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 화폐 거래 자본

 

산업 자본과 상업 자본의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폐의 순수 기술적 운동이 특수한 자본의 독자적 기능으로 자립할 때, 이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전환된다. 산업 자본 및 상업 자본의 일부는 화폐 자본 일반의 형태만이 아니라, 이러한 기술적 업무를 전담하는 화폐 자본으로 상시 존재하게 된다.

 

이로부터 총자본의 일정 분량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분리·자립하며, 해당 자본의 자본주의적 기능은 산업 자본가와 상업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화폐적 기술 활동을 수행하는 데 국한된다. 상업 자본의 분화 원리와 마찬가지로, 유통 과정에 있는 화폐 자본의 일부가 전체 자본으로부터 분리되어 재생산 과정에 수반되는 제반 기술적 활동을 전담하게 된 것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 자본의 운동은 결국 재생산 과정 내에 존재하는 산업 자본의 일부가 자립화하여 나타나는 특수한 운동 형태에 불과하다.

 

새로운 자본 투하나 자본 축적의 경우 화폐 형태의 자본은 운동의 시점과 종착점으로 부각되나, 이미 순환 과정에 진입한 자본에 있어 이 지점들은 단순한 통과점에 불과하다. 산업 자본이 생산 영역을 이탈하여 재진입하기까지 거치는 C´-M-C의 형태 변화 과정에서, 화폐 M는 특정 국면의 결과인 동시에 그 국면을 보충하는 반대 국면의 출발점으로 기능한다.

 

상업 자본의 경우 외견상 화폐 자본의 순환 M-C-M 형태를 띠더라도, 실제 기능적 측면에서의 현실적 과정은 상품 자본의 순환 C-M-C의 연속적 수행이다. 특히 상업 자본은 구매 M-C와 판매 C-M라는 두 행위를 동시에 수행하는데, 이는 생산 과정의 연속성으로 인해 동일 자본이 두 국면에 항시 공존하기 때문이다. , 자본의 일부분이 상품 재전환을 위해 화폐로 전화하는 동안, 동시에 다른 부분은 화폐로 재전환되기 위해 상품으로 전화한다.

 

화폐가 유통 수단으로 기능하는지 또는 지불 수단으로 기능하는지의 여부는 상품 교환의 구체적 형태에 따라 결정된다. 자본가는 그 과정에서 다수의 거래 당사자와 끊임없이 화폐를 수수하게 되는데, 이러한 화폐의 지불과 수납이라는 기술적 활동은 그 자체로 하나의 노동을 형성한다. 특히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해당 노동은 차액 계산 및 결제 업무를 필연적으로 수반한다. 이러한 노동은 유통 비용의 일종으로 가치를 창출하는 생산적 노동에는 해당하지 않으나,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가 자본가 계급 전체를 대행하여 집중적으로 수행하면서 사회적 비용을 단축시킨다.

 

자본의 일정 부분은 퇴장 화폐, 잠재적 화폐 자본,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 또는 유휴 자본의 형태로 화폐 상태를 유지해야 하며, 자본의 또 다른 일부는 순환을 거쳐 끊임없이 이 형태로 환류한다. 이에 따라 화폐 수납과 지불, 부기 업무 외에도 퇴장 화폐를 안전하게 보관하는 특수한 활동이 요구된다. 현실적으로 퇴장 화폐는 유통 수단 및 지불 수단으로 중단 없이 전환되는 동시에, 상품 판매 대금이나 만기 지불금의 유입에 따라 지속적으로 재형성된다. 이처럼 자본 본연의 생산적 기능과 분리되어 화폐 형태로 존재하는 자본 분량의 부단한 운동, 곧 순수 기술적 활동은 필연적으로 특수한 노동과 유통 비용을 발생시킨다.

 

자본의 제반 기능에서 파생된 이러한 기술적 활동들이 자본가 계급 전체를 위해 특수한 대리인이나 자본가에게 전문적 기능으로 위임되고 그들의 수중에 집중되는 것은 분업 발달의 결과이다. 여기에는 상업 자본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이중적 의미의 분업이 존재한다.

