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을 연구하는 여인
아리아나 프랭클린 지음, 김양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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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요즘 미드열풍이 한창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토록 미국드라마에 열광하는 이유는 뭘까요? 제가 생각해보기로는 아마도 직업의 전문성이 확연히 드러나는 드라마 스토리 때문이 아닐까합니다.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의 경우 "의학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하고, 법률드라마는 법원에서 연애한다"는 우스개 소리가 있을정도로 로맨스에 집착하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아마도 이러한 한국적인 스토리 라인에서 비켜가 전문직의 이야기를 풀어가는 미국드라마가 신선했을만 합니다.

 

제가 왜 미드를 언급했냐하면, 바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이라는 이 책이 CSI를 언급하며 서점가에 당당하게 등장하였기 때문입니다. 

 

수치스러울정도로 실패에 가까웠던 십자군의 연이은 동방원정과 교황과 권력관계에서 갈등을 일으켰던 유럽의 왕들. 이러한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이 시대적 배경과는 어울리지 않는 주인공이 등장하는 이야기. 바로 <죽음을 연구하는 여인>의 이야기 입니다. 이 책의 주인공 아멜리아는 의술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지고 있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라는 사실을 빼면 그다지 내세울것이 없는 여자 입니다.

어린시절 버려져 양부모의 손에서 자랐고, 때문에 자신이 어느 민족에 속하는지도 알 수 없는, 사교성이라면 눈씻고 찾아볼래야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아멜리아는 자신이 가진 천부적인 재능을 이용해 영국의 한 영지에서 일어난 연쇄아동살인사건의 주범을 밝혀나갑니다.

 

너무나도 작고 여린 아이들이 무차별 살해되는 평범한 한 마을. 그 잔혹한 살인사건은 기독교인들과 유대인들 사이를 이간질시킵니다. 양손에 못이 박혀 죽은채 십자가에 걸려있었다는 첫번째 피살자가 발견된 후 유대인들은 한 성에 유배되어 언제 목숨을 잃을지 알 수 없는 위태로운 삶을 이어가고 있고, 마을사람들은 한차례씩 사건이 터질때마다 극한의 공포와 광기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죽은자의 의사 아멜리아는 여성의 몸으로 자신을 도와주는 조력자들-유대인 시몬, 거세된 아라비안인 만수르, 수도원장과 교활해 보이는 세금징수원 로울리경-과 함께 사건의 실체로 한걸음씩 다가갑니다.

 

여성은 의사가 될 수 없는 곳에서 하인인 만수르를 앞세워 아프고 다친 사람들을 돌보고, 도저히 감정을 가진 인간으로서는 눈뜨고 볼 수 없는 아이들의 시신을 살피며, 시비인지 추파인지 알 수 없는 관심을 가지며 다가오는 로울리경과 갈등을 일으키며 아멜리아는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애씁니다.

 

여자로 살아가기보다는 의사로서의 삶을 택한 아멜리아. 아멜리아에게 있어 이 어린이 연쇄 살인사건은 끔찍한 사건 이상의 의미를 가지게됩니다. 시칠리아에서 영국으로 넘어오던 그 힘든 여정과 사랑하고 믿었던 사람들과의 이별. 그리고 의사와 인간 사이에서 느끼는 고뇌와 갈등은 아멜리아를 모든면에서 변화하게 합니다.

 

아멜리아를 보면서 CSI 라스베가스의 길그리썸 반장이 떠오른건 저만이 아닐것 같습니다. 아마도 출판사에서도 이런연유에서 CSI를 내세워 마케팅을 편 것이겠지요. 일에 열중하는 워커홀릭에 어린이를 대상으로한 범죄에는 질색을 하며 사랑이란 감정에 서툰 인물... 어쩌면 아멜리아는 중세의 여자 길 그리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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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에쿠니 가오리 지음, 김난주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0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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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에쿠니 가오리.. 라는 일본 작가를 처음 알게된 건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 였습니다.
대학교에 입학하고, 난생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란 것을 해서 '내가 번 돈'으로 산 책들 몇 권 중 한권이 바로 에쿠니 가오리가 츠지 히토나리와 함께 쓴 <냉정과 열정사이>라는 유명한 책이었습니다.
그렇게 처음 그녀의 책을 접하고, 그녀의 물기 없고 바스락 거리는 문체에 빠져들어,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을 순서대로 읽게 되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한참동안 그녀에게 빠져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론수업의 과제로 그녀의 작품과 그녀에 관해 평론을 해서 제출할 정도였으니까요..(사실은 스티븐 킹을 하고자 하였으나...^^;)
 
