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er Marie - For You
잉거 마리 (Inger Marie) 노래 / 비타민엔터테인먼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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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녀의 3집 앨범이 왔다. 그것도 그녀에게 가장 어울리는 시간인 늦가을에 왔다. 반가운 마음, 그리고 그녀가 들려주는 은밀한 내면의 속삭임을 들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여전했다. 가을 낙엽이 떨어질 때 듣는 그녀의 목소리는 혼자 고민하는 내 시간과 세상을 만들어준다. 과연 Inger Marie 였다.

  앨범 제목이 'For You'인 것을 보면서 듣는 이들의 마음을 적셔주려 하는 것 같다. 그래서일까? 소프트한 록이지만 처음 원곡이 전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Take on me'는 변했다. 묘한 재즈버젼으로 다시 태어난 이 곡은 그녀다운 노래다. 멜로디가 누구의 것이든 자신의 색을 입히면 역시나 새로운 곡으로 탄생되는 법인가 보다. 그래서 이제 그녀의 'Take on me'다. 은은한 재즈 향기가 나는 그런 노래다.

  'Answer me, my love'는 앙징맞으면서도 묘한 긴장감을 만들어주는 기타의 음색이 무척 좋다. 또한 그녀의 음색의 강함이 그나마 잘 표현된 듯 하다. 그리고 흥겹다.

  이 노래의 운명은 참 독특하다. 영화 '보디 가드'에 삽입된 노래로서 휘트니 휴스톤의 매력을 물씬 느낄 수 있던 이 노래는 사실 Doly Parton의 노래였고, 지금은 많은 가수들의 애창곡이 된 듯 하다. Inger Marie는 역시나 그녀 색을 입힌 채로 부르고 있다. 강렬한 고음도, 지르는 듯한 것도 없는, 마친 달밤의 빛을 입힌 듯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무엇보다 편안하다. 섹스폰의 깊이 있는 여운 속에서 이 노래는 도시 한가운데서 듣기에 매우 적합한 노래다. 외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그런 노래다.

  'I go,' 묘한 신비감 속으로 빨려들게 만드는 도입부다. 그리고 아련한 추억 속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가본적이 없는 고향 생각? 이율배반적인 표현이지만 그런 느낌이 든다. 은은한 느낌의 반주 속에 그녀의 목소리는 착한 밤을 만드는 듯 하다. 정말 그녀의 매력인 것 같다.

  왠지 모를 아프리카 토속음과 같은 시작은 좀 독특하다. 아마도 타악기의 독특한 분위기 때문인 것 같다. 'Kitefliers Hill'에선 환상적인 고독을 느끼게 한다. 먼 이상을 쫓아가다 멈춘 후, 잠시의 여백의 미를 느끼는 그런 느낌. 그리고 잠시 찾는 여백 속에서의 편안함. 하지만 아련한 미래, 정말 다양한 미색들이 넘치는 것 같다.

