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이윤이 이자와 기업가 이득으로 분할. 이자 낳는 자본

 

75. 이자 낳는 자본

 

일반적 또는 평균 이윤율이 제2편에서 처음 고찰되었을 당시, 그것은 아직 완성된 형태를 갖추지 못했다. 이윤율의 균등화가 서로 다른 생산 부문에 투하된 산업 자본 사이의 평준화 과정으로만 서술되었기 때문이다.

 

이후 제4편에서 상업 자본의 참여와 상업 이윤이 논의되면서 이러한 한계가 보완되었고, 결과적으로 일반적 이윤율과 평균 이윤은 보다 엄밀하게 규정되었다. 따라서 향후 분석에서 언급되는 일반적 이윤율이나 평균 이윤은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 모두를 포괄하는 완성된 형태의 평균율을 의미한다.

 

자본이 생산 부문의 산업 자본으로 투하되든 유통 부문의 상업 자본으로 투하되든, 자본은 그 규모에 비례하여 동일한 연간 평균 이윤을 획득하므로, 이 단계에서는 산업 이윤과 상업 이윤을 구분할 필요가 없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아래에서 화폐, 곧 상품이나 화폐의 형태로 존재하는 가치액은 자본으로 전환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러한 전환을 매개로 화폐는 고정적 가치에 머물지 않고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가치로 변모하며 이윤을 창출한다. 곧, 화폐는 자본가로 하여금 노동자로부터 미지불 노동, 잉여 생산물, 잉여 가치를 착취 및 사유화할 수 있게 하는 수단이 된다. 이로 인해 화폐는 본연의 사용 가치 외에 ‘자본으로 기능한다’는 추가적인 사용 가치를 획득하며, 이때의 사용 가치는 곧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어 생산하는 이윤 그 자체에 있다. 이처럼 이윤을 생산하는 잠재적 자본으로의 속성을 가지면서, 화폐는 특수한 종류의 상품, 곧 자본 그 자체가 상품이 되는 지위에 있게 된다.

 

연간 평균 이윤율이 20%라고 전제할 때, 100의 가치를 지닌 기계를 평균적인 조건에서 자본으로 운용한다면 20의 이윤이 창출된다. 따라서 100의 화폐를 처분할 수 있는 주체는 이를 120으로 증식시킬 수 있는 잠재적 자본을 보유한 셈이다. 이 자본가가 100의 가치를 타인에게 대여하여 실제로 자본으로 기능하게 된다면,

 

차입자는 아무런 등가 지불 없이 20의 이윤, 곧 잉여 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권능을 이전받게 된다. 이때 차입자가 연말에 생산된 이윤 중 일부인 5를 자본 소유자에게 지급한다면, 이는 100이라는 자본의 사용 가치, 곧 이윤을 창출하는 기능에 대한 대가가 된다. 이처럼 이윤 중 기능 자본가가 점유하지 않고 자본 소유자에게 귀속시키는 부분을 ‘이자’라 하며, 이는 곧 자본 소유권에 근거하여 지불되는 이윤의 특수한 명칭이다. 100의 가치를 소유한 주체에게 자본이 창출하는 이윤의 일부분인 이자를 수취할 권능이 부여됨은 명백하다. 소유자가 이 100을 타인에게 대여하지 않는다면, 차입자는 이윤을 창출하거나 해당 가치를 매개로 자본가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길바트와 같이 ‘자연적 정의’를 논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주 55). 생산 당사자 간 거래의 공정성은 해당 거래가 특정 생산 관계로부터 도출되는 필연적 결과인지 여부에 달려 있다. 거래의 법률적 형태, 곧 당사자들의 자발적 의지나 국가가 강제하는 계약의 형식은 경제적 거래를 표현하는 외피에 불과할 뿐, 거래의 실질적 내용을 규정하지 못한다.

 

거래의 내용이 당대 생산 양식에 부합하면 공정한 것이며, 그와 모순되면 불공정한 것이 된다. 따라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노예를 부리는 것이나 상품의 품질을 기만하는 행위는 해당 체제의 원리와 배치되기에 부공정한 것으로 간주된다.

 

100의 가치가 20의 이윤을 창출하는 것은 그것이 산업 자본이든 상업 자본이든 자본으로 기능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본 기능의 필수적 전제는 화폐가 자본으로 지출되어야 한다는 점이며, 이는 산업 자본의 경우 또는 생산 수단의 구매로, 상업 자본의 경우 상품의 구매로 나타난다. 그러나 지출 행위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먼저 화폐의 현존이 요구된다.

 

소유자 A가 해당 화폐를 개인적으로 소비하거나 퇴장 화폐로 보유한다면, 기능 자본가 B는 이를 자본으로 운용할 수 없다. B가 지출하는 자본은 자신의 것이 아니라 A의 소유이므로, A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동의 없이는 지출 자체가 성립할 수 없다. 결과적으로 100을 최초의 자본으로 투입하는 주체는 A이며, B의 자본가적 기능은 A가 해당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하고 그 운용권을 B에게 양도하면서 비로소 실현된다.

 

이자 낳는 자본의 독특한 유통 과정을 먼저 고찰한 후, 자본이 상품으로 완전히 양도되지 않고 대부되는 특수한 판매 방식을 분석해야 한다.

 

분석의 출발점은 A가 B에게 화폐를 대부하는 행위다. 이 대부는 담보의 유무와 상관없이 성립하나, 상품이나 유가 증권 이외의 물적 담보를 설정하는 방식은 보다 고전적인 형태에 속한다. 여기서는 이러한 특수 형태를 제외한 일반적인 이자 낳는 자본의 형식을 다룬다.

 

B의 수중으로 이전된 화폐는 현실적인 자본으로 전환되어 M-C-M´의 순환 과정을 거친다. 이후 이 화폐는 다시 A에게 M´, 곧 M+ΔM (ΔM은 이자를 의미함)의 형태로 복귀한다. 분석을 위해 자본이 B의 수중에 장기간 체류하며 이자가 정기적으로 분할 지급되는 경우는 당분간 논외로 한다.

 

이자 낳는 자본의 운동 형식은 다음과 같이 나타난다.

 

M-M-C-M-M´

 

이 과정에서 특징적으로 중복되어 나타나는 요소는 다음과 같다.

 

(1) 화폐가 자본으로 지출되는 단계

 

(2) 증식된 자본 (M´ 또는 M+ΔM)으로 화폐가 환류되는 단계

 

상업 자본의 운동식인 M-C-M´에서는 동일한 상품의 소유권이 두 번 이상 이전되며, 상인 간의 거래가 개입될 경우 그 횟수는 더욱 늘어난다. 그러나 이러한 상품의 위치 변화는 최종 소비 단계에 이르기까지 몇 차례 반복되더라도, 본질적으로는 해당 상품의 형태 변화, 곧 개별적인 구매와 판매 행위를 나타낼 뿐이다.

 

한편, 상품 유통의 기본 형식인 C-M-C에서는 동일한 화폐의 위치 변화가 두 번 발생하며, 이는 상품이 먼저 화폐로 전환된 후 다시 다른 상품으로 변모하는 완전한 형태 변화 과정을 보여준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자 낳는 자본에서 나타나는 화폐 M의 첫 번째 위치 변화는 상품 형태 변화나 자본 재생산의 계기에 해당하지 않는다. 화폐의 이동이 그러한 경제적 계기로 의미를 갖는 시점은, 기능 자본가 B가 수취한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하여 상업을 경영하거나 생산 자본으로 전환할 때분이다. 따라서 A로부터 B에게로 향하는 M의 초기 위치 변화는, 일정한 법률적 형식과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는 자본의 단순한 이전 또는 양도에 불과하다.

 

자본으로의 화폐가 두 번 지출되는 과정 (그 첫 번째는 A로부터 B로의 단순한 이전이다)에 대응하여, 화폐의 환류 또한 이중적으로 발생한다. 화폐는 우선적으로 운동 과정을 마치고 M´ 또는 M+ΔM의 형태로 기능 자본가 B에게 환류한다. 이후 B는 실현된 자본 가치에 이윤의 일부인 이자 (ΔM)를 더하여 이를 다시 A에게 인도한다. 이때 ΔM은 전체 이윤이 아닌 그 일부인 이자에 국한된다. B에게 화폐가 환류하는 것은 A 소유의 화폐를 기능 자본으로 지출한 결과이며, 따라서 환류의 완결을 위해서는 B가 이를 소유주인 A에게 반환해야 한다.

 

나아가 B는 원금뿐만 아니라 자본 운용을 매개로 획득한 이윤의 일부를 이자 명목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는 A가 B에게 화폐를 제공한 본질적 목적이, 해당 가치가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소유자를 위해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자본’으로 기능하게 하는 데 있었기 때문이다.

 

해당 화폐는 자본으로 기능하는 동안에만 B의 수중에 머물며, 정해진 기한에 환류하면서 자본으로의 기능적 임무를 종료한다. 따라서 기능이 종료된 자본인 화폐는 법률상 소유주인 A에게 복귀되어야 한다. 결과적으로 A는 이자를 수취하는 대부 자본가의 지위를, B는 이윤을 획득하는 산업 또는 상업 자본가의 지위를 점하게 된다.

 

자본이 상품으로 등장한다는 사실, 곧 자본으로의 화폐가 상품이 된다는 점으로부터 이 상품 (상품으로의 자본)에 고유한 ‘대부’라는 형식에 유래한다. 이러한 대부 형식은 일반적인 거래의 ‘판매’ 형식을 대신하여 나타날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다음과 같은 구별이 요구된다.

 

제Ⅱ권 제1장에서 고찰한 바와 같이, 자본은 유통 과정에서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의 형태로 기능한다. 그러나 이 두 형태에서의 자본은 유통의 특정 단계에 있는 자본일 뿐, 그 자체가 ‘상품으로의 자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생산 자본이 상품 자본으로 전환되면, 이는 즉시 시장에 출하되어 상품으로 판매되어야 한다. 이 단계에서 상품 자본은 단순히 상품으로 기능하며, 자본가는 판매자의 지위를, 구매자는 구매자의 지위를 가질 뿐이다. 상품 형태의 생산물은 판매를 매개로 유통 과정에서 가치를 실현하고, 화폐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때 상품이 소비자의 생활 수단으로 구매되든 자본가의 생산 수단으로 구매되든, 그 용도는 유통 행위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유통 과정 내에서 상품 자본은 본질적으로 상품으로 기능할 뿐 자본 그 자체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를 단순한 상품과 구별하여 상품 자본이라 칭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1) 해당 상품은 이미 잉여 가치를 포함하고 있으며, 따라서 가치 실현 과정이 곧 잉여 가치의 실현 과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속성이 상품 자본이 일정한 가격을 지닌 생산물, 곧 상품으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2) 상품 자본이 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은 자본 재생산 과정의 한 국면을 형성한다. 곧, 상품으로의 운동은 자본으로의 총 운동에 포함된 부분 운동이다. 상품의 운동이 자본의 운동으로 규정되는 것은 판매 행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해당 판매가 자본의 자격으로 수행되는 전체 순환 과정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화폐 자본으로의 자본 또한 현실적으로는 단순히 화폐, 곧 상품 (생산 요소)의 구매 수단으로 작용할 뿐이다. 이 화폐가 화폐 자본이라는 자본의 한 형태로 규정되는 것은 화폐로 수행하는 개별적인 구매 행위 그 자체 때문이 아니라, 해당 행위가 자본의 총 운동과 유기적 연관을 맺고 있기 때문이다. 곧, 화폐로 수행하는 이 구매 행위가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을 개시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기에 화폐 자본으로의 성격을 획득한다.

 

재생산 과정에서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이 현실적으로 기능하는 한, 전자는 오로지 상품으로, 후자는 오로지 화폐로 작용한다. 형태 변화의 개별 국면들을 분리하여 고찰할 때, 자본가는 구매자에게 상품을 자본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며, 생산 수단의 판매자에게 화폐를 자본으로 이전하는 것도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자본가는 상품을 단순한 상품으로 판매하고, 화폐를 단순한 화폐이자 상품의 구매 수단으로 지출할 뿐이다. 다만 자본가 개인의 관점에서만 그 상품과 화폐가 자본을 대표하는 것으로 간주될 따름이다.

 

유통 과정에서 자본이 자본으로의 성격을 획득하는 것은 오로지 전체 순환 과정과의 유기적 연관 속에서만 실현되며, 이는 출발점이 곧 복귀점으로 나타나는 구도, 곧 화폐 자본의 순환 M-M´ 또는 상품 자본의 순환 C-C´의 관계에서 구체화된다. (반면 생산 과정에서 자본이 자본으로 등장하는 근거는 노동의 자본에 대한 실질적 종속과 그에 따른 잉여 가치의 생산에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복귀점에 이르면 중간의 매개 과정은 사상되고, 결과물인 M´ 또는 M+ΔM만이 남게 된다. 이때 M´은 그것이 화폐 형태든 상품이나 생산 요소의 형태든 관계없이, 최초에 투하된 화폐액과 이를 초과하여 실현된 잉여 가치의 합산으로 나타난다.

 

자본이 가치 증식을 실현한 복귀점에 도달하여 정지해 있는 한, 그것은 유통 과정에 진입한 상태가 아니라 유통에서 이탈한 전체 과정의 결과물로 간주된다. 이 실현된 자본이 재차 지출될 때도 제3자에게 자본으로 양도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상품으로 판매되거나 상품 구매를 위한 단순한 화폐로 지불될 뿐이다.

 

곧, 자본은 유통 과정 내에서 결코 자본 자체로 현현하지 않으며 오직 상품이나 화폐의 형태로만 나타나는데, 이것이 타자와의 관계에서 자본이 취하는 유일한 존재 방식이다. 유통되는 상품과 화폐가 자본으로 규정되는 근거는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현실적 교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주관적으로는 자본가 자신에 대해 가지는 관념적 관계에 기인하며, 객관적으로는 해당 가치물들이 재생산 과정의 필수적 요소라는 사실에 근거한다. 자본이 현실적으로 운동하는 자본으로 실재하는 영역은 유통 과정이 아니라, 노동력의 착취가 이루어지는 생산 과정뿐이다.

 

그런데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르며, 바로 이 점이 해당 자본의 특수성을 규정한다. 화폐를 이자 낳는 자본으로 가치 증식시키려는 화폐 소유자는 그 화폐를 타인에게 양도하여 유통에 투입하면서, 그것을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해서도 기능하는 ‘자본’이라는 상품으로 전환한다. 이때 화폐는 이전되는 순간부터 이미 자본으로의 성격을 지닌다. 곧, 잉여 가치나 이윤을 창출하는 사용 가치를 내포한 가치물로,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하고 기능을 완수한 후에는 최초의 지출자인 화폐 소유자에게 복귀할 것을 전제로 이전된다. 다시 말해, 해당 가치는 소유자의 손을 영구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일정한 기간 소유권으로부터 기능 자본가의 점유로 일시적으로 옮겨갈 뿐이다. 따라서 이는 단순한 매매나 지불이 아닌 ‘대부’의 형식을 취하게 된다. 요컨 이자 낳는 자본은 첫째, 일정 기간 후 출발점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과 둘째,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자본 특유의 사용 가치를 실현한 뒤 증식된 자본으로 복귀해야 한다는 조건하에서만 양도되는 것이다.

 

자본으로 대부되는 상품은 그 속성에 따라 고정 자본 또는 유동 자본의 형식을 취한다. 화폐는 두 형태 모두로 대부될 수 있는데, 예컨대 화폐가 연금 형태로 상환되어 이자와 함께 원금의 일부가 지속적으로 환류한다면 이는 고정 자본으로 대부된 경우에 해당한다.

 

가옥, 선박, 기계 등과 같은 특정 상품들은 그 사용 가치의 물리적 성질상 오직 고정 자본의 형태로만 대부될 수 있다. 그러나 모든 대부 자본은 그 구체적 형태나 상환 방식의 차이에도 본질적으로 화폐 자본의 특수한 표현 형태에 불과하다. 대부의 대상은 언제나 확정된 화폐액이며, 이 가치액을 기초로 이자가 산출되기 때문이다.

 

대부 대상이 화폐나 유동 자본이 아닐 경우, 그것은 고정 자본의 가치 회수 방식에 따라 상환된다. 대부자는 주기적으로 이자와 더불어 고정 자본의 마멸분에 해당하는 가치액을 수취하며, 대부 기한이 종료되면 소비되지 않은 잔여 부분은 현물 형태로 복귀한다 (예: 가옥의 임대). 반면, 대부 자본이 유동 자본의 성격을 띤다면, 이는 유동 자본 특유의 일반적인 환류 방식에 따라 대부자에게 일시에 복귀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의 환류 방식은 자본이 재생산되는 현실적 순환 운동과 개별 자본의 특수한 성격에 따라 규정된다. 다만 대부 자본의 경우, 자본의 양도 곧 선대가 대부의 형식을 취하므로, 그 환류는 ‘상환’의 형태를 띠게 된다.

 

본 장에서는 순수한 화폐 자본만을 분석 대상으로 삼는다. 상품 형태를 비롯한 여타의 대부 자본은 화폐 자본의 대부 원리로부터 충분히 추론되기 때문이다.

 

대부된 자본은 이중의 환류 과정을 거친다. 우선 재생산 과정의 결과로 기능 자본가에게 우선적으로 환류하며, 이후 화폐 자본가인 대부자에게 다시 이전되면서 진정한 소유자에 대한 상환이자 법률적 출발점으로의 최종적 복귀가 이루어진다. 이 과정은 M-M-C-M´-M´의 운동식으로 정식화된다.

 

현실의 유통 과정에서 자본은 항시 상품 또는 화폐의 형태로 현현하며, 자본의 운동은 일련의 구매와 판매 행위, 곧 상품의 형태 변화 과정으로 구체화된다. 그러나 재생산 과정 전체를 포괄적으로 고찰할 때 양상은 달라진다.

 

화폐에서 출발할 경우, 투하된 일정 가치액은 특정 기간이 경과한 후 증식분과 함께 복귀한다. 상품에서 출발하는 경우 역시 상품 가치를 화폐적 표현으로 간주하므로, 이와 동일한 논리가 적용된다. 결과적으로 대부된 화폐액은 일정한 순환 운동 과정을 거치며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킨 뒤, 잉여 가치가 부가된 상태로 환류하게 된다.

 

그런데 자본으로 대부되는 화폐는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키는 가치액으로 이전되며,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증식분과 함께 환류하여 동일한 과정을 반복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다. 이 화폐액은 일반적인 유통 수단처럼 단순한 화폐나 상품으로 지출되는 것이 아니다. 곧, 화폐의 형태로 대부될 때 상품과 교환되는 것이 아니며, 상품의 형태로 대부될 때 역시 화폐를 대가로 판매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본질적으로 ‘자본’ 그 자체로 양도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을 하나의 총체로 파악할 때, 자본은 스스로 화폐를 낳는 화폐 (M-M´)라는 자기 관계적 성격을 띠게 된다. 대부 자본의 경우 이러한 가치 증식의 힘이 매개적 중간 운동 없이 화폐 고유의 속성이자 능력인 것처럼 내재화되어 나타나며, 화폐가 화폐 자본으로 대부되는 것은 바로 이러한 증식 능력 때문이다.

 

프루동은 화폐 자본의 기능과 관련하여 기묘한 견해를 피력한 바 있다 (바스티아와 프루동, 『무료 신용: 바스티아와 프루동의 논쟁』, 1850). (CW 32: 529-530; CW 29: 219-221) 프루동에 따르면 대부는 판매의 형식을 띠지 않는다는 점에서 도덕적 결함을 지닌다. 곧, 이자를 수취하는 대부 행위는 ‘판매 대상에 대한 소유권을 종국적으로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물건을 반복해서 판매하여 그 가격을 지속적으로 취득하는 기만적인 능력’ (9)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그는 대부 자본이 생산적 기여 없이 부를 축적하는 부당한 권능이라고 비판하였다.

 

대부의 대상인 화폐나 가옥 등은 일반적인 매매와 달리 소유권의 영구적 이전을 수반하지 않는다. 프루동이 간과한 지점은 화폐가 이자 낳는 자본으로 양도될 때, 그에 대응하는 즉각적인 등가가 지불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통상적인 매매 행위에서는 교환 과정이 일어날 때 대상물의 소유권이 이전되지만, 가치 그 자체가 소멸하거나 완전히 인도되는 것은 아니다.

 

판매의 경우 상품의 소유권은 넘겨지나 그 가치는 화폐나 어음, 지불 청구권 등 다른 형태로 판매자에게 복귀한다. 구매 역시 화폐가 인도되지만, 그 가치는 상품이라는 구체적 형태로 대체될 뿐이다. 따라서 산업 자본가는 잉여 가치를 제외한 재생산 과정 전체를 거치며 동일한 양의 가치를 수중에 보유하며, 단지 그 가치가 취하는 형태만을 변화시킬 따름이다.

 

물품의 교환이 진행되는 한, 가치의 총량에는 변동이 발생하지 않으며 자본가는 본래의 가치를 동일하게 유지한다. 자본가가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단계에서는 교환이 개입하지 않으며, 교환이 이루어지는 시점에 잉여 가치는 이미 상품 내에 체화되어 있다. 개별적 교환 행위가 아닌 자본의 총 순환 과정인 M-C-M´을 고찰하면, 투하된 일정 가치액에 잉여 가치 (또는 이윤)가 부가되어 유통 영역으로부터 끊임없이 회수되는 양상을 띠게 된다. 단순한 교환 행위만으로는 이러한 증식의 매개 과정이 포착되지 않는다. 대부 화폐 자본가가 수취하는 이자는 바로 M이 자본으로 겪는 이러한 순환 과정에 근거하며, 그 과정의 결과로 도출되는 것이다.

 

프루동은 다음과 같이 말한다.

 

‘모자 제조업자가 상품 가치만큼의 등가물만을 수취하는 것과 달리, 대부 자본가는 원금을 온전히 돌려받으면서도 투하 가치를 초과하는 이자를 획득한다.’ (69)

 

여기서 모자 제조업자는 대부 자본가와 대비되는 생산적 자본가 (산업·상업 자본가)를 대표한다. 그러나 프루동은 생산적 자본가가 상품을 가치대로 판매하면서도 어떻게 투하 자본을 초과하는 이윤을 얻는지에 대한 근본적 비밀을 해명하지 못했다.