<반짝반짝 빛나는>과 <낙하하는 저녁>은 개인적으로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 중 최고의 작품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두 작품을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들 아시겠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에서는 사랑이 독특한 모습으로 표현됩니다. 독특해보이는 짐짓 흔치않아보이는 사랑의 모습을 에쿠니 가오리의 작품을 통해서 볼 수 있는 것이지요.
게이인 남편과 약간 정서적으로 불안하고 알콜릭 경향이 보이는 아내, 그리고 남편의 게이애인의 이야기인 <반짝반짝 빛나는>과 10년도 더 된 애인에게 결별을 선언 한 남자와 애인과 결별을 하게 만든 여인과 의도치 않게 동거를 하게된 여인의 이야기인 <낙하하는 저녁>.
 
그 후로 계속계속해서 그녀의 작품들을 읽으면서도, 왜 저는 한번도 그녀가 결혼을 했을꺼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일까요? 아마도 그녀의 작품속에 표현된 독특한 사랑의 모습들 때문이 아니였을까요? 너무나 비현실적이고 독특해 보이는 그런 사랑을 이야기로 풀어낸 그녀이기에 정상적으로 결혼을 해서, 어느 남자의 아내로 삶을 살아갈거라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당신의 주말은 몇 개 입니까>는 지금껏 제가 한번도 생각해 보지 못했던, 한 남자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에쿠니 가오리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작품입니다. '얇다'는 생각이 들 만큼의 두께의 이 책은 몇가지 챕터로 나뉘어진 에쿠니 가오리의 결혼생활이 담겨있습니다. 원래는 한 여성지에 연재를 목적으로 쓰여진 글 들이었는데,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엮인 걸 보니 아마도 연재되는 중에도 꽤나 인기가 있었나 봅니다.
 
이 글들이 쓰여진 때는 그녀가 결혼한지 한 3년차가 되었을때 였습니다. 신혼의 끄트머리라고 해도 좋을 시간의 경계에서 그녀는 혼자로 살던 시간을 그리워하며 남편에게 불만을 가지기도 하고, 결혼이라는 선택을 되돌려볼까?하는 다소 위험해보이는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이율배반적이게도 남편과 부부가 됨으로 얻어진 여러가지 감정들과 안정. 그리고 남편에 대한 사랑에 대해서도 이야기 합니다.
 
사실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자라난 남녀가 한집에서 부부가 되어 인생을 공유한다는 것은 제가 보기에도 쉽지만은 않아보이는 일입니다. 서로에게 맞춰나가야 한다는 것은 내가 아닌 남을 위해 나를 절제하고 양보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는 "사랑은 같은 곳에서 같은 것을 바라보는 것이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에쿠니 가오리의 말대로 사랑은 서로 마주보고 서서 상대방과 상대방뒤의 배경을 바라보는 것이 아닐까요? 서로가 가진 다른 배경을 바라보면서 서로를 이해해가고 사랑해가는 것이 바로 결혼이고, 그것이 바로 완전한 부부가, 가족이 되어가는 것이겠죠.
 
많은 작품이 국내에 소개되어진 에쿠니 가오리이지만, 그에 비해서 그녀에 대해서는 별로 알려진 점들이 없는 것 같습니다. 아주 조금이긴 하지만 이 책을 통해 작가 에쿠니 가오리의 일상을 엿볼수 있었던 기회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에쿠니의 에세이는 에쿠니의 소설만은 못하다는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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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멋대로 행복하라 -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
박준 지음 / 삼성출판사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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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근래들어서 부쩍 느끼는 것인데... 뉴욕에 대해 꿈을 꾸는 사람들이 많아진것 같습니다.
왜 사람사는게 다 거기서 거기라고 하는데도 불구하고,
뉴욕! 하면 아찔한 스텔레토 힐을 신고 멋있게 옷을 쫙 빼입는 여자들과 여자 뺨치게 패셔너블한 남자들이 떠오르고,  스타벅스의 커피와 베이글,  높다랗게 솟아오른 마천루들이 떠오르는게.. 아무래도 뉴욕은 세계에서 가장 이미지 메이킹이 잘 된 도시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그래서일까요? 그러한 이미지와 발맞춰 그런 이미지만 쏙쏙 뽑아만든 책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는것 같습니다.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모 연예인이 개인적으로 미국에 한달정도 다녀와서 책 낸걸 보고 실소를 금치 못했습니다. 하지만... 비단 그 책 뿐 아니라, 뉴욕에 관한 많은 책들이 그냥 너무나 유명한 곳을 다녀온 것에 대한 감상과 그냥 멋있어보이는-환상을 충족시켜주는- 뉴욕의 사진들로 들어차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읽었다가 실망한게 한 두번이 아니라서....^^

그래서 <꿈꾸는 사람들의 도시, 뉴욕>을  처음 읽으려고 했을때, 걱정반 기대반이었습니다.
이전의 책들과 크게 다를 것이 없으면 어쩌나... 어쩌면 이 책은 조금 다를지도 몰라.. 하는 그런 마음말입니다.
 