  Inger Marie는 도시 속에서의 달빛과 같다. 밤은 도시에선 어쩌면 유일한 휴식의 시간이다. 그 휴식 시간에 쉬고 싶은 도시인의 꿈은 그러나 종종 이루지 못할 슬픔으로 변질되곤 한다. 하지만 그녀의 목소리는 이런 슬픔을 치유한다. 그리고 편안함과 아늑함, 그리고 생각하는 여유를 제공한다. 그리고, 정말 치유의 음악이 된다. 정말 그녀의 음악,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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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 정규 3집 The Boys [양철케이스+엽서(10장 동봉)+북클릿+포토카드(1종)]
소녀시대 노래 / SM 엔터테인먼트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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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성장이 뭔지는 잘 모르겠다. 그냥 나이를 먹으면서 변하는 생체적 특징의 변화를 의미하는 것이라면 단순한 육체적 성장이겠지만 시간에 걸맞은 경험이 축적되기에 정신적 성장 역시 의미하기 마련이다. 소녀시대란 이름도 이제 바꿀 수 있는 나이로 접어든 어른이 된 그녀들의 새로운 앨범은 이제 어른이 됐음을 선포하기라도 할 듯, 이전보다 더 강력한 사운드가 담겨 있다. 이제 우리가 아는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란 말이 어울리지 않은 그녀들이 됐음을 알리려는 듯, 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아쉽다. 몇 년 전의 그녀들이 그리워서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가 듣는 것은 CD이고 그녀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은 음악이다. 과거보다 더 강한 사운드라 하지만 그녀들이 음색이 점점 기계음에 가려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 단적인 예가 그녀들의 타이틀 곡인 ‘The Boys’다. 남자들의 남성다움을 이끌어내듯, 그녀들의 마법을 거는 가사들은 저주만을 퍼붓거나 원하는 것만 이야기하는 다른 여성 아이돌 가수들과는 분명 다른 것 같다. 하지만 음악은 과거보다 단조롭고 기계음에 그녀들의 목소리가 뒤섞이다 보니 그녀들의 화려한 음색은 들리지 않았다. 그냥 목소리 없는 연주음악으로 만들어진 것과 별반 차이가 없을지 모를 정도란 생각이 들었다. 강한 비트는 흥겨움보다 군무의 분위기를 자아내며 좀 어두운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남자들의 활력을 일으키기보단 공격적인 분위기로 도리어 억눌리게 하는 느낌이 들었다.
  그나마 이 앨범에서 소녀시대의 과거를 느끼게 하는 노래가 바로 ‘텔레파시’다. 좀 반갑다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역시나 배경음악에 각자 솔로파트에서의 아름다움이 많이 상쇄되고 있다. ‘GEE’와 같은 색다른 매력을 주고 있는 것도 아니다. 자칫 그녀들의 퇴행을 증명하는 듯한 노래다.
  제시카의 유혹하는 듯한 멘트에서 시작되는 ‘Say yes’가 가장 소녀시대 같은 노래고, 어쩌면 이 앨범에서 가장 인상적인 노래란 느낌이 든다. 과거와 현재를 연결시키는 노래란 생각이 든다. 무엇보다 그녀들의 제대로 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어 반갑고, 화음 역시 제대로 된 것 같다. 잡음처럼 들리는 효과음과 멋지게 대조되는 그녀들의 음색의 청아함과 고음이 제대로 표현된 것 같다. 제시카의 가창력이 잘 활용된 노래다.
  ‘봄날(How Great is your love)’는 시간을 제때 못 만난 노래다. 겨울이 시작되는 이 시점에서 봄날이라니. 그래도 소녀시대의 발라드 능력이 얼마나 뛰어난 것인지를 다시 보여준다. 확실히 소녀시대는 노래를 잘 하는 아이돌 가수들이다. 다만 이런 노래는 다른 가수들 역시 잘 소화시킬 수 있는 노래다. 최근 ‘불후의 명곡2’에서 여왕이란 칭호를 받은 ‘씨스타’의 ‘효린’이 부른 뛰어난 발라드인 ‘오직 그대만’ 정도의 노래를 소녀시대가 했으면 하는 바람이 생긴다. 흔한 노래로는 무엇인가를 드러내기 힘들지 않을까 생각된다.
  아무래도 이번 앨범에서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다른 가수들과의 차별성이 잘 눈에 띄지 않는다. ‘Oscar’는 이전 작품들과의 차별성도 드러내지 못한 것 같다. 태현의 강한 음색이 인상적이지만 군무를 위한 음악도 아니고 춤을 위한 것도 아닌 나름의 서사성을 지녔지만 제대로 된 어둠이나 우악스러움도 만들지 못한 것 같다.
