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은 답을 알고 있다 - 물이 전하는 신비한 메시지 물은 답을 알고 있다 (더난출판사) 1
에모토 마사루 지음, 홍성민 옮김 / 더난출판사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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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환경"의 중요성

내가 아직 초등학생이었을 때,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 화초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해주고, 클래식음악을 들려주면 잔병 없이 쑥쑥 자라고. 욕을 하거나 나쁜 말을 하며 시끄러운 소음을 들려주면 화초가 노랗게 말라 시들어버린다는 이야기였다. 그래서 였을까? 나는 그 후로 가끔 집안의 선인장에게 지나가는 말로, 쑥스럽지만 "잘 자라라"같은 말을 해주었다. 내가 한 두 달에 한 번 정도 해준 그 말이 얼마나 선인장의 성장에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읽기를 "사랑해"라는 말을 반복해서 들으며 생장한 선인장의 가시가 뾰족하지 않고 부드러워졌다는 그런 소식을 읽었었다.

 

그래서 이러한 이론을 소 사육이나 과일재배에 접목시켜 클래식음악을 들으며 자란 소와 딸기가 시세보다 비싼 값에 팔린다는 소식도 종종 들었다. 좋은 환경과 좋은 말은 그 상대방의 가치를 바꿀 수 있을 만큼의 힘.  말의 힘, 환경의 힘이 바로 그런 것이다. 어떤 생물의 일생과 정해진 운명을송두리째뒤바꿔 놓을 수 있는 거대한 힘인 것이다.

 

 

"왜 물인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의 에모토 마사루도 이러한 소식을 전해 들었던 것일까? 마사루는 소 사육이나 딸기같은 과일의 재배를 위함이 아닌 물을 그 대상으로 이 이론을 실현시켰다. 마사루는 물에게 각국의 음악과 '사랑해'라는 여러가지 언어, 그리고 글자와 화면등을 물에게 보여주거나 들려주고, 그 결정을 사진으로 찍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생각 이외로 너무나 놀라웠다.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물의 결정은 너무나도 아름다웠고, "아리랑"을 들려준 물의 결정은 애달픈 결정을 만들어 냈다. 그리고 tv의 화면을 본 물의 결정은 형편없이 망가졌다. 그렇다. 물 또한 환경과 말에 영향을 받고 반응을 보인 것이다.

 

그렇다면.. 에모토 마사루는 왜 물을 대상으로 이런 자칫 위험하고 허무할 수도 있는 실험을 시행한 것일까?

사실 마사루는 수년간 물과 파동의 관계에 대한 연구를 하던 중 이러한 실험을 통해 다양한 물의 결정사진을 얻게 되었다고 하지만, 나는 이러한 무모해 보이는 마사루의 행동에는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물, H2O. 사람의 몸은 66% 이상이 수분으로 이루어져있다. 비단 사람뿐만이 아니라 사막 한복판에서 잔혹한 건기를 견디며 자라는 선인장도 수분, 물이 없으면 살아남지 못한다. 물은 바로 생명과 연결되어있고, 이 세상의 존속과 끈끈한 관계를 맺고 있다. 결국 마사루의 실험은 세상 만물의 존속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진리를 깨우쳐준 실험이었던 것이다.

몸의 절반이상을 구성하고 있는 물, 그리고 그 물이 말과 여러가지 자극에 반응한다는 것.. 바로 그것은 그러한 자극이 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커다란 영향을 끼치고 반응을 한 다는 것을 의미한 것이다.

 

사람들은 좀 더 보드랍고 질 높은 고기를 얻기 위해 소에게는 어쩌면 소음일지도 모르는 클래식 음악을 주구장창 틀어대면서 막상, 자신들끼리는 서로에게 험하고 나쁜 말을 아무런 거리낌 없이 해대는 것일까? 나와 타인 모두를 이롭게 하기위해서 서로에게 좋은 말만 해준다면, 서로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말을 들었던 물의 결정보다 더욱 더 아름다울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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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 초밥장인 안효주의 요리와 인생이야기
안효주.이무용 지음 / 전나무숲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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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얼음물에 담갔다 꺼낸 듯 차가운 손으로, 아직도 살아 숨 쉬는 듯한 생선을 햇살도 가를 듯 한 칼날로 멋지게 저며내는 장면. 하얀 머리모자와 하얀 앞치마, 정갈하게 모은 두 손과 생선을 바라보는 열정으로 가득찬 눈.