 

가령 모자 100개의 생산 가격 (또는 가치)이 115이고, 이윤율이 15%라고 전제하자. 모자 제조업자는 생산 비용으로 100을 지출하고 상품을 가치인 115에 판매하면서 15의 이윤을 실현한다. 그는 자기 자본을 운용했다면 15의 이윤을 전액 독점하겠지만, 자본을 차입했다면 이 중 5를 이자로 지불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이자 지불은 상품의 가치 자체를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상품 속에 구현된 잉여 가치가 자본가들 사이에서 분배되는 방식만을 결정할 뿐이다. 따라서 자본에 대한 이자가 임금에 추가되어 상품 가격을 구성하기 때문에 노동자가 자신의 생산물을 구매할 수 없다는 프루동의 주장은 경제적 논거가 희박하다.

 

‘상업의 영역에서 자본에 대한 이자가 노동자의 임금에 추가되어 상품 가격을 형성하는 한, 노동자가 자신이 생산한 결과물을 스스로 되사는 것은 무망하다. 따라서 이자가 생활 조건이 지배하는 상황에서 노동을 하며 살아간다는 원칙은 그 자체로 모순을 내포한다.’ (105)

 

상품의 가치는 이자 지불 여부에 영향을 받지 않으므로, 프루동은 자본 일반의 운동을 이자 낳는 자본의 특수한 운동에 매몰시켜 파악하면서 자본의 본질을 오해하고 있다.

 

‘화폐 자본이 교환 시마다 이자를 수반하여 출발점으로 복귀하므로, 대부가 항구적 이윤의 원천이 된다.’ (154)

 

그의 서술은, 자본의 총체적 순환과 잉여 가치 창출의 원리를 결여한 편향된 시각임을 드러낸다.

 

이자 낳는 자본의 특수한 운동에서 프루동이 해명하지 못한 지점은 구매, 가격, 대상물의 양도라는 범주들과 그 과정에서 잉여 가치가 취하는 직접적인 형태다. 곧, 자본 자체가 하나의 상품이 되면서 판매가 대부로 전환되고, 가격이 이윤의 분배분인 이자로 변모하는 현상을 파악하지 못한 것이다.

 

자본이 출발점으로 복귀하는 현상은 자본 총 순환의 일반적 특징일 뿐, 이자 낳는 자본만의 고유한 속성은 아니다. 이자 낳는 자본을 특수하게 규정하는 것은 매개적인 순환 과정이 사상된 채 나타나는 복귀의 피상적 형태다. 대부 자본가는 등가를 수취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본을 산업 자본가에게 이전한다. 그러나 이러한 행위는 자본의 현실적인 순환 과정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 자본가가 수행할 순환을 예비하는 단계에 불과하다. 화폐의 이러한 초기 위치 변화는 구매나 판매와 같은 형태 변화의 어떠한 행위도 표현하지 않는다. 여기서는 교환이 발생하거나 등가가 지불되지 않으므로, 소유권의 영구적 이전 또한 일어나지 않는다. 따라서 화폐가 산업 자본가로부터 대부 자본가에게 환류하는 것은 자본이 최초에 양도되었던 행위를 보충하고 완결 짓는 절차일 뿐이다.

 

자본은 화폐 형태로 투하되어 순환 과정을 거친 후 다시 화폐 형태로 산업 자본가에게 환류한다. 그러나 해당 자본은 투하 시점에 산업 자본가의 소유가 아니었으므로, 복귀 시점에도 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자본이 재생산 과정을 통과했다는 사실만으로는 소유권이 산업 자본가에게 이전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해당 자본을 대부자에게 반환해야 한다.

 

자본을 대부자로부터 차입자에게 이전하는 최초의 행위는 하나의 법률적 거래이며, 이는 자본의 현실적 재생산 과정과는 무관하게 단지 그 과정을 개시하는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환류한 자본을 다시 차입자로부터 대부자에게 이전하는 상환 행위는 이러한 최초의 법률적 거래를 완결 짓는 보충적 거래에 해당한다. 첫 번째 거래가 현실적 순환의 성립시킨다면, 두 번째 거래는 현실적 순환이 종료된 이후에 이루어지는 후속적 조치다.

 

결과적으로 대부 자본의 출발과 복귀, 곧 양도와 상환은 법률적 거래를 매개로 한 임의적 운동으로 나타나며, 이 자본의 현실적 운동 전후에 발생할 뿐 그 운동 자체와는 직접적인 연관을 맺지 않는다. 자본이 당초부터 산업 자본가의 소유여서 오직 그에게만 환류한다고 전제하더라도, 자본이 수행하는 현실적 운동의 원리에는 아무런 변화가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도입 단계인 첫 번째 행위에서 대부자는 자본을 차입자에게 양도하며, 종결 단계인 두 번째 보충적 행위에서 차입자는 해당 자본을 대부자에게 반환한다. 이자를 배제하고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에서 발생하는 대부 자본의 운동만을 고찰할 때, 비록 자본의 현실적 재생산이 이루어지는 기간에 따른 두 행위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더라도 이는 운동 전체를 포괄하는 일련의 과정이 된다. 이처럼 상환을 전제로 자본을 인도하는 일련의 운동은 화폐나 상품을 조건부로 양도하는 대부와 차입의 일반적 운동 형식을 규정한다.

 

자본 일반의 특징적 운동인 가치의 복귀, 곧 투하된 화폐가 자본가에게 되돌아오는 과정은 이자 낳는 자본에 이르러 그 실질적 내용을 형성하는 현실적 운동과는 분리된 채 극도로 피상적인 형태를 취하게 된다. 화폐 소유자 A가 화폐를 양도할 때, 그것은 단순한 통화가 아닌 자본으로 이전되지만 이 단계에서는 가치 증식을 위한 어떠한 실질적 변화도 일어나지 않으며 오직 점유의 주체만이 교체될 뿐이다. 화폐가 생산적 자본으로 현실화되는 것은 오직 차입자 B의 수중에서만 수행되는 과정이다. 그러나 A의 관점에서는 화폐를 B에게 넘겨주는 행위 그 자체만으로 이미 자본화가 이루어진 것으로 간주된다.

 

생산 및 유통 과정을 거친 자본의 현실적 환류는 오직 B에게서만 체현되나, A에게 발생하는 환류는 최초의 양도와 마찬가지로 지극히 형식적인 상환의 형태로 나타난다. 일정 기간 화폐를 대부하고 이후 이자 (잉여 가치)와 함께 이를 회수하는 것, 이것이 이자 낳는 자본 고유의 운동 형식을 구성하는 전부다. 대부된 화폐가 자본으로 수행하는 현실적 운동은 대부자와 차입자 사이의 법률적 거래 범위 밖에 존재하는 활동이다. 따라서 이 거래 자체에는 자본의 실질적인 운동 과정이 소멸되어 보이지 않으며, 증식의 원리 또한 직접적으로 포함되지 않는다.

 

특수한 종류의 상품으로 자본은 그에 고유한 양도 방식을 지닌다. 이에 따라 자본의 복귀 또한 일련의 경제적 과정이 완결된 결과로가 아니라, 구매자와 판매자 사이의 특수한 법률상 계약에 따른 귀결로 나타난다.

 

본래 환류 기간은 재생산 과정의 실제 경과에 종속되지만,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 자본의 복귀는 대부자와 차입자 간의 단순한 계약에 의존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이 거래의 관점에서는 자본의 환류가 생산 과정에서 규정된 결과물이 아니라, 대부 자본이 단 한 번도 화폐 형태를 상실하지 않은 채 이동하는 것처럼 가시화된다.

 

물론 이러한 법률적 거래들은 궁극적으로 현실적인 재생산상의 환류에 규정된다. 그러나 거래 행위 자체에서는 이 연관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으며, 현실적으로도 반드시 재생산과 일치하여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현실적 환류가 지연될 경우, 차입자는 대부자에 대한 채무를 이행하기 위해 별도의 재원을 마련해야만 한다. 이처럼 일정액 A로 인도되어 특정 기간이 지난 후, 그 시간적 간격 외에는 어떠한 매개 과정도 없이 A + 1/xA라는 금액으로 복귀하는 화폐의 형태는 현실적인 자본 운동이 극도로 단순화되고 왜곡된, 불합리한 표현 형태에 불과하다.

 

현실적 자본 운동에서 복귀는 유통 과정의 일환으로 나타난다. 투하된 화폐는 생산 수단으로 전환되고, 생산 과정은 이를 다시 상품으로 변모시키며, 최종적인 상품 판매로부터 가치는 화폐 형태로 재전환된다. 이 과정을 거쳐 화폐는 최초에 자본을 투하한 자본가의 수중으로 복귀하게 된다. 그러나 이자 낳는 자본의 경우, 복귀는 인도와 마찬가지로 자본 소유자와 제2의 인물 사이에서 체결된 법률상 거래의 결과로만 나타난다. 여기서는 오직 자본의 인도와 상환이라는 행위만이 가시화될 뿐이며, 그 사이를 매개하는 모든 생산적·유통적 과정은 사상되어 있다.

 

현실적 자본 운동에서 화폐는 투하 주체에게 다시 복귀하는 속성을 지니며, M-C-M´은 이러한 자본 운동의 내재적 형식을 구성한다. 이에 따라 화폐 소유자는 화폐를 단순한 통화가 아닌 자본으로 대부할 수 있는데, 이는 해당 가치액이 출발점으로 환류하는 속성뿐만 아니라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하고 증식시키는 속성을 내포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화폐 소유자가 화폐를 자본으로 양도할 수 있는 근거는, 그것이 자본으로 기능한 이후 반드시 최초의 출발점으로 환류한다는 전제에 있다.

 

곧, 차입자가 일정 기간 후 화폐를 상환할 수 있는 것은 해당 화폐가 재생산 과정을 거쳐 차입자 자신에게 우선적으로 환류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화폐를 자본으로 대부한다는 것, 곧 일정 기간 뒤 상환을 조건으로 양도한다는 것은 화폐가 실제로 자본으로 기능하여 그 출발점으로 환류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다. 화폐가 자본으로 수행하는 현실적 순환 운동은 곧 차입자가 대부자에게 화폐를 반환해야 한다는 법률적 거래의 실질적 근거가 된다.

 

차입자가 해당 화폐를 실제로 자본으로 운용하는지의 여부는 차입자 개인의 문제일 뿐, 대부자는 이를 본질적으로 자본으로 대부하는 것이다. 자본으로의 화폐는 화폐 형태를 취해 출발점으로 복귀하기까지의 화폐 자본 순환 과정을 포괄하는 제반 기능들을 수행해야만 한다.

 

가치액이 화폐 또는 상품으로 기능하는 유통 행위인 M-C와 C-M´은 자본 총 운동의 매개적 과정이자 단순한 국면에 불과하다. 자본으로 가치액은 총 운동 M-M´을 수행하며, 특정 형태의 가치액으로 투하되었다가 다시 가치액의 형태로 복귀한다.

 

화폐 대부자는 화폐를 상품 구매에 지출하지 않으며, 가치액이 상품 형태로 존재하더라도 이를 화폐와 교환하여 판매하지 않는다. 그는 가치액을 M-M´, 곧 일정 기간이 경과하면 다시 출발점으로 환류하는 자본으로 투하한다.

 

이처럼 대부라는 형식은 가치를 단순한 화폐나 상품이 아닌 ‘자본’ 그 자체로 양도하기에 적합한 방식이다. 구매나 판매가 아닌 대부의 형식을 취하면서 자본은 그 고유한 운동성을 유지하며 이전된다. 다만 이러한 대부 행위가 반드시 자본주의적 재생산 과정과 결부되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며, 귀족의 사치적 소비를 위한 대부와 같이 재생산과 무관한 거래의 형태로도 나타날 수 있다.

 

 

지금까지 대부 자본이 소유자와 산업 자본가 사이에서 수행하는 운동을 고찰한 데 이어, 이제 이자의 본질을 규명해야 한다.

 

대부자는 자신의 화폐를 자본으로 지출한다. 그가 타인에게 양도하는 가치액은 자본의 성격을 지니기에 본래의 소유자에게 환류한다. 그러나 단순한 복귀만으로는 대부된 가치액이 자본으로 환류했다고 단정하기 어려우며, 이는 단순한 원금의 상환에 그칠 수 있다.

 

해당 가치액이 진정한 의미에서 자본으로 환류하기 위해서는 운동 과정에서 스스로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증식시켜야 하며, 최종적으로는 M+ΔM, 곧 잉여 가치가 부가된 상태로 복귀해야 한다. 여기서 ΔM은 이자를 의미하며, 이는 평균 이윤 중 기능 자본가의 수중에 잔류하지 않고 화폐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몫을 형성한다.

 

화폐 자본가로부터 화폐가 자본으로 이전된다는 것은, 해당 화폐가 반드시 M+ΔM의 형태로 그에게 반환되어야 함을 전제한다. 자본 원금은 장기간의 대부 기간이 종료되는 시점에 비로소 상환되고, 그 중간 과정에서는 오직 이자만이 정기적으로 환류하는 특수한 형태에 대해서는 추후 별도로 고찰하기로 한다.

 

여기서 화폐 자본가가 차입자인 산업 자본가에게 실질적으로 인도하는 것이 무엇인지 규명해야 한다. 화폐의 대부를 단순한 통화의 이동이 아닌 자본으로의 이전, 곧 상품으로의 자본 양도를 규정짓는 결정적 계기는 바로 화폐를 이전하는 이 행위 자체에 내재해 있다.

 

화폐 대부자가 자본을 상품으로 대부하거나, 자신이 소유한 상품을 자본의 자격으로 타인에게 이전하는 행위는 오직 이 ‘양도’를 매개로만 구체화된다.

 

통상적인 판매 과정에서 실질적으로 인도되는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판매되는 상품의 가치가 아니다. 가치는 단지 그 형태를 변화시킬 뿐이기 때문이다. 가치는 화폐의 형태로 판매자에게 현실적으로 이전되기 전 이미 상품 내에 가격이라는 관념적 형태로 존재하며, 교환 과정에서 동일한 가치와 가치량은 상품 형태에서 화폐 형태로 그 외피만을 바꾼다. 따라서 판매자가 현실적으로 양도하여 구매자의 개인적 또는 생산적 소비로 이전되는 대상은 상품의 사용 가치이자, 사용 가치로의 상품 그 자체다.

 

화폐 자본가가 대부 기간 동안 차입자인 생산적 자본가에게 인도하는 사용 가치는 다음과 같다. 그것은 화폐가 자본으로 전환되어 기능하면서, 그 운동 과정 중에 최초의 가치를 보존할 뿐만 아니라 일정한 잉여 가치, 곧 평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잠재력에서 비롯되는 사용 가치다. 일반적인 상품의 경우 사용 가치의 소비는 상품 실체의 소멸을 의미하며, 그에 따라 체화된 가치 역시 소멸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자본’이라는 특수한 상품은 그 사용 가치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가치와 사용 가치가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증대되는 고유한 속성을 지닌다.

 

화폐 자본가는 평균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인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를 일정 기간 산업 자본가에게 양도하며, 해당 기간 대부 자본에 대한 실질적인 처분권을 이전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대부되는 화폐는 산업 자본가와 관계 맺는 노동력과 비슷한 성격을 띤다. 다만 산업 자본가가 노동력에 대해서는 그 가치를 직접 지불하는 반면, 대부 자본에 대해서는 원금을 상환할 뿐이라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산업 자본가에게 노동력의 사용 가치란, 노동력 그 자체가 보유한 가치나 구입 비용보다 더 많은 가치 (이윤)를 소비 과정에서 생산해 낸다는 점에 있다. 곧, 이 가치 초과분이 노동력의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형성한다. 이와 마찬가지로 대부되는 화폐 자본의 사용 가치 역시 가치를 창출하고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고유한 능력에 근거한다.

 

화폐 자본가가 인도하는 대상은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내포하고 있으며, 이러한 관점에서 그가 이전하는 것은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한다. 이는 여타의 상품과 두 가지 측면에서 일치한다.

 

첫째, 가치가 일방의 수중에서 타방의 수중으로 이전된다는 점이다. 다만 일반적인 상품 교환에서는 구매자와 판매자 양방이 동일한 가치량을 견지한 채 그 형태만을 교환하는 반면, 대부의 경우에는 화폐 자본가만이 가치를 건네주며 장래의 상환을 매개로 해당 가치를 보존한다는 차이가 있다. 곧, 대부 행위에서는 일방이 가치를 제공하고 타방은 이를 수취할 뿐이다.

 

둘째, 일방이 현실적 사용 가치를 양도하고 타방은 이를 수용하여 소비한다는 점이다. 그러나 일반 상품과 달리 자본이라는 상품의 사용 가치는 그 자체가 가치 증식력에 근거한다. 화폐를 자본으로 운용하면서 발생하는, 최초 가치액을 상회하는 초과분인 이윤이 곧 대부 자본의 사용 가치를 구성하는 실체다.

 

대부되는 화폐의 사용 가치는 그것이 자본으로 기능하며 평균적인 조건하에서 평균 이윤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그렇다면 산업 자본가가 이에 대해 지불하는 비용, 곧 대부 자본의 가격은 무엇으로 규정되는가.

 

매시의 지적대로,

 

‘차입자가 자본의 사용에 대한 대가인 이자로 지불하는 것은 해당 자본으로부터 생산할 수 있는 이윤의 일부분이다.’

 

일반적인 상품의 구매자가 상품의 사용 가치를 획득하는 대가로 그 가치를 지불하듯, 화폐 차입자 또한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를 구매한다. 그러나 차입자가 지불하는 대상은 여타 상품과 달리 화폐 자체의 가치나 가격이 아니다. 대부자와 차입자의 거래에서는 일반적인 매매에서 발생하는 가치의 형태 변화, 곧 가치가 화폐에서 상품으로 또는 그 반대로 전환되는 과정이 결여되어 있다.

 

투하된 가치와 회수되는 가치 사이의 동일성은 여기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관철된다. 곧, 가치액으로의 화폐는 즉각적인 등가물 없이 양도된 후 일정 기간이 지나 상환되는 형식을 취한다. 대부자는 가치가 차입자에게 이전된 이후에도 해당 가치에 대한 법률적 소유권을 여전히 유지한다.

 

단순한 상품 교환에서 화폐는 항상 구매자의 수중에 있으나, 대부의 경우 화폐는 판매자 (대부자)의 측에 위치한다. 판매자는 화폐를 일정 기간 포기하는 주체이며, 자본의 구매자 (차입자)는 그 화폐를 상품으로 수취하는 주체가 된다. 이러한 거래가 성립하는 근거는 오직 해당 화폐가 자본으로 기능하며 그에 따라 투하된다는 사실에 있다.

 

차입자가 화폐를 차입하는 목적은 그것을 자본, 곧 스스로를 증식시키는 가치로 운용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대부되는 화폐는 모든 자본이 투하되는 최초의 시점에서 그러하듯, 아직은 잠재적 자본의 상태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것은 현실적 생산 과정에서 사용되면서 비로소 가치를 증식시키고 자본으로 실현된다.

 

그런데 차입자는 실현된 자본, 곧 원금에 잉여 가치 (이자)가 부가된 M+ΔM의 형태로 이를 상환해야 한다. 이때 이자는 차입자가 실현한 이윤의 일부여야 하며, 그 전액이 될 수는 없다. 대부 자본이 차입자에게 지니는 사용 가치는 그에게 이윤을 창출해 주는 데 있으며, 이윤 전액을 이자로 지불해야 한다면 대부자는 실질적인 사용 가치를 제공하지 않은 셈이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윤 전체가 차입자에게 귀속될 수도 없다. 이윤 전부를 차입자가 독점한다면 그는 사용 가치의 양도에 대한 대가를 전혀 지불하지 않는 것이며, 대부된 화폐를 자본으로 상환하는 것이 아니라 단순한 화폐로 되돌려주는 것에 불과하게 된다. 화폐가 실현된 자본으로 기능했다는 증거는 오직 M+ΔM의 형태를 취하면서만 증명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자와 차입자는 동일한 화폐액을 자본으로 지출하나, 해당 화폐액이 실질적인 자본으로 기능하는 국면은 오직 차입자의 수중에 머무는 시기뿐이다. 동일한 화폐 자산이 두 주체에게 자본으로 이중 존재한다고 하여 발생 이윤이 두 배로 증폭되는 것은 아니다. 이 단일한 화폐액이 양자 모두에게 자본으로 기능할 수 있는 근거는 오직 창출된 이윤의 분할에 있으며, 이때 대부자에게 귀속되는 몫을 이자라 칭한다.

 

본 논의의 전제에 따르면, 거래 전반은 화폐 자본가와 기능 자본가 (산업 또는 상업 자본가)라는 두 부류의 자본가 사이에서 전개된다.

 

여기서 핵심은 자본 자체가 하나의 ‘상품’으로 취급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본 거래에서 나타나는 제반 관계는 단순 상품의 관점에서 재생산 과정 내에서 상품 자본으로 기능한는 일반적 자본의 관점에서는 불합리하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판매와 구매가 아닌 대부와 차입이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은 자본이라는 상품이 지닌 특수성에서 기인하며, 지불 대가가 상품의 가격이 아닌 이자로 규정되는 것 또한 이와 마찬가지다.

 

이자를 화폐 자본의 가격이라 정의한다면, 이는 가격의 불합리한 형태이자 상품 가격의 본질적 개념과 완전히 모순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가격은 특정 사용 가치를 제공받는 대가로 지불하는 일정 화폐액을 지칭하는 순수하게 추상적인 형식으로 전락하며, 사용 가치의 가치를 화폐로 표현한다는 가격 본연의 개념적 규정을 상실하게 된다.

 

이자를 자본의 가격이라 칭하는 것은 본래 극히 불합리한 표현이다. 이 논리를 따르면 하나의 상품이 본연의 가치와 더불어, 그 가치와는 별개인 또 다른 가격을 동시에 갖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본래 가격이란 가치의 화폐적 표현에 불과함에도 말이다. 화폐 자본은 본질적으로 일정한 화폐액이거나, 특정 상품량의 가치가 화폐로 평가된 수치에 지나지 않는다.