  조금 아쉽다. 그녀들의 과거만을 먹고 사는 팬만 있는 것이 아닌 지금, 그녀들의 새로운 도전이 그 결실을 제대로 맺고 있지 못한 것 같다. 그녀들의 우아하고 뛰어난 재능을 의심한 적은 없다. 하지만 그 재능이 피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Top Secret’는 그래도 매우 인상적인 테마와 구성을 갖고 있는 노래다. ‘The Boys’보다 더 인상적인 결과를 낼 수 있는 노래란 생각이 든다. 적당한 배경음악에 그녀들의 제대로 된 화음이 인상적이었던 것 같다. Lazy Girl 역시 매우 즐거움을 전달해준 그녀들의 매력이 잘 드러난 노래다. 색다른 그녀들의 완성도 높았다는 생각이 든다. 들으면 들을수록 정말 즐거운 생각이 들고, 또한 즐겁다.
  ‘제자리 걸음’은 과연 소녀시대란 느낌을 들게 하는 노래다. 아무래도 전자음에 뒤섞인 채, 자신들의 묘미를 잃어버린 앞서의 노래들과는 전혀 다른 방향인 것 같다. 다만 이 노래는 소녀시대의 퇴행일 수 있단 이야기도 나올 법하다. 하지만 그녀들의 실험성보단 완성도를 보고 싶은 팬들도 있을 것이다. 과연 소녀시대만큼 화음을 제대로 낼 수 있는 여성 아이돌 그룹이 몇이나 될까 하는 생각을 품게 만드는 노래다. 그녀들이 이렇게 성숙했으면 한다. 시크릿도, 브아걸도, 그렇다고 씨스타는 더더욱 아닌 한국 최고의 여성 아이돌 스타로서의 선도적인 능력을 계속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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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an Crain - Piano and Light
브라이언 크레인 (Brian Crain) 노래 / 굿인터내셔널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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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아노는 가을을 위한 악기만 같다. 환타지와 서정성이 동시에 묻어난 악기라면 피아노 이외엔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만큼 피아노는 애상적이다. 그래도 작곡가의 뛰어난 능력으로 그런 매력이 배가되는 것은 분명하리라. Brain Crain은 그런 매력을 잘 만들어내는 피아니스트임은 분명할 것이고, Piano and Light가 그것을 증명한다.
  [Softness and light]는 마치 바다 앞에 서있는 기분을 느낀다. 환상과 적막, 그리고 어딘지 모를 지향점으로 가고 싶은 소원이 담겨져 있다. 그러나 결국 긍정적인 성취보단 부정적인 희망으로만 들린다. 슬프다. 가을의 어느 공원을 거닐 때의 기분이랄까? 하지만 거대한 바다 앞에서 가을의 소중한 시간을 보내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In the meadow]에서의 폭발적 감성이 피아노를 통해 절제되고 있다. 하지만 분명 피아노의 소리는 슬퍼하고 분노하는 듯 하다. 하지만 피아노 한 대여서가 아니라 인간의 어쩔 수 없는 한계를 인정하듯 조용히 갈무리하고 있다. 스스로의 한계를 받아들이는 그런 인간의 나약함과 아쉬움이 교차반복되고 있는 듯한 음악이다.
  [Pastel garden]은 좀 다른 느낌이다. 비애감을 극복했다고 할까? 긍정적이며 밝고, 그러면서도 봄날의 즐거운 시간을 즐기는 풍부함이 가득하다. 피아노가 만들 수 있는 한계는 분명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인간의 모든 것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시련을 극복한 듯한 음색, 정말 마음에 든다. 이 노래를 들으면 정말 어느 garden에 있는 것만 같다.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그것도 좋은 꿈 말이다. [Reflecting pool], 아마도 좋은 시절을 반추하는 듯 하다. 영롱한 물이 통통 튀는 듯 하다. 그리고 밝은 햇빛을 반사하는 그런 물도 눈 앞에 그려진다. 하지만 기억은 언제나 현재의 비애를 근간으로 삼는다. 어딘지 모를 슬픈 우화, 그런 것만 같다.
