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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 콘서트 ㅣ KTV 한국정책방송 인문학 열전 1
고미숙 외 지음 / 이숲 / 2010년 1월
평점 :
지금 내가 읽고 있는 책이 뭐지? 계발서, 참고서, 아님 요즘 새로이 각광받는 인문?
그런데 분류를 보니 죄다 인문이란다. 허참...그렇다면 인문학이란 뭐냔 말이지. 인문학이란, 인간의 조건에 관해 탐구하는 학문이며 자연과학과 사회 과학이 경험적인 접근을 주로 사용하는 것과는 달리, 분석적이고 비판적이며 사변적인 방법을 폭넓게 사용한다. 분야로는 철학, 문학, 역사학, 고고학, 언어학, 종교학, 여성학, 미학, 예술, 음악 등이 있단다. 한 마디로 인간의 조건에 대한 탐구 조항에 만족하는 모든 분야의 망라란 말씀이다. 이쯤에서 인문학이 왜 중요하며 어째서 인문을 읽어야하는 걸까, 에 대한 의문이 든다.
이 저작물은 다양한 방면의 전문가들이 인문학에 대한 접근적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인문학이 실생활에 도움을 주는지에 대한 원초적인 질문에 대해 김기현 교수는 인문학의 역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대답을 내놓는다. "우리 현실에서 더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는 영역에서 개인적인 관점을 정립한다든가,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것이 인문학의 역할"이라고. 그렇다. 소설 한 자락을 읽어도 분명 사유의 범위가 확대되는 걸 느낀다. 그림, 음악을 통해서도 마찬가지다. 협의의 학문적 관점에서 벗어나 저변이 확대되고 사회에 뿌리내려져야 하는 분명한 이유는 사유 확장을 통해 교양을 연마하는 일에 있을 것이다.
분류학적 고민에 대해, 최재천 교수가 제창한 ’통섭’에 관한 주장이 인상깊게 다가왔다. 학문간에 통합, 융화가 아닌 통섭通涉. 이 새로운 개념을, 번식하는 생물학의 근본 속성에 비교되는 것이 깊게 와 닿는다. 그의 말대로라면 인문학이야말로 ’창조의 세계’가 아닌가. 다양한 학문이 인문을 만났을 때 창조의 세계가 열린다니 가슴 설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인문학의 포용성에 매료된다. 그렇다고 어제까지 어렵던 인문이 오늘 갑자기 수월해지지는 않겠지만 창조의 기쁨을 누릴 수 있다면야 가치있는 도전이리라.
인문학이 새로운 세계로의 포문을 열었다면, 그 진입의 힘은 사랑에 있다? 얼른 납득하기는 힘들지만 "사랑의 감정을 통해 새로운 삶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체험적 기회를 통해 성장하는 인간의 철학적 관점에 다가설 수 있다고 고미숙 박사의 말한다. 전혀 의식하지 못했던 사랑을 통한, 진일보적인 인문학과의 소통이 신기하기만 하다. 자연을 향한 인간의 본성, 권력, 윤리, 고전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다양한 학문들의 하모니가, 소통의 막힘을 뚫고 공존의 세상을 향해 울러퍼지는 듯하다. 우리가 풀지 못했던 난제들의 해답을 쥐고 있는, 인문학에로의 한 발을 내 딛는데 중요한 지표가 되는 저작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