 

상품이 자본으로 대부될 때 그 실체는 면화와 같은 물신적 형태가 아니라, 그 이면에 가치로 존재하는 일정한 화폐액이다. 따라서 자본의 가격은 토렌즈의 견해 (주 59)와 달리 통화그 자체가 아닐지라도, 결국 화폐액으로의 자본과 결부된다.

 

그렇다면 특정 가치액이 자신의 화폐적 표현인 본래의 가격 외에 어떻게 또 다른 가격을 가질 수 있는가 하는 의문이 제기된다. 가격이란 결국 상품의 사용 가치와 구별되는 가치 그 자체를 의미하며, 시장 가격과 가치의 편차 역시 질적 차이가 아닌 양적 변동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가치와 질적으로 구별되는 별개의 가격이 존재한다는 설정은 논리적으로 양립할 수 없는 불합리한 모순에 해당한다.

 

자본은 가치 증식에 있어 자신의 실재성을 입증하며, 이러한 증식의 정도는 자본이 현실화되는 양적 지표가 된다. 자본으로부터 창출되는 잉여 가치나 이윤, 그리고 이윤율과 이윤량은 반드시 투하된 자본 가치와의 대비 속에서만 산출된다.

 

이자 낳는 자본 역시 그 증식의 폭은 총이윤 중 자신에게 귀속되는 몫인 이자액을 투하 자본의 가치와 비교하면서만 측정된다. 따라서 일반적인 가격이 상품의 가치를 표상한다면, 이자는 화폐 자본의 가치 증식력을 표상하며 대부자에게 지불되는 일종의 가격 형식을 취하게 된다.

 

이러한 지점은 화폐를 매개로 하는 단순 교환 관계, 곧 구매와 판매의 논리를 대부 관계에 직접 전용하려는 시도 (프루동의 방식 등)가 얼마나 비논리적인지를 여실히 드러낸다. 대부의 기본 전제는 화폐가 그 자체로 자본으로 기능하며, 따라서 잠재적 자본이라는 특수한 성격을 지닌 채 제3자에게 양도될 수 있다는 사실에 있기 때문이다.

 

자본이 하나의 상품으로 등장하는 것은 그것이 시장에서 매매의 대상으로 제공되고, 화폐가 지닌 자본으로의 사용 가치가 실제로 양도되는 과정에 기인한다. 자본의 사용 가치는 이윤을 창출하는 능력에 있다.

 

따라서 자본으로 화폐 (또는 상품)가 지니는 가치는 화폐 그 자체의 가치량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소유자를 위해 생산할 수 있는 잉여 가치의 양에 따라 규정된다. 곧, 자본의 생산물은 이윤이다.

 

화폐가 단순 화폐로 지출되느냐 또는 자본으로 투하되느냐의 차이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화폐를 사용하는 방식에 따른 차이에 불과하다. 화폐나 상품은 노동력과 마찬가지로 그 자체로 이미 잠재적 자본의 성격을 띠는데, 그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화폐는 언제든지 생산 요소들로 전환될 수 있으며, 이미 그 자체로 이러한 요소들의 추상적 표현이자 가치적 실체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둘째, 부의 소재적 요소들은 잠재적으로 이미 자본이라는 속성을 내포하고 있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토대 위에서 해당 요소들을 자본으로 변모시키는 보완적 대립물인 임금 노동이 상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소재적 부가 지닌 대립적인 사회적 성격, 곧 부가 임금 노동과 대립한다는 사실은 생산 과정을 도외시하더라도 자본 소유권 그 자체에 이미 나타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의 필연적 결과이자 지속적인 전제인 자본 소유권은 생산 과정과 분리되어 고찰되더라도 다음과 같은 본질을 드러낸다.

 

화폐와 상품은 그 자체로 잠재적·잠세적 자본의 성격을 지니며, 따라서 자본으로 매매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잠재적 자본의 형태 속에서 부는 타인의 노동에 대한 지휘권과 그 노동 성과를 취득할 수 있는 청구권을 확보하며, 결과적으로 스스로 증식하는 가치로 존재하게 된다. 여기서 타인의 노동을 영유하는 근거와 수단은 오직 이러한 사회적 관계에 기인할 뿐이며, 자본가가 등가물로 제공하는 어떠한 노동과도 무관하다는 점이 명확해진다.

 

이윤이 이자와 기업가 이득으로 분할되는 과정이 수요와 공급, 곧 경쟁을 거치며 규제된다는 점은 자본을 하나의 상품처럼 보이게 한다. 그러나 여기서 나타나는 차이점은 닮은 점만큼이나 극명하다. 일반 상품의 경우 수요와 공급이 일치하면 시장 가격은 생산 가격과 수렴하며, 이는 가격이 경쟁과 무관하게 자본주의적 생산의 내재적 법칙에 기인하여 규제됨을 의미한다.

 

수요와 공급의 변동은 생산 가격으로부터의 일시적 이탈만을 설명할 뿐이며, 이러한 편차는 상쇄되어 평균 시장 가격은 생산 가격과 일치하게 된다. 곧, 수급이 상쇄되면 외적인 힘은 소멸하고 가격 결정의 일반 법칙이 관철된다. 이는 임금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여서, 수급이 일치할 때 임금은 노동력의 가치와 등가를 이룬다.

 

반면, 화폐 자본에 대한 이자의 경우에는 사정이 전혀 다르다. 이자율의 결정에서는 경쟁이 법칙으로부터의 이탈을 유도하는 것이 아니라, 경쟁에 따라 강제되는 분할의 법칙 그 자체 외에는 어떠한 내재적 법칙도 존재하지 않는다.

 

후술하겠지만 이자율에는 이른바 ‘자연적인’ 이자율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개 자연적 이자율은 자유 경쟁을 거치며 확정되는 비율을 의미할 뿐이며, 그 자체로는 어떠한 자연적 한계도 갖지 않는다. 경쟁이 단지 편차와 변동만을 결정하는 수준에 그치지 않고, 경쟁하는 힘들이 길항을 이룰 때조차 어떠한 내재적 결정 기준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결정 대상인 이자율은 그 자체로 자의적이고 무원칙한 성격을 띠게 된다. 이에 관한 상세한 논의는 다음 장에서 다룬다.

 

이자 낳는 자본의 운동은 모든 과정이 지극히 피상적인 형태로 발현된다. 자본의 투하는 대부자로부터 차입자에게로 향하는 단순한 권리 이전으로 재현되며, 실현된 자본의 환류 또한 차입자가 대부자에게 원금과 이자를 되돌려주는 역방향의 상환 행위로만 나타난다. 이윤율이 개별 회전의 이윤뿐 아니라 회전 기간의 길이에 따라서도 규정되며, 결과적으로 일정 기간 생산된 총이윤에 따라 결정된다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내재적 법칙 역시 여기서는 은폐된다. 이자 낳는 자본의 관계에서는 이러한 생산적 역동성이 사라지고, 특정 기간의 경과에 따라 일정액의 이자가 대부자에게 지불된다는 단편적 형식만이 남게 된다.

 

낭만주의 경제학자 뮐러 (1809: 138)는 사물의 내적 연관에 대한 특유의 천박한 식견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지적한다.

 

‘일반적인 물건의 가격 결정에는 시간이 개입하지 않으나, 이자의 결정에서는 시간이 주된 요인이다.’

 

그러나 그는 생산 시간과 유통 시간이 상품 가격 형성에 근본적으로 관여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바로 이 시간적 요소들에 따라 자본의 일정한 회전 기간에 따른 이윤율이 결정되며, 이렇게 도출된 기간당 이윤에 근거하여 이자율 또한 확정되는 것이다. 뮐러의 소위 안목이라는 것은 언제나 그러하듯 현상의 표면에 쌓인 먼지만을 보고는, 그 먼지가 심오하고 중대한 실체라도 되는 양 거만하게 강변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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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4. 상인 자본의 역사적 고찰

 

상업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에 따라 화폐가 축적되는 특수한 형태는 차후 별도로 고찰될 것이다.

 

이미 전개된 논의로부터 명백해진 사실은, 상품 거래 자본이나 화폐 거래 자본의 형태를 띠는 상인 자본을 광업, 농업, 축산업, 제조업, 운수업 등과 같은 산업 자본의 한 종류로 간주하는 것만큼 부당한 것은 없다는 점이다. 언급된 분야들은 사회적 분업의 산물로 산업 자본이 투하되는 특수한 영역들이며, 그 자체로 산업 자본의 분과를 형성한다.

 

반면, 상인 자본은 생산 과정 외부에서 유통 영역의 특수한 기능을 담당하며 독립화된 자본 형태이다. 따라서 이를 산업 자본의 병렬적 구성 요소로 파악하는 것은 자본의 순환 과정에서 나타나는 각 형태의 기능적 차이와 역사적 특수성을 간과하는 논리적 오류를 범하는 것이다.

 

산업 자본이 재생산 과정의 유통 국면에서 상품 자본 및 화폐 자본으로의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상인 자본을 산업 자본의 일종으로 파악하는 조잡한 견해는 지양되어야 마땅하다. 오히려 상품 거래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의 실체는 산업 자본의 생산적 형태와 유통적 형태 사이의 구별이 자립성을 회득한 결과로 이해되어야 한다.

 

곧, 산업 자본이 유통 영역에서 일시적으로 취하는 특수한 형태와 기능이 본체로부터 분리되어 유통 영역에 고착되면서, 자본의 특정 부분에 귀속된 독립적인 형태와 기능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따라서 산업 자본의 유통적 전환 형태인 상인 자본과, 생산 분야의 소재적 성격에 따른 산업 자본 내의 부문별 구별 (광업, 농업, 제조업 등)은 근본적으로 층위를 달리하는 별개의 범주이다.

 

경제학자들이 통상적으로 형태의 구별을 경시하며 실천적 측면에만 천착한다는 점 외에도, 속류 경제학자들이 범하는 혼동에는 두 가지 결정적인 사유가 존재한다.

 

첫째, 그들은 상업 이윤의 본질과 그 특수성을 체계적으로 해명할 능력이 결여되어 있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토대 위에서 발생하는 상품 자본 및 화폐 자본, 그리고 나아가 상품 거래 자본과 화폐 거래 자본이라는 형태를 보편적인 생산 과정 자체에서 도출하려는 변호론적 의도 때문이다.

 

상업 자본 및 화폐 거래 자본과 곡물 재배업 사이의 구별이 곡물 재배와 축산업, 제조업 사이의 소재적 구별과 하등 다를 바 없다면, 생산 일반과 자본주의적 생산은 완전히 동일시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이는 축산업이 쇠고기 소비를, 제조업이 의류 소비를 매개하는 것이 항구적인 필연성을 갖듯, 사회적 생산물의 분배 또한 상인과 은행가의 주도하에 영구히 매개되어야 한다는 논리적 귀결에 도달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혼동은 자본주의적 형태의 특수성을 영원불변한 자연적 현상으로 고착시키려는 시도에 불과하다.

 

스미스와 리카도 같은 고전파 경제학자들 또한 산업 자본을 자본의 기본 형태로 규정하고, 유통 자본 (화폐 자본과 상품 자본)을 자본 재생산 과정의 일시적 국면으로만 파악했기에 상인 자본의 독자적 성격에 대해서는 혼란을 겪었다. 산업 자본 분석을 토대로 도출된 가치 형성 및 이윤에 관한 명제들은 상인 자본에 직접적으로 적용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그들은 상인 자본을 별도의 범주로 다루기보다 산업 자본의 특수한 일종으로만 간주하며 그 본질을 간과하는 경향을 보였다. 특히 리카도가 대외 무역론에서 시도했듯이 (CW 32: 70-72), 그들은 상인 자본을 구체적으로 다룰 때조차 그것이 어떠한 가치나 잉여 가치도 창출하지 않는다는 점을 증명하는 데 주력했다. 그러나 대외 무역에 적용되는 이러한 논리는 국내 상업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타당하다.

 

 

 지금까지 상인 자본에 대한 고찰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라는 구체적 범위 내에서 이루어졌다. 그러나 상업과 상인 자본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보다 선행하며, 사실상 자본이 독립적 실체로 존재하게 된 가장 오래된 역사적 형태를 취한다.

 

화폐 거래업 및 이에 투하된 자본의 발달은 대규모 상업과 상품 거래 자본의 존재를 전제로 하므로, 본 논의에서는 상품 거래 자본에 집중하기로 한다.

 

상업 자본은 전적으로 유통 영역 내에 존재하며 그 기능 또한 상품 교환의 매개에 국한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은 원시적 물물 교환을 제외하면 상품 및 화폐의 단순 유통이라는 조건만으로도 성립한다. 곧, 단순 유통 그 자체가 상업 자본의 존립 기반이 된다. 유통되는 생산물이 어떠한 생산 양식 (원시 공동체, 노예제, 소농민 및 소부르주아적 생산, 자본주의적 생산)에 기반하든, 그 생산물의 상품적 성격은 변하지 않으며 유통 과정 및 그에 따른 형태 변화를 필연적으로 거치게 된다.

 

상업 자본을 매개로 하는 양단 (상품들)은 화폐 운동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에 기여된 전제로 작용한다. 필수적인 조건은 이 양단이 상품으로 실재해야 한다는 점이며, 생산 체계가 전면적인 상품 생산인지 또는 자급자족 후의 잉여분 출하인지의 여부는 본질적인 문제가 아니다. 상업 자본은 단지 기여된 전제 조건으로의 상품 운동을 매개할 뿐이다.

 

생산물이 상업적 체계에 포섭되어 상인의 수중에 머무는 범위는 생산 양식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나며, 그 범위는 생산물이 직접적 생활 수단이 아닌 오로지 상품으로만 생산되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 최대치에 도달한다.

 

반면, 모든 생산 양식에서 상업은 교환에 투입될 잉여 생산물의 생산을 촉진하는데, 이는 생산물 소유자의 향락을 증대시키거나 화폐 축적을 추동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은 생산활동에 점진적으로 교환 가치를 지향하는 생산이라는 성격을 부여한다. (CW 29: 233-234, 480-481)

 

상품의 형태 변화와 그 운동은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측면을 지닌다.

 

첫째, 소재적 측면에서 상품은 다른 상품들과 상호 교환된다.

 

둘째, 형태적 측면에서 상품은 화폐로 전환 (판매)되고, 다시 화폐는 상품으로 전환 (구매)된다.

 

상업 자본의 본질적 기능은 바로 이러한 판매와 구매를 수단으로 한 상품 교환의 매개로 수렴된다. 이때의 교환은 단순히 직접 생산자들 사이의 거래에 국한되지 않는다. 노예제, 농노제, 또는 아시아적 생산 양식 (아시아적 공동체)의 공납 관계에서 생산물의 소유자이자 판매자는 노예주, 봉건 영주, 또는 국가 (417쪽, ‘동양의 전제 군주’ 등)가 된다.

 

상인은 유통을 매개하는 주체로 상품 소유자들을 대리하여 대규모 매매를 수행하며, 이로부터 판매와 구매는 상인의 수중에 집중된다. 결과적으로 매매 행위는 구매자로 상인이 갖는 직접적인 필요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립적인 유통 기능을 수행하기에 이른다.

 

상인이 매개하는 상품 교환의 사회적 조직 형태와 무관하게, 상인의 자산은 항시 화폐 자산의 형태로 존재하며 그 화폐는 자본으로 기능한다.

 

이 자본의 취하는 운동 형식은 언제나 M-C-M´이며, 교환 가치의 자립적 형태인 화폐가 출발점이자 증식 그 자체가 독자적 목적이 된다. 생산 과정에서 분리되어 비생산자를 거쳐 수행되는 상품 교환 및 그 매개 활동은 부의 일반적 사회적 형태인 교환 가치를 증대시키는 위한 수단에 불과하다.

 

여기서 추진 동기와 규정적 목적은 화폐 M을 M+ΔM으로 전환하는 데 있으며, 이를 매개하는 M-C (구매)와 C-M´ (판매)은 M을 M´으로 변환시키기 위한 과도적 계기로만 나타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특징적 운동인 M-C-M´은 사용 가치의 교환을 궁극적 목적으로 하는 생산자 간의 상품 거래 형식인 C-M-C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생산력이 저발달 상태에 머물수록 화폐 재산은 상인의 수중에 더욱 집중되며, 이는 상인 재산이라는 특수한 역사적 형태로 드러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하에서 자본이 생산 과정 자체를 지배하고 생산에 전면적으로 변형된 특수한 형태를 부여하게 되면, 상업 자본은 단지 체계 내에서 특정 기능을 수행하는 분화된 자본으로 나타날 뿐이다. 그러나 이전의 모든 생산 양식에서는 상업 자본이 자본의 기능을 가장 전형적으로 대표한다. 이러한 경향은 생산이 직접적인 생산자의 생활 수단 확보를 목적으로 하는 자급자족적 성격을 띨수록 더욱 뚜렷하게 발현된다.

 

따라서 자본이 생산 과정을 실질적으로 포섭하기 이전, 상업 자본이 자본의 선구적 역사 형태로 등장하는 현상은 필연적이다. 상업 자본의 존립과 일정 수준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성립을 위한 역사적 전제 조건으로 작용한다.

 

첫째, 상업 자본은 화폐 재산의 집적을 이루는 토대이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개별 수요자가 아닌 불특성 다수를 위한 대량 판매를 전제하며, 이에 따라 개인적 필요가 아닌 사회적 수요를 자신의 구매 행위로 집중시키는 상인의 존재를 필연적으로 요구한다. 나아가 상업 자본의 팽창은 생산 활동에 교환 가치 창출이라는 성격을 점진적으로 부여하며, 생산물을 상품으로 전환시킨다. 다만 상업 자본의 발달 그 자체만으로는 특정 생산 양식에서 다른 생산 양식으로의 이행을 완결적으로 설명하기에 불충분하며,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은 후술될 것이다.

 

자본주의적 생산 체계 내부에서 상업 자본은 이전의 독립적 지위에서 격하되어 자본 투하 일반의 특수한 계기로 포섭되며,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서 그 이윤율 또한 일반적 평균 수준으로 수렴한다. 이 단계에서 상업 자본은 생산 자본인 산업 자본의 보조적 대리인으로 기능하는 데 머문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발달과 함께 형성되었던 특수한 사회적 지배력은 더 이상 결정적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며, 오히려 상업 자본이 여전히 우세를 점하는 지역은 전근대적이고 낙후된 사회 상태가 지배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현상은 일국 내에서도 명확히 드러나는데, 예컨대 순수 상업 도시는 공업 도시에 비해 이전의 경제적 구조와 훨씬 더 비슷하다.

 

자본이 상업 자본의 형태로 독립적·우세하게 발달한다는 것은 생산 과정이 아직 자본에 포섭되지 않았음을 의미하며, 이는 자본과 무관한 사회적 생산 형태 위에서 자본이 발달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독립적 발달 정도는 사회의 일반적인 경제적 발전 수준과 반비례 관계를 형성한다.

 

독립적인 상업적 부가 자본의 지배적 형태로 군림할 때, 유통 과정은 교환의 주체인 생산자들로부터 분리되어 독자적인 독립성을 획득한다. 이때 생산물은 상업이라는 매개를 거치면서 비로소 상품으로 전환되며, 상품의 운동이 상업을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상업이 생산물을 상품으로 규정하게 된다.

 

이 단계에서 자본은 유통 과정 내에서 비로소 자본으로 등장하며, 화폐가 자본으로 발전하고 생산물이 교환 가치와 상품, 화폐로 전회하는 공간 역시 유통 영역에 국한된다. 자본은 유통을 매개로 다양한 생산 분야를 직접 지배하기 이전에, 유통 과정 내에서 먼저 형성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화폐 및 상품 유통은 여전히 사용 가치 생산에 치중하는 다양한 조직의 생산 영역들을 매개할 수 있다. 이처럼 유통 과정이 독립성을 유지하며 제3자를 매개로 생산 영역들이 연결되는 현상은 두 가지 사실을 증명한다.

 

첫째, 유통이 생산을 지배하지 못한 채 생산을 기여된 전제로만 대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생산 과정이 아직 유통을 자신의 유기적 요소로 흡수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반면,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하에서는 양태가 근본적으로 변화한다. 생산 과정은 전적으로 유통에 기반하며, 유통은 생산의 단순한 계기이자 통과 국면으로 전락한다. 곧, 유통은 상품으로 생산된 생산물의 가치 실현과, 마찬가지로 상품으로 확보되는 생산 요소들의 보충 과정에 불과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유통에서 직접 발생했던 자본 형태인 상업 자본은 이제 전체 재생산 운동 과정 속에서 순환하는 자본의 특수한 형태 중 하나로 포섭된다. (CW 33: 14-15)

 

상업 자본의 독립적 발달이 자본주의적 생산의 발전 수준과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법칙은 베네치아, 제노바, 네덜란드 등이 수행한 중개 무역의 역사에서 극명하게 입증된다. 이들 국가가 점유한 거대한 이윤은 자국 생산물의 수출이 아니라, 경제적으로 미발달한 공동체들 사이의 생산물 교환을 매개하며 양측 생산국을 동시에 수탈하면서 획득된 것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상업 자본이 매개 대상인 양단의 생산 영역으로부터 완전히 분리되어 독자적으로 외재하는, 상업 자본의 가장 순수한 형태를 목격하게 된다.

 

중개 무역은 상업 자본 형성의 중추적 원천 중 하나이나, 이러한 독점적 지배력은 수탈 대상이었던 국민들의 경제적 발전에 따라 필연적으로 쇠퇴한다. 중개 무역의 기반인 타국의 미발달 상태가 해소됨에 따라, 중개 무역의 쇠퇴는 단순히 특정 상업 분야의 위축만이 아니라, 순수 상업 국민의 지배력 상실과 그들의 상업적 부 일반의 몰락으로 이어진다. 이는 자본주의적 생산의 점진적 발전에 따라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특수한 형태에 불과하다. 한편, 상업 자본이 생산을 직접적으로 지배하는 국면에서 나타나는 활동 양식과 형태에 관해서는 식민지 무역 일반 (이른바 식민 제도), 특히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의 운영 방식이 전형적인 실례를 제공한다.