누군가 나에게 "일식(日食)" 혹은 "스시"라고 말한다면, 이 장면이 머리 속에 섬광처럼 떠오를 듯 하다.

 

사실, 나는 일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고 까지는 할 수 없지만, 꼭! 먹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가급적 피하고 싶은 장르의 음식이다. 왜냐고? 글쎄.. 아직 나는 그 날 생선의 맛이란 걸 잘 모르겠다. 물컹물컹한 그 날 것의 이질감이 싫고, 입가에 가져다 대기도 전에 코끝을 스치는 그 비릿함이 싫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에게 참 안됐다고 한다. 왜 그 맛있고 그 비싼 음식을 먹지 않는지 모르겠다며 말이다. 일식은 싫어하는 나이지만, 그래도 만화책 [미스터 초밥왕]은 정말 즐겁게 읽었다.

 

일식이든 한식이든 아니, 요리이든 음악이든 무엇이든지 간에 한가지에 열정적으로 모든 것을 다 바치는 청년의 그 열정이 너무나 좋았다. 비록 세세한 스토리 하나하나는 기억하지 못하지만, 그래서 한국의 안효주라는 사람이 [미스터 초밥왕]의 한 에피소드에 나왔었다는 것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미스터 초밥왕]에 "한국의 초밥왕"이라고 소개되었던 사람이라면 그의 열정 또한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에 못지 않을 듯 하여 재차 생각해보지도 않고 책을 들었다.

 

초밥 = 인생, Drama

 


"... 사람의 혀는 간사하기도 하고, 순진하기도 하다. 천하일품요리도 세 끼만 달아서 먹으면 물렸다며 싫다고 한다. 그러다가 세 끼만 굶겨놓으면 밥에 소금만 뿌려도 맛있다고 달려든다. 그래서 맛의 흐름, 맛의 대비, 맛의 강화, 맛의 전환이 중요하다. 이 스토리가 좋을 수록, 그 스토리를 받쳐주는 연기가 좋을수록, 미각이 흐뭇해지고, 마음은 따뜻해지며 너그러워 진다.

-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중 121page"

 


인생의 절반정도를 날 생선과 초를 입힌 밥을 만지며 살았을 안효주. 그에게 있어 초밥이란 무엇일까? 그냥 자신을 먹여 살리는 수단일까? 당연하게도 대답은 no!이다. 만약 그가 초밥을 그냥 생계의 수단정도로 생각했다면 그는 아마도 이미 이 일식업계를 떠나있을 것이다. 그럼 그에게 있어 초밥이란 무엇일까?

 

그는 초밥을 통해서 사람들의 세상과 인생을 보고, 초밥을 통해 한편의 드라마를 만들어낸다. 초를 한 밥과 간장, 고추냉이의 사이에서 사람간의 관계를 보고, 초밥을 통해 손님 한명 한명에게 새로운 미각의 드라마를 선물한다. 때문에 그에게 있어서 초밥이란 그저 돈벌이의 수단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일을 최고의 예술에 비견 할 만큼 큰 자부심을 가지고 있고, 또한 최상의 재료로 최고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처음 본 할머니에게도 기꺼이 소금동냥을 한다. 그에게 있어서 초밥이란, 이미 하나의 대상이 아니라 그의 자존심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린 듯 하다.

 

초밥에 미치다

 


"...경험이 많은 요리사는 초밥 나무통에 밥 떨어지는 소리만 들어도 밥이 되게 되었는지 질게 되었는지 적절한 지를 안다.  ... 그동안 밥 짓는 거 하나에 미쳐있었다. 미치지 않고서는 되는 일이 없고, 미쳐서는 되지 않는 일도 없다.

-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 중 155page"

 


'미쳐야 미친다', '불광불급 (不狂不及)'이라는 말이 있다. 정말 미쳐버릴 정도로 혼신을 다해야 그에 도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한 점에서 안효주는 최상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미치려 하는 사람이다. 쌀알 하나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며, 섣불리 유행을 따라가지도 않는다.

 

이렇게 최상의 작품을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하는 그에게 있어 '최상의 초밥'은 무엇일까? 그에게 있어 최상의 초밥은 바로 '고객과 소통할 수 있는 초밥'이라고 생각한다. 때문에 '내가 제일 잘났다'는 생각으로 자신의 작품을 맛 없다고 하는 고객을 무시하지 않으며, 고객의 사소한 지적 하나, 가벼운 평가하나에도 정신을 집중한다. 이렇듯 그가 철저하게 대하는 것은 비단 초밥 뿐이 아니다.

