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수다 - 나를 서재 밖으로 꺼내주시오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진원 옮김 / 지니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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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가 쓴 에세이를 읽는 것이 에세이스트가 쓴 에세이를 읽는 것보다 좋은점이 뭐가 있을까?

아마도 그 동안 소설가가 써낸 작품들을 읽으면서 만들어낸 작가의 모습에 대한 궁금증과 환상을 실제로 충족시킬수 있다는 점이 아닐까?

 

오쿠다 히데오.

이 일본작가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알려진지는 얼마 안돼었지만 지금은 <공중그네> 와 <in the pool>을 필두로 여러권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되고 있다. 아마도 그에게 이렇게 많은 유명세를 만들어 준 작품은 <공중그네>가 아닐까?

그의 작품을 읽어본 많은 사람들이 재밌다며 소개를 하는 책이 바로 이 <공중그네>인데.. 솔직히 고백하자면.. 다들 유쾌하고 즐겁기 짝이 없다는 그의 작품이 나에겐 별로 였다. 일견으론 너무 황당해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너무 스토리 구조가 단순해 보이기도 하고..

하지만 워낙 다들 즐겁고 유쾌하다고들 하니까.... 그런가보다 했었다.

그래서 <오! 수다>는 좀 즐겁게 읽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고 집어들었다.

 

<오! 수다>를 읽으며 오쿠다 히데오라는 사람. 작가 오쿠다 히데오가 아니라 그냥 사람 오쿠다 히데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예쁜 여자를 보면 머릿속으로 자신과 그 여자를 주인공으로한 당치도 않은 로맨스를 꿈꾸는 엉뚱함도 있고, 배안에서는 <포세이돈>이나 <타이타닉>같은 해상조난영화를 상영해야한다는 고약한 생각을 하기도 하는 악취미적 성격도 가진. 한편으로는 '펜레터'소리에 폭풍우가 불어와서 찍기도 싫은 사진이지만 억지로 찍어내는 단순함도 있다.

 

이 <오! 수다>는 오쿠다 히데오와 그의 일행이 항구도시를 돌면서 겪은 일과 음식(주로 9할이 이 음식얘기^^;)에 대해 쓴 글을 묶어놓은 책인데, 항구도시에 관한 기획이라니.. 참으로 섬나라다운 기획이 아닐까?

5곳의 일본 항구도시와 한국의 부산을 돌면서 글을 썼는데.. 부산의 경우는 일본과 가까워서 껴 넣은 듯 하다. 그와 일행이 방문한 일본의 항구도시들은 도시인의 환상을 충족시켜줄만한 곳들이다. 나같은 한국인은 물론 일본인인 오쿠다 히데오도 들어본적 없엇던, 도시라는 말이 어울리기보다는 마을 쪽이 더 어울릴듯한 그런 곳...오쿠다 히데오는 이런 곳들을 돌면서 도시사람들이 시골에 대해서 가지는 '순박함, 순수함'등을 만족하면서 안추던 춤도 춰보고 노래도 부르는 등 자신에게 느슨해진다.

 

사실 이 책은 나같은 너무나 한국적인 인간이 읽기엔 신경을 거슬리는 부분이 꽤 된다.

일본으로 끌려왔을 과거의 중국인들을 생각하면서도 자신이 "왜구"의 후예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엉뚱한 '독도'분쟁를 끌여들여 한국을 엉뚱하게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는 국가로 보여지게 하는 등등... 아무리 전쟁의 피해국가와 가해국가의 입장차라지만.... 너무 염치 없어 보이는 것은 사실이다.

게다가 포경국가의 자부심 어쩌구 저쩌구 운운해대질 않나...

책 한권으로 그 사람에 대해서 속속들이 다 알게된다는 건 말도 안돼지만..