 

상업 자본의 운동 형식은 M-C-M´이므로, 상인의 이윤은 우선적으로 유통 과정 내부의 행위인 구매와 판매를 거쳐 획득되며, 최종 행위인 판매 단계에서 실현된다. 따라서 상인의 이윤은 전형적인 ‘양도 이윤’의 성격을 띤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생산물이 그 가치대로 판매되는 등가 교환의 원칙이 지켜지는 한, 순수하고 독립적인 상업 이윤의 존립은 언뜻 성립될 여지가 없어 보인다.

 

‘싸게 사서 비싸게 판다.’는 상업의 원칙은 근본적으로 등가물 간의 교환을 부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치 개념이 개입되는 지점은 오직 모든 상품이 가치이자 화폐로, 질적으로 사회적 노동을 체현하고 있다는 사실에 국한된다. 그러나 개별 상품의 가치량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생산물 간의 양적 교환 비율은 초기에는 전적으로 우연적이다. 생산물이 상품의 형태를 획득하는 근거는 그것이 교환된다는 점, 곧 공통된 제3의 요소인 가치를 표현한다는 점에 있다. 지속적인 교환과 교환을 목적으로 하는 규칙적인 재생산은 이러한 초기 우연성을 점차 제거해 나간다.

 

다만, 이 과정에서 불확실성이 소거되는 이득은 우선적으로 생산자나 소비자가 아닌 매개자인 상인에게 귀속된다. 상인은 화폐 가격을 비교하고 그 차액을 취득하는 독자적인 운동을 거쳐, 파편화된 교환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등가 관계를 확립하는 주체로 기능한다.

 

초기 단계의 상업 자본은 자신이 직접 지배하지 않는 양 끝단 사이에서, 그리고 자신이 창출하지 않은 전제 조건들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매개 운동에 불과하다.

 

단순 상품 유통 형태인 C-M-C에서 화폐가 가치 척도와 유통 수단만이 아니라 상품 및 부의 절대적 형태인 퇴장 화폐로 고착되고, 그 결과 화폐의 유지와 증식 자체가 목적이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의 유통 형태인 M-C-M´에서 화폐와 퇴장 화폐는 단순한 양도 행위로부터 유지되고 증식되는 자본으로 발달한다. 곧, 생산 과정과 무관하게 유통 영역 내에서의 가치 증식이 상업 자본의 본질적 운동 법칙으로 확립되는 것이다. (CW 33: 9-10)

 

고대의 상업 민족들은 세계들 사이의 틈새에 존재하는 에피쿠로스의 신들처럼, 또는 폴란드 사회의 균열 지점에 거주하던 유태인들처럼 외부적 존재로 존립하였다. 초기 독립을 구가하며 고도의 번영을 누린 상업 도시와 상업 민족들의 교환 활동은 순수한 중개 무역의 형태를 띠었으며, 이는 그들이 매개한 생산 민족들의 경제적 미발달 상태를 물적 토대로 삼고 있다.

 

자본주의 이전의 역사적 단계들에서는 상업이 산업을 압도하며 지배력을 행사하였으나, 근대 사회에 이르러서는 그 주도권이 역전된다. 공동체 간의 상업 활동은 필연적으로 해당 공동체 내부 구조에 일정 수준 이상의 반작용을 미친다. 상업은 향락과 생활 유지의 수단이 생산물의 직접적인 소비보다 판매 행위에 의존하게 하면서, 생산 과정을 교환 가치 창출에 점진적으로 종속시킨다.

 

이러한 과정에서 상업은 기존의 낡은 사회적 관계를 해체하고 화폐 유통을 촉진한다. 이제 상업은 단순히 생산의 잉여분만을 장악하는 데 머물지 않고, 생산 과정 자체에 침투하여 생산 분야 전반을 상업 자본에 의존적인 상태로 재편한다. 다만, 이러한 상업의 분해 작용이 초래하는 구체적인 결과는 생산을 수행하는 공동체 고유의 성격과 그 내부 조직의 견고함에 따라 결정된다. (CW 33: 20)

 

상업 자본이 저개발 공동체 간의 생산물 교환을 매개하는 국면에서, 상업 이윤은 기만과 사취의 형태를 띨 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도 그로부터 발생한다. 상업 자본은 각국의 생산 가격 차액을 취득하면서 상품 가치의 균등화에 기여하기도 하지만, 미발달한 생산 양식하에서는 잉여 생산물의 대부분을 독점적으로 취득한다. 이는,

 

첫째, 해당 공동체의 생산이 여전히 사용 가치 창출에 집중되어 있어 생산물의 가치에 입각한 판매가 부차적 사안에 머무는 상황에서 상업 자본이 유통 독점권을 장악하기 때문이다.

 

둘째, 상인이 주요 거래 대상인 노예주, 봉건 영주, 전제 국가 (예: 동양의 전제 군주)와 같은 향락적 부의 소유자들을 기망하여 그들의 자산을 잠식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업 자본은 지배적 위치를 점하는 곳마다 약탈 제도를 대변하게 된다. 실제로 상업 자본의 발달사는 고대와 근대를 막론하고 폭력적 약탈, 해적 행위, 노예 납치 및 인신 매매, 식민 정복 등과 결부되어 있다. 예컨대 카르타고와 로마를 비롯하여 베네치아, 포르투갈, 네덜란드의 역사적 사례는 이러한 상업 자본의 약탈적 본질을 명확히 입증한다.

 

상업 및 상업 자본의 발달은 예외 없이 교환 가치 지향적 생산을 촉진하며, 그 범위를 확장·다양화하면서 생산에 세계적 성격을 부여하고 화폐를 세계 화폐로 진화시킨다. 이에 따라 상업은 사용 가치 생산에 치중하던 기존의 다양한 생산 조직을 해체하는 작용을 수행한다. 그러나 상업이 기존의 생산 양식을 해체하는 심도와 범위는 우선적으로 해당 생산 양식 고유의 견고성과 내부 구조에 규정된다. 또한, 해체 과정의 결과물로 어떠한 새로운 생산 양식이 등장하는가 하는 문제 역시 상업 자본의 역랑이 아니라, 해체되는 기존 생산 양식의 역사적 성격에 따라 결정된다.

 

일례로 고대 세계에서 상업의 팽창과 상업 자본의 발달은 항시 노예 경제를 귀결시켰으며, 때로는 가부장적 노예제를 잉여 가치 생산을 목적으로 하는 노예제로 변모시키기도 하였다. 반면, 근대 세계에서 상업 자본의 발달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성립으로 이어졌다. 결론적으로 이러한 역사적 결과는 상업 자본의 발달 정도와는 구별되는 별개의 사회 경제적 조건들에 따라 규정되는 것이다.

 

공업이 농업으로부터 분리되어 진정한 도시적 생산의 형태를 갖추게 되면, 그 생산물은 태생적으로 상품의 성격을 띠며 따라서 그 유통과 판매는 필연적으로 상업의 매개를 요구한다. 상업이 도시의 발달에 기반하고, 도시의 존립 또한 상업의 기능에 의존한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그러나 산업적 발전이 상업적 팽창과 반드시 병행되는가 하는 문제는 역사적 조건에 따라 양상을 달리한다.

 

가령 고대 로마 공화정 후기에는 상업 자본이 유례없이 고도로 발달했음에도 수공업적 토대는 정체되어 있었던 반면, 코린트를 비롯한 그리스 도시들에서는 상업의 진흥이 숙련된 수공업의 발달을 직접적으로 견인하였다. 또한 상업 정신과 상업 자본의 발흥은 반드시 도시화의 산물이거나 그 전제 조건인 것만은 아니며, 오히려 정착 생활을 하지 않는 유목 민족의 경제 구조 내에서 독자적으로 발달하는 특수한 사례도 빈번히 확인된다.

 

16세기와 17세기 지리상의 팽창 (신항로 개척 등) 병행하여 발생한 상업의 대혁명이 상업 자본의 비약적 발전을 추동하고, 봉건적 생산 양식에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으로의 이행을 가속화한 결정적 계기가 되었다는 점은 명백하다. 그러나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자본주의 성립에 관한 일정한 오류와 왜곡된 견해를 야기하기도 하였다. 세계 시장의 급격한 팽창, 유통 상품량의 비약적 증대, 아시아의 산물과 아메리카의 귀금속을 선점하려는 유럽 열강 간의 각축, 그리고 식민 제도 등은 기존 생산 체계를 구속하던 봉건적 굴레를 타파하는 데 근본적으로 기여하였다.

 

근대적 생산 양식의 초기 단계인 공장제 수공업 (매뉴팩처)은 그 성립을 위한 제반 조건이 이미 중세에 형성된 지역에서만 발달하였다. 이는 네덜란드와 포르투갈의 역사적 대비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16세기와 17세기에 걸쳐 단행된 상업의 급격한 팽창과 세계 시장의 창출이 낡은 생산 양식의 몰락과 자본주의로의 이행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나, 이러한 상업적 성취는 기만적으로 이미 존재하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토대 위에서 달성된 것이다.

 

(물론) 세계 시장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존립 기초를 형성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생산 규모를 부단히 확장하려는 이 생산 양식의 내재적 필연성은 세계 시장의 지속적인 확대를 강요한다. 결과적으로 상업이 산업을 변혁하는 것이 아니라, 산업이 상업을 끊임없이 재편하고 변혁하게 된다. 나아가 상업적 패권 또한 이제는 대공업을 수행할 수 있는 물적 조건의 우열에 따라 결정되기에 이른다.

 

영국과 네덜란드의 사례 비교는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종속되어 가는 과정을 극명히 보여준다. 지배적 상업국이었던 네덜란드의 몰락사는 곧 상업 자본의 위상이 산업 자본에 밀려나는 역사와 일치한다. 한편, 전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지닌 내부적 견고함과 조직력이 상업의 분해 작용에 대항하여 구축한 장벽은 인도와 중국에 대한 영국의 무역사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인도와 중국의 경제 구조는 소규모 농업과 가내 공업의 결합이라는 폭넓은 기초 위에 형성되어 있으며, 인도에서는 토지의 공동 소유에 기반한 촌락 공동체 형식이 그 견고함을 더했다. 영국은 지배자이자 지대 취득자로 직접적인 정치·경제적 권력을 동원하여 이러한 소규모 경제 공동체를 분쇄하고자 기도하였다.

 

영국의 상업이 인도의 생산 양식에 혁명적 영향을 미쳤다면, 이는 저렴한 영국산 면제품을 앞세워 농공 결합의 핵심축이었던 전통 방적업과 직포업을 파멸시키면서 공동체의 물적 토대를 해체시킨 지점에 국한된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공동체의 해체 과정은 지극히 점진적으로만 진행되었다.

 

그런데 직접적 정치 권력의 뒷받침이 부재했던 중국에서는 상업에 따른 분해 작용이 더욱 미미하게 나타났다. 농업과 가공업의 직접적 결합에서 달성된 시간의 효율적 운용과 비용 절약은 대공업 생산물에 대해 매우 완강한 저항력을 발휘하였다. 대공업 제품의 가격에는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대 비용이 포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영국의 상업 활동과 대조적으로 러시아의 상업은 아시아적 생산 양식의 경제적 기초에 하등의 변화도 주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다.

 

봉건적 생산 양식으로부터의 이행은 서로 다른 두 가지 경로를 따라 전개된다.

 

첫 번째 경로는 생산자가 직접 상인 겸 자본가로 변모하여 농촌의 자연 경제 및 중세 도시의 길드 체제에 예속된 수공업에 정면으로 대항하는 방식이다. 이는 기존의 생산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편하는 참으로 혁명적인 길이라 할 수 있다.

 

두 번째 경로는 상인이 유통 영역만이 아니라, 생산 과정 자체를 직접 장악하는 방식이다. 이 경로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로 나아가는 디딤돌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였으나 (예컨대 17세기 영국 직물 상인이 독립적이었던 직포공들을 포섭하여 원료를 공급하고 제품을 독점 구매한 사례), 그 자체만으로는 낡은 생산 양식을 전면적으로 타도하지 못한다. 오히려 낡은 생산 양식을 자신의 존립 전제로 삼아 보존하고 유지하는 경향을 보인다.

 

실례로 19세기 중엽까지 프랑스의 비단 공업이나 영국의 양말·레이스 공업 제조업자들은 명목상 제조자에 불과했을 뿐, 실질적으로는 상인의 지위에 머물러 있었다. 이들은 직포공들로 하여금 전통적인 분산 작업 방식을 지속하게 하면서, 오직 상업적 매개로만 생산자들을 통제하고 수탈하는 데 그쳤다.

 

직포공들은 실질적으로 상인을 위해 노동하는 종속적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 이러한 이행 방식은 진정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으로의 발전을 저해하며, 결과적으로 자본주의가 고도화됨에 따라 점차 소멸한다. 이 방식은 생산 양식의 근본적인 변혁을 수반하지 않은 채 직접적 생산자들의 처지만을 악화시킬 뿐이다.

 

이들은 자본에 직접 포섭된 노동자들보다 훨씬 열악한 조건 속에서 단순 임금 노동자이자 프롤레타리아트로 전락하며, 그들의 잉여 노동은 낡은 생산 양식의 토대 위에서 고스란히 상인에게 수탈당한다. 형태는 다소 변형되었으나, 부분적으로 수공업 방식이 잔존하는 런던의 가구 제조업에서도 이와 동일한 착취 관계가 확인된다.

 

이러한 현상은 런던 동부의 타워 함레츠 지구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가구 생산 공정 전반이 매우 세분화되어 있어, 특정 기업은 의자만을, 다른 기업은 식탁이나 옷장만을 전문적으로 제작하는 식이다. 이들 기업은 대개 한 명의 장인과 소수의 직인으로 구성되어 수공업적으로 운영되나, 그 생산 규모는 개별 소비자를 직접 상대하기에는 너무 비대하다.

 

실질적인 구매자는 가구점의 소유주들이다. 장인은 매주 토요일 가구점들을 돌며 자신의 생산물을 판매하는데, 이때의 가격 협상은 전당포에서 물품을 담보로 대출금을 흥정하는 것과 흡사한 양상을 띤다. 장인들은 다음 주의 원료 구입과 임금 지불을 위해 당장 화폐를 확보해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으며, 이러한 판매의 강제성은 상인의 수탈을 더욱 심화시킨다.

 

이러한 구조하에서 장인은 실질적으로 상인과 노동자 사이를 매개하는 중간자에 불과하며, 잉여 가치의 대부분을 독점하는 상인이 진정한 의미의 자본가로 군림한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이전에 수공업이나 농촌의 부업 형태로 영위되던 분야들이 공장제 수공업 (매뉴책처)로 이행하는 과정 전반에서 나타난다.

 

대공업으로의 이행은 소규모 소유자 경영 업체의 기술적 발전 수준에 규정되는데, 특히 수공업적 공정에 기계를 도입하기 시작한 지점에서 가속화된다. 최근 영국의 양말 제조업 사례에서 보이듯, 기계의 동력이 인력에서 증기로 전환되는 과정은 이러한 기술적 변혁의 핵심을 이룬다.

 

자본주의로의 이행은 크게 세 가지 경로를 취한다.

 

첫째, 상인이 직접 산업가로 변모하는 형태다. 이는 상업적 기반 위에 공업이 성립하는 경우로, 특히 상인이 원료와 노동력 모두를 외부에서 확보하는 사치품 공업에서 전형적으로 나타난다. 15세기 콘스탄티노플 (이스탄불)에서 이탈리아로 도입된 사치품 공업이 대표적인 사례다.

 

둘째, 상인이 소규모 수공업자 (장인)를 중개자로 삼거나 독립적 생산자로부터 직접 상품을 매입하는 형태다. 이 과정에서 상인은 생산자의 명목상 독립성을 보장하고 기존의 생산 방식을 보존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유통 영역에서 그들을 예속시킨다.

 

셋째, 산업가가 스스로 상인의 기능을 겸하며 시장을 겨냥해 직접 대규모 생산을 전개하는 형태다.

 

중세의 상인은 폽페 (1807: 70)가 지적한 바와 같이, 길드나 농민이 생산한 상품을 단순히 운송하고 ‘매개하는’ 주체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이행기를 거치며 상인은 직접 산업가로 변모하거나, 최소한 수공업자와 농촌 소생산자들을 자신의 장악하에 두어 노동하게 하는 지배적 위치를 점하게 된다.

 

다른 한편으로는 생산자 자체가 상인으로 진화한다. 이전에 직포 장인이 상인으로부터 소량의 양모를 공급받아 단순 가공을 수행하던 종속적 관계에서 벗어나, 이제는 스스로 원료인 양모나 면사를 구매하고 완성된 직물을 상업 영역에 유통시킨다. 이 단계에서 생산 요소들은 생산자가 직접 구매한 상품으로 생산 과정에 투입된다.

 

결과적으로 직포 장인은 더 이상 특정 개인이나 한정된 고객을 위해 생산하지 않고, 상업 세계 전체를 교환 대상으로 삼아 생산을 전개한다. 생산자 자신이 상인의 기능을 체화함에 따라, 독립적이었던 상업 자본은 이제 생산 과정에 부속된 유통 영역만을 담당할 뿐이다.

 

초기 단계에서 상업은 길드 공업, 농촌 가내 공업, 봉건적 농업을 자본주의적 사업으로 전환하기 위한 필수적 전제 조건으로 작용하였다. 상업은 생산물을 위한 시장을 창출하고 새로운 상품 등가물을 도입하며, 생산에 필요한 원재료와 보조 재료를 공급하면서 생산물을 상품의 단계로 발전시켰다. 이 과정에서 국내외 시장을 겨냥할 뿐만 아니라 세계 시장의 자원에 기반을 둔 새로운 생산 분야들이 개척되었다.

 

그러나 공장제 수공업 (매뉴팩처)이 일정 수준 강화되고 대공업 단계에 이르면, 제조업은 스스로 생산한 상품으로 시장을 정복하며 자생적인 시장을 창출하기에 이른다. 이 시점부터 상업은 산업 생산의 하수인으로 전락하며, 시장의 지속적인 확장은 산업 생산의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된다.

 

기하급수적으로 증대하는 대량 생산은 기존 시장의 수용력을 초과하며 끊임없이 그 장벽을 돌파하고 영역을 확장하려 한다. 이때 대량 생산의 한계를 규정하는 것은 현재의 수요만을 대변하는 상업이 아니라, 가동되는 자본의 규모와 노동 생산력의 발전 정도다.

 

산업 자본가는 상시로 세계 시장과 대면하며, 자신의 생산 비용을 국내 시장 가격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시장 가격과 끊임없이 비교하게 된다. 이전에 이러한 비교 분석이 전적으로 상인의 고유 업무였기에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에 대해 우월적 지배권을 행사할 수 있었으나, 대공업의 발달은 이러한 역학 관계를 근본적으로 역전시킨다. (CW 32: 465-466)

 

근대적 생산 양식에 관한 최초의 이론적 연구인 중상주의는 필연적으로 상업 자본의 운동 내에서 자립화된 유통 과정의 피상적 현상들에 매몰되었으며, 그 결과 현상의 외면만을 파악하는 데 그쳤다. 이러한 한계는 선차적으로 상업 자본이 자본 일반의 역사적 형태 중 최초로 독립성을 확보한 존재였다는 점, 후차적으로는 봉건적 생산의 변혁기와 근대적 생산의 태동기에 상업 자본이 행사한 압도적인 영향력에서 기인한다.

 

근대 경제학이 진정한 과학적 토대를 구축하기 시작한 시점은 이론적 고찰의 중심축이 유통 과정에서 생산 과정으로 이전될 때 비로소 도래한다. 한편, 이자 낳는 자본 역시 상업 자본만큼이나 오래된 자본의 형태임에도, 중상주의가 왜 이를 분석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고 오히려 공격적인 태도를 견지했는가에 대해서는 후술될 논의에서 명확히 밝혀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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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3. 화폐 거래 자본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폐의 순수 기술적 운동이 특수한 자본의 독자적 기능으로 자립할 때, 이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전환된다. 산업 자본 및 상업 자본의 일부는 화폐 자본 일반의 형태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적 업무를 전담하는 화폐 자본으로 상시 존재하게 된다.

 

이로부터 총자본의 일정 분량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분리·자립하며, 해당 자본의 자본주의적 기능은 산업 자본가와 상업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화폐적 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데 국한된다. 상업 자본의 분화 원리와 마찬가지로, 유통 과정에 있는 화폐 자본의 일부가 전체 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재생산 과정에 수반되는 제반 기술적 활동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 자본의 운동은 결국 재생산 과정 내에 존재하는 산업 자본의 일부가 자립화하여 나타나는 특수한 운동 형태에 불과하다.

 

새로운 자본 투하나 자본 축적의 경우 화폐 형태의 자본은 운동의 시점과 종착점으로 부각되나, 이미 순환 과정에 진입한 자본에 있어 이 지점들은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산업 자본이 생산 영역을 이탈하여 재진입하기까지 거치는 C´-M-C의 형태 변화 과정에서, 화폐 M는 특정 국면의 결과인 동시에 그 국면을 보충하는 반대 국면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상업 자본의 경우 외견상 화폐 자본의 순환 M-C-M 형태를 띠더라도, 실제 기능적 측면에서의 현실적 과정은 상품 자본의 순환 C-M-C의 연속적 수행이다. 특히 상업 자본은 구매 M-C와 판매 C-M라는 두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이는 생산 과정의 연속성으로 인해 동일 자본이 두 국면에 항시 공존하기 때문이다. 곧, 자본의 일부분이 상품 재전환을 위해 화폐로 전화하는 동안, 동시에 다른 부분은 화폐로 재전환되기 위해 상품으로 전화한다.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는 상품 교환의 구체적 형태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가는 그 과정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와 끊임없이 화폐를 수수하게 되는데, 이러한 화폐의 지불과 수납이라는 기술적 활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노동을 형성한다. 특히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해당 노동은 차액 계산 및 결제 업무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러한 노동은 유통 비용의 일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노동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가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집중적으로 수행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단축시킨다.