  Brain Crain의 노래는 아름답고 환타지를 갖고 있지만 언제나 슬픈 듯 하다. 현재에 부재한 것들을 생각하는 것은 결국 현실에 대해 반하는 것이며 분노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 너머에 있는 인간의 비애감이 느껴지는 이유다. 그래도 좋다. 잠시라도 이 노래들로 그때의 매력을 다시 느낄 수 있다면 그것도 좋은 것 아닐까? 이 음반을 들으면서 조금 편안함을 느낀다. 우울한 가을 시간 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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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아 3집 - 315360
김윤아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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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녀의 노래는 외로와 보인다. 김윤아의 이번 앨범에서의 노래하는 화자는 도시 속에서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소외라고 할까? 혼자라는 인식이 노래 곳곳에 보인다. 혼자는 아니지만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되어버린 도시인들의 외로운 삶의 모습과 방식이 노래 전편들을 수놓고 있다. 그녀가 담은 시간과 장소는 노래마다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공통점으로 수렴된다. 도시적인 공간의 속성을 지녔으면 그곳에서의 화자들은 방황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노래가 표현하고 형상화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은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현대 도시인의 자화상이 슬픈 모습으로 투영된다. 그래서일까? 노래는 먼 시간으로의 여행을 하듯 과거의 어떤 시대로 이끄는 것만 같다.
  그녀는 이 앨범에선 결코 Rock의 그녀는 아니다. 마치 먼 과거로 돌아간 듯 그녀의 노래엔 현실적인 감각보단 과거의 따뜻하고 우아한 세계가 보이고, 환상적이면서도 몽상적인 과거 역시 보인다. 아마도 현실에 대한 고독이 새로운 모습을 담은 음악세계를 만들었나보다.
  [이상한 나라의 릴리스], 몽환적이다. 환상적인 목소리와 거친 기계음의 이상한 대비 속에서 화자의 방황이 보인다. 아마도 현실에서의 거친 야성 속에 힘들어하는 화자의 외침이 들린다. 도시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행복 찾기,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인다. 방황은 화자의 일생이 될 것만 같다. 안 될 것을 계속 찾아 헤매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비밀의 정원]에서 들리는 것은 중세의 유럽에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 아늑함을 더 이상 갖기 힘든 지금, 김윤아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요정과 기사들이 즐겁게 사는 느낌,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즐겼던 먼 세상으로 간 것만 같다. 현실 속에서의 이상향, 어쩌면 노래가 진행되는 것은 아마도 Arcadia인 것만 같다.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고통을 모르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그래서 더없이 낭만적으로 들린다. 순결,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울린다. 과연 현대인들에게 순결이란 의미가 과연 숨쉬고 있는지 모르겠다.
  깊은 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읊조리는 것만 같다. [가만히 두세요]에서 들을 수 있는 우울하고 외로운 이미지는 혼자만의 노래를 하는 김윤아의 노래다. ‘자우림’이란 외피를 벗어던졌을 때의 그녀는 사랑에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고독한 느낌의 그것은 달빛의 이야기이면서도 고독하게만 들린다.
  [Going Home]에선 기대가 들린다. 김윤아는 위로하듯 이야기하며, 그들의 편안함을 갈구한다. 하지만 희망과 기대, 그리고 어느 순간 들리는 찬사의 뒷편엔 힘든 자들에 현실을 들려주며, 또한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응은 어딘지 힘든 그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희망과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마냥 희망일 수도, 기대에 찬 것일 수만은 없다. 이 노래는 상냥한 미소 속에 숨겨진 슬픈 서사를 담은 것만 같다. 그래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런 곡, 정말 듣고 싶다. 위로받고 싶다.
