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썰렁해서, 어려워서 아무나 읽을 수 없다.
'영국식 유머'가 살아있는
소설 5권 + 영화


영국 유머 소개글
웃음은 만병통치약이라는 말이 있습니다만, 약이 되는 웃음을 만드는 수단 중 하나인 유머는 취향에 따라 좋아하는 스타일이 다르기 마련입니다. 그중에서도 영국식 유머는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편이죠.
예1.
(약 대신 매일 운동하고, 잘 자라는 의사의 처방전을 확인하지 않고, 약사에게 약을 달라며 처방전을 주자 약사가 유머로 하는 말)
"저는 약사입니다. 만약 제가 식사와 음료를 제공하는 가족 같은 분위기의 호텔 지배인이라면, 손님에게 도움이 되어드릴 수 있을 테지요. 하지만 그저 약사에 불과한 것이 유감이군요."
- 《보트 위의 세 남자》 중에서
예2.
(여행 출발을 위해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난다고 했는데, 둘 다 늦잠을 잔 상황.)
나는 해리스를 깨웠다. 그가 말했다.
"여섯 시에 일어난다고 했잖아."
나는 물었다.
"그랬지. 왜 안 깨운 거야?"
"네가 나를 안 깨우는데 내가 너를 어떻게 깨워?"
- 《보트 위의 세 남자》 중에서
참, 공감하기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약사가 호텔 지배인이 아니라서 미안하다고 하고, 네가 나를 안 깨워서 내가 너를 깨울 수 없었다는 이상한 말도 하구요. 영국 유머에는 이처럼 과장되게 말하거나, 반어법이나 역설법 등을 사용해 풍자를 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합니다. 수사가 많은 만큼 문맥을 이해해야 비로서 웃을 수 있고, 때로는 영국의 역사적, 문화적 요소도 이해하고 있어야 하죠.
아무튼, 한국 사람이 영국식 유머를 처음 접하게 된다면 아마, 아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요즘 새롭게 유행하는 하이개그인가?"
"이 사람은 왜 이렇게 썰렁하지?"
그러나, 영국식 유머에는 이해하기 힘들고 썰렁하다는 점 외에도 특징이 하나 더 있는 것 같습니다.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입장입니다만, 아마도 그 특징이 영국식 유머의 핵심이 아닐까 합니다.
그건 바로 유머를 하는 사람이 거의 웃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 태도가 보기에 따라 잘란 척하는 것처럼 보이거나, 심각하게 바보 같아 보이거나, 주변 사람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하는데 본인은 태평할 정도로 무심해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죠.
대표적인 예로 슬랩스틱 코미디를 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코미디언은 코미디 안에서 우스꽝스런 행동을 하지만 본인은 진지하죠. 때론 자신이 대단한 사람인 것처럼 행동하거나, 심각한 상황에 쳐해도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행동하기도 합니다.
유명한 코미디 배우 미스터 빈의 작품이나, 김병만 배우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상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런 코미디가 전달하는 진실은 많은 유머들이 불행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 인간의 모습을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우리는 지금의 불행이나 고통을 맞이한 인간의 행동을 마냥 유머러스하다고 보진 않습니다. 화장실에서 일을 보고 나왔더니 화장지가 없어서 낭패였다 같이 때로 상황이 정말 웃겨서 절로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 상황을 겪은 사람 앞에서 웃으면 미안한 마음도 분명히 느끼니까요.
아무튼, 영국식 유머를 하는 사람이 잘 웃지 않는 건 아마도 자기의 불행이든, 타인의 불행이든 불행을 보고 웃는다는 건,
자기 반성이 없는 것과 같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무리 웃기는 이야기라도 타인의 불행을 보고 웃는 자신을 보면 웃을 수 없다 같은 느낌이라고 할까요?
아! 그리고 이런 이유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누군가 자신을 칭찬하는 말에는 지나칠 정도로 겸손하게 유머를 한다고 하네요.음... 뇌혈관 수술을 잘 하는 의사가 칭찬을 받는다면, 의사는 "나는 수술을 잘 하지 못해요. 나는 고작 뇌에 있는 수도관을 고칠 뿐이고 심지어 배관공보다 잘 고치지도 못하죠."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의 약사 이야기와 조금 비슷하네요.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느낌입니다만, 영국식 유머는 이런 특징이 있는 것 같아요.^^



유머는 현실을 보여준다
- 제롬 K 제롬의 '세 남자' 시리즈
영국 코믹 소설을 대표하는 책. 여행을 통해 삶을 재충전하려는 엉뚱한 세 남자의 이야기가 담겨있다. 일단 원조를 알아야 다른 것도 알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읽을 책. 독자들은 주로 《보트 위의 세 남자》를 추천하는 편
"진실을 말하는 태도만큼 지금까지 발견된 작품 중에서 이 책을 능가할 작품이 없다."
_ 제롬K 제롬

유머는 슬픔과 함께 한다
- 《영국 남자의 문제》
최초로 부커상을 수상한 유머러스한 소설이라는 의미심장한 타이틀을 가지고 있는 책, 모든 문장에 웃음과 슬픔이 공존할 수 있도록 썼다고 하는데요. 재미보다는 진한 감동을 바란다면 선택할 책입니다.

유머와 인간애
-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에게 점령당한 건지 섬 사람들의 이야기. 전쟁을 다루고 있으면서 유쾌한 이야기를 찾고자 한다면 바로 이책. 유머 감각과 인간애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사람들이 아름답다.

영국식 블랙 유머의 정수
- 《멋진 징조들》
이런! 속세의 즐거움에 빠진 천사와 악마가 성경에 나오는 세상의 종말을 막기 위해 함께 합니다. 종교의 문제를 비판하고, 인간의 문제를 비판하면서 말이죠. 재미와 의미 두 가지를 얻고 싶다면 이 책.


킹스맨
블랙 유머가 있지만, 아! 이게 영국식 블랙 유머구나!란 감탄 없이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 그 이유는 유머보다 매너가 핵심인 것 같아서....(믿거나 말거나)

어바웃타임
어떤 대사가 영국식 유머인지는 쉽게 찾을 수 없지만, 눈감고 숨어서 시간 여행을 하는 모습과 사랑이 유머러스한 영화. 만약, 눈 뜨고 시간 여행을 했다면 미래로 갔을까요?

위드네일과 나
위대한 영국영화 100선 중 하나이면서, 어떻게 젊은 주인공들이 젊음을 허비하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담았느냐고 묻지 마세요. 웃기고 모자라 보여도 타인의 삶을 마냥 비웃을 수만은 없다는 영국식 유머의 진수가 담겨있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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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영국의 유머는 정말로 재미없는가? _iae유학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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