 

첫째, 해당 활동이 독립된 특수 사업으로 분화되어 계급 전체의 화폐적 기구를 대행하면서 대규모의 운영 효율과 집중을 달성한다.

 

둘째, 자립화된 이 특수 사업 내부에서도 다시 세부적인 분업 체계가 전개된다.

 

상호 독립적인 각종 분야로의 분할과 그 내부에서의 세부적인 업무 분담 (대규모 사무소, 다수의 회계 및 출납 인력 배치 등)이 전개된다. 화폐의 지불과 수납, 차액 결제, 당좌 계정 운영, 화폐 보관 등과 같은 기술적 활동들이 본래의 거래 행위로부터 분리되어 독립된 기능을 형성할 때, 해당 활동에 투하되는 자본은 화폐 거래 자본으로 규정된다. (CW 33: 166-168)

 

화폐 거래업을 성립시키는 이 특수한 사업들은 화폐 자체의 다양한 목적 및 자본이 화폐 자본의 형태로 수행해야 하는 제반 기능으로부터 파생된다.

 

앞서 지적한 바와 같이, 화폐 일반은 본래 서로 다른 공동체 간의 생활 수단 교환 과정에서 최초로 발생하고 발달한 것이다. [정치경제학 비판을 위하여. (CW 29: 282-283; 자본권 제2)].

 

그러므로 화폐 거래업, 곧 화폐 상품을 취급하는 상업은 세계 무역을 계기로 우선적 발달을 이룬다. 상이한 국가적 주화들이 유통됨에 따라 해외 구매 상인은 자국 주화를 현지 주화로 환전하거나, 각종 주화를 세계 화폐인 지금 형태의 순은 또는 순금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발생한 환전업은 근대적 화폐 거래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 중 하나가 된다. 이후 환은행으로의 발달이 이어졌으며, 이곳에서 은 (또는 금)은 일반 유통 주화와 구별되는 세계 화폐, 곧 은행 화폐 내지 상업 화폐로 기능한다. 나아가 한 국가의 환전상이 타국의 환전상에게 여행자에 대한 지불을 지시하는 환거래 방식은, 이미 고대 로마와 그리스의 현실적 환전 업무에서부터 분화·발전한 형태였다.

 

상품으로의 귀금속 거래는 지금 거래업 및 세계 화폐로의 화폐 기능을 매개하는 상업의 자연 발생적 기초를 형성한다. 이러한 화폐의 기능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권 제33c)

 

첫째는 세계적 지불 결제와 이자 낳는 자본의 이동을 목적으로 국가 간 유통 영역 사이에서 발생하는 금·은의 유출입이며,

 

둘째는 귀금속 생산지에서 세계 시장으로의 유입 및 그 공급량이 개별 국가의 유통 영역으로 분배되는 과정이다. 영국의 경우 17세기 전반에 걸쳐 금세공업자가 은행업자의 기능을 겸행한 사례가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환거래를 매개로 한 세계 지불 결제의 고도화된 양상이나 유가 증권 거래 등 신용 제도의 특수한 형태들은 본 고찰의 범위에서 제외한다.

 

세계 화폐로 국민적 화폐는 그 국지적 성격을 탈피한다. 각국의 화폐는 상호 간의 가치로 표현되며, 결과적으로 모든 국민적 화폐는 해당 화폐의 금·은 함유량으로 환산된다. 금과 은이라는 두 상품이 모두 세계 화폐로 유통됨에 따라, 이들 사이의 가치 비율 역시 끊임없이 변동하며 환산 과정을 거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이러한 중개 기능을 자신의 특수한 사업으로 영위한다. 이처럼 환전업과 지금 거래업은 화폐 거래업의 시초 형태이며, 이는 국민적 주화로의 기능과 세계 화폐로의 기능이라는 화폐의 이중적 속성에서 기인한다.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에서는 일반적인 상업과 마찬가지로 다음과 같은 현상이 발생한다.

