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각주의 탄생을 12세기, 17세기, 18세기, 19세기로 잡는다. 그럴듯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보통 이 이야기의 나머지 부분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이 연구의 한 가지 목표는 꽤 간단한 것으로 흩어져 있는 연구의 가닥들을 연결하는 것이다. 그리고 더 중요한 또 다른 목표는 이런 가닥들을 한데 엮으면 한 편의 이야기, 지성사의 더 유명한 여러 일화만큼이나 예기치 않게 인간적이고 지적 재미가 넘치는 한 편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 P10
사변적일 수밖에 없는 이 글에서 나는 언제 어디서, 왜 역사가들이 명확히 구별되는 근대적 형태의 서사 구조를 채택했는지—피아노 노빌레piano nobile("귀족의 층"이라는 말로 이층 건물의 위층을 일컫는다 옮긴이)가 있고 탁 트인 1층엔 유혹적인 물품이 수없이 진열된 이 진기한 아케이드를 누가 처음 지었는지—알아내려고 노력할 것이다. 내 대답은 개략적이고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각주에는 우리가 흔히 믿는 것보다 훨씬 더 오래된 계보가 있음을 그리고 각주라는 그 야수의 기원 자체가 그 본성, 기능, 문제를 스스로 부각시킨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