 

자본의 일정 부분은 퇴장 화폐, 잠재적 화폐 자본,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 또는 유휴 자본의 형태로 화폐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자본의 또 다른 일부는 순환을 거쳐 끊임없이 이 형태로 환류한다. 이에 따라 화폐 수납과 지불, 부기 업무 외에도 퇴장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특수한 활동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퇴장 화폐는 유통 수단 및 지불 수단으로 중단 없이 전환되는 동시에, 상품 판매 대금이나 만기 지불금의 유입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형성된다. 이처럼 자본 본연의 생산적 기능과 분리되어 화폐 형태로 존재하는 자본 분량의 부단한 운동, 곧 순수 기술적 활동은 필연적으로 특수한 노동과 유통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본의 제반 기능에서 파생된 이러한 기술적 활동들이 자본가 계급 전체를 위해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에게 전문적 기능으로 위임되고 그들의 수중에 집중되는 것은 분업 발달의 결과이다. 여기에는 상업 자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중적 의미의 분업이 존재한다.

 

첫째, 해당 활동이 독립된 특수 사업으로 분화되어 계급 전체의 화폐적 기구를 대행하면서 대규모의 운영 효율과 집중을 달성한다.

 

둘째, 자립화된 이 특수 사업 내부에서도 다시 세부적인 분업 체계가 전개된다.

 

상호 독립적인 각종 분야로의 분할과 그 내부에서의 세부적인 업무 분담 (대규모 사무소, 다수의 회계 및 출납 인력 배치 등)이 전개된다. 화폐의 지불과 수납, 차액 결제, 당좌 계정 운영, 화폐 보관 등과 같은 기술적 활동들이 본래의 거래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기능을 형성할 때, 해당 활동에 투하되는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규정된다. (CW 33: 166-168)

 

화폐 거래업을 성립시키는 이 특수한 사업들은 화폐 자체의 다양한 목적 및 자본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수행해야 하는 제반 기능으로부터 파생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화폐 일반은 본래 서로 다른 공동체 간의 생활 수단 교환 과정에서 최초로 발생하고 발달한 것이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CW 29: 282-283; 『자본』 제Ⅰ권 제2장)].

 

그러므로 화폐 거래업, 곧 화폐 상품을 취급하는 상업은 세계 무역을 계기로 우선적 발달을 이룬다. 상이한 국가적 주화들이 유통됨에 따라 해외 구매 상인은 자국 주화를 현지 주화로 환전하거나, 각종 주화를 세계 화폐인 지금 형태의 순은 또는 순금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업은 근대적 화폐 거래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 중 하나가 된다. 이후 환은행으로의 발달이 이어졌으며, 이곳에서 은 (또는 금)은 일반 유통 주화와 구별되는 세계 화폐, 곧 은행 화폐 내지 상업 화폐로 기능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환전상이 타국의 환전상에게 여행자에 대한 지불을 지시하는 환거래 방식은, 이미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현실적 환전 업무에서부터 분화·발전한 형태였다.

 

상품으로의 귀금속 거래는 지금 거래업 및 세계 화폐로의 화폐 기능을 매개하는 상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를 형성한다. 이러한 화폐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제Ⅰ권 제3장 3절 c)

 

첫째는 세계적 지불 결제와 이자 낳는 자본의 이동을 목적으로 국가 간 유통 영역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은의 유출입이며,

 

둘째는 귀금속 생산지에서 세계 시장으로의 유입 및 그 공급량이 개별 국가의 유통 영역으로 분배되는 과정이다. 영국의 경우 17세기 전반에 걸쳐 금세공업자가 은행업자의 기능을 겸행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환거래를 매개로 한 세계 지불 결제의 고도화된 양상이나 유가 증권 거래 등 신용 제도의 특수한 형태들은 본 고찰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세계 화폐로 국민적 화폐는 그 국지적 성격을 탈피한다. 각국의 화폐는 상호 간의 가치로 표현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적 화폐는 해당 화폐의 금·은 함유량으로 환산된다. 금과 은이라는 두 상품이 모두 세계 화폐로 유통됨에 따라, 이들 사이의 가치 비율 역시 끊임없이 변동하며 환산 과정을 거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이러한 중개 기능을 자신의 특수한 사업으로 영위한다. 이처럼 환전업과 지금 거래업은 화폐 거래업의 시초 형태이며, 이는 국민적 주화로의 기능과 세계 화폐로의 기능이라는 화폐의 이중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상업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 퇴장 화폐로의 화폐 축적이다. 오늘날 이는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으로 상시 화폐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자본 부분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는 상인 자본의 발달과 함께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형성된 퇴장 화폐의 제1형태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도 지속된다. 이러한 퇴장 화폐는 국내외 유통 과정에서 끊임없이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며 운동한다. 퇴장 화폐의 제2형태는 당분간 운용되지 않는 화폐 형태의 유휴 자본으로, 새로 축적되었으나 아직 투하되지 않은 화폐 자본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퇴장 화폐의 형성에는 주로 보관 및 부기와 같은 기능들이 수반된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과 상업 일반은 구매 시의 화폐 지불, 판매 시의 화폐 수납, 채무 상환 및 채권 회수, 지불 결제 등의 업무와 결부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초기에는 상인과 산업 자본가를 대행하는 단순한 현금 출납인으로 이러한 기능 (서비스)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그 본연의 기능에 대부·차입 기능 및 신용 거래가 결합되면서 비로소 충분히 발달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이자 낳는 자본을 다루는 다음 편에서 상술한다.

 

지금 거래, 곧 국가 간 금·은의 이전은 본질적으로 상품 거래의 결과이며, 각국 시장의 세계 수지와 이자율 상태를 나타나는 환율에 따라 규정된다. 지금 거래 업자는 이러한 경제적 결과들을 매개하는 역할에 국한된다.

 

단순 상품 유통에서 화폐의 운동과 형태적 특징이 발전하는 과정을 고찰할 때 확인했듯이 (제Ⅰ권 제3장),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유통되는 화폐량의 운동은 상품 형태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형태 변화 과정은 총 재생산 과정의 일면을 구성한다. 화폐 재료인 금·은을 생산지로부터 공급받는 행위는 상품으로의 귀금속과 여타 상품 간의 직접적 교환 결과이며, 이는 철과 같은 다른 금속의 확보와 마찬가지로 상품 교환의 영역에 속한다.

 

세계 시장에서의 귀금속 운동 또한 (상품 자본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대부 자본의 이전은 제외함), 국내 화폐 운동이 국내 상품 교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상품 교환에 따라 완전히 규정된다.

 

국내 주화의 가치 하락이나 복본위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간 귀금속 유출입은 진정한 의미의 화폐 유통 범위 밖에 있으며, 이는 국가 정책에 따른 왜곡을 시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퇴장 화폐의 형성은, 그것이 대외 무역을 위한 지불 수단의 준비금이거나 일시적 유휴 자본의 형태인 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침전물에 불과하다.

 

화폐 유통의 범위·형태·운동이 본질적으로 상품 유통의 결과라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상품 유통은 자본의 유통 과정 (수입 지출에 따른 자본과 수입 간의 교환 및 수입 상호 간의 교환 포함)을 체계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업이 상품 유통의 결과적 현상인 화폐 유통을 단순히 매개할 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 화폐 유통은 상품 유통의 본질적인 한 계기로, 화폐 거래업의 활동에 앞서 이미 전제되어 있는 조건이다.

 

화폐 거래업이 매개하는 영역은 화폐 유통의 기술적 처리에 국한되며, 해당 업종은 이러한 처리를 집중·단축·단순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퇴장 화폐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퇴장 화폐의 형성이 경제적 자발성에 근거하는 한 (곧, 퇴장 화폐가 단순한 유휴 자본이나 재생산 과정의 교란을 나타내지 않는 한), 이를 경제적 최소 한도로 축소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제공한다. 구매 및 지불 수단을 위한 준비금을 개별 자본가가 각자 관리할 때보다 자본가 계급 전체의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때 그 필요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거래업은 귀금속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거래업에 따라 구매된 귀금속의 분배 과정을 매개할 따름이다.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화폐 거래업은 차액 결제를 용이하게 하며 결제 기구의 인위적 원리에 따라 소요 화폐량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화폐 거래업은 이러한 상호 지불의 연관성이나 규모 자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은행이나 어음 교환소에서 거래되는 어음과 수표는 개별적으로 완결된 독립적 거래의 산물이므로, 화폐 거래업의 역할은 단지 그 결과에 대한 기술적 결제 방식을 개선하는 데 국한된다. 화폐가 구매 수단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매매의 규모와 빈도는 화폐 거래업과는 무관하며, 화폐 거래업은 매매에 부수되는 기술적 절차를 단축하면서 회전에 필요한 현금 통화량을 절감시킬 뿐이다.

 

따라서 본 고찰의 대상인 순수 형태의 화폐 거래업, 곧 신용 제도와 분리된 화폐 거래업은 상품 유통의 한 계기인 화폐 유통의 기술적 측면 및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화폐 기능에만 관여한다.

 

이러한 특성은 화폐 거래업을 상품 거래업과 본질적으로 구분 짓는 요소가 된다. 상품 거래업은 상품의 형태 변화와 교환을 매개하며 상품 자본의 과정을 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자본 운동으로 부각시킨다. 상업 자본이 상품 자본의 순환 C-M-C과 대비되는 화폐 자본의 순환 M-C-M (상품의 위치 변경에 따른 화폐의 환류)이라는 특수한 유통 형태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화폐 거래 자본은 그 자체로 이러한 독자적 유통 형태를 가질 수 없다.

 

특수한 자본가 계급이 화폐 유통의 기술적 매개를 위해 화폐 자본을 투하할 때, 이 자본은 개별 상인이나 산업 자본가들이 해당 목적을 위해 직접 투하해야 했을 추가 자본을 축소된 규모로 대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투하자에게 M+ΔM을 가져다주는 M-M´이라는 자본의 일반 공식은 성립한다. 그러나 M과 M´ 사이를 매개하는 과정은 형태 변화의 소재적 측면이 아닌, 오직 기술적 측면만을 포함한다.

 

화폐 거래업자가 취급하는 화폐 자본의 양은 본래 상인과 산업 자본가가 유통시키는 화폐 자본의 분량에 상응하며, 그가 수행하는 활동은 이들의 경제적 행위를 기술적으로 매개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또한 화폐 거래업자의 이윤이 잉여 가치의 분할로부터 확보된다는 점도 명백하다. 그는 이미 실현된 가치 (또는 채권의 형태로 실현 예정인 가치)를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상품 거래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폐 거래업에서도 기능의 중복 현상이 발생한다. 화폐 유통에 수반되는 기술적 활동 중 일부는 여전히 상품 거래업자와 상품 생산자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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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2. 상업 자본의 회전. 가격

 

산업 자본의 회전이 생산 시간과 유통 시간의 통일 속에서 전체 생산 과정을 포괄하는 것과 달리, 상업 자본의 회전은 상품 자본의 운동이 자립화된 형태로 상품 형태 변화의 제1국면인 판매 C-M을 특수한 자본 환류 운동으로 나타낸다.

 

상인의 관점에서 상업 자본의 회전은 M-C-M´의 과정에서 화폐를 상품으로 전환했다가 다시 화폐로 회수하는 행위의 연속적 반복이다. 일반적인 유통 영역 내 산업 자본의 형태 변화는 C1-M-C2, 곧 생산된 상품의 판매 대금 C1으로 새로운 생산 수단 C2을 구매하는 상품 간 교환을 매개한다면, 상업 자본의 운동에서는 동일한 상품이 두 번 소유자를 바꾸며 화폐가 상인에게 환류하도록 매개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결과적으로 상업 자본의 회전은 생산 과정과의 직접적인 결합 없이 오직 유통 영역 내부에서의 화폐 자본 증식과 환류에 집중되는 특성을 지닌다.

 

상인 자본 100으로 상품을 구매하여 110에 판매할 경우, 해당 자본은 1회전한 것으로 간주하며 연간 회전수는 M-C-M´ 운동의 연간 반복 횟수에 따라 결정된다.

 

이때 구매와 판매 가격 차이를 유발하는 제반 비용은 분석의 본질적 형태를 변화시키지 않으므로 고려하지 않는다.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단순 유통 수단으로 화폐가 반복 유통되는 원리와 비슷한다. 100의 화폐가 10번 유통되어 그 가치의 10배에 달하는 상품을 구매하듯, 100의 화폐 자본이 10회 회전하면 총 1,000의 상품 자본을 실현하게 된다.

 

다만 화폐 유통이 서로 다른 주체들 사이에서 동일한 기능을 반복하며 속도로 유통 화폐량을 보충하는 것과 달리, 상업 자본의 회전은 동일한 가치액이 상품의 매매를 반복하며 동일한 소유자에게 M+ΔM(가치+잉여 가치)의 형태로 환류한다는 점에 특수성이 있다. (CW 33: 48-49) 이처럼 유통에 투입한 것보다 더 많은 화폐를 회수하는 과정은 상업 자본 회전의 핵심적 특징을 구성한다. 또한 신용 제도의 발달로 지불 수단 기능이 강화되어 자본의 회전 속도가 가속화되면, 그에 대응하여 동일 화폐량의 유통 속도 역시 병행하여 상승하게 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이 단순한 매매의 반복에 국한되는 것과 달리, 산업 자본의 회전은 전체 재생산 과정의 주기성과 갱신을 구체화한다. 이러한 산업 자본의 운동은 상업 자본이 존립하기 위한 외부적 전제 조건이 된다. 곧, 상업 자본의 신속한 회전이 유지되기 위해서는 산업 자본이 시장에 상품을 지속적으로 공급하고 다시 회수하는 과정이 전제되어야 하며, 재생산 과정이 정체되면 상품 자본의 회전 역시 필연적으로 지연된다.

 

상업 자본은 유통 시간을 단축하면서 생산 자본의 회전을 보조하지만, 회전 시간의 또 다른 제약 요인인 생산 시간 자체에는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이는 상업 자본의 회전을 규정하는 선차적 한계로 작용한다. 나아가 재생산적 소비를 제외할 때, 상업 자본의 회전은 궁극적으로 사회 전체의 개인적 소비 속도와 규모에 따라 제한된다. 소비 재원으로 투입되는 상품 자본의 실현 여부가 전적으로 최종 소비의 동향에 의존하기 때문이다.

 

투기 국면에서 성행하는 상인 간의 내부 매매를 배제할 때, 상업 자본은 선차적으로 생산 자본의 판매 C-M 국면을 단축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나아가 신용 제도 하에서 상업 자본은 사회적 총 화폐 자본의 상당 부분을 동원하면서, 이미 매입한 상품의 최종 판매 이전이라도 구매 행위를 지속적으로 반복할 수 있다. 이때 최종 소비자와의 단계적 거리나 중간 상인의 개입 여부는 본질적인 변수가 되지 않는다.

 

재생산 과정의 고유한 탄력성으로 인해 상인은 생산의 실질적 한계를 인식하지 못하거나 이를 지극히 가변적인 것으로 간주하게 되며, 이는 상품 형태에 내재된 구매 (M-C)와 판매 (C-M)의 분리만이 아니라, 유통 영역 내에서 가공적인 수요를 창출하는 결과를 낳는다.

 

상업 자본의 운동은 유통 영역 내에서 자립화된 산업 자본의 운동에 불과함에도, 이러한 자립적 성격으로 인해 일정 범위 내에서는 재생산 과정의 제약을 무시하고 이를 한계점을 벗어나 추진시킨다. 결국 상업 자본이 지닌 내적 의존성과 외적 자립성 사이의 모순은, 그 불일치가 극에 달해 공황이라는 폭력적 수단을 매개로 내적 연관이 강제적으로 복구되는 지점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구조적 요인으로 인해 공황은 직접적 소비를 담당하는 소매업이 아니라, 사회적 화폐 자본을 집중적으로 운용하는 도매업과 은행 부문에서 우선적으로 폭발한다.

 

생산자와 수출입업자, 도매상 간의 연쇄적 거래가 활발히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보이지 않는 지점에서는 미처 판매되지 못한 재고가 축적되며 과잉 생산의 전조가 나타난다. 모순적으로 이 시기의 소비는 표면적으로 매우 왕성해 보이는데, 이는 산업 자본가 간의 연쇄적 활동과 고용 확대에 따른 노동자 및 자본가의 지출 증가에 기인한다. 또한 (제Ⅱ권 제3편) 개인적 소비와 직접 연계되지 않는 불변 자본 간의 유통 역시 축적 가속화에 힘입어 독립적으로 확장되지만, 이 또한 궁극적으로는 최종 소비재 생산을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개인적 소비의 한계에 귀속된다.

 

결국 예상 수요에 근거한 불변 자본의 생산과 상업적 번영은 당분간 지속될 수 있으나, 원격지 시장에서의 자금 회수가 지연되거나 은행의 상환 압박 및 어음 만기가 도래하는 순간 공황은 현실화된다. 채무 이행을 위한 투매가 시작됨과 동시에 허울뿐인 번영은 종식되고 파국적인 경제적 붕괴가 수반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은 다수의 생산 자본들의 회전을 동시적 또는 순차적으로 촉진하면서 그 피상적이고 불합리한 성격을 심화시킨다.

 

상업 자본은 단순히 여러 산업 자본의 회전을 도울 뿐만 아니라, 상품 형태 변화의 상반된 국면들을 매개하기도 한다. 가령 상인이 제조업자로부터 아마포를 구매하여 표백업자에게 판매할 경우, 동일한 상업 자본의 회전 (C-M)은 한 산업 자본의 판매 국면 (C-M)과 다른 산업 자본의 구매 국면 (M-C)을 동시에 매개하게 된다.

 

유통 비용 K과 그에 따른 추가 이윤 ΔK을 배제하고 고찰할 때, 상업 이윤과 회전이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수학적으로 명확해진다.

 

상업 자본 100에 대해 연간 평균 이윤율이 15%로 설정되어 있다면, 취급하는 상품의 생산 가격 변동은 상인이 획득하는 총 이윤액 15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예컨대 설탕 매매업에서 설탕 1g의 생산 가격이 1에서 0.05로 하락할 때, 상인은 동일한 자본으로 더 많은 물량 (100g에서 2,000g)을 취급하게 되며, 단위당 부가되는 이윤은 0.15에서 0.0075 (1g 판매 가격 0.0575)로 미세하게 분산될 뿐이다. 그러나 생산 가격의 고저는 개별 상품 단위당 부가되는 상업 이윤의 크기, 곧 가격 추가분의 비중을 결정한다. 따라서 생산 가격이 하락하면 상인은 동일 자본으로 더 많은 물량을 취급해야 하며, 총 이윤 15는 방대한 상품량의 각 단위에서 미세하게 분산된다. 반대로, 생산 가격이 상승하면 개별 상품당 부가되는 이윤의 절대량은 커지게 된다.

 

결국 개별 상품에 낮은 이윤을 붙여 다량을 판매할 것인지, 아니면 높은 이윤을 붙여 소량을 판매할 것인지를 상인이 임의적으로 결정한다는 통속적 견해는 오류에 불과하다. 상인의 판매 가격을 규정하는 두 한계인 상품의 생산 가격과 평균 이윤율은 모두 상인의 통제 범위를 벗어난 객관적 여건이기 때문이다. 상인이 선택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은 자신의 가용 자본 규모와 시장 상황에 따라 고가품과 저가품 중 어느 품목을 거래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지점에 국한된다.

 

따라서 상인의 행위 양식은 전적으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 단계에 귀속되며, 상인 개인의 자의적 의향과는 무관하다. 과거 네덜란드 동인도 회사와 같이 생산 독점권을 보유한 특수한 상업 자본만이 초기 자본주의적 수법을 변화된 상황에서도 고수할 수 있다는 시대착오적 망상을 겨우 유지할 수 있었을 뿐이다.

 

개별 상품에 대한 이윤 가산 방식에 관한 통속적 편견은 상업 활동만을 단편적으로 관찰하는 선입견에서 비롯되며, 다음과 같은 요인들이 이러한 오류를 강화한다.

 

첫째, 경쟁의 양상이다. 이는 총 상업 이윤이 개별 상인들 사이에서 분할되는 과정일 뿐이며, 특정 상인이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의도적으로 판매 가격을 인하하는 행위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라이프치히 경제학자 로셔의 주장처럼 (1858: 192) 가격 변동의 원인을 생산 방식의 근본적 변혁이 아닌 주관적인 ‘분별이나 인간성’에서 찾으려는 비과학적 태도다.

 

셋째로,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생산 가격이 하락할 때 수요가 공급을 상회하며 일시적으로 시장 가격이 상승하는 현상이다. 이 경우 판매 가격은 일시적으로 평균 이윤을 상회하는 초과 이윤을 산출하게 된다.

 

넷째, 자본의 회전 속도를 가속화하기 위해 상인이 스스로 가산 이윤을 삭감하고 판매 가격을 낮추는 전략적 선택이다.

 

결론적으로 위에서 열거한 제반 현상들은 자본의 본질적 운동 법칙이 아니라 오직 상인 간의 경쟁 원리에서 발생하는 파생적 현상들에 불과하다.

 

『자본』 제Ⅰ권에서 논증된 바와 같이, 상품 가격의 고저는 투하 자본이 창출하는 잉여 가치의 총량이나 잉여 가치율을 결정하는 직접적 요인이 아니다. 가치와 일치하는 상품의 단위 가격은 해당 상품에 대상화된 노동 총량에 따라 규정되며,

 

노동 생산성 향상으로 노동량이 다수의 상품에 분산될 경우 개별 상품 가격과 그에 포함된 잉여 가치의 절대량은 감소한다. 그러나 잉여 가치율은 개별 상품 내 잉여 가치의 절대적 크기가 아니라 임금에 대한 잉여 가치의 상대적 비율에 의존하므로, 단위당 잉여 가치량이 적더라도 잉여 가치율은 높게 유지될 수 있다. 곧, 단위 상품의 잉여 가치액은 노동 생산성으로부터 선차적으로 결정되며, 노동의 지불·미지불 분할 비율에 의거하여 후차적으로 규정된다.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생산 가격은 외부적으로 주어지는 객관적 전제다.

