소녀의 성장통 영화를 슬기롭게 마무리했다. 주연이 아닌 조연으로 출연하면서 격한 경기에서 힘든 연기를 보여줌은 물론, 이 영화에선 어린 시절의 [ET]에서부터 그녀의 성인이 된 과정을 영화를 통해 어렴풋이 볼 수 있었다. 영화는 어쩌면 그녀의 성장통의 영화를 보여줬다. 힘들고 어려웠던 과거는 영화 속에서 현실적인 배경의 근간이 됐고, 혼자 선다는 것이 얼마나 지난한 과정임을 그녀의 인생의 경험이 더해지면서 더욱 설득력을 얻게 됐다. 영화가 어린 소녀의 좌충우돌 성장기가 아닌 어른으로서의 품격을 지닌 과정을 형상화한 이유는 바로 감독의 역량과 경험에 기인한 것이다. 그녀의 차기작이 너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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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10-02-24 16: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드류 베리모어는 언젠가 감독으로 나오지 않을까? 했었습니다.
봐야할텐데...ㅜ
8주 연속이시군요. 어떻게 하면...암튼 축하해요.^^

novio 2010-02-25 02:17   좋아요 0 | URL
베리모어는 앞으로 뛰어난 감독이 될 것 같네요. 그리고 전 운이 무척 좋답니다^^
 
<브레인라이팅>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브레인라이팅 - 종이 한 장으로 세계 최강의 기업을 만든 기적의 메모 발상법
다카하시 마코토 지음, 송수영 옮김 / 이아소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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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표출되지 않은, 가치 있는 정보와 아이디어를 어떻게 하면 다 함께 공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러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의미 있는 아이디어를 새롭게 얻는다는 것은 무척 힘든 것임을 개인적인 경험을 통해 자주 접하게 된다. 참여자들의 불성실이 문제이기보다 대화 자체의 한계가 그 원인이라는 생각을 갖고는 있지만 그 외의 방법에 대해선 생각할 수 없었기에 언제나 아이디어 회의에 전력을 쏟곤 한다. 그런데 ‘Brain Writing’은 무척 새로운 시도로 아이디어 회의란 진부한 방식에 찌든 우리들에게 다가왔다.
  자기만의 세계 속으로만 가려고 하는 현대인들에겐 혼자만의 시간과 고민이 가장 효율적인 생산방식이 되고 있다. 특히 아이디어 부분에서 말이다. 그런 점에서 독단적인 발표로 변질될 수밖에 없는 대화와 토론문화는 분명 장점은 있지만 결과에 있어선 그리 만족스럽지 않았다. 따라서 현대인의 생각 능력과 시간을 고려하면서 토론에 의해 희생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방법으로 제안되는 것은 매우 필요하다.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는 것에는 시간과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한 영역이다. 따라서 짧은 시간이나마 아이디어를 만드는 참여자들에게 일정시간의 생각할 기회를 줌은 물론 쓸모 없는 것이라도 생각해 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함으로써 참가자들의 참여기회를 확보해 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저자가 제시한 Brain Writing은 무척 혁신적이다.
  각자의 생각할 여유와 공간을 제공함으로써 자기만의 아이디어를 선보이는 방식은 불필요한 정보의 양산은 있을지 모르지만 참여의 기회를 확대함은 물론 결국 좋은 결과물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확실하게 확보한다. 각자의 생각을 적을 수 있는 종이를 제공받는 이 방식은 얼핏 단순해 보이지만 잠시나마 생각한 기회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생산해 내고 그것을 타인과 의견 교환하듯 서로 교환하면서 보다 성숙하고 의미 있는 정보를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는다. 무엇보다 강한 협력활동이기에 구성원 중 희생되는 자도, 그리고 무의미하게 시간을 보내지도 않을 무척 민주주의적이면서도 효율적인 아이디어 생산방식인 것이다.
  이런 Brain Writing 속엔 분명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분석과 탐구가 있는 것이다. 조직에서의 강인함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인간의 능력향상을 이룰 수 있는 수단이 적은 상황에서 이 방법은 인간에 대한 통찰을 통해 얻은 탁월한 방식인 것이다. 이를 통해 인간의 잠재력을 이끌 수 있는 방법까지 얻었다는 점에서 이 방식은 무척 주목을 받을 것이다. 또한 조직의 민주주의적 운영방식이 어떻게 효율을 높일 수 있는지를 확인하는 자리를 마련함으로써, 조직 내부간의 강한 단결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 아마도 이 마지막 가치가 개인적으로 가장 큰 부분으로 보인다. 조직의 힘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Brain Writing, 확실히 한국사회가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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