 

첫째, 퇴장 화폐로의 화폐 축적이다. 오늘날 이는 구매 및 지불 수단의 준비금으로 상시 화폐 형태로 존재해야 하는 자본 부분의 축적을 의미한다. 이는 상인 자본의 발달과 함께 그 목적에 부합하도록 형성된 퇴장 화폐의 제1형태로, 자본주의적 생산 양식 하에서도 지속된다. 이러한 퇴장 화폐는 국내외 유통 과정에서 끊임없이 유입과 유출을 반복하며 운동한다. 퇴장 화폐의 제2형태는 당분간 운용되지 않는 화폐 형태의 유휴 자본으로, 새로 축적되었으나 아직 투하되지 않은 화폐 자본이 이에 해당한다. 이러한 퇴장 화폐의 형성에는 주로 보관 및 부기와 같은 기능들이 수반된다.

 

둘째, 자본주의적 생산 과정과 상업 일반은 구매 시의 화폐 지불, 판매 시의 화폐 수납, 채무 상환 및 채권 회수, 지불 결제 등의 업무와 결부된다. 화폐 거래 업자는 초기에는 상인과 산업 자본가를 대행하는 단순한 현금 출납인으로 이러한 기능 (서비스)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그 본연의 기능에 대부·차입 기능 및 신용 거래가 결합되면서 비로소 충분히 발달하게 된다. 이와 관련된 논의는 이자 낳는 자본을 다루는 다음 편에서 상술한다.

 

지금 거래, 곧 국가 간 금·은의 이전은 본질적으로 상품 거래의 결과이며, 각국 시장의 세계 수지와 이자율 상태를 나타나는 환율에 따라 규정된다. 지금 거래 업자는 이러한 경제적 결과들을 매개하는 역할에 국한된다.

 

단순 상품 유통에서 화폐의 운동과 형태적 특징이 발전하는 과정을 고찰할 때 확인했듯이 (권 제3), 구매 및 지불 수단으로 유통되는 화폐량의 운동은 상품 형태 변화의 규모와 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이러한 형태 변화 과정은 총 재생산 과정의 일면을 구성한다. 화폐 재료인 금·은을 생산지로부터 공급받는 행위는 상품으로의 귀금속과 여타 상품 간의 직접적 교환 결과이며, 이는 철과 같은 다른 금속의 확보와 마찬가지로 상품 교환의 영역에 속한다.

 

세계 시장에서의 귀금속 운동 또한 (상품 자본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대부 자본의 이전은 제외함), 국내 화폐 운동이 국내 상품 교환에 따라 결정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세계 상품 교환에 따라 완전히 규정된다.

 

국내 주화의 가치 하락이나 복본위제 시행으로 인해 발생하는 국가 간 귀금속 유출입은 진정한 의미의 화폐 유통 범위 밖에 있으며, 이는 국가 정책에 따른 왜곡을 시정하는 과정에 불과하다. 마지막으로 퇴장 화폐의 형성은, 그것이 대외 무역을 위한 지불 수단의 준비금이거나 일시적 유휴 자본의 형태인 한,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필연적인 침전물에 불과하다.

 

화폐 유통의 범위·형태·운동이 본질적으로 상품 유통의 결과라면, 자본주의적 관점에서 상품 유통은 자본의 유통 과정 (수입 지출에 따른 자본과 수입 간의 교환 및 수입 상호 간의 교환 포함)을 체계적으로 표현할 뿐이다. 따라서 화폐 거래업이 상품 유통의 결과적 현상인 화폐 유통을 단순히 매개할 뿐이라는 점은 명백하다. 이 화폐 유통은 상품 유통의 본질적인 한 계기로, 화폐 거래업의 활동에 앞서 이미 전제되어 있는 조건이다.