피터게더스가 쓴 노튼 시리즈 중에 관광을 하는 2가지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읽은 기억이 납니다.
대충 관광을 하는 사람들에는 유명한 관광지만 쫓아다니면서 여행을 하는 사람과 마치 본토박이처럼 그 곳에 사는 사람들처럼 그 속에 녹아들어 여행을 하는 사람이 있다는 글이었는데.. 제가 원하는 이야기는 후자였습니다. 때문에 그 많은 책들에서도 만족을 하지 못했던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제가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것은 작가가 뉴욕에 사는 다양한 사람들 - 재일교포, 영국에서 뉴욕으로 온 사람, 텍사스에서 뉴욕으로 온 사람등등...- 을 만나 인터뷰를 나눈 부분이었습니다. 많은 인종이 모여산다는 인종백화점 미국에서도 가장 다양한 인종이 모여산다는 뉴욕. 왜 꼭 뉴욕이어야만 하는지, 그리고 그러한 자신의 선택에는 어떠한 배경이 있는지에 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interviwer와 interviwee 를 지켜보면서, 예쁘긴 하지만 인간미는 없어보이는 마치 모델하우스와 같던 뉴욕에서 사람냄새 나는 뉴욕속으로 한 발짝 들어간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사실... 한가지 주제에 대해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만큼 재미난 일 도 없겠지요?? 뉴욕이라는 한 주제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개진하는 사람들을 통해 사람이 사는 뉴욕이라는 도시에 대해서 조금은 더 알게된 기분입니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면서.. 한번쯤은 나도 나를 모르는, 나를 신경쓰지 않는 곳에 가서 진정으로 내마음대로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너무나 가깝고 남들에게 관심이 많은 한국에서 잠시 벗어나 남에게 무관심한.. 나한테만 집중하는 그런곳에서 시간을 즐겨보는 것도 좋은일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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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건축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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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들어 자신만의 공간에 공을 들이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어른들 말처럼... 먹고살만 해졌기 때문에 실용성과 더불어 미적인 요소를 추구하게 된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러한 공간에 대한 미적추구는 근래들어 시작된 것은 아닙니다.
로코코, 고딕, 고전주의, 모더니즘등 한 시대를 풍미했던 건축양식들의 이름은 모두가 다 한번쯤은 들어보았을 것입니다.
사실 우리는 주변에서도 이 여러가지 건축양식으로 지어진 건물들을 볼 수 있습니다.
명동에 나가서 우리나라 최초의 고딕양식 건축물인 명동성당을 보면서 성당에 어울리는 경건함과 절제미를 느끼기도 하고,
경희대의 아름다운 건물들을 보면서.."와~ 예쁘다.."라는 말을 연발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다양한 건축양식들은 보는 이로 하여금 다양한 감정을 유발시키기도 합니다.
풍성해보이는 곡선에서 푸근함을 느끼고, 깍아지른듯 곧은 선을 보면서 경외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오직 편히 몸을 쉬고 일하기 위해서 만들어지는 공간을 위한 여러가지 외적인 양식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보통은 이렇게 많은 양식들이 존재하고, 시대를 달리하면서 유행을 한것은 바로 행복추구때문이라고 말합니다.
수세기 동안 건축물은 은신과 보호만의 원초적 기능에서 행복추구라는 정신적인 측면으로 엄청난 도약을 한 것입니다.
좀더 내 취향에 맞고, 또 다른 것들과 비교하여 우월감을 느끼게 하고, 건물의 웅장함 만으로 나의 위상을 드 높힐 수 있는 엄청난 기능을 하게 된 건축물들.
이러한 건축자의 의도가 건축물이라는 결과로 생산되어지는 것이기 때문에, 건축물은 그 모습 자체로서 자신의 존재의 이유를 표출해 보이는 순수한 대상이기도 합니다.
때문에 우리는 여러시기에 지어진 건축물들을 보면서 그 시대를 읽어낼 수도 있습니다.
이 건물을 지은 사람은 어떠한 생각으로 이 집을 지었으며, 그의 그러한 고집때문에 생겨난 집의 문제가 무엇인지... 그리고 정말로 어떤 건축이 사람을 위한 것인지. 사람이 건축에게 끼치는 영향은 어떠한 것인지...
 
