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스킵 - 시간을 뛰어넘어 나를 만나다
기타무라 가오루 지음, 오유아 옮김 / 황매(푸른바람)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
|
|
| |
...그러나 그때 내 마음에 걸렸던 것은, '사람이 어떻게 어른이 되는 것일까.'라는 의문이었다.어른은 우리랑 전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머리 위 계단에 있는 것 같았다.하지만 실제로는 어떨까?
초등학생에서 중학생, 그리고 지금의 나를 돌이켜 보건데, '어른'이라는 이름의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 어느새 꼭대기에 도달해 버리는 것은 아닐까. |
|
| |
|
 |
사람은 누구나 십수년간의 세월 동안 차근차근, 공식적인 단계를 거쳐 성장을 한다. 누구나 다 걸음마를 떼고, 글자와 숫자를 배우고, 학교에 다니는 과정을 겪는다. 누구나가 이러한 과정을 겪기 때문에 이러한 과정 중 일부를 생략하고 성장을 마친다는 것은 일탈적인 행위이고, 때문에 이야기거리가 된다.
톰 행크스 주연의 [빅]이나 제니퍼 가너의 [완벽한 그녀에게 딱 한가지 없는것]과 같은 영와를 통해, 우리는 어린아이가 혹은 미성년이 하루아침에 성인이 되는 이야기를 접해왔다. 때문에 [스킵Skip]의 표지에 쓰인 "더이상 열일곱살로 돌아갈 수 없다. 눈을 떳을때 나는 마흔두살 이었다."는 문구를 봤을때, 반사적으로 영화[빅]류의 이야기를 떠올렸다. 하지만 [스킵Skip]은 열일곱 소녀가 하루아칩에 마흔두살의 완전 다른 사람이 된 이야기가 아니었다. [스킵Skip]은 영화에서나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이야기가 아닌, 자신의 일생 중 25년을 잃어버린 한 여성의 이야기였다.
마리코. 그녀는 대입에 신경을 쓰기 시작한 고등학교 2학년 여학생이다. 요란하게 비가 쏟아지던 날, 집안에서 홀로 잠깐 잠이 들었던 그녀가 다시 눈을 떴을때, 그녀는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42세의 중년 여인이 되어있었다. 영화에서 처럼 '내'가 아닌 '타인'이 아니라, '나'이긴 하지만 25살의 나이를 더 먹은 '나'. 갑자기 왜? 이유랄 것도 없었다. 마리코는 중년의 남편과 여고생 딸을 가진 한 집안의 주부였다.
갑자기 25년의 세월을 뛰어넘은 마리코. 마리코는 자신이 갑자기 25년 후에 오게된 것이 당황스러울 뿐이지만, 그녀의 가족에게 있어서 매일 얼굴을 보며 웃던 엄마가, 아내가 갑자기 자신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기억상실에 걸려 버린것이다. 과연 그녀의 사라진, 혹은 지워진 25년은 어디로 갔을까? 마리코와 그녀의 가족들 모두 당장의 상황에 당황스러워한다. 하지만 방학이 끝나고 개학을 했고, 마리코는 가정주부로서만이 아니라 고등학교 국어교사로서의 자신의 역할도 수행해야하는 난관에 부딪힌다.
이치노세 마리코가 사쿠라기 마리코가 되어버린 것 만큼이나 전혀 다르고 어색한 삶. 마리코는 자신에게 닥친 상황에서 최대한 빠르게 잃어버린 25년 간의 성장을 마쳐야만한다. 마리코가 앞으로 살게 될 세상은 더이상 가루주스를 물에 타서 마시는 시대도 아니고, 컬러tv가 놀라운 시대도 아니다. 이러한 엄청난 변화에에 마리코는 남편과 딸의 도움으로 교단에 서서 고3학생들을 지도하게 된다.
이 이야기에서 중요한 인물은 단연 25년의 시간을 잃어버리고 갑자기 어른이 되버린 마리코이다. 하지만 단순히 25년의 세월을 잃어버린 여자의 이야기가 [스킵Skip]의 전부는 아니다. [스킵Skip]에서 마리코는 고3 학생들의 담임이다. 바로 성년의 문턱에 다가가있는 학생들. 42세의 몸이지만 17세의 감성과 정신을 가진 마리코는 이들과 함께 부딪히면서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가는 문턱을 넘는다.
나를 무시한 사람에게 혼신을 다해 인정을 받는다는 것, 나보다 훨씬 나이 많은 사람을 사랑한다는 것. 마리코의 학생들은 모두 성인이 되기위한 심한 열병을 앓아내고 있었다. 수험생들을 가르치는 마리코이지만 그녀는 수험보다도 더 중요한 것들을 학생들에게 가르친다. 그리고 모두가 공들여 참여했던 축제가 끝이 났을때, 마리코도 학생들도 이미 성인이 되기 위한 관문을 넘어서고 있었다.
사실 이 이야기를 읽으면서 내내 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던 것은 [지금 만나러 갑니다]의 '미오'였다. 여고생이었던 '미오'가 수십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남편과 아들의 곁에 잠시 머물렀듯이. 혹시 마리코도 그렇지 않을까? [빅]과 [완벽한 그녀에게 단 한가지 없는 것]의 주인공들처럼 이야기의 끝에 마리코도 17살 제자리로 돌아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마리코는 17살의, 25년 전의 자신으로 돌아가지 않는다. 다만 그녀는 자신이 잃어버린 25년을 벌충하고 자신에게 닥쳐온 현실에 적응을 하기위해 노력한다. 때문에 텔레포팅(마리코의 입장에서)와 기억상실(마리코를 제외한 사람들에게 있어)같은 흔한 소재를 썼음에도 [스킵Skip]은 진부한 이야기가 아닐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