랑케는 여러 면에서 혁신을 이루었다. 그는 거대한 규모로 서사와 분석적 역사를 결합시켰다. 그는 비평의 과정을 통해 재구성할 수 있었던 사건만큼이나 그 과정 자체를 강력하게 극화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연구조사 기획과 설명 형식—그 가운데 많은 것을 자신이 고안하고 수행한 기획과 형식—을 위해 무대를 마련했다. 이전에 그의 《역사》와 비슷한 것이 등장한 바 없었다. 그러나 그와 그의 첫 책이 고증을 거친 비평적 역사의 시작을 표상하지는 않았다. 1824년이 아니라면 언제인가? 그리고 랑케가 아니라면 과연 누구에 의해서인가? 수많은 계보가 그렇듯이, 각주의 계보에는 예상보다 훨씬 더 많은 갈래와 우여곡절이 있었다. - P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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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논쟁들이 이런 양상을 띠고 있다. 얼핏 보기에는 현실과 무관한 순수한 주제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는 듯하나 그것을 보는 이는 항상 논쟁의 당사자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처지에 서 있는가, 그들이 현실적으로 의도하는 바는 무엇인가라고 하는 이른바 ‘토대의 문제‘까지 함께 파악해야만 한다. 그것까지 파악할 때 비로소 ‘담론‘이라는 술어가 제대로 이해된다. 담론은 순수한 학적 언설만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라 그 언설이 은닉하고 있는, 넓은 의미에서의 정치적 권력관계까지도 담고 있다. 이 권력관계에는 발언자의 사회적 위치와 배경, 발언 시점, 발언이 전달되는 매체 등도 중요한 요소로서 포함된다. 이러한 맥락이 고려될 때 담론 분석은 권력 분석이 되는 것이다. - P4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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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의 《장미의 이름》은 논리적인 사유 태도를 가지고 읽어야 할 텍스트이다. 이렇게 읽는 것만이 《장미의 이름》을 신비주의의 주문이 아닌, 합리적인 상식과 그것을 추구하려는 의지만 있으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공교적 텍스트로 자리잡게 하는 방편이다.
텍스트를 재미삼아 뜯어서 아무데나 붙이고 제멋대로 읽어 대는 일을 대단한 학문적 행위로 간주하는 요즘, 제대로 된 텍스트 읽기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P345

여기서 시도하는 것은 ‘텍스트 읽기‘이다. ‘텍스트 읽기‘라는 말은 두 가지를 요구한다. 하나는 텍스트가 무엇인가 하는 텍스트의 정의를 규정하는 것이요, 다른 하나는 ‘읽기‘의 방법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이 두 가지를 밝히는 것이 이 텍스트 전체의 목적이므로, 이에 대한 답은 이 텍스트를 다 읽은 다음에야 얻어질 수 있을 것이나 논의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규정이 필요할 것이다. - P352

‘텍스트‘를 가장 일반적으로 규정하자면 그것은 ‘의미를 담고 있는 어떤 것‘이다. 그것은 인간이 의사소통을 하기 위해 사용하는 언어(말과 글)로 이루어진 것뿐만 아니라 그림으로 그려진 것 등도 포함한다. 아무리 무심코 말을 하고 뭔가를 그렸다 해도 그것이 사람 집단에서 말해지고 그려진 것이라면 의미를 담고 있으며, 다른 사람에게 그 의미를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라 간주할 수 있다. - P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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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자들은 각주의 탄생을 12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로 잡는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연구의 한 가지 목표는 꽤 간단한 것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의 가닥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또 다른 목표는 이런 가닥들을 한데 엮으면 한 편의 이야기, 지성사의 더 유명한 여러 일화만큼이나 예기치 않게 인간적이고 지적 재미가 넘치는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P10

근대 세계에서—논문 작성자를 위한 지침서가 설명하듯이—역사가는 두 가지 기본적인 임무를 수행한다. 한 가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관련 사료를 모두 검토해야 하고 그로부터 새로운 서사와 주장을 구성해 내야 한다. 각주는 두 가지 임무가 모두 완수되었음을 증명한다. 각주는 1차 증거와 2차 저작을 모두 보여 준다. - P19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이 글에서 나는 언제 어디서, 왜 역사가들이 명확히 구별되는 근대적 형태의 서사 구조를 채택했는지—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귀족의 층"이라는 말로 이층 건물의 위층을 일컫는다 옮긴이)가 있고 탁 트인 1층엔 유혹적인 물품이 수없이 진열된 이 진기한 아케이드를 누가 처음 지었는지—알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대답은 개략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주에는 우리가 흔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계보가 있음을 그리고 각주라는 그 야수의 기원 자체가 그 본성, 기능, 문제를 스스로 부각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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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나는 몇몇 매체들에 서평을 기고하기도 하였으며, 책 읽는 방법과 책을 소개하기 위해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기도 하였다. 이 책에 실린 서평들은 이런 과정에서 사용하거나 강의를 하기 위해, 읽은 책들을 되새기려고 작성한 서평들이다. 그런데 이 서평들을 늘어놓고 나니 나의 경험을 독자들과 공유하기에는 서평들 각각의 글을 어떤 목적에서 썼는지, 왜 그렇게 썼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 조금은 무미건조해 보였다. 그런 까닭에 책을 읽는 방법이나 서평 쓰는 방법을 간략하게 알려 주면서 그 방법을 실행할 예시로서 내가 쓴 서평들을 읽는 방식으로 책을 구성하였다. 서평 읽기를 통해 책읽기와 서평 쓰기 방법을 익히는, 일종의 ‘메타 서평집‘인 셈이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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