건축 하나로 풀어낼 이야기가 이렇게 많으리라고는 생각해 보지도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 책 한 권을 통해 자신의 철학을 고집했던 한 건축가의 열정을 볼 수 있었고,
건축으로 만들어진 나만의 공간에 대한 여러자기 생각들도 들어볼 수 있었습니다.
 
내게 맞는, 내가 좋아하는 외양의 건물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에게 행복을 느끼게 만듭니다.
그리고 사람마다 느끼는 행복의 대상과 관점이 다르기에 그 많은 건축양식들이 세상에 생겨나게되었습니다.
우리는 건축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건축은 어찌보면 사람과도 같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서 주변 환경에 성격이 변하는 사람처럼..
사는 사람에 따라서 같은 집들도 그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그리고 너무 고집을 부리면 화를 부른다는 것 또한 사람과 마찮가지 입니다.
 
내게 행복을 줄 수 있는 공간의 설계는 인생의 설계와도 같다는 사실을 드 보통의 <행복의 건축>을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벽돌하나, 못하나 신경을 써야만 완벽하게 마음에 드는 집이 완성이 되듯이.
세세한 결정 하나하나에도 최선을 다한다면....
우리의 인생도 행복한 인생이 될 것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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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혀진 병사 - 어느 독일 병사의 2차 대전 회고록
기 사예르 지음, 서정태 엮음 / 루비박스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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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힘있는 자들의 기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 말은 전쟁사에 120% 어울리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세계 2차대전이 끝난지도 벌써 기십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우리는 히틀러와 그 잔당들에 대해 거북함을 느끼고, 홀로코스트들의 과거에 함께 슬퍼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하지만.. 말입니다.
과연 홀로코스트들과 전쟁에 뛰어들어 세계정복의 야욕에 맞서 싸우며 전장에서 죽어간 병사들만이전쟁으로 인한 피해자들일까요?
 
아직도 세계 여러곳에서는 총성을 그치지 않고, 많은 사람들이 전쟁으로 인해 죽어가고 있습니다.
몇해전 tv로 피의 다이아몬드 문제로 정부군과 반군이 전쟁을 멈추지 않고 있는 시에라리온을 보았습니다.
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가족을 잃고, 불구가 되고 슬픔과 비탄에 잠겨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제 눈에 들어온 아직 어른이라기엔 너무 앳뙤보이는 한 남자아이가 있었습니다.
그 아이는 10살이 채 되지도 못해 반군에게 잡혀서 마약을 강제로 복용당하고, 총을 들고 정쟁터에 섰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 아이는 마약에 취해서 마구잡이로 총을 쏘아댔고, 그 아이가 쏜 총에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습니다.
이러저러한 고비를 넘기고 겨우 구출된 그 아이는.. 자신이 마약에 취해 저질렀던 지난날의 불행에 많이 힘들어 하고 있었습니다.
자신이 죽은 사람들에 대한 죄책감과 과연 이런 자신을 가족들이 받아줄것인가에 대한 두려움..
그 아이의 눈은 어린아이의 눈이 었지만... 이미 어린아이의 눈은 아니었습니다.
 
<잊혀진 병사>를 기록한 기 예사르또한 마찬가지 입니다.
그는 그 소년병보다는 훨씬 나이가 많았지만, 아직까지는 부모님의 품안에서 보호를 받아야할 나이에 미화된 전쟁 선전에 속아 전쟁에 참가합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히틀러는 엄청난 웅변가였다고 합니다. 그의 웅변을 들으면 곧 마음이 감화될 정도였다고들 하지요.
하긴.. 그 정도가 되었으니 유럽을 뛰어넘어 세계를 전쟁의 불숲으로 만들어버릴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어린 소년에게는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고 감동을 주었을지 알만하지 않습니까?
깨끗하게 세탁되어 날카롭게 날이서 멋진 군복.
조국을 위해 목숨을 버리는 전쟁영웅들.
어린 기 예사르는 그 환상에 속아 입대를 했고, 곧 머지 않아 자신의 환상과는 너무 다른 전쟁의 실체와 마주하게 됩니다.
부족한 식량과 추위와 비바람.
더럽고 불결하기 짝이 없는 환경.
 
다행히도..
전장에서 죽어간 젊은 생명들과는 달리 기 예사르는 무사히 집으로 귀환합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이 겪었던 죽음보다 참혹했던 전쟁의 기억을 하나하나 되살려 기록했습니다.
 
이 책은 전쟁은 나쁜 것이라고 말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이 기록을 통해서 무엇을 위해 죽어나가는지도 몰랐던 젊음들과
그들이 겪어야 했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통해...
전쟁이 과연 누구를 위한 것인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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