 

그는 올바른 스승을 보며, 항상 노력하는 배움의 길을 걸었다. 쉬는 시간의 훈련도 방해하며 질시하는 선배들의 괴롭힘을 견디며 접객을 하기 위해 없는 말 수를 늘려가며 그가 이루고자 한 것은 완벽한 초밥이었지만, 그가 이룬 것은 "초밥왕" 그 이상의 것이었다. 그는 최고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노력하면서 말없는 스승의 인정, 고객과의 신뢰, 그리고 자신이 주방을 비워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킬 동료와 제자들을 얻었다.  결국 최고의 초밥에 미치기 위해 한 노력이 그보다 많은 것을 그에게 가져다 준 것이다.

 

미스터 초밥왕 in Korea

 

안효주, 그는 한국에서 손 꼽히는 일식 요리장인이다. 비단 그가 인기만화에 캐릭터화 되어 출현하고, 국내 굴지의 일류호텔의 일식코너를 담당했던 수장이어서만은 아니다. 그가 낸 몇 권의 일식관련 서적들? 그것들 또한 그가 일식 요리장인이 될 수 있었던 조건들에 속하지 못한다. 각종 명예와 그에 따른 부산물들은 그가 일식 요리장인이 되었기 때문에 따라올 수 있었던 영광들이었다. 그럼 과연 그를 한국 최고의 초밥왕으로 만들어 낸 것은 무엇일까?

 

[안효주, 손끝으로 세상과 소통하다]를 통해 나는 그 해답을 알 수 있었다. [미스터 초밥왕]의 쇼타가 초밥에 대한 엄청난 열정을 가졌고 그 열정으로 최고가 될 수 있었다면, 안효주의 경우는 애정이었다. 그는 초밥에 대한 애정을 가진 사람이다. 그의 애정은 쇼타의 열정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열정만큼이나 뜨겁다. 초밥에 대한 그의 열애가 바로 그를 한국의 초밥왕으로 만들어 낸 것이다. 열정과 애정, 이 둘 중 어느 것이 더 우위에 있는 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열정이든 애정이든, 이 둘 중에 한 가지만 있다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안효주와 쇼타를 통해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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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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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 이름만 들어도 이야기거리가 넘처날 듯한 신비로운 공간.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있는 미야베 미유키가 그 신비로운 공간을 중심으로 한 6가지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 소설집을 펴냈다. 그 연작소설집의 제목은 바로 『쓸쓸한 사냥꾼』.

65살의 국가공인 독거노인 이와씨와 그의 불효막심한 손자 미노루, 그리고 이와씨가 꾸려가는 고서점 "다나베서점". 이 평온하고 안락한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벌하고  섬뜻한, 그리고 가끔은 가슴아픈 이야기들..

「유월은 이름뿐인 달」- 빌 S.벨린저 『이와 손톱』
죽은 친구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다나베씨는 어느날 괴한에게 쫓기던 미모의 여성을 돕는다. 그리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한 여성의 실종사건에 휘말리게된다. 실종되기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와 손톱>을 조심해"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동생은 결혼식 답례품으로 준비한 책들의 표지에 <이와 손톱>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지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여자의 실종과 그녀의 동생을 쫓아다니는 남자. 과연 실종된 여자는 살해당한 것일까? 정말 동생의 스토커가 그녀를 죽인 것일까?

「말없이 죽다」-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온 미치야. 평생을 공무원적인 삶을 사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치야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미치야는 아버지의 수상스러운 수입 12만엔과 급작스러운 죽은 그리고 삼십여권 남짓한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그리고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의 저자 나가라씨의 수상스러운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라는 책과 아버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과연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와 아버지는 나가라씨의 죽음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무정한 세월」- 『살인의 기술』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어느날 부터인가 귀신을 보기시작한다. 여자와 그녀의 아이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원혼은 할머니의 눈에만 보이고 가족들은 그말을 그저 치매 증상의 일부로 치부한다. 그리고 개축을 위해 집을 무너뜨리고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한 어느날, 인부에 의해 방공호가 발견된다. 그 방공호 안에서 발굴된 여자와 어린 남자아이의 유골. 전쟁 중 공습으로 죽음을 당한 모자의 유골로 밝혀진다. 그리고 그날밤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실종되는데...

