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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처드 용재 오닐의 공감
리처드 용재 오닐 지음, 조정현 엮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첼로보다는 엄청 작지만, 바이올린보다는 좀 큰 비올라라는 악기를 연주하는 수줍은 동양청년, 리처드 용재 오닐. 내가 그를 처음 알게 된 것은 tv의 한 프로그램을 통해서였다. 전쟁고아로 미국인 양부모에게 입양된 어머니를 둔, 그 자신도 입양아인 용재오닐. 어머니의 친부모를 찾기위한 그의 이야기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켰고, 나와 나의 어머니도 그러한 사람들 중 하나였다.
때문이었을까? 사실 용재 오닐이 자신의 이야기를 엮어 한 권의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들었을때, 내가 생각한 건 동양인 입양아로서 타국땅에서 자라날 동안 그가 겪었을 어려움과, 그와 어머니의 끈끈한 모자애였다. 지적인 장애를 가진 어머니를 돌보며 구김없는 청년으로 자라난 용재 오닐. 이런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을때 책장너머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바로 비올라를 연주하는 음악가로서의 용재오닐의 감성이었다. 사실 "인간극장"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나에게 만들어진 그의 인상은 그가 '음악가'라는 것 보다는 시련을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웃음을 잃지 않는 청년이었다. 때문에 나는 그가 세계에서 촉망받는 젊은 음악가이고, 세종솔로이스츠의 수석 솔리스트라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나에게 그는 너무나도 자상하고 다정스럽게 음악과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바이올린으로 음악을 시작한 그가 너무나도 허탈스럽게도 아무렇지 않게 비올라를 연주하게 된 에피소드와 그가 할아버지를 보며 농부가 되기를 꿈꿨다는 에피소드 등... 그가 술술 풀어낸 그의 과거는 내 성급한 예상과는 달리 아름답고 따뜻했다. 비록 어려서부터 불편한 어머니의 든든한 보호막이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했고, 집이 그다지 풍족하지는 못했지만. 그에게는 자신보다 2-3시간 일찍 일어나 도시락을 싸고 몇 시간이나 운전을 하며 그를 음악하는데 불편함이 없게 했던 할머니와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신을 지켜주었던 할아버지가 있었다. 그리고 비록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들을 너무나도 염려하고 사랑하는 어머니도 있었다.
어려서부터 클래식과 친해져 그가 음악을 전공하게 한데에는 그다지 넉넉치 못했던 가정생활이 한 몫을 했다. 장학금을 받기 위해 누구보다도 더 열정적이고 열심히 연주했던 용재 오닐. 그에게 있어 음악은 먹고 살기 위한 job이 아니라 친구고 추억이며 또한 생활이었다. 그래서 클래식 음악에 대한 그의 애정은 대단하다. 때문에 용재 오닐은 그의 글 곳곳에서 클래식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용재 오닐은 클래식을 기피하는 사람들에게 무작정 싫어하지만 말고 짧은 소품 한 곡이라도 꼭 들어보라고 권한다. 어린 시절 그의 여가시간을 책임져 주었던 클래식음악. 그는 사람들이 클래식을 어려워하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래서 쉽고 자상하게 클래식을 이야기 해준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그의 음반이 아니더라도 클래식 한 곡 정도 들어보는게 어떨까...?하는 생각이 든다.
용재 오닐은 이 책을 통해 그가 사랑하는 모든 것을 이야기한다. 클래식과 가족. 지금의 그를 있게 한 것은 바로 그 두 가지였다. 만인에게 능력을 인정받는 성실한 그이지만 오만함은 찾아볼 수 없으며, 순수하고 다정한 마음이 느껴진다. 마치 책 표지의 그를 그대로 써내려간 듯 한 그런 느낌 이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