 

과거 상인의 판매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던 원인은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인한 높은 생산 가격과, 자본의 자유로운 이동이 제약되어 일반적 이윤율이 확립되지 않았던 경제적 여건에서 상업 자본이 잉여 가치의 상당 부분을 독점적으로 취득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조건들은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전에 따라 점차 해소되었다.

 

상업 자본의 회전 속도는 업종별 특성과 경제 순환 국면에 따라 차이를 보이나, 실증적으로 산출되는 평균 회전수가 존재한다.

 

상업 자본의 회전은 산업 자본의 회전 과정 중 개별 국면이 독립적인 자본 운동으로 자립화된 것이라는 점에서 산업 자본의 회전과 구별되는 고유한 성격을 지닌다. 또한 이윤 형성 및 가격 결정 원리와 회전 사이의 상관관계 역시 산업 자본과는 상이한 원리에 따라 작동한다.

 

산업 자본에 있어 회전은 재생산의 주기성을 체현하며, 특정 기간 시장에 공급되는 상품량은 이 회전 속도에 규정된다. 이때 유통 시간은 생산 규모의 확장을 저해하고 가치 및 잉여 가치의 창출을 제약하는 탄력적 장애물로 작용한다. 따라서 산업 자본의 회전은 연간 잉여 가치 생산량과 일반적 이윤율 형성을 규정하는 제한적 요인으로 기능한다.

 

이와 대조적으로 상업 자본에 있어 평균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진 고정적 크기다. 상업 자본은 잉여 가치의 직접적 창출 과정에 관여하지 않으나, 사회적 총자본에서 차지하는 자기 비중에 비례하여 산업 자본이 생산한 이윤의 일부를 배당받으면서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참여한다. 결과적으로 상업 자본의 회전은 이윤 창출의 원천이 아니라, 이미 창출된 가치의 분배 및 실현 국면에서 그 독자적인 운동 법칙을 관철한다.

 

『자본』 제Ⅱ권 제2편 ‘자본의 회전’에서 규명된 바와 같이, 산업 자본의 회전수가 증가할수록 해당 자본이 창출하는 이윤 총량은 비례하여 확대된다. 일반적 이윤율이 확립된 조건에서 총이윤은 각 자본의 직접적인 이윤 생산 기여도가 아니라, 총자본 내 점유 비중 곧 자본의 개별 크기에 따라 배분된다. 그러나 이러한 배분 방식이 산업 자본 회전의 핵심적 성격을 변화시키지는 않는다. 곧, 총산업 자본의 회전수가 높을수록 연간 생산되는 이윤 (또는 잉여 가치)의 총량은 증가하며, 기타 제반 조건이 동일하다면 이윤율 또한 상승하게 된다.

 

반면, 상업 자본의 경우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미리 정해진 수치로 나타난다. 이 이윤율의 크기는 선차적으로 산업 자본으로부터 생산된 이윤 총량에 따라 규정되며, 후차적으로는 사회적 총자본 (생산 및 유통 과정에 투하된 자본의 합계) 중 상업 자본이 차지하는 상대적 규모와 양적 비율에 따라 결정된다. 따라서 상업 자본에 있어 회전은 이윤율 자체를 창출하기보다 주어진 이윤율 하에서 개별 자본의 수익성을 실현하는 기제로 작용한다.

 

총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사회적 총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점유 비율, 곧 유통 과정에 요구되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규모를 결정하는 핵심 변수로 작용한다. 투하되는 상업 자본의 절대량과 그 회전 속도는 명확한 반비례 관계에 있기 때문이다. 한편, 기타 조건이 일정하다면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 곧 총자본 내 비중은 궁극적으로 총자본의 절대적 규모에 따라 규정된다.

 

예를 들어 총자본이 10,000일 때 상업 자본의 비중이 1/10이라면 그 절대량은 1,000이 되며, 총자본이 1,000인 경우 동일한 비율하에서의 절대량은 100이 된다. 이처럼 상업 자본의 상대적 비중이 고정되어 있더라도, 그 절대적 크기는 기초가 되는 총자본의 규모에 비례하여 변동한다. 본 고찰에서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가 총자본의 1/10이라는 주어진 상수로 전제한다.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 또한 회전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회전이 신속할 경우 상업 자본의 절대량은 총자본의 1/10 (1,000/10,000, 100/1,000) 수준인 1,000 또는 100에 머물 수 있으나, 회전이 지연되면 절대량이 2,000 또는 200으로 증가하여 상대적 비중 역시 1/10에서 1/5 (각각 2,000/10,000, 200/1,000)로 확대된다.

 

따라서 운수 수단의 발달과 같이 상업 자본의 평균 회전 시간을 단축시키는 요인들은 상업 자본의 필요 절대량을 감축시키며, 결과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을 상승시키는 효과를 낳는다. 반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발달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은 이전의 생산 단계와 비교했을 때, 상업 자본에 대하여 다음과 같은 이중적 영향을 미친다.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은 상업 자본에 대하여 이중적인 영향을 미친다. 우선 재생산 과정의 가속화와 상업 자본의 신속한 회전으로 인해, 동일한 상품량을 유통하는 데 필요한 자본량이 절감되면서 산업 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비중은 감소한다.

 

그러나 동시에 모든 생산이 상품 생산으로 전환됨에 따라 총생산물 대부분이 상업 자본의 영역으로 포섭된다. 소규모 생산 중심의 이전 양식에서는 생산자의 직접 소비나 주문 생산 비중이 높아 상업 자본의 개입 여지가 적었으나, 자본주의 하에서는 생산물 전체가 유통 담당자의 수중을 거치게 된다.

 

이러한 변화에 따른 상업 자본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요약된다.

 

첫째, 이전 생산 양식에서 상업 자본은 절대량 측면에서 현재보다 작았다. 총생산물 중 상품화되어 유통되는 비중이 현저히 낮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회전 속도가 느린 데다 낮은 노동 생산성으로 인해 단위 상품의 가격이 높게 형성되었으므로, 취급 상품량 대비 투하되는 상업 자본의 상대적 크기는 오히려 자본주의 단계보다 컸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기반 위에서는 상품 생산량 자체가 비약적으로 증가할 뿐만 아니라, 가치 하락에도 생산물 중 상업의 대상이 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확대된다. 이에 따라 상업 자본의 절대적 양이 팽창하며, 해운·철도·전신 등 유통 수단 (인프라)에 투하되는 자본 또한 동반 상승한다.

 

셋째,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과 함께 소매업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투기 및 유휴 자본이 과잉 공급됨에 따라, 실제 기능하지 않거나 부분적으로만 가동되는 상업 자본이 축적된다. 이는 자본 간 경쟁 심화에 따른 파생적 결과로 나타난다.

 

총자본 대비 상업 자본의 상대적 규모가 고정되어 있다면, 개별 상업 부문 간의 회전수 차이는 상업 자본에 배분되는 총이윤의 크기나 일반적 이윤율 형성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상업 이윤은 유통되는 상품 자본의 총량이 아니라, 해당 회전을 매개하기 위해 실제로 투하된 화폐 자본량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이다.

 

가령 연간 일반적 이윤율이 15%일 때, 100의 자본을 투하한 상인의 자본이 연간 1회 회전한다면 상품을 115에 판매하게 된다. 동일한 자본이 연간 5회 회전할 경우, 상인은 매 회전마다 100의 상품을 103에 판매하면서 연간 총 500의 상품 자본을 515에 실현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두 경우 모두 투하 자본 100에 대하여 동일한 15의 연간 이윤을 획득한다. 회전수에 비례하여 이윤이 증가한다면 상업 자본은 산업 자본보다 현저히 높은 이윤을 점유하게 되며, 이는 자본 간 등가 이윤을 보장하는 일반적 이윤율의 법칙에 모순된다.

 

따라서 개별 상업 부문별 상업 자본의 회전수는 상품의 상업 가격, 곧 상인의 판매 가격 형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상인이 개별 상품의 생산 가격에 부가하는 상업 이윤의 크기는 해당 부문 상업 자본의 회전수 또는 회전 속도에 반비례한다. 가령 특정 상업 자본이 연간 5회 회전할 경우, 이 자본이 동일 가치의 상품에 가산하는 이윤 폭은 연간 1회 회전하는 자본이 부가하는 금액의 1/5 수준으로 결정된다.

 

결과적으로 회전 속도의 차이는 투하 자본 대비 연간 총 이윤율을 평균화하는 기제로 작용하며, 이는 개별 상품 단위의 가격 가산율을 차등화하는 근거가 된다.

 

개별 상업 부문에서 자본의 평균 회전 시간이 판매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다음과 같이 규정된다. 상업 자본의 규모가 고정될 때 획득되는 상업 이윤의 총량은 연간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결정되며, 이는 해당 자본이 수행하는 구체적인 상업 활동의 특성과는 무관한 독립적 변수다. 그러나 이 고정된 이윤 총량이 동일 가치의 상품량에 배분되는 비율은 회전 속도에 따라 반비례한다. 예컨대 연간 5회 회전하는 자본은 개별 상품 가격에 3% (15%의 1/5)만을 추가하는 반면, 연간 1회 회전하는 자본은 상품 가격에 이윤 전액인 15%를 직접 가산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의 회전 속도는 개별 상품 단위당 부가되는 마진율을 결정하는 핵심 기제로 작용한다.

 

따라서 서로 다른 상업 분야 간에 상업 이윤율이 균등하게 형성되더라도, 상품 가치 대비 판매 가격의 비율은 상이하게 나타나며, 이는 각 상업 자본의 회전 시간에 정비례하여 상승한다.

 

반면, 산업 자본의 경우, 회전 시간은 개별 상품의 가치 크기를 결정하는 요인이 아니다. 비록 회전 시간이 착취되는 노동량을 매개로 특정 기간 생산되는 가치와 잉여 가치의 총량에 영향을 미칠지라도, 개별 상품 가치 그 자체를 변화시키지는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본질적 관련성은 가치와 생산 가격의 불일치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은폐될 수 있으나, 산업 자본의 생산 과정 전체와 그에 따른 총 상품량을 포괄적으로 고찰한다면 가치 법칙의 일반적 타당성은 명확히 확증된다.

 

산업 자본의 회전 시간이 가치 형성에 미치는 영향을 정밀하게 고찰하면, 상품 가치는 투하된 노동 시간에 따라 결정된다는 경제학의 근본 법칙에 수렴하게 된다. 반면, 상업 자본의 회전이 상업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매개 항목들에 대한 심층적 분석이 결여될 경우 가격이 자본의 주관적 이윤 목표에 따라 자의적으로 결정된다는 착시를 일으킨다.

 

특히 이러한 회전의 효과는 유통 과정이 생산 과정으로부터 독립하여 상품 가격을 규정하는 듯한 현상적 형태를 띤다. 결과적으로 재생산 총 과정에 대한 피상적이고 왜곡된 견해들은 대부분 상업 자본의 고찰에서 비롯되며, 상업 자본 특유의 운동 방식이 유통 주체들의 의식 속에 각인시킨 관념적 잔상에 기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 내재된 진정한 인과 관계를 분석하는 작업은 고도의 복잡성과 난해함을 수반하며, 이는 독자들에게 상당한 지적 노고를 요구한다. 그러나 가시적인 현상적 운동을 그 기저에 자리한 실질적인 내적 운동으로 소급하는 것은 과학이 수행해야 할 핵심적 임무 중 하나다.

 

자본주의적 생산과 유통을 주도하는 행위자들의 의식 속에는 생산 법칙에 관한 고유한 관념이 형성되기 마련이나, 이는 생산의 진정한 법칙들로부터 완전히 불일치한 채 표면적 운동이 나타난 허상에 불과하다. 이와 같은 의식적 전도는 자본주의적 관계가 외적으로 나타나는 방식에서 기인하는 필연적 결과물이다.

 

상인과 주식 거래인, 은행가의 관념은 그 경제적 지위로 인해 필연적으로 전도될 수밖에 없으며, 제조업자의 관념 또한 자신의 자본이 종속된 유통 행위와 일반적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 따라 왜곡된다. 경쟁 원리 역시 이들의 인식 체계 안에서는 본래의 인과 관계와 상반되는 전도된 기능을 수행한다.

 

가치와 잉여 가치의 객관적 한계가 전제될 때 비로소 자본 간 경쟁이 가치를 생산 가격 및 상업 가격으로, 그리고 잉여 가치를 평균 이윤으로 전환하는 과정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내적 한계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경쟁이 왜 일반적 이윤율을 특정 수준, 예컨대 1,500%가 아닌 15%로 수렴하게 만드는지 그 근거를 해명할 수 없다. 경쟁은 서로 다른 이윤율을 하나의 수준으로 평준화하는 기제일 뿐, 그 이윤율의 절대적 수준 자체를 결정하는 본질적 요소는 경쟁 내부에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는 자본의 회전 자체가 가격을 결정하는 것으로 오인되기 쉽다. 산업 자본의 회전 속도는 일정 기간 착취되는 노동량을 규정하면서 이윤량과 일반적 이윤율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상업 자본에 있어 이윤율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여건이며 이윤율과 잉여 가치 형성 사이의 내적 연관은 외견상 완전히 소멸되어 있다.

 

산업 자본의 경우 유기적 구성을 포함한 제반 조건이 동일할 때 회전수가 두 배로 증가하면 생산되는 잉여 가치와 이윤 또한 두 배로 증대하며, 이는 해당 자본이 혁신적 생산 방법을 독점할 때 더욱 명확히 드러난다. 반면, 상업 부문에서는 서로 다른 회전 시간이 다음과 같은 법칙, 곧 개별 상품 자본의 1회전당 이윤은 이를 매개하는 화폐 자본의 회전수에 반비례한다는 원리로 나타난다. 소매업자들이 내세우는 ‘박리다매’의 원칙은 이러한 회전의 법칙이 주체적 선택인 것처럼 오인된 것에 불과하며, 실상은 객관적인 자본 운동의 결과일 따름이다.


물론 각각의 상업 분야에서 관철되는 상업 자본의 회전 법칙은, 개별 자본의 회전 속도 편차가 상쇄된 해당 분야 전체의 평균 회전에만 타당하게 적용된다. 동일 분야 내에서 특정 자본 A의 회전수가 평균을 상회하거나 자본 B의 회전수가 평균을 하회할 수 있으나, 이러한 개별적 변동이 타 자본들을 매개로 상쇄되는 한 해당 분야에 투하된 상업 자본 전체의 총체적 회전 양상에는 아무런 변화가 일어나지 않는다.

 

개별 상인이나 소매상에게 평균을 상회하는 회전수는 결정적인 중요성을 갖는다. 이 경우 상인은 산업 자본가가 평균적인 생산 조건보다 유리한 조건에서 초과 이윤을 획득하는 것과 동일한 원리로 초과 이윤을 얻게 된다.

 

경쟁이 격화될 경우, 상인은 자신의 이윤율을 평균 이하로 저하시키지 않으면서도 경쟁자보다 저렴한 가격으로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우위를 점한다. 신속한 회전을 추동하는 요인이 상점의 입지와 같이 구매하는 조건이라면, 상인은 해당 조건에 대해 특별 임대료를 지불하게 되며, 이는 결과적으로 그의 초과 이윤 일부가 지대로 전환됨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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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 상업 이윤

 

상품 자본이 상업 자본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도 이러한 본질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판매와 구매를 전담하는 상업 자본의 활동은 상품의 가치 실현을 매개할 뿐, 그 자체로 새로운 가치를 부가하거나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노동을 구성하지 못한다. 결과적으로 상업 자본의 유통 비용은 생산 과정에서 이미 형성된 잉여 가치의 일부를 분할 하면서 충당되며, 이는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 볼 때 가치 증식의 직접적 원천이 아니라 가치 실현을 위해 지불되어야 하는 필연적인 공제 항목으로 작용한다.

 

제Ⅱ권 유통 시간의 분석에 따른 원리는 상품 자본의 일부가 상품 거래 자본의 형태를 취하거나, 상품 자본의 형태 변화 (C´-M-C)를 매개하는 업무가 특수 자본가들의 전문적 기능으로 분리되는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상품의 구매와 판매를 포함하는 상품 자본의 형태 변화 (C´-M-C)가 산업 자본가에 따라 직접 수행될 때 가치나 잉여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해당 업무가 분업화되어 상업 자본가라는 매개자에 따라 수행된다 하더라도 가치 창출의 원천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결국 형태 변화를 매개하는 업무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관계없이, 유통 영역의 활동은 생산된 가치를 실현할 뿐 새로운 가치를 가산하지 않는다는 본질적 성격은 불변한다.

 

나아가 재생산 과정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사회적 총자본의 일부가 상시 화폐 자본의 형태로 존재해야 한다는 사실 또한 그 본질적 성격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다. 산업 자본가가 직접 운용하는 화폐 자본이 그 자체로 가치나 잉여 가치를 창출하지 못한다면, 해당 자본이 특수한 부류의 자본가에게 귀속되어 동일한 기능을 전문적으로 수행한다 하더라도 가치 증식의 성질을 새롭게 획득할 수는 없다. 상인 자본이 생산 영역 외부에 존재하며 유통을 매개하는 한, 그것은 가치 창출의 직접적 원천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비록 상업 자본이 유통 속도의 가속화로부터 간접적으로 생산성에 기여할 수 있다는 점은 주요한 사실이나, 이에 관한 구체적인 분석은 후술할 논의에서 상세히 다루기로 한다.

 

그러므로 상품 거래 자본 (상업 자본)에서 보관, 발송, 운수, 분류, 소매 등 부수적 기능을 제외하고 오직 본연의 기능인 ‘판매를 위한 구매’에만 국한해 본다면, 이는 가치나 잉여 가치를 직접 창출하지 않는다. 상업 자본은 단지 가치 실현을 매개하며 상품의 현실적 교환과 사회적 물질대사를 촉진할 뿐이다. 그러나 산업 자본의 유통 단계 역시 생산 단계와 마찬가지로 재생산 과정의 필수적 단계를 구성하므로, 유통 영역에서 독립적으로 기능하는 자본 또한 생산 자본과 마찬가지로 연간 평균 이윤을 확보해야 한다.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보다 높은 평균 이윤을 수취한다면 산업 자본의 일부가 상업 영역으로 유입되며, 반대의 경우에는 상업 자본이 생산 영역으로 이탈하는 이행이 발생한다. 상업 자본은 그 특성상 다른 어떤 형태의 자본보다도 기능과 용도의 전환이 극히 수월하기 때문이다.

 

상업 자본은 스스로 잉여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므로, 평균 이윤의 형태로 상업 자본에 귀속되는 잉여 가치는 생산 자본 전체가 창출한 잉여 가치의 일부임이 명백하다. 따라서 관건은 상업 자본이 생산 자본에 따라 생산된 잉여 가치 (또는 이윤) 중 자신의 몫을 어떠한 방식으로 확보하는가에 있다. (CW 33: 64-68)

 

상업 이윤이 상품 가치 위에 부가된 단순한 명목적 가격 인상분이라는 견해는 외견상 드러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상인이 상품 판매로부터 이윤을 획득하며, 그 이윤이 구매 가격과 판매 가격 사이의 차액, 곧 구매 가격을 상회하는 초과분에 해당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이때 상품의 구매와 판매 과정에서 추가적인 유통 비용이 발생할 수 있으나, 이러한 비용이 투입된다면 판매 가격의 초과분은 순수 이윤만을 나타내지 않게 된다. 이러한 논의를 위해, 우선 유통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 분석을 진행하고자 한다.

 

산업 자본가의 경우, 상품의 판매 가격과 구매 가격의 차액은 생산 가격과 비용 가격의 차액과 일치한다.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 보면, 이 차액은 상품의 총가치와 자본가가 지출한 비용 가격 사이의 격차를 의미하며, 이는 결국 상품에 대상화된 총노동량과 지불 노동량 사이의 차이로 귀착된다. 산업 자본가가 구매한 생산 요소들이 판매용 상품으로 시장에 다시 등장하기 전 생산 과정을 통과하는 이유는, 바로 이 과정에서 상품 가치 중 추후 이윤으로 실현될 구성 부분이 비로소 형성되기 때문이다.

 

반면, 상품 거래 업자 (상인)의 경우는 이와 대조적이다. 상인은 상품이 유통 과정에 체류하는 동안에만 이를 보유하며, 산업 자본가가 개시한 판매 행위, 곧 가치 실현 과정을 종결짓는 역할을 수행한다. 이 과정에서 상품은 새로운 잉여 가치를 흡수할 수 있는 어떠한 생산적 중간 과정도 거치지 않는다.

 

산업 자본가는 이미 생산 과정에서 형성된 잉여 가치를 유통 과정에서 실현할 뿐이지만, 상인은 유통 영역 내부에서 자신의 이윤을 확보해야만 한다. 이는 외견상 산업 자본가가 상인에게 생산 가격 (또는 가치)으로 인도한 상품에 상인이 명목적인 가격 가산을 행하면서, 결과적으로 상품을 가치보다 높게 판매하여 그 차액을 획득하는 것처럼 나타난다.

 

이러한 가액 가산 방식은 지극히 단순한 논리에 기초한다. 예를 들어 아마포 1미터의 가격이 2라고 전제할 때, 10%의 이윤을 확보하고자 한다면 판매자는 가격의 1/10을 추가하여 1미터를 2.2에 판매하게 된다. 이 경우 현실적 생산 가격과 판매 가격의 차액인 0.2는 투하 자본 2에 대한 10%의 이윤을 형성한다. 이는 실질적으로 구매자에게 1미터의 아마포를 1.1미터에 해당하는 가치로 판매하는 것과 같으며, 반대로 10/11미터만을 2에 판매하고 나머지 1/11미터의 가치를 판매자 자신이 점유하는 것과 동일한 결과를 낳는다. 곧, 판매 가격을 2.2로 설정하면서 판매자는 0.2의 차액으로부터 1/11미터를 되살 수 있는 권리를 확보하게 된다. 결국 이러한 방식은 상품 가격의 명목적 인상을 매개로 하여 사회적 잉여 가치와 잉여 생산물의 분배에 참여하는 우회적 경로에 불과하다.