「거짓말쟁이 나팔」- 『거짓말쟁이 나팔』
어느날, 이와씨의 고서점에서 책을 훔치던 아이가 붙잡힌다. 그 아이가 훔치려 했던것은 1950년대에 발간된 『거짓말쟁이 나팔』이라는 책.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따뜻한 이야기도 아닌 그 책을 아이는 왜 훔치려 했던 것일까?

이와씨는 아이의 몸에서 엄청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거짓말을 한 나팔이 끝까지 벌을 받지 않고 자신의 큰소리로 고발의 소리를 묻어버리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가 담긴 『거짓말쟁이 나팔』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고발하려고 했던 사실은 무엇일까?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부모? 아니면 학교 폭력?  다분히 충격적인 결말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 이다.

「일그러진 거울」- 야마모토 슈고로의『붉은 수염 진료담』
예쁘지 않은 얼굴과 통짜몸매를 가진 OL 유키코. 그녀는 어느날 전철의 선반에서 『붉은 수염 진료담』이라는 책을 주어든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에 빠져들고, 책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책의 주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현실에 대한 자각일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유키코는 책 주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된다.

책의 주인은 왜 책갈피로 자신의 명함을 이용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그는 자신의 여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의 표제작, 「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모방범』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바로 한 작가의 미스테리한 실종과 그 작가가 남긴 미완의 추리소설, 그리고 그 추리소설 속 범죄를 모방하는 카피캣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과연 작가는 왜 실종된 것이고 과연 죽은 것일까?  「쓸쓸한 사냥꾼」을 자기식대로 이해하여 무차별적인 살인을 벌이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몇작품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그저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약간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모방범』과 『화차』정도만 읽어도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 사건을 유발시킨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된다. 

어쩌면 미야베미유키는 이 이야기를 쓸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나무』를 쓸때처럼 한결 힘을 빼고 이야기를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 6편을 한권의 연작소설집으로 엮어냈지만 이 『쓸쓸한 사냥꾼』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실린 6가지 이야기는 모두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물질만능주의, 죽음과 사회적 비극에 무감각해져가는 사람들, 학교폭력, 거짓말과 공급횡령 등등... 

 잘생기고 과묵한 프로탐정도 아니고 형사도 아닌, 헌책방을 운영하는 65살의 할아버지가 사건해결의 중심에 선 이 소설은 꽤나 신선하고 또 가벼웠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처절한 고발이 담겨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 바로  『쓸쓸한 사냥꾼』에 담긴 6가지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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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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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첼로보다는 엄청 작지만, 바이올린보다는 좀 큰 비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수줍은 동양청년, 리처드 용재 오닐.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전쟁고아로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된 어머니를 둔, 그 자신도 입양아인 용재오닐. 어머니의 친부모를 찾기위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나와 나의 어머니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때문이었을까? 사실 용재 오닐이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내가 생각한 건 동양인 입양아로서 타국땅에서 자라날 동안 그가 겪었을 어려움과, 그와 어머니의 끈끈한 모자애였다. 지적인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며 구김없는 청년으로 자라난 용재 오닐.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을때 책장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음악가로서의 용재오닐의 감성이었다. 사실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게 만들어진 그의 인상은 그가 '음악가'라는 것 보다는 시련을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는 청년이었다. 때문에 나는 그가 세계에서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이고, 세종솔로이스츠의 수석 솔리스트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그는 너무나도 자상하고 다정스럽게 음악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가 너무나도 허탈스럽게도 아무렇지 않게 비올라를 연주하게 된 에피소드와 그가 할아버지를 보며 농부가 되기를 꿈꿨다는 에피소드 등... 그가 술술 풀어낸 그의 과거는 내 성급한 예상과는 달리 아름답고 따뜻했다. 비록 어려서부터 불편한 어머니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집이 그다지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자신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몇 시간이나 운전을 하며 그를 음악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했던 할머니와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신을 지켜주었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비록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들을 너무나도 염려하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과 친해져 그가 음악을 전공하게 한데에는 그다지 넉넉치 못했던 가정생활이 한 몫을 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열심히 연주했던 용재 오닐. 그에게 있어 음악은 먹고 살기 위한 job이 아니라 친구고 추억이며 또한 생활이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대단하다. 때문에 용재 오닐은 그의 글 곳곳에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용재 오닐은 클래식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싫어하지만 말고 짧은 소품 한 곡이라도 꼭 들어보라고 권한다. 어린 시절 그의 여가시간을 책임져 주었던 클래식음악. 그는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쉽고 자상하게 클래식을 이야기 해준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음반이 아니더라도 클래식 한 곡 정도 들어보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용재 오닐은 이 책을 통해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클래식과 가족.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바로 그 두 가지였다. 만인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성실한 그이지만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으며,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마치 책 표지의 그를 그대로 써내려간 듯 한 그런 느낌 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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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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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그러나 그때 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사람이 어떻게 어른이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었다.어른은 우리랑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머리 위 계단에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그리고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건데, '어른'이라는 이름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 어느새 꼭대기에 도달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사람은 누구나 십수년간의 세월 동안 차근차근, 공식적인 단계를 거쳐 성장을 한다. 누구나 다 걸음마를 떼고, 글자와 숫자를 배우고, 학교에 다니는 과정을 겪는다. 누구나가 이러한 과정을 겪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하고 성장을 마친다는 것은 일탈적인 행위이고, 때문에 이야기거리가 된다.
 