책 한권으로 그 사람을 대체적으로는 알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오쿠다 히데오는 나에게 있어 비호감의 강을 건너버렸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을 읽을때 그냥 내 민족성이나 국가적 아이덴티티를 버리고, 그냥 먹을 것에 일희일비하는 단순하고 엉뚱한 오쿠다히데오만을 볼 수 있는 사람이라면... 어느정도 즐거움을 느낄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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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개
양쯔쥔 지음, 이성희 옮김 / 황금여우 / 200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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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사자개를 찾아가는 tv를 본 적이 있었다.
사자개?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사자개가 차우차우를 일컫는 말인줄 알았다. 사실 차우차우도 한 덩치하고 털빨도 장난이 아닌 개이기 때문에 차우차우가 사자로 안보여도 사자개인가보다 했었다.
하지만 사실 사자개는 차우차우가 아니라 티베탄 마티프스, 중국말로는 장아오(짱아오~에 더 가까운) 부르는 견종이었다. 현존하는 모든 개들의 조상격?이라는 이 개...
현 티베트가 중국의 지배를 받는 상황에서 티베트 개가 중국 개가 되버린 이 상황에서...
중국인이 그것도 한족이 티베트의 개에 관한 소설을 썼다니... 의왼걸 싶기도 하고.. 어디감히.. 싶기도 하고... 약간 복잡다단한 마음으로 책을 펴들었다.
 
사실 내가 tv를 통해 본 사자개도 작가 양쯔쥔이 글을 쓰게한 계기가 된 그의 아버지의 소신과 철학에 따르면 진짜 사자개는 아니었다. 초원에서 나서 초원에서 자라지도 않았고, 중국의 한 사육시설에서 집단사육당하고... 가끔 좋은 날에는 빨간 깃털로 목도리를 만들어 목에 장식을 하기도 한단다. 아마도 양쯔쥔의 아버지가 이 사실을 알았다면 슬퍼하지 않았을까?
 
그래도 중국사람들이 그 사자개에 엄청난 돈을 쓰면서도 그 개를 자신의 소유로 하고 싶은 것에는 아마도 많이 덜해지긴 했겠지만.. 철장에 갖혀서 아스팔트를 밟으며 자랐을 그 개가 가진 죽지 않은 야성과 용맹함 때문일 것이다.
흐음...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알게된 사자개의 용맹함- 눈표범이나 늑대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싸워 이겨내는- 은 묘하게 한국개를 떠올리게 했다. 용맹하면서도 절개가 있는 진돗개와 귀신도 잡는다는 삽살개(요 삽살이를 사자개라고도 하나보더라.. 네이버가..^^;), 그리고 호랑이와 싸워도 지지 않는 다는 풍산개... 아마도 각 민족의 민족견이라고 부르는 개들은 어느정도 용맹성이 다들 비슷비슷한 것 같다.
 
그런데.. 이 개를 그토록 사랑한 한족남성의 아들이 써낸 사자개의 이야기를 보면서 조금 맘이 불편했다. 이야기를 이야기로 봐야하긴하지만.... 드넓은 초원에서 서로 편을 나누어 어린아이들마저도 서로를 죽일듯 대하는 티베트 인들의 모습은. 지금의 현 그들의 모습을 생각해 볼때 씁쓸함을 감출길이 없었다.  사람뿐 아니라 개들마저도 싸워대니.... 이거... 원... 쓰읍~!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기분이 묘했다.
비단 사람의 눈으로만 대상을 보는 것이 아니라 개들의 입장에서도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마치 줄리엣이라도 되는 양 사랑과 가족의 반목 앞에서 에라 모르겠다 몸을 던져버린 개, 그리고 권력다툼과 그들 사이의 반목, 그리고 그들을 따르는 무리.. 휴우~ 무슨 개들 이야기가 한편의 무협소설 못지 않다.
 
책을 읽을땐 사심이 많이 개입되면 잘 집중하지 못하는 어려움이 있는데.. 나에게 있어 이 사자개의 경우가 딱 그러하다. 서로 나뉜 티베트 종족사이의 반목을 없애기 위해 노력하는 것으로 그려지는 한족.. 으흠... 이것을 그냥 보기엔 난 너무 많은것을 알고 있는지도...
 
(내가 뭘 알고 있는지 궁금하다면.... 정희재씨가 쓴 티베트의 아이들이라는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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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 - 개정판
아멜리 노통브 지음, 김민정 옮김 / 문학세계사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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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다소 독특한 제목의 이 책.
이 책은 나와 아멜리 노통브의 첫만남이다.
구불구불 잔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의 또랑또랑한 두 눈을 가진 그녀가 책의 뒷 표지에 살포시 자리잡은 이책. 책의 표지도 제목도 그다지 유쾌해보이지도 산뜻해 보이지도 않는 이 책을 읽으려고 집어든 사람들은 대부분 나와 같이 <살인자의 건강법>이라는 책 제목에 흥미가 동했기 때문일것이다.
 