 

이는 상품 가격의 인상에 따른 상업 이윤의 실현 방식으로, 외견상 상업 이윤은 이러한 형태로 표상된다. 실제로 이윤이 상품 가격의 명목적 인상이나 가치를 상회하는 판매에서 발생한다는 관념은 전적으로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 기인한 것이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을 지배적 전제로 두고 고찰할 때, 이러한 방식의 이윤 실현은 일종의 환상에 불과함이 드러난다. (단, 여기서의 고찰은 개별적 사례가 아닌 평균적 법칙을 대상으로 한다.) 상인이 상품을 생산 가격보다 10% 높게 판매하여 10%의 이윤을 실현한다는 가설은, 산업 자본가가 해당 상품을 상인에게 생산 가격 그대로 판매했다는 전제하에서만 성립한다.

 

상인이 지불하는 구매 가격이 상품의 생산 가격 (결국 가치)와 일치하여 상인의 비용 가격을 형성한다면, 구매 가격을 상회하는 판매 가격의 초과분은 필연적으로 생산 가격에 대한 가산액이 되며, 결과적으로 상인은 모든 상품을 가치 이상으로 판매하게 된다.

 

산업 자본가가 상인에게 상품을 생산 가격으로 판매한다는 전제는, 상인 자본이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아직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을 함축한다. 제2편에서 일반적 이윤율을 고찰할 당시 이러한 전제로부터 출발한 이유는, 첫째로, 우선 상인 자본의 존재를 상정하기 이전이었으며, 둘째로, 평균 이윤과 일반적 이윤율은 각기 다른 생산 부문의 산업 자본들이 창출한 잉여 가치의 균등화 과정에서 우선적으로 전개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인 자본은 가치 생산에는 기여하지 않으면서도 형성된 이윤의 분배 과정에는 참여한다는 특수성을 지닌다. 따라서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과 이윤 분배의 원리를 온전히 규명하기 위해서는 종전의 분석을 심화하여 상인 자본의 역할을 통합적으로 고찰해야 한다.

 

연간 투하된 총 산업 자본을 720c + 180v = 900, 잉여 가치율 s´ = 100%라고 전제하면, 총생산물은 720c + 180v + 180s로 구성된다. 이 상품 자본 C의 가치 또는 생산 가격은 1,080이며, 투하된 총자본 900에 대한 이윤율은 20%가 된다. 이때의 20%는 특정 구성을 가진 개별 자본이 아닌 평균 구성을 가진 총 산업 자본을 대상으로 산출된 것이므로, 일반적 이윤율에 해당한다. 여기에 100의 상업 자본이 추가로 개입하여 자신의 크기에 비례해 이윤을 분배받는다고 전제하자. 이 경우 사회적 총자본은 1,000이 되며, 상업 자본은 그중 1/10을 차지하므로, 총 잉여 가치 180 중 18을 배당받아 18%의 이윤율을 형성한다. 이에 따라 산업 자본에 귀속되는 이윤은 162로 배분되나, 이 역시 자본 900에 대하여 동일한 18%의 이윤율을 나타낸다.

 

결과적으로 산업 자본가가 상업 자본가에게 상품 C를 인도하는 가격은 720c + 180v + 162s = 1,062가 된다. 상업 자본가가 자신의 자본 100에 대한 평균 이윤 18을 확보하기 위해 상품을 판매하면 그 가격은 1,062 + 18 = 1,080이 되어, 상품 본연의 생산 가격 (또는 가치)과 일치하게 된다. 상업 자본가는 오직 유통 과정 내에서만, 곧 구매 가격을 상회하는 판매 가격의 차액에서 이윤을 획득하지만, 결코 상품을 가치 이상으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이는 상업 자본가가 산업 자본가로부터 상품을 가치 (또는 생산 가격) 이하로 구매했기에 발생한 결과다.

 

따라서 상업 자본은 총자본에서 점유하는 비중에 따라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참여한다. 상업 자본이 존재하지 않았다면 평균 이윤율은 20%였겠으나, 총자본의 1/10을 상업 자본이 차지하면서 일반적 이윤율은 18%로 하락하게 된다.

 

이로부터 생산 가격에 대한 더욱 정밀한 정의가 도출된다. 생산 가격은 여전히 상품의 비용 가격 (투하된 불변 자본과 가변 자본의 가치)에 평균 이윤을 합산한 것이지만, 이때의 평균 이윤은 산출 방식이 달라진다. 곧, 평균 이윤은 산업 자본이 생산한 총이윤을 산업 자본에 대해서만 계산하여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180/900=20%),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의 합계액을 분모로 하여 결정되는 것이다 (180/1,000=18%).

 

그러므로 생산 가격은 ‘비용 (k) + 20%’가 아닌 ‘k + 18%’로 규정되며, 이때의 평균 이윤율은 상업 자본에 배분될 몫을 이미 내포하고 있다. 총 상품 자본의 진정한 생산 가격은 ‘k + p + m (m은 상업 이윤)’으로 구성되는데, 결과적으로 산업 자본가가 상업 자본가에게 판매하는 가격은 상품의 진정한 생산 가격보다 낮게 설정된다. 이는 산업 자본가 계급 전체의 관점에서 볼 때, 상품을 그 가치 미만의 가격으로 판매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앞서 제시한 예시에서 산업 자본가는 투하 자본 900에 18%의 이윤을 더한 900 + 162 = 1,062에 상품을 판매한다. 상인은 1,062에 구매한 이 상품에 자신의 자본 100에 대한 18%의 이윤인 18을 추가하여 1,080에 판매하게 된다. 상인은 실질적으로 구매 가격에 18%를 가산하지만, 그가 1,062에 구매한 상품의 사회적 가치는 이미 1,080이므로, 결코 가치를 초과하여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분석을 바탕으로 ‘생산 가격’의 개념을 더욱 엄밀하게 규정할 수 있다. 산업 자본가의 이윤은 상품의 비용 가격을 상회하는 생산 가격의 초과분이며, 상업 이윤은 상인의 구매 가격인 생산 가격을 상회하는 판매 가격의 초과분이다. 상품의 최종 가격은 ‘생산 가격 + 상업 이윤’으로 구성된다.

 

산업 자본이 상품 가치에 체화된 잉여 가치를 실현하듯, 상업 자본이 이윤을 실현할 수 있는 이유는 산업 자본가의 판매 가격에 아직 잉여 가치의 전량이 산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곧, 상인의 판매 가격이 구매 가격보다 높은 것은 판매 가격이 상품의 총가치를 초과해서가 아니라, 구매 가격이 총가치 미만으로 책정되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상업 자본은 잉여 가치의 생산 과정에는 관여하지 않으나, 잉여 가치가 평균 이윤으로 균등화되는 과정에는 직접 참여한다. 따라서 일반적 이윤율은 총 잉여 가치 중 상업 자본에 배분될 몫, 곧 산업 자본의 이윤에서 공제될 부분을 이미 내포하여 결정된다. (CW 33: 154)

 

이상의 논의로부터 다음과 같은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산업 자본에 대한 상업 자본의 비중이 커질수록 산업 이윤율은 그에 반비례하여 저하되며, 그 역 또한 성립한다.

 

둘째, 이윤율은 항상 현실적 잉여 가치율보다 낮게 나타나므로, 노동의 착취도를 상시 과소평가하게 된다. 앞서 고찰한 바와 같이 100%의 잉여 가치율이 20%의 이윤율로 나타나는 현상이 그러하다. 이러한 불일치는 평균 이윤율이 상업 자본의 몫만큼 추가로 하락하여 18%로 축소될 때 더욱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직접 착취를 수행하는 자본가의 평균 이윤율은 실제 노동 착취의 정도를 본래보다 더욱 낮게 표현하는 왜곡된 지표가 된다.

 

기타 제반 조건이 동일할 때, 상업 자본 (소매상 제외)의 상대적 크기는 그 회전 속도 및 재생산 과정의 전반적 활력에 반비례한다. 과학적 분석의 수준에서는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이 산업 자본 간의 경쟁에서 출발하여 사후에 상업 자본의 개입으로 보정되는 과정을 거치지만, 역사적 발달 과정은 이와 반대로 전개된다. 곧, 상품 가격을 가치에 근거하여 최초로 결정하는 주체는 상업 자본이며, 일반적 이윤율이 처음 형성되는 지점 역시 재생산 과정을 매개하는 유통 영역이다. 초기 단계에서는 상업 이윤이 오히려 산업 이윤을 규정하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확립되고 생산자가 직접 상인적 기능을 통합함에 따라, 상업 이윤은 사회적 총자본의 일환으로 상업 자본에 배분되는 총 잉여 가치의 일부로 격하된다.

 

상업 자본의 개입에 따른 이윤의 추가적 균등화 과정에서 명확해진 사실은, 상인이 투하하는 화폐 자본이 상품 가치에 어떠한 새로운 요소도 가산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상인이 이윤을 획득하기 위해 행하는 가격에 대한 첨가는, 실상 산업 자본이 상품의 생산 가격에 산입하지 않고 남겨둔 가치의 일부를 실현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러한 화폐 자본의 성격은 산업 자본가의 고정 자본 중 아직 마모되지 않아 상품 가치의 직접적 구성 요소가 되지는 않으나 이윤율을 규정하는 부분과 동일하다. 결국 상인은 상품 자본의 구매 가격을 지불하면서 산업 자본가가 투하한 생산 가격 (M)을 화폐 형태로 보상하며, 유통 영역에서의 가치 실현을 완결 짓는 역할을 수행한다.

 

상인의 판매 가격은 M+ΔM으로 규정되며, 여기서 ΔM은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결정되는 상품 가격의 가산분을 의미한다. 상인이 상품을 판매하면 구매를 위해 투하한 최초의 화폐 자본은 이 ΔM과 함께 회수된다. 이로부터 상인의 화폐 자본은 산업 자본가의 상품 자본이 화폐 자본으로 형태 변화를 일으킨 것에 불과하다는 점이 재차 확인된다. 산업 자본가가 최종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했을지라도 상품 가치에 변동이 없었을 것이라는 사실은, 상인의 개입이 가치 자체에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음을 시사한다. 곧, 상인의 화폐 자본은 최종 소비자의 지불을 앞당겨 대행하는 기능적 역할을 수행할 뿐이다.

 

다만 이러한 논의는 상인이 상품 매매 과정에서 구매 자본 외에 고정 자본이나 유동 자본 등 여타의 비용을 투입하지 않는다는 전제하에서만 유효하다. 그러나 실제 유통 과정에서는 반드시 유통 비용이 발생하며, (제Ⅱ권 제6장) 이는 상인이 다른 유통 주체에게 청구하는 비용 또는 자신의 특수 업무 수행 과정에서 직접 발생하는 비용의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이러한 유통 비용이 상인의 고유 업무에서 비롯된 순수 유통 비용이든, 또는 운수·보관 등 유통 과정 내에서 수행되는 보완적 생산 활동에 따른 비용이든, 이는 상인에게 상품 매입 자본 외에 유통 수단 확보를 위한 추가 자본 투하를 요구한다. 유동 자본 형태의 비용 요소는 그 전액이, 고정 자본 형태의 요소는 가치 마모분에 비례하여 상품의 판매 가격에 가산된다. 비록 이러한 비용 요소가 순수 상업 유통 비용과 마찬가지로 상품의 실질적 가치에 새로운 성분을 추가하지 못한다 할지라도, 판매 가격을 구성하는 명목적 가치 형성 요소로 기능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이 추가 자본은 그것의 성격과 무관하게 일반적 이윤율의 형성에 참여하면서 사회적 잉여 가치의 분배 대상에 포함된다.

 

순수 상업 유통 비용 (운송·보관 등의 비용 제외)은 오직 상품의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곧 상품을 화폐로 전환하거나 화폐를 상품으로 전환하여 교환을 매개하는 데 소요되는 비용이다. 여기서는 유통 과정 중에도 지속될 수 있는 보충적 생산 과정은 논의의 대상에서 완전히 배제된다. 실제로 운송업이나 배달업은 상업과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른 독립된 산업 부문이며, 상품이 보관되는 부두나 공공 창고에서 발생하는 비용 역시 상인이 제3자에게 지불해야 하는 외부적 부과금에 해당한다.

 

상업 자본은 진정한 의미의 도매 상업에서 타 기능과 혼합되지 않은 채 가장 순수한 형태로 드러나며, 이러한 관점에서 운송업자, 철도 경영자, 선박 소유자 등은 상인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 고찰의 대상은 구매와 판매에 수반되는 제반 비용이다. 이미 지적한 바와 같이, 이러한 비용은 회계, 부기, 홍보, 통신 업무 등으로 구체화된다. 이에 소요되는 불변 자본은 사무 공간, 용지, 통신비 등을 포함하며, 그 외의 비용은 상업 노동자에게 투하되는 가변 자본의 영역에 속한다. (발송비, 운송비, 관세 등은 상인이 상품을 구매하는 단계에서 투하되므로, 실질적으로 상인의 구매 가격에 산입되는 것으로 간주할 수 있다.) 이러한 모든 지출은 상품의 사용 가치를 생산하기 위함이 아니라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투입되는 순수 유통 비용이다. 이들은 직접적 생산 과정에는 포함되지 않으나 유통 과정을 거쳐 재생산의 총 과정의 일환으로 통합된다.

 

현재 논의의 핵심은 이 비용 중 가변 자본으로 투하되는 부분에 집중되어 있다. (추후 과제로 유통 과정에서의 사회적 필요 노동 법칙의 적용, 상업 자본의 축적 양상, 그리고 사회적 총 재생산 과정 내 상업 자본의 기능적 역할에 대한 연구가 병행되어야 한다.) 결국 이러한 비용의 발생은 생산물이 ‘상품’이라는 특수한 경제적 형태를 취함에 따라 수반되는 필연적 결과라 할 수 있다. (CW 33: 157-158)

 

산업 자본가가 상품을 상호 간에 판매하기 위해 소비하는 노동 시간, 곧 객관적인 의미의 유통 시간이 상품에 어떠한 가치도 부가하지 않는다면, 해당 노동이 상인에게 위임된다 하더라도 그 본질적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상품을 화폐로, 다시 화폐를 생산 수단으로 전환하는 행위는 산업 자본의 필연적 기능이자 자본의 인격화인 자본가의 필수 업무에 해당한다. 그러나 이러한 기능은 가치를 증식시키거나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성질을 갖지 않는다. 상인은 생산 과정을 마친 산업 자본가를 대신하여 유통 영역에서 자본의 기능을 속행하면서 산업 자본가의 역할을 대행할 뿐이다.

 

이러한 업무에 투입되는 노동 시간은 자본의 재생산 과정에 반드시 필요하지만, 그 자체로는 가치를 부가하지 못한다. 상인이 이러한 기능을 수행하지 않는다면 그는 산업 자본의 유통 담당자로 자본을 운용하는 것이 아니며, 산업 자본가가 중단한 유통 단계를 속행하지 않는 셈이 된다. 이 경우 그는 자본가로 투하 자본에 비례하여 산업 자본가 계급이 생산한 잉여 가치를 분배받을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결국 상업 자본가는 잉여 가치를 분배받아 자신의 자본을 증식시키기 위해 반드시 임금 노동자를 고용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사업 규모가 작다면 자본가 스스로가 유일한 노동자로 기능할 수도 있다. 상업 자본가에게 귀속되는 몫은 상품의 구매 가격과 진정한 생산 가격 (비용 가격 + 총자본에 대한 평균 이윤) 사이의 차액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다른 한편으로 상인이 투하한 자본 규모가 미미할 경우, 그가 실현하는 이윤은 고숙련 노동자의 임금 수준에 미치지 못하거나 그와 근접할 수 있다. 실제 시장에서는 상인 외에도 산업 자본가에게 고용된 구매·판매 담당자나 출장 판매원 등이 활동하며, 이들은 임금이나 수수료, 성과급 등의 형태로 상인과 대등하거나 또는 그 이상의 수입을 얻기도 한다.

 

상인은 독립적인 자본가로 상업 이윤을 전유하는 반면, 산업 자본가의 직접적 상업 담당자에게는 산업 자본가가 독점한 이윤 (산업 이윤과 상업 이윤의 합계) 중 일부가 임금이나 이윤 배분액의 형태로 지급된다. 그러나 유통 담당자 본인이 자신의 수입을 노동에 대한 대가인 임금으로 인식하거나, 그 이윤의 절대치가 고임금 노동자의 급여 수준과 비슷하다 할지라도, 그 원천은 오직 상업 이윤에 국한된다. 이는 유통 영역에서의 노동이 가치를 새롭게 창출하는 노동이 아니라는 본질적 사실에 근거한다.

 

유통 활동의 연장은 산업 자본가에게 다음과 같은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생산 과정의 지휘자로 수행해야 할 본연의 기능이 저해됨에 따른 개인적 시간 손실이 발생한다.

 

둘째, 생산물이 화폐나 상품의 형태로 유통 과정에 정체하는 기간이 길어지며, 이는 곧 가치 증식이 중단되는 비생산적 기간의 확대를 의미한다. 유통 연장에도 생산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화폐 자본을 투하하거나, 그렇지 못할 경우 생산 규모를 축소해야만 한다. 결과적으로 동일 자본으로 더 적은 이윤을 얻게 되거나, 종전의 이윤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자본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한다.

 

이러한 원리는 상인이 산업 자본가를 대행하는 구조에서도 동일하게 작동한다. 산업 자본가는 유통에 소요되는 시간과 추가 자본의 부담을 면제받는 대신, 상인이 해당 시간과 자본을 전담하게 된다. 곧, 이전 산업 자본의 일부가 순환하며 유통 영역에 머물던 자리를 이제는 독립적인 상업 자본이 항구적으로 점유하게 된 것이다. 이에 따라 산업 자본가는 직접 유통을 수행하며 겪었을 이윤 저하 대신, 자기 이윤의 일부를 상업 이윤의 형태로 상인에게 분배하게 된다.

 

상업 자본이 적정 범위 내에서 운용될 때 얻는 실질적 이득은 자본 기능의 분업화에 있다. 분업에서 유통에 고착되는 시간과 투하 자본의 총량이 절감되며, 결과적으로 상업 이윤으로 유출되는 몫이 분업이 부재할 때의 이윤 감소분보다 작아지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산업 자본 900과 상업 자본 100의 결합으로 이윤율 18% (162 이윤)를 달성한 경우를 전제해 보자. 상업 자본의 독립적 활동 없이 산업 자본가가 직접 유통을 수행하여 200의 추가 자본이 필요했다면, 총 투하 자본은 1,100으로 증가하고 잉여 가치 180에 대한 이윤율은 16 4/11%로 더욱 하락했을 것이다.

 

산업 자본가가 상인의 역할을 겸하며 상품 자본의 가치 실현 (유통 과정)을 위해 사무실 유지비나 상업 노동자의 임금 등 추가 자본을 투하할 경우, 이 자본은 잉여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 비생산적 성격을 지닌다. 그러나 비록 이 자본이 추가적인 잉여 가치를 형성하지는 못하더라도, 지출된 비용은 상품 가치의 일부로부터 반드시 보전되어야 한다. 곧, 생산된 가치의 일정분은 이러한 유통 비용의 회수를 위해 충당될 수밖에 없다.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 이는 총자본의 일부가 가치 증식과는 무관한 부차적 활동에 고착되어야 하며, 해당 목적을 위해 지속적으로 재생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동일한 규모의 가변 자본을 가동하는 데 더 많은 추가 자본이 요구됨에 따라, 개별 자본가나 산업 자본가 계급 전체의 이윤율은 필연적으로 저하된다. 이는 잉여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 추가 자본이 투입될 때 발생하는 불가피한 경제적 결과다.

 

유통 업무와 그에 수반되는 추가 비용을 상인이 산업 자본가 대신 분담하더라도 이윤율의 하락을 불가피하나, 그 하락 폭과 실현 경로는 달라진다. 상인은 유통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필수 자본 이상의 추가 자본을 투하하게 되며, 이 추가 자본에 대한 이윤이 상업 이윤 총액에 산입됨에 따라 더 큰 규모의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과 함께 평균 이윤율의 균등화 과정에 참여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일반적 이윤율은 하락하게 된다.

 

예컨대 상업 자본 100 외에 유통 비용으로 50의 추가 자본이 투하된다면, 총 잉여 가치 180은 생산 자본 900과 상업 자본 150의 합계인 1,050에 배분되어 평균 이윤율은 17 1/7%로 저하된다. 이때 산업 자본가는 상품을 상인에게 900 + 154 2/7 = 1,054 2/7에 인도하고, 상인은 이를 1,130 (1,080의 가치에 회수 비용 50을 가산한 금액)에 판매한다. 다만, 상업 자본과 산업 자본 간의 기능적 분업은 유통 비용의 집중을 유도하여 사회 전체적인 비용 절감을 성립하게 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제 상업 자본가 (상품 거래 업자)가 고용하는 상업 노동자의 사정에 관한 고찰이 요구된다.

 

상업 노동자는 일정한 측면에서 여타의 노동자와 동일한 임금 노동자의 성격을 지닌다.

 

첫째, 상업 노동자의 노동력은 수입에 따른 개인적 용역 (서비스)로 구매되는 것이 아니라, 상인의 가변 자본을 매개로 그 자본의 가치 증식을 목적으로 구매된다는 점에서 임금 노동자이다.

 

둘째, 그의 노동력 가치, 곧 임금의 크기가 여타의 임금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본인 노동의 생산물에 기초하여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해당 노동력의 생산 및 재생산 비용에 근거하여 결정된다는 사실 또한 그가 임금 노동자임을 뒷받침한다.

 

그러나 상업 노동자와 산업 자본에 직접 고용된 노동자 사이에는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 나아가 산업 자본가와 상인 사이의 질적 차이에 상응하는 구별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상인은 단순한 유통 대리인으로 가치나 잉여 가치를 생산하지 않으며, 그가 지출로부터 상품에 부가하는 가치는 이미 존재하는 가치를 이전시킨 것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인에게 고용되어 동일한 유통 기능에 종사하는 상업 노동자 역시 상인을 위해 직접적으로 잉여 가치를 창출할 수는 없다.