 톰 행크스 주연의 [빅]이나 제니퍼 가너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것]과 같은 영와를 통해, 우리는 어린아이가 혹은 미성년이 하루아침에 성인이 되는 이야기를 접해왔다. 때문에 [스킵Skip]의 표지에 쓰인 "더이상 열일곱살로 돌아갈 수 없다. 눈을 떳을때 나는 마흔두살 이었다."는 문구를 봤을때, 반사적으로 영화[빅]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스킵Skip]은 열일곱 소녀가 하루아칩에 마흔두살의 완전 다른 사람이 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킵Skip]은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일생 중 25년을 잃어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마리코. 그녀는 대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던 날, 집안에서 홀로 잠깐 잠이 들었던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녀는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42세의 중년 여인이 되어있었다. 영화에서 처럼 '내'가 아닌 '타인'이 아니라, '나'이긴 하지만 25살의 나이를 더 먹은 '나'. 갑자기 왜? 이유랄 것도 없었다. 마리코는 중년의 남편과 여고생 딸을 가진 한 집안의 주부였다.

 

갑자기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마리코. 마리코는 자신이 갑자기 25년 후에 오게된 것이 당황스러울 뿐이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있어서 매일 얼굴을 보며 웃던 엄마가, 아내가 갑자기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에 걸려 버린것이다. 과연 그녀의 사라진, 혹은 지워진 25년은 어디로 갔을까? 마리코와 그녀의 가족들 모두 당장의 상황에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고, 마리코는 가정주부로서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의 자신의 역할도 수행해야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이치노세 마리코가 사쿠라기 마리코가 되어버린 것 만큼이나 전혀 다르고 어색한 삶. 마리코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잃어버린 25년 간의 성장을 마쳐야만한다. 마리코가 앞으로 살게 될 세상은 더이상 가루주스를 물에 타서 마시는 시대도 아니고, 컬러tv가 놀라운 시대도 아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에에 마리코는 남편과 딸의 도움으로 교단에 서서 고3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인물은 단연 25년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어른이 되버린 마리코이다. 하지만 단순히 25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가  [스킵Skip]의 전부는 아니다.  [스킵Skip]에서 마리코는 고3 학생들의 담임이다. 바로 성년의 문턱에 다가가있는 학생들. 42세의 몸이지만 17세의 감성과 정신을 가진 마리코는 이들과 함께 부딪히면서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문턱을 넘는다.

 나를 무시한 사람에게 혼신을 다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마리코의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 되기위한 심한 열병을 앓아내고 있었다.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마리코이지만 그녀는 수험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모두가 공들여 참여했던 축제가 끝이 났을때, 마리코도 학생들도 이미 성인이 되기 위한 관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오'였다. 여고생이었던 '미오'가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남편과 아들의 곁에 잠시 머물렀듯이. 혹시 마리코도 그렇지 않을까? [빅]과 [완벽한 그녀에게 단 한가지 없는 것]의 주인공들처럼 이야기의 끝에 마리코도 17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리코는 17살의, 25년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25년을 벌충하고 자신에게 닥쳐온 현실에 적응을 하기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텔레포팅(마리코의 입장에서)와 기억상실(마리코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있어)같은 흔한 소재를 썼음에도 [스킵Skip]은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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