프레텍스타 타슈라는 괴상쩍은 분위기를 팍팍 풍기는 여든이 넘은 남자 작가.
너무 먹어대서 이젠 더이상 두다리로는 운신을 할 수 없고, 목욕도 다른 사람의 손을 빌려해야하며, 휠체어를 타고 외출하는 때는 오직 먹거리를 사러나갈때 뿐인 이 괴팍한 노인은 자신의 사샐활에서만 아니라 자신의 공적인 일에서도 마찮가지로 괴팍스럽다.
노벨상 수상자로 사람들은 세계 속속에서 자신들의 언어로 번역된 그의 작품을 읽고있고, 지금 그는 "엘젠바이베르플라츠"라는 희귀병에 걸려 세상의 이목을 다시한번 자신에게로 주목 시킨다.
수용소에 갖힌 살인자들만 걸렸다는 희귀한 골수암을 앓게 된 그를 취재하기 위해-" 죽음을 앞둔 세계적 거장의 마지막 인터뷰"라는 특종을 만들어 내기 위해- 몇몇의 엄선된 기자들만이 그와 인터뷰를 허락받는다.
 
그런데.. 이 타슈라는 노인네... 만만찮다.
죽을날을 받아놓은 사람답지 않게 너무 정정한데다.. 정정한 도를 넘어서 오히려 인터뷰를 하러온 기자들을 골탕먹인다. 말꼬리 잡기는 기본이고, 듣기만해도 느끼해서 비위가 역할것 같은 자신만의 비율로 만들어낸 칵테일을 권하고, 이를 거절한 기자를 흠씬 괴롭혀준다.
이렇게 괴팍한 노인네는 희귀병에 걸린 사실마저도 자신의 천재적인 유전자 덕분이라고 생각하고, "고전에서 형편없는 부분 찢어내기"를 취미로 할 정도로 오만하기 그지 없다.

그렇게 괴팍함과 오만함으로 자신을 철옹성처럼 둘러싼 그가.. 그가 그토록 혐오하는 여자, 더욱이 그의 기준에서는 너무나 늙은 여자로 인해 무너져 내린다.
 
가족사도 유년기도 비밀로 둘러쌓인 이 늙은 작가 앞에 나타난 여기자는 생긴거나 풍기는 이미지와는 다르게 그녀의 목적을 달성시키고자 철저히 준비를 하고 나타났다. 그가 자신이 천재이기 때문에 출간하였다는 죽기전에 발간된 미완성작 <살인자의 건강법>에서 그가 자신의 과거를 말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여기자는 타슈의 입으로 그의 과거를 듣기위해 노력한다.
그의 오만방자함도 그의 말꼬리 잡기와 화제바꾸기에 끄떡도 않고...
그리고 ..... 그녀는 그녀의 목적을 달성한다.
 
여기자에 의해 세상에 까발려진 그의 과거는 곧 그의 현실의 모습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신의 추악한 과거를 써서 책으로 내도 아무도 알아내지 못하고.. 오히려 살인자를 대문호이며 거장으로 추앙하고 떠받드는 언론과 사람들을 보면서 타슈는 희열과 함께 역겨움을 느끼지 않았을까?
그렇게 멋지고 대담하게 세상을 속여넘긴 타슈는 자신의 과거를 까발려도 알아채지 못하는 세상을 자신보다 못하고 자신이 최고라고 여겼을 것이고.. 당연히 그의 안하무인에 오만방자한 행동과 언행을 불러왔을 것이다.

자신의 말처럼 "허위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시대"를 살아가는 타슈 자신은 그러한 시대에서 자신의 과거를 숨기려고 노력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람들을 조롱하면서 즐거움과 환희를 느낀다. 그렇게 온 생애를 살아왔던 그가 자신의 과거를 자신의 입으로 밝히게한 여기자 앞에서 무너져 내리는 모습은 한편으로는 불쌍해 보이게 까지한다. 
무너져 내리지 않기 위해 온갖 궤변까지 늘어놓았는데 말이다.
 