 

이러한 논의는 생산적 노동자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임금이 노동력의 가치에 따라 결정된다는 전제하에 진행된다. 곧, 상인이 임금을 삭감하여 부를 축적하거나 비용 계산상에 명시된 노동 비용의 일부를 가로채는 방식, 다시 말해 사무원 등에 대한 기만적 지불로부터 치부하는 특수한 경우는 고려하지 않는다.

 

상업 노동자와 관련하여 제기되는 핵심적 쟁점은, 그들이 잉여 가치를 직접 생산하지 않음에도 어떻게 고용주를 위한 이윤을 창출하는가 하는 점이다. 그러나 이 문제는 상업 이윤의 일반적 분석 과정에서 이미 해소된 것이나 다름없다. 산업 자본이 상품에 체화되어 있으나 자신이 대가를 지불하지 않은 미지불 노동을 실현하면서 이윤을 획득하듯, 상업 자본 또한 상품에 포함된 미지불 노동의 전량을 산업 자본가에게 지불하지 않은 채 매입한다. 이후 상인이 상품을 판매할 때 구매자로부터 이 미지불 노동의 가치를 회수하면서 상업 이윤이 발생하게 된다.

 

결론적으로 잉여 가치에 대한 상업 자본의 관계는 산업 자본의 그것과 본질을 달리한다. 산업 자본이 타인의 미지불 노동을 직접 포섭하여 잉여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라면, 상업 자본은 산업 자본이 이미 생산한 잉여 가치의 일부를 유통 과정에서 자신에게 이전시켜 취득하는 주체인 것이다.

 

상업 자본은 오직 상품 가치를 실현하는 특유의 기능에 따라서만 재생산 과정에서 자본으로 기능하며, 이로부터 총자본이 생산한 잉여 가치의 분배 과정에 참여한다. 개별 상인의 관점에서 이윤의 절대량은 해당 유통 과정에 투입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에 규정되는데, 이때 상업 노동자의 미지불 노동이 증가할수록 상인은 더 많은 자본을 매매 활동에 집중시킬 수 있게 된다.

 

곧, 상업 자본가의 화폐를 실질적인 자본으로 전환하는 기능은 상당 부분 고용된 노동자에게 수행된다. 상업 노동자의 미지불 노동은 비록 새로운 잉여 가치를 창출하지는 않으나, 상업 자본가가 산업 자본가로부터 잉여 가치를 분할 취득할 수 있는 물리적·경제적 여건을 구축한다. 결과적으로 이 미지불 노동은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 이윤의 실질적인 원천으로 작용하며, 이러한 기제가 작동하지 않았다면 상업은 대규모의 자본주의적 경영 형태로 발전할 수 없었을 것이다. (CW 33: 156, 165-166)

 

산업 노동자의 미지불 노동이 산업 자본을 위해 직접적으로 잉여 가치를 창출하듯, 상업 노동자의 미지불 노동은 상업 자본이 사회적 잉여 가치의 일정 몫을 점유할 수 있도록 뒷받침한다.

 

여기서 제기되는 본질적인 난점은 다음과 같다. 상인 자신의 노동이 가치를 창출하지 않는다면, 상인이 상업 노동력의 구매에 투입하는 가변 자본의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이 가변 자본이 상인의 투하 자본 총액에 산입되지 않는다면, 이는 이윤율 균등화 법칙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실제로는 150의 자본을 투하하면서도 오직 100만을 자본으로 인정받으려는 자본가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로 이 비용이 자본에 포함된다면, 상업 자본의 고유한 성격과 충돌하게 된다.

 

상업 자본은 산업 자본처럼 타인의 생산적 노동을 가동하여 가치를 창출하면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매매라는 유통 기능 자체를 수행하면서 이미 창출된 잉여 가치를 자신에게 이전시키는 방식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상인의 가변 자본, 유통 영역 내 사회적 필요 노동의 법칙, 상인의 불변 자본 가치 유지 방식, 총 재생산 과정에서의 상업 자본 기능, 그리고 상품 자본·화폐 자본과 상품 거래 자본·화폐 거래 자본의 분할 등에 대한 연구가 선행되어야 한다.)

 

각 개별 상인이 오직 자신의 노동으로만 회전시킬 수 있는 자본만을 운용한다면 상업 자본의 극심한 세분화가 초래된다. 이러한 세분화는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의 발달에 따라, 그리고 산업 자본의 생산 규모와 취급 물량이 증대함에 따라 필연적으로 심화된다. 결과적으로 자본이 생산 영역에서는 집중되는 반면 유통 영역에서는 분산되면서 두 자본 형태 간의 불일치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이 경우 산업 자본가는 소수의 대규모 상인이 아닌 수많은 소상인을 상대해야 하므로, 순수 상업적 업무와 지출이 무수하게 늘어나게 된다. 이는 상업 자본의 자립화가 가져다주는 이익을 상쇄하며, 순수 상업 비용뿐만 아니라 선별·발송 등 기타 유통 비용의 증대를 일으킨다.

 

상업 자본의 내부적 측면에서도 대규모화의 이점은 명확하다. 진정한 상업 업무의 관점에서 볼 때, 대규모 계산은 소규모 계산과 비교하여 시간 소모가 비례적으로 늘어나지 않는다. 예컨대 100단위의 구매를 10번 반복하는 것은 1,000단위의 구매를 1회 수행하는 것보다 10배의 시간을 요한다. 마찬가지로 10명의 소상인과 통신하는 데 드는 우편 요금과 종이, 통신 비용은 1명의 대규모 상인과 거래할 때보다 10배에 달하게 된다.

 

상인 사무실 내부에서 부기, 출납, 통신, 구매, 판매, 외판 등으로 체계화된 분업은 노동 시간을 획기적으로 절약하며, 이에 따라 도매업에 고용되는 노동자 수는 영업 규모에 정비례하여 증가하지 않는다.

 

동일한 기능적 업무가 규모의 대소와 상관없이 일정한 노동 시간을 요구하는 현상은 산업 현장보다 상업 영역에서 훨씬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이러한 경제적 특성으로 인해 역사적으로 집적 현상은 산업 작업장보다 상업 분야에서 더욱 선행하여 발생하였다.

 

불변 자본 지출 측면에서도 규모의 경제는 명확히 드러난다. 100개의 소규모 사무소나 창고를 유지하는 비용은 한 개의 대규모 사무소 또는 창고를 운영하는 비용을 크게 상회한다. 또한 상업 활동과 결부되어 투하되는 운송 비용 역시 상업 자본의 세분화 정도가 심화될수록 비례적으로 증대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산업 자본가가 상업 부분을 직접 전담할 경우, 해당 업무에 소요되는 노동량과 유통 비용의 부담은 더욱 가중된다. 동일한 규모의 상업 자본이라 할지라도 다수의 소상인에게 분산되어 있다면, 이러한 분할 구조로 인해 기능 수행에 필요한 노동자 수는 증대하며 동일한 상품 자본을 회전시키는 데 요구되는 상업 자본의 총량 또한 비대해진다.

 

상품 매매에 직접 투하되는 총 상업 자본을 B, 상업 보조원의 임금으로 지출되는 가변 자본을 b라 설정할 때, B+b는 각 상인이 보조원 없이 독자적으로 매매를 수행하여 b가 발생하지 않는 경우의 총 상업 자본 B보다 반드시 적어야 한다. 이는 상업 보조원의 고용이 상품 매매의 효율성을 제고하여 전체적인 자본 투하량을 절감시키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효율성 증대만으로는 상업 가변 자본의 성격에 관한 본질적인 난점이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상품의 판매 가격은,

 

(1) (B+b)에 대한 평균 이윤을 보전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상업 보조원의 고용에 따른 분업이 자본의 효율성을 제고하면서, b가 포함된 총자본 (B+b)가 보조원이 없을 때의 자본 B보다 항상 적은 수준에서 유지된다는 사실로부터 해명된다.

 

(2) 판매 가격은 b에 대한 추가적 이윤 외에도 상인의 가변 자본인 지불 임금 b 그 자체를 보충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 핵심적인 난점이 발생한다. 곧, b가 가격의 새로운 구성 요소를 형성하는 것인지, 아니면 (B+b)로부터 획득한 이윤의 일부로 상업 노동자에게는 임금으로, 상인에게는 가변 자본의 보충분으로 나타나는 것인지의 여부다. 후자의 경우라면 상인이 투하 자본 B+b에 대해 얻는 이윤은 일반적 이윤율에 따라 B에 귀속되는 이윤과 b의 합계가 되며, 결과적으로 b는 임금의 형태로 지불될 뿐 그 자체로는 어떠한 이윤도 창출하지 못하게 된다.

 

본 논의의 과제는 수학적 극한의 의미에서 b의 임계치를 규명하는 것으로 수렴된다. 이는 자본가가 (B+b)를 투하하면서도 실질적으로는 B에 대한 이윤만을 획득하는 구조를 전제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분석 대상을 상품 매매에 직접 투하되는 자본 B, 물적 거래 비용인 불변 자본 K, 그리고 상인이 투하하는 가변 자본 b로 정밀하게 재규정해야 한다. 이 중 B의 회수와 보충은 이론적으로 어떠한 난점도 제기하지 않는다. B는 상인의 관점에서 실현된 구매 가격이자 생산자의 생산 가격을 의미한다. 상인은 이 가격을 지불한 뒤 재판매 과정을 거쳐 판매 가격의 일부로 B를 온전히 회수한다. 나아가 이미 고찰한 바와 같이 B에 대한 평균 이윤을 추가로 획득한다. 예를 들어 상품 매입에 100이 소요되고 이에 대한 이윤율이 10%라면, 상품은 110에 판매된다. 상품의 가치는 이미 100으로 존재하고 있었으므로, 상업 자본은 여기에 단지 10의 이윤을 첨가할 뿐이다.

 

불변 자본 K는 생산자가 직접 매매를 위해 투입했을 비용보다 (집적의 이익으로 인해) 작을지라도, 본질적으로 생산 과정에 투입된 불변 자본에 대한 추가분을 형성한다. 따라서 이 부분은 상품 가격으로 끊임없이 보충되어야 하며,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는 상품의 일정량이 K의 형태로 소비되고 재차 생산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투하된 불변 자본의 이 부분은 생산에 직접 투입된 자본과 마찬가지로 일반적 이윤율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산업 자본가가 상업 부문을 외주화하면서 해당 자본 투하의 부담을 면제받는 대신 상인이 이를 전담하게 된다. 그러나 상인은 자신이 사용하는 물적 비용 (K)을 직접 생산하거나 재생산할 수 없으므로, 상인이 수행하는 자본 투하는 기능적 분담이라는 측면에서 명목적 성격을 띤다. K의 실질적 생산은 독립된 산업 자본가에게 수행되며, 이들은 여타의 생산 수단을 공급하듯, 상인에게 불변 자본을 공급한다.

 

상인은 상품 판매로부터 이 불변 자본의 가치 보충분과 그에 따른 평균 이윤을 획득하며, 이 과정에서 산업 자본가의 이윤은 일정 부분 잠식된다. 그러나 분업에 따른 자본의 집중과 절약 효과 덕분에, 이윤의 감소 폭은 산업 자본가가 직접 자본을 투하했을 경우보다 작게 유지되며 이윤율의 하락 또한 완화된다.

 

지금까지의 고찰에 따르면 상품의 판매 가격은 B + K + (B + K에 대한 이윤)으로 구성되며, 이는 이론적으로 명확히 규명된다. 그러나 상인이 투하하는 가변 자본인 b가 개입하면서 판매 가격의 산식은 B + K + (B + K에 대한 이윤) + (b에 대한 이윤)으로 확장된다.

 

B는 단순히 구매 가격을 보충할 뿐 B에 대한 이윤 외에 추가적인 가치를 첨가하지 않는다. 반면, K는 그 자체의 가치뿐만 아니라 K에 대한 이윤까지 가격에 산입시킨다. 다만 유통 비용 중 불변 자본의 형태로 투하된 K와 그에 따른 평균 이윤의 합계는, 상업 자본가에 따른 집중과 절약 덕분에 산업 자본가가 직접 운용할 때보다 작아진다. 이때 산업 자본가의 평균 이윤 중 일부가 상업 자본의 몫으로 공제되어 상인에게 이전되며, 이것이 상업 자본이라는 특수 자본의 이윤으로 실현되는 구조다. 그러나 b + (b에 대한 이윤), 곧 이윤율을 10%로 전제할 때 b + 1/10b에 해당하는 부분은 성격이 다르다. 가변 자본 b가 가격의 새로운 구성 성분이 되는지, 또는 이윤의 분할 형태인지에 대한 문제가 자본의 핵심적인 난점으로 부상한다.

 

본 고찰의 전제에 따르면, 상인이 가변 자본 b를 투하하여 구매하는 것은 자본 유통의 기능 (C-M 및 M-C)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인 상업 노동이다. 상업 노동은 상품을 화폐로, 화폐를 상품으로 전환시키는 과정을 매개하면서 가치를 실현할 뿐,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지는 않는다. 특정 자본이 이러한 유통 기능을 전담하는 한, 해당 자본은 상업 자본으로 일반적 이윤율의 결정 과정에 참여하며 총이윤 중 자신의 몫을 분배 받는다.

 

그러나 b + (b에 대한 이윤)의 구조에서는 두 가지 모순적 현상이 나타난다.

 

첫째, 상인이 당연히 수행해야 할 유통 노동에 대해 대가가 지급되는 것처럼 보이며 (산업자본가가 그 대상을 상인 개인으로 보든 상업 노동자로 보든 결과는 동일하다),

 

둘째, 상인이 수행해야 할 그 노동의 대가에 대해서조차 추가적인 이윤이 지불되는 것처럼 나타난다. 곧, 상업 자본은 투하한 b를 온전히 상환받는 동시에, 그 b에 대한 이윤까지 수취하는 셈이다. 이러한 현상은 상업 자본이 스스로를 상업 자본으로 기능하게 만드는 노동에 대해 대가를 받는 동시에, 자본으로 기능을 수행하여 이윤을 획득하는 이중적 성격에서 기인한다. 이 지점이 바로 상업 가변 자본의 보충과 이윤 형성을 둘러싼 핵심적인 이론적 난제다.

 

B = 100, b = 10, 이윤율 p´ = 10%라고 전제하자. 논의의 명료성을 위해 이미 검토된 요소인 K = 0으로 설정한다. 이 경우 판매 가격은 (B + Bp´) + (b + bp´) = 100 + 10 + 10 + 1 = 121이 된다.

 

상인이 b를 임금으로 투하하지 않는 상황을 전제한다면 사태는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상인이 B = 100의 매매를 위해 자신의 가용 시간 전부를 투입한다고 전제할 때, b = 10에 해당하는 상업 노동이 임금이 아닌 이윤으로 보상받기 위해서는 또 다른 상업 자본 100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해당 자본의 10% 이윤이 곧 10 (=b)이기 때문이다. 이 제2의 자본 100은 상품 가격에 직접 산입되지 않으나, 그에 대한 이윤 10은 판매 가격에 첨가된다. 결과적으로 100 단위의 자본 활동 두 개가 수행되는 셈이며, 상품은 200 + 20 = 220에 판매되는 구조를 띠게 된다.

 

상업 자본은 유통 과정에서 기능하는 산업 자본의 일부분이 자립화된 형태에 불과하다. 따라서 상업 자본과 관련된 모든 쟁점은 그것이 독립적인 현상으로 표출되기 전, 곧 산업 자본과 직접 결합되어 있는 초기 단계의 관점에서 우선적으로 제기되어야 한다. 상업 자본이 산업 자본의 한 분과로 기능하던 양상을 규명하는 것이 분석의 출발점이다.

 

상업 자본은 생산 현장인 작업장이 아닌 사무실을 거점으로 유통 과정에서 기능한다. 그러므로 본 논의의 핵심인 가변 자본 b의 성격 역시 독립된 상인의 영역이기에 앞서, 산업 자본가 본인이 운영하는 상업 사무실 내부의 원리로부터 먼저 고찰되어야 한다. (CW 33: 159)

 

초기에 상업 사무실은 산업 작업장에 비해 매우 협소한 규모이나, 산업 자본에 따른 생산 규모가 팽창함에 따라 상품 자본의 판매, 회수 대금의 생산 수단 재전환, 전체 과정에 대한 부기 등 유통과 관련된 상업 활동은 필연적으로 증대한다. 가격 계산, 자금 관리, 통신 등 가치와 잉여 가치의 실현을 목적으로 하는 이러한 노동 및 유통 비용은 비례적이지는 않더라도 생산 확대와 더불어 절대량이 증가하며, 이는 상업 노동자의 고용과 전문적인 상업 사무실의 형성을 일으킨다.

 

이들에 대한 지출은 비록 임금의 형태를 취하나, 생산적 노동 구매를 위한 가변 자본과는 질적으로 구별된다. 상업 노동은 이미 창출된 가치를 실현하는 데 국한되므로, 잉여 가치를 직접 증대시키지 않으면서도 산업 자본가가 투해해야 할 자본 총량만을 늘린다.

 

결과적으로 잉여 가치 s는 불변인 상황에서 투하 자본 C가 C + ΔC로 증가함에 따라, 이윤율은 s/C에서 s/(C + ΔC)로 저하된다. 따라서 산업 자본가는 불변 자본에 대한 지출과 마찬가지로, 이 유통 비용을 최소한으로 제한하고자 한다.

 

산업 자본과 상업 노동자의 관계는 생산적 임금 노동자와의 관계와 상이하다. 생산적 노동자의 고용 확대는 잉여 가치와 이윤의 증대로 이어지지만, 상업 사무실 비용의 증가는 생산 규모와 실현되어야 할 가치량의 증대에 따른 필연적 결과로 이윤율을 압박하기 때문이다. 특히 상업직 급여의 일부가 이윤에 연동된 성과급 형태로 지급되는 현상은, 이윤이 이러한 지출의 전제 조건임을 시사한다. 가치의 계산과 실현, 생산 수단으로의 재전환 등을 담당하는 매개적 노동은 생산된 가치량에 따라 그 규모가 규정될 뿐, 가치 형성의 원인이 아닌 결과로 작용한다. 이는 계량, 포장, 수송 등 기타 유통 노동이 활동 대상인 상품의 양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동일한 원리다.

 

상업 노동자는 잉여 가치를 직접 생산하지 않으나, 그의 노동 가격은 여타 임금 노동자와 마찬가지로 노동력의 가치 (생산비)로부터 결정된다. 노동력의 실제 사용량, 곧 노동의 지출은 그 가치에 따라 제한되지 않으므로, 상업 노동자가 자본가로부터 받는 임금은 그가 실현을 돕는 이윤량과 필연적인 비례 관계를 맺지 않는다. 자본가가 지불하는 노동 (지불 노동)과 노동자가 실제로 제공하는 총 노동 사이에는 편차가 존재하며, 이 중 미지불 노동은 잉여 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잉여 가치의 실현 비용을 절감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전형적인 상업 노동자는 본래 임금 노동자 중 보수가 높고 평균 이상의 숙련도를 요구하는 부류에 속하였으나,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이 발달함에 따라 이들의 임금은 평균 노동 대비 하락하는 경향을 보인다. 우선 상업 사무실 내의 분업화로 인해 노동 능력의 일면적 발달이 가속화되었으며, 이러한 숙련은 직무 수행 과정에서 자연히 습득되므로, 자본가의 교육 비용 부담을 경감시킨다. 또한 과학 및 공교육의 발달로 기초 기능, 상업 및 언어 지식 등이 이전보다 저렴하고 신속하게 사회 전반에 보급되었기 때문이다.

 

공교육의 확대는 기존에 해당 직종에서 배제되었던 저임금 계급의 진입을 이루게 하여 상업 노동자의 공급을 늘리고 경쟁을 심화시킨다. 결과적으로 자본주의가 고도화될수록 상업 노동자의 노동 능력은 향상됨에도 노동력의 가치는 하락하며, 임금 또한 저하되는 모순이 발생한다. 자본가는 실현해야 할 가치와 이윤이 증대함에 따라 이러한 노동자의 고용을 늘리지만, 상업 노동의 증가는 잉여 가치 증대의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로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이로 인해 일종의 기능적 중복이 발생한다. 상품 자본과 화폐 자본의 기능, 곧 상인 자본의 기능은 본래 산업 자본이 취하는 일반적인 형태 규정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특수 자본과 그에 종사하는 특수 부류의 자본가들이 이 기능을 전담하게 되면서, 유통은 자본 증식의 특수 영역으로 발달하게 된다.

 

상업 기능과 유통 비용은 상업 자본의 자립화와 더불어 비로소 독립성을 획득한다. 산업 자본의 유통적 측면은 자본이 상품이나 화폐의 형태로 끊임없이 교체된다는 점뿐만 아니라, 작업장과 병행하여 상업 사무실이 존재한다는 사실에서도 확인된다. 이러한 기능은 상업 자본에 이르러 완전히 분리되며, 상업 자본가에게는 사무실이 유일한 작업장이 된다.

 

유통 비용으로 투하되는 자본의 비중은 산업 자본가보다 도매상에게서 훨씬 거대하게 나타나는데, 이는 산업 자본가 계급 전체가 분산하여 지출해야 할 유통 비용이 소수의 상인 수중에 집중되기 때문이다. 상인은 산업 자본의 유통 기능을 대행하면서 그 과정에서 파생되는 모든 유통 비용 또한 자신의 몫으로 떠안게 된다.

 

산업 자본가에게 유통 비용은 가치 증식에 기여하지 않는 비생산적 비용으로 나타나며, 실질적으로도 그러하다. 그러나 상인에게 유통 비용은 자신의 이윤을 형성하는 근거가 되며, 일반적 이윤율이 전제된 상황에서 이윤의 절대량은 투하된 유통 비용의 규모에 비례하여 결정된다.

 

따라서 상업 자본의 관점에서 유통 비용에 대한 지출은 일종의 생산적 투자의 성격을 띠게 된다. 마찬가지로 상업 자본이 구매하는 상업 노동 역시, 비록 사회적 총자본의 관점에서는 가치를 창출하지 않으나, 상업 자본 그 자체에 대해서는 이윤 획득을 실현하게 한다는 점에서 직접적으로 생산적인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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