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월드 (현대물)
미야베 미유키 지음, 권일영 옮김 / 북스피어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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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서점... 이름만 들어도 이야기거리가 넘처날 듯한 신비로운 공간.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의 미스터리소설 작가로 한국에서도 많은 마니아를 보유하고있는 미야베 미유키가 그 신비로운 공간을 중심으로 한 6가지의 이야기를 엮은 연작 소설집을 펴냈다. 그 연작소설집의 제목은 바로 『쓸쓸한 사냥꾼』.

65살의 국가공인 독거노인 이와씨와 그의 불효막심한 손자 미노루, 그리고 이와씨가 꾸려가는 고서점 "다나베서점". 이 평온하고 안락한 공간을 중심으로 벌어지는 살벌하고  섬뜻한, 그리고 가끔은 가슴아픈 이야기들..

「유월은 이름뿐인 달」- 빌 S.벨린저 『이와 손톱』
죽은 친구의 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다나베씨는 어느날 괴한에게 쫓기던 미모의 여성을 돕는다. 그리고 그 일이 계기가 되어 한 여성의 실종사건에 휘말리게된다. 실종되기전 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이와 손톱>을 조심해" 라는 말을 남기고 사라진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동생은 결혼식 답례품으로 준비한 책들의 표지에 <이와 손톱>이라는 붉은 글씨가 새겨지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진다. 과연 여자의 실종과 그녀의 동생을 쫓아다니는 남자. 과연 실종된 여자는 살해당한 것일까? 정말 동생의 스토커가 그녀를 죽인 것일까?

「말없이 죽다」-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아버지와 떨어져 살아온 미치야. 평생을 공무원적인 삶을 사는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미치야는 그동안 무심했던 아버지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다.

미치야는 아버지의 수상스러운 수입 12만엔과 급작스러운 죽은 그리고 삼십여권 남짓한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 그리고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의 저자 나가라씨의 수상스러운 죽음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책장을 빼곡히 채운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라는 책과 아버지는 무슨 관련이 있는 것일까? 과연 『깃발 흔드는 아저씨의 일기』와 아버지는 나가라씨의 죽음과는 어떠한 관계가 있는 것일까?  

「무정한 세월」- 『살인의 기술』
치매 초기 증상을 보이는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어느날 부터인가 귀신을 보기시작한다. 여자와 그녀의 아이로 보이는 남자아이의 원혼은 할머니의 눈에만 보이고 가족들은 그말을 그저 치매 증상의 일부로 치부한다. 그리고 개축을 위해 집을 무너뜨리고 땅을 파내려가기 시작한 어느날, 인부에 의해 방공호가 발견된다. 그 방공호 안에서 발굴된 여자와 어린 남자아이의 유골. 전쟁 중 공습으로 죽음을 당한 모자의 유골로 밝혀진다. 그리고 그날밤 가키자키씨네 할머니가 실종되는데...

「거짓말쟁이 나팔」- 『거짓말쟁이 나팔』
어느날, 이와씨의 고서점에서 책을 훔치던 아이가 붙잡힌다. 그 아이가 훔치려 했던것은 1950년대에 발간된 『거짓말쟁이 나팔』이라는 책. 아름답지도 그렇다고 따뜻한 이야기도 아닌 그 책을 아이는 왜 훔치려 했던 것일까?

이와씨는 아이의 몸에서 엄청난 학대의 흔적을 발견한다. 거짓말을 한 나팔이 끝까지 벌을 받지 않고 자신의 큰소리로 고발의 소리를 묻어버리며 승승장구하는 이야기가 담긴 『거짓말쟁이 나팔』을 통해 아이가 세상에 고발하려고 했던 사실은 무엇일까? 아이를 학대하는 것은 과연 누구일까? 부모? 아니면 학교 폭력?  다분히 충격적인 결말을 숨기고 있는 이야기 이다.

「일그러진 거울」- 야마모토 슈고로의『붉은 수염 진료담』
예쁘지 않은 얼굴과 통짜몸매를 가진 OL 유키코. 그녀는 어느날 전철의 선반에서 『붉은 수염 진료담』이라는 책을 주어든다. 그리고 그 책의 내용에 빠져들고, 책에 실린 이야기의 주인공의 말 한마디에 용기를 얻어 책의 주인을 찾아간다. 하지만 그녀를 기다린 것은 현실에 대한 자각일 뿐이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고 유키코는 책 주인의 비극적인 죽음을 신문을 통해서 알게된다.

책의 주인은 왜 책갈피로 자신의 명함을 이용했던 것일까? 그리고 왜 그는 자신의 여인과 비극적인 결말을 택할 수 밖에 없었을까?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
『쓸쓸한 사냥꾼』의 표제작, 「쓸쓸한 사냥꾼」. 미야베 미유키의 대표작인 『모방범』의 원형이라고도 할 수 있는 이 이야기는 바로 한 작가의 미스테리한 실종과 그 작가가 남긴 미완의 추리소설, 그리고 그 추리소설 속 범죄를 모방하는 카피캣에 대한 흥미진진한 이야기이다. 과연 작가는 왜 실종된 것이고 과연 죽은 것일까?  「쓸쓸한 사냥꾼」을 자기식대로 이해하여 무차별적인 살인을 벌이는 범인을 잡을 수 있을 것일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몇작품만 읽어봐도 쉽게 알 수 있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은 그저 심심풀이로 읽기에는 약간 무게감이 있는 편이다. 『모방범』과 『화차』정도만 읽어도 그 사건의 중심에 있는, 그 사건을 유발시킨 사회문제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된다. 

어쩌면 미야베미유키는 이 이야기를 쓸때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나무』를 쓸때처럼 한결 힘을 빼고 이야기를 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저 가볍게 읽을 수 있는 단편소설 6편을 한권의 연작소설집으로 엮어냈지만 이 『쓸쓸한 사냥꾼』도 그다지 쉽지만은 않다. 여기에 실린 6가지 이야기는 모두 사회적 문제에 대한 독자들의 주위를 환기시킨다. 물질만능주의, 죽음과 사회적 비극에 무감각해져가는 사람들, 학교폭력, 거짓말과 공급횡령 등등... 

 잘생기고 과묵한 프로탐정도 아니고 형사도 아닌, 헌책방을 운영하는 65살의 할아버지가 사건해결의 중심에 선 이 소설은 꽤나 신선하고 또 가벼웠다. 물질만능주의 시대에 대한 처절한 고발이 담겨있으면서도 지나치게 어둡거나 우울하지 않은 그런 이야기. 바로  『쓸쓸한 사냥꾼』에 담긴 6가지 이야기가 그런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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