혹시 노통브는 이 작품을 통해서 현실을 비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유명세를 타기만 하면 그 사람을 떠받들고.. 오히려 추악한 사건을 통해 악랄한 인물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타슈의 사후 -아마도 그 여기자는 그의 과거를 밝혀낸 특종을 써냈을.. 그후에 그의 책은 날개돋힌듯 팔려나간다.- 의 모습을 통해서 그런 현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싶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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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전달자 블루픽션 (비룡소 청소년 문학선) 20
로이스 로리 지음, 장은수 옮김 / 비룡소 / 2007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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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사는 모든 사람들이,  아니 조금 범위를 좁혀서 내가 살고 있는 동네의 모든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식단으로 식사를 해야한다고 상상해보자.
의식주 모든 것에서 내 의지로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없고, 또 세상에는 규칙과 명령 그리고 그에 대한 절대적인 복종만이 있을 뿐이라면???
아마도 정말 살기 싫은 삶이지 않을까?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가 나에 대한 정체성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자존감을 가지고 작게는 의상이나 식단부터 크게는 진로등의 인생의 결정을 내린다는 것은 한치 앞도 모르는 인생에서 두려움과기대감등의 복잡다단한 하나의 즐거움이다. 하지만 이런 모든 것들이 내가 아닌 다른사람에 의해 결정된다면... 과연 세상을 살아가는 것에 어떠한 의미가 있을지? 아마도 타인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삶은 무의미한 삶이라고 보아도 되지 않을까?
 
로이스 로이가 지어낸 <기억전달자>에 나오는, 12살 기념일을 앞두고 있는 소년 조너스의 마을이 이러한 곳이다. 겉으로 보기엔 너무나 평화로워 보이는 조너스의 마을. 하지만 그 곳에는 소수의 특별한 몇몇사람들이 모든일-자전거를 타야할 적정한 나이를 결정하는 것 마저도!-에 결정을 내리고 그외의 다수는 그 결정과 그 결정을 내리는 사람들이 만들어낸 규칙과 명령에 순응하며 살아간다.
모두가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가끔씩 옷집마다 설치되어있는 스피커에서 나오는 아나운서의 지시에 따르면서 조너스는 동생과 엄마, 아빠와 함께 11살의 마지막을 살아가고 있다.
 
매년 12월이면 온 동네사람들이 모여 어린아이들이 나이를 먹고 성장하는 것을 축하하는 기념식이 있다. 그 중에서 12살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바로 이 기념식이 인생에서 마지막으로 기념하는 기념식이기 때문이다. 12살이 된다는 것은 조너스가 사는 세상에서는 성인이 된것과 다름이 없다. 12살이 된다는 것은 더이상 '노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고 준비하는 과정에 들어섰음을 알리는 것이다.
 
조너스는 이 날 수년만에 처음으로 '기억보유자'의 임무를 맡게된다. '기억보유자'는 원로중의 원로이고, 가장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막대한 권력을 가진 인물이다.  여러 원로와 선생님들로부터 태어나서 평생을 관찰당하면서 그가 가진 특기와 기질을 고려해 결정된 그의 임무. 그의 임무는 그야말로 막중하고 중요한 임무이다.
언제나 혼자서 살면서 묵묵히 일만하는 '기억보유자'의 제자로 들어간 조너스는 스승의 전수를 통해 자신이 살고 있는 현재가 아니라 오래전의 '과거'에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기쁘고 즐거운 기억뿐 아니라 고통과 기아마저도 혼자서 감내해야하는 '기억보유자'의 임무를 배우게 된다.
 
왜 누군가가 혼자서 다른사람들의 기쁨과 슬픔을 모두 짊어지고 외로이(자의라 할 수도.. 타의라 할 수 도 없는 이별로) 살아가야 하는 것일까?  왜 누군가가 다른 사람의 인생을 간섭하며, 왜 아무도 그런 부조리함에 대응하지 않고 순응하는 것일까?
조너스는 이러한 사회에 대한 불합리함에 대해 눈을 뜨게 된다. 그리고 어린나이지만 이미 어린아이가 아닌 조너스는 그러한 사회에 한번 힘껏 맞서보기로 한다.
 
이  황당하면서도 일견 '어쩌면...'이라는 생각을 들게하는 이야기는 곰이나 코끼리가 상상의 동물이 되어버릴 만큼 아주 오래된 미래의 지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조지오웰이 <1984>를 쓸때, 공산주의가 득세한 미래를 그렸던 것 처럼 로이스 로리 또한 조지오웰과 비슷한 상황설정을 해놓았다.
 