 

화폐 거래업이 매개하는 영역은 화폐 유통의 기술적 처리에 국한되며, 해당 업종은 이러한 처리를 집중·단축·단순화하는 기능을 수행한다. 화폐 거래업은 퇴장 화폐 자체를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퇴장 화폐의 형성이 경제적 자발성에 근거하는 한 (, 퇴장 화폐가 단순한 유휴 자본이나 재생산 과정의 교란을 나타내지 않는 한), 이를 경제적 최소 한도로 축소할 수 있는 기술적 수단을 제공한다. 구매 및 지불 수단을 위한 준비금을 개별 자본가가 각자 관리할 때보다 자본가 계급 전체의 차원에서 통합 관리할 때 그 필요 규모를 현저히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화폐 거래업은 귀금속을 직접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상품 거래업에 따라 구매된 귀금속의 분배 과정을 매개할 따름이다. 화폐가 지불 수단으로 기능할 경우, 화폐 거래업은 차액 결제를 용이하게 하며 결제 기구의 인위적 원리에 따라 소요 화폐량을 감소시킨다. 그러나 화폐 거래업은 이러한 상호 지불의 연관성이나 규모 자체를 결정하지는 않는다. 예컨대 은행이나 어음 교환소에서 거래되는 어음과 수표는 개별적으로 완결된 독립적 거래의 산물이므로, 화폐 거래업의 역할은 단지 그 결과에 대한 기술적 결제 방식을 개선하는 데 국한된다. 화폐가 구매 수단으로 유통되는 과정에서도 매매의 규모와 빈도는 화폐 거래업과는 무관하며, 화폐 거래업은 매매에 부수되는 기술적 절차를 단축하면서 회전에 필요한 현금 통화량을 절감시킬 뿐이다.

 

따라서 본 고찰의 대상인 순수 형태의 화폐 거래업, 곧 신용 제도와 분리된 화폐 거래업은 상품 유통의 한 계기인 화폐 유통의 기술적 측면 및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제반 화폐 기능에만 관여한다.

 

이러한 특성은 화폐 거래업을 상품 거래업과 본질적으로 구분 짓는 요소가 된다. 상품 거래업은 상품의 형태 변화와 교환을 매개하며 상품 자본의 과정을 산업 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자본 운동으로 부각시킨다. 상업 자본이 상품 자본의 순환 C-M-C과 대비되는 화폐 자본의 순환 M-C-M (상품의 위치 변경에 따른 화폐의 환류)이라는 특수한 유통 형태를 나타내는 것과 달리, 화폐 거래 자본은 그 자체로 이러한 독자적 유통 형태를 가질 수 없다.

 

특수한 자본가 계급이 화폐 유통의 기술적 매개를 위해 화폐 자본을 투하할 때, 이 자본은 개별 상인이나 산업 자본가들이 해당 목적을 위해 직접 투하해야 했을 추가 자본을 축소된 규모로 대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도 투하자에게 M+ΔM을 가져다주는 M-M´이라는 자본의 일반 공식은 성립한다. 그러나 M사이를 매개하는 과정은 형태 변화의 소재적 측면이 아닌, 오직 기술적 측면만을 포함한다.

 

화폐 거래업자가 취급하는 화폐 자본의 양은 본래 상인과 산업 자본가가 유통시키는 화폐 자본의 분량에 상응하며, 그가 수행하는 활동은 이들의 경제적 행위를 기술적으로 매개하는 수준에 머무른다.

 

또한 화폐 거래업자의 이윤이 잉여 가치의 분할로부터 확보된다는 점도 명백하다. 그는 이미 실현된 가치 (또는 채권의 형태로 실현 예정인 가치)를 대상으로 업무를 수행할 뿐이기 때문이다.

 

상품 거래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화폐 거래업에서도 기능의 중복 현상이 발생한다. 화폐 유통에 수반되는 기술적 활동 중 일부는 여전히 상품 거래업자와 상품 생산자들이 직접 수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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