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윤아 3집 - 315360
김윤아 노래 / 티엔터테인먼트/코너스톤 / 2010년 4월
평점 :
품절


  그녀의 노래는 외로와 보인다. 김윤아의 이번 앨범에서의 노래하는 화자는 도시 속에서 기댈 곳이 없어 보인다. 소외라고 할까? 혼자라는 인식이 노래 곳곳에 보인다. 혼자는 아니지만 혼자라는 생각이 강하게 되어버린 도시인들의 외로운 삶의 모습과 방식이 노래 전편들을 수놓고 있다. 그녀가 담은 시간과 장소는 노래마다 다르지만 결국 하나의 공통점으로 수렴된다. 도시적인 공간의 속성을 지녔으면 그곳에서의 화자들은 방황하고 있다
  타인의 이야기처럼 들리지 않는다. 그녀의 노래가 표현하고 형상화한, 인간들이 살고 있는 공간들은 어딘지 모르게 거리감이 느껴진다. 그래서인지 현대 도시인의 자화상이 슬픈 모습으로 투영된다. 그래서일까? 노래는 먼 시간으로의 여행을 하듯 과거의 어떤 시대로 이끄는 것만 같다.
  그녀는 이 앨범에선 결코 Rock의 그녀는 아니다. 마치 먼 과거로 돌아간 듯 그녀의 노래엔 현실적인 감각보단 과거의 따뜻하고 우아한 세계가 보이고, 환상적이면서도 몽상적인 과거 역시 보인다. 아마도 현실에 대한 고독이 새로운 모습을 담은 음악세계를 만들었나보다.
  [이상한 나라의 릴리스], 몽환적이다. 환상적인 목소리와 거친 기계음의 이상한 대비 속에서 화자의 방황이 보인다. 아마도 현실에서의 거친 야성 속에 힘들어하는 화자의 외침이 들린다. 도시라는 이상한 세계에서 행복 찾기, 그것은 처음부터 불가능해 보인다. 방황은 화자의 일생이 될 것만 같다. 안 될 것을 계속 찾아 헤매는 현대인처럼 말이다.
  [비밀의 정원]에서 들리는 것은 중세의 유럽에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현실에서 아늑함을 더 이상 갖기 힘든 지금, 김윤아의 목소리는 아름다운 요정과 기사들이 즐겁게 사는 느낌, 그리고 진정한 사랑을 즐겼던 먼 세상으로 간 것만 같다. 현실 속에서의 이상향, 어쩌면 노래가 진행되는 것은 아마도 Arcadia인 것만 같다. 노래에서 이야기하는 고통을 모르는 소년과 소녀의 사랑은 그래서 더없이 낭만적으로 들린다. 순결, 그 어느 때보다 가슴 깊이 울린다. 과연 현대인들에게 순결이란 의미가 과연 숨쉬고 있는지 모르겠다.
  깊은 밤,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읊조리는 것만 같다. [가만히 두세요]에서 들을 수 있는 우울하고 외로운 이미지는 혼자만의 노래를 하는 김윤아의 노래다. ‘자우림’이란 외피를 벗어던졌을 때의 그녀는 사랑에 슬퍼하고 외로워하고 있다. 서정적이면서도 고독한 느낌의 그것은 달빛의 이야기이면서도 고독하게만 들린다.
  [Going Home]에선 기대가 들린다. 김윤아는 위로하듯 이야기하며, 그들의 편안함을 갈구한다. 하지만 희망과 기대, 그리고 어느 순간 들리는 찬사의 뒷편엔 힘든 자들에 현실을 들려주며, 또한 피아노와 현악기의 조응은 어딘지 힘든 그들을 보여주는 것만 같다. 희망과 기대를 이야기하지만 마냥 희망일 수도, 기대에 찬 것일 수만은 없다. 이 노래는 상냥한 미소 속에 숨겨진 슬픈 서사를 담은 것만 같다. 그래도 아름답다. 그리고 이런 곡, 정말 듣고 싶다. 위로받고 싶다.
  [도쿄 블루스], 무척 도시적이다. 탱고와 같은 적막하면서도 정열적인 흐름은 확실히 이국적이다. 도시의 건물 사이를 흐르는 빗소리를 듣는 것만 같다. 수많은 인간들이 존재하지만 동료도, 아는 누군가도 되지 못할 인간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사는 그곳에서의 우울함이 매우 정열적으로 들린다.
  [Summer Garden], 어딘지 모를 황량함을 느낀다. 몽롱과 환상, 그 속에 담겨진 절망은 자신을 버리지 말라는 비현실적인 부탁을 하게 되는 것만 같다. 단조로운 키보드의 흐름 속에 들려오는 애원은 어딘지 모르게 부러질 것만 같은 애처로움이 담겨 있다. 갈구해도 이루어질 수 없는 부탁, 마치 우리들의 삶을 바꾸어 달라는 비현실적인 부탁과도 같다.
  [에뜨왈르], 가장 우아하고 아름다운 노래다. 가사에서의 낭만과 어느 순간 들리는 긴장감도 희석시키는 김윤아의 청아한 목소리는 천사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정화, 바로 그것이 이 노래에서 들린다. 전기기타의 낭만적인 음률은 전기의 강한 이미지보다 편안하고 아름다운 정경을 마련해준다.
  [얼음공주], 공주의 순수함과 냉정한 얼음, 역설적이다. 사랑에 빠지고 싶지 않다는 목소리의 주인공은 어쩌면 이별을 통해 고통을 느꼈으리라. 만남과 헤어짐이 일상화된 도시 속에서의 인간이라면 흔히 느끼고, 또한 그렇게 살아가는데 익숙해져버린 그런 감정, 그러기에 Cool한 것이리라. 더 이상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아서 얼음 속에 있으리라는 화자의 갈망은 어쩌면 반어적이다. 사랑받고 싶은 여인의 슬픈 갈망, 이 노래는 그래서 거짓의 이야기일 것이다. 그래도 아름답다. 그것이 도시인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누구에게나 이상향인 [착한 소녀]는 그러나 우울한 노래다. 자신에 대한 솔직하지 못한 스스로의 자탄을 담고 있다. 타인을 위해, 혹은 자신을 솔직하게 밝히지 못한 ‘착한 소녀’는 긍정적인 표현 뒤에 숨겨진 고독과 비극이 숨어 있다. 그래서 이 노래는 슬프다. 정직이 매말라버린 그런 상황 속에서 자신을 표현하지 못한 자의 비극, 이 노래의 제목은 그래서 반어다. 앨범의 마지막 노래로는 너무 비극적인 것만 같다.
  Rock과 자우림의 그녀는, 그러나 이 앨범에서 많은 시도를 했다. 그녀는 그 어떤 것도 아닌 김윤아란 개인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분명 이 앨범에서의 그녀의 노력은 성공했고, 환상과 몽환, 그리고 이상향에 대한 갈망, 그리고 역설적이고 반어적인 표현을 통해 드러난 도시인의 비극, 그리고 과거로의 여행을 통한 음악의 새로운 발견들이 이 앨범에 보인다. 이 앨범은 도시인의 마음을 그렇게 위로한다. 이해 못한 [315360]이란 앨범 제목, 모르겠다. 그녀의 인생의 어느 면이 투영된 듯도 하고, 그냥 아무 의미 없이 붙인 이름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우연 속에서 인생이 진행되는 것이리라. 그래서 이번 앨범은 김윤아란 여인의 성숙과 인간에 대한 성찰, 그리고 도시인에 대한 배려와 위로가 들린다. 앨범, 들을수록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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