태어나서 평생을 절대적 권력을 가진 몇몇의 관찰을 빙자한 감시를 당하고, 자연이 정해놓은 수명을 다 살지 않고 '임무해제'를 당하고, 매년 하루를 정해 같은해에 태어난 아이들이 같이 한 살씩 나이를 먹을 만큼 너무나도! 평등한 사회!!!!
어느 측면에서는 공산+사회주의가 과잉된 측면이 없지 않아 있긴하지만, <기억전달자>와 <1984>가 닮은 꼴이라는 사실을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로이스 로리는 이책의 서문에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에게 이 책을 드립니다."라고 썼다.
 
이서문을 통해 <기억전달자>가 조지오웰의 <1984>와 너무나 닮은 꼴이긴 하지만, 비단 사회주의+공산주의의 어두운면만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우리의 미래를 책임질 아이들을 위한 책이라는 것은 바로 이렇게 타인에 의해 지배받는 삶을 통해 자신의 의지로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하고 큰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또 그 행위를 얼마나 고심과 생각을 거듭한 끝에 내려야 하는 것인지 아이들에게 알려주려하였음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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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OO
오츠이치 지음, 김수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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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나타내는지 그 의미가 불분명한 <ZOO>라는 독특한 제목과 표지.
언뜻보면 스프라이트무늬 같기도한 이 표지는 사실 쇳창살의 모습을 이미지로 담아낸 것입니다.
동물원을 의미하는 <ZOO>라는 제목과 쇠창살 표지...
이질적인 제목과 이미지는 궁금함을 일으킵니다.
과연 어떠한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하고 말입니다.
읽기전에는 혹시 동물원에 관한 이야기가 한편이라도 담겨있으려나? 하는 생각도 했지만...
첫장을 넘기면서부터 저를 기다리고 있던것은 아기자기하고 귀여운 동물들이 사는 동물원이 아니라 피비릿내와 등을 훎고 내려가는 싸늘한 기운. 이질감 그리고 머리가 삐죽삐죽 서게 할 공포감이었습니다.
 
오츠이치?라는 생소한 이름의 일본작가가 풀어낸 단편들은 생각보다 임팩트가 강합니다.
많은 일본추리소설과 공포소설들 중에서도 단연 "세다"라는 느낌을 주는 단편들이 옹기종기 모여있습니다.
 
말에게 걷어차여 얼굴 한 쪽에 커다란 구멍이 생긴, 시체로 집을 짓고 사는 남자.
엄청난 출혈을 일으키는 아버지를 방치한채 유산다툼에 혈안이된 가족들,
쌍둥이지만 언제나 구박과 홀대를 받는 한소녀,
매일매일 썩어가는 애인의 사체가 찍힌 폴라로이드 사진을 배달받는 남자,
이유도 모르게 끌려온 곳에서 혐오스러울만큼 공포스런 죽음이 자신을 찾아올 차례를 기다리며 공포에 떠는 남매,
하이재킹된 비행기 안에서 자발적 죽음과 예정된 죽음사이에서 거래를 하는 두 남자...
 
이 책 전반에 흐르는 것은 그로테스크함과 그리고 잔혹한 피비릿내입니다.
이렇게 잔인하고 무서운 이야기를 견디고 볼 수 있게 하는 것은 이야기 곳곳에 숨어있는 위트와 이율배반적인 상황을 통해 느끼는 , 한꺼풀 벗겨낸 인간의 본성에 대한 감상들 입니다.
마친 오래전에 유행했던 도시괴담을 떠올리게 할만큼 뭔가 동떨어져 보이게하는 이야기 설정은 읽는 이로 하여금 더욱 흥미를 가지게 합니다.
 
사실 이 책을 읽기 시작할때는 제목과 표지에 흥미를 가졌습니다. 과연 왜?
하필이면 왜 <ZOO>라는 단편을 대표작으로 삼아 책을 엮어낸 것일까? 하는 궁금증 말입니다.
책의 마지막장을 덮고나서.. 제 나름의 이해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을 읽을때 독자가 끼여들 여지는 없습니다.
그냥 마치 동물원을 돌아다니며 여기저기 우리 안에 갖혀있는 동물들을 둘러보는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는 자신의 감정과 느낌을 글 속에 투영시키기 보다는 ,
그저 각 단편들을 둘러보는 역활만을 충실하게 수행해야할 뿐입니다.
현실감이 느껴지기보다는 약간의 거리감을 유지하게 되어있는 이야기의 흐름과
잔혹한 이야기를 그저 지켜봐야만 하는 독자의 관계 그 자체가 <ZOO>-바로 동물원의 그것과 다를 것이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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