  [도쿄 블루스], 무척 도시적이다. 탱고와 같은 적막하면서도 정열적인 흐름은 확실히 이국적이다. 도시의 건물 사이를 흐르는 빗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수많은 인간들이 존재하지만 동료도, 아는 누군가도 되지 못할 인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는 그곳에서의 우울함이 매우 정열적으로 들린다.
  [Summer Garden], 어딘지 모를 황량함을 느낀다. 몽롱과 환상, 그 속에 담겨진 절망은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비현실적인 부탁을 하게 되는 것만 같다. 단조로운 키보드의 흐름 속에 들려오는 애원은 어딘지 모르게 부러질 것만 같은 애처로움이 담겨 있다. 갈구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부탁, 마치 우리들의 삶을 바꾸어 달라는 비현실적인 부탁과도 같다.
  [에뜨왈르],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래다. 가사에서의 낭만과 어느 순간 들리는 긴장감도 희석시키는 김윤아의 청아한 목소리는 천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화, 바로 그것이 이 노래에서 들린다. 전기기타의 낭만적인 음률은 전기의 강한 이미지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마련해준다.
  [얼음공주], 공주의 순수함과 냉정한 얼음, 역설적이다.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쩌면 이별을 통해 고통을 느꼈으리라. 만남과 헤어짐이 일상화된 도시 속에서의 인간이라면 흔히 느끼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데 익숙해져버린 그런 감정, 그러기에 Cool한 것이리라. 더 이상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얼음 속에 있으리라는 화자의 갈망은 어쩌면 반어적이다. 사랑받고 싶은 여인의 슬픈 갈망, 이 노래는 그래서 거짓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아름답다. 그것이 도시인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상향인 [착한 소녀]는 그러나 우울한 노래다. 자신에 대한 솔직하지 못한 스스로의 자탄을 담고 있다. 타인을 위해, 혹은 자신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착한 소녀’는 긍정적인 표현 뒤에 숨겨진 고독과 비극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다. 정직이 매말라버린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자의 비극, 이 노래의 제목은 그래서 반어다. 앨범의 마지막 노래로는 너무 비극적인 것만 같다.
  Rock과 자우림의 그녀는, 그러나 이 앨범에서 많은 시도를 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도 아닌 김윤아란 개인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분명 이 앨범에서의 그녀의 노력은 성공했고, 환상과 몽환, 그리고 이상향에 대한 갈망, 그리고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난 도시인의 비극,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한 음악의 새로운 발견들이 이 앨범에 보인다. 이 앨범은 도시인의 마음을 그렇게 위로한다. 이해 못한 [315360]이란 앨범 제목, 모르겠다. 그녀의 인생의 어느 면이 투영된 듯도 하고,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붙인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연 속에서 인생이 진행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번 앨범은 김윤아란 여인의 성숙과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도시인에 대한 배려와 위로가 들린다. 앨범, 들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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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형진 1집 - Sweet Auteurism
주형진 노래 / 스톤뮤직엔터테인먼트(Stone Music Ent.)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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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즈의 대중화로 인해 더욱 가까워진 느낌을 잘 전해주고 있다. 멀리 있지 않은, 우리들의 감성을 속삭이듯 어루만지는 팝 재즈의 느낌, 언제 들어도 즐겁기만 하다. 그런 점에서 주형진의 [Sweet Auteurism]은 기특하기만 하다. 다소 대중적일 수 있다는 느낌도 들지만 듣는 이로 하여금 즐거움과 풍성한 감동의 시간을 만들어 준다면 그런 부담도 큰 문제일 것은 아니겠다. 재즈란 Genre보다 더욱 중요한 인간미를 이 앨범에서 들을 수 있다. 감성이 풍부해지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것 아닐까?
  활력이 넘친다. 도시적 우울함을 단번에 날릴 만큼 노래들이 신나고 즐겁다. [Intro] 다음의 [Happy plug-in]의 경쾌함은 도시생활의 활력을 들려준다. 가사에서 들리는 활력 역시 좋다. 트럼펫과의 조응은 부담도 없으면서도 동시에 날아갈 듯한 즐거움에 빠지게 한다. 어쩌면 어딘가로의 여행을 느끼도록 하기도 하다. 무엇보다 즐거운 그 느낌이 인상적이다.
  속삭이듯 하는 은은함과 은근함이 묻어 있는 [이 말 한 마디로]엔 사랑하는 애정을 듬뿍 들려준다. 낭만적이면서도 풍부한 감성 속에 사랑의 진실함을 느낀다고 할까? 어딘지 모를 과거의 그 시간이 생각난다. 그리고 다시 그때의 기분을 만끽하고 싶다는 느낌도 든다. ‘사랑해’ 다시 한 번 말하고 싶은 그 말이다.
  [헤어지자고], 비극미가 느껴진다. 제목부터 우울하다. 아마도 결별은 어떤 수식어로 포장해도 슬픈 것인가 보다. 사실 그렇기도 하다. 시작에서 느꼈던 낭만적인 그것들이 모두 사라지는 순간이다. 정으로도 함께 할 수 있겠지만 헤어지자는 그 말 속에 있는 정직한 모습의 관계 정리는 어쩔 수 없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만은 막고 싶은 그 애절함이 이 노래에 담겨 있다. 주형진의 목소리는 그 어떤 순간보다 슬프다. 그리고 이별에서의 솔직함이 잘 드러나 있다.
  앞서의 노래에 대한 또 다른 얼굴을 닮은 느낌도 든다. 어느 Café에서 듣게 되는 고혹적인 느낌을 전달해주는 [닮아서… 달라서…]는 어딘지 모를 허스키한 목소리를 통해 더욱 애절하게 들린다. 피아노의 외로운 소리와 어울리는 그의 목소리는 닮았기에 영원할 줄 알았던 확신의 무너짐을 풍부한 감성으로 들려준다..
  [Rainy Room], 비 오는 날의 서글픔을 달래주는 우아한 비가이리라. 비극적 어조의 피아노 소리는 환상과 몽상을 들려준다. 뉴에이지 풍의 이 노래가 들려주는 보편적인 그 느낌은 아마도 많은 이들이 겪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갖게 되는 그런 아픔을 우아하게 감싸주는 것만 같다. 노래를 통해 가게 되는 과거의 어느 시점은 슬프지만 아름다워 보인다. 절묘한 기타의 선율은 피아노와의 조응 속에 아름답게만 들린다.
  [Sugary night]에서 들려주는 흑인의 감성은 그들의 고혹적인 음색은 물론, 분위기와 은근함을 들려준다. 재즈의 원초적인 그것만 같다. 주형진의 세련되면서도 감각적인 음색이 가장 잘 표현된 것 같다. 유혹적인 가사와 음색, 정말 부러울 뿐이다.
  펑키한 리듬의 긴장감과 흥겨움이 동시에 묻어나는 [Drive groove]는 확실히 어두운 도시의 낭만을 느끼게 해준다. 주형진의 다양한 음악적 취향을 느끼면서 그의 음악적 해석의 풍부함에 놀라게 한다. 그의 음악에서 다소 파격적인 음악적 취향도 느끼지만 재즈의 본고장이 되고 있는 도시의 우울함을 멋지게 승화시키고 있어 보인다. 우울한 즐거움, 그게 느껴진다.
  철학적인 주제다. [지금, 여기, 나], 어느덧 잊고 사는 것들의 조합으로 구성된 이 노래는 인간적인 것에 대한 아련한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 시간의 흐름을 막을 수 없겠지만 그 속에서 소중한 것들이 사라지고 있다. 그런 것에 대한 아픔을 이 노래에서 느낄 수 있다. 다시 돌아가고 싶어도 갈 수 없는 그 시간과 그 곳, 지금의 이 곳에 대한 아쉬움이 많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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