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아바
키란 데사이 지음, 원재길 옮김 / 이레 / 200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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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셀 수도 없이 많은 신들이 존재하고, 그 신들을 믿는 엄청난 수의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 인도.

아마도 작가로 태어난다면 가장 축복받은  곳이라고 할 수 있는 곳 중의 하나가 인도 아닐까?

비록 가난에 허덕이는 사람들이 더 많고 그다지 깨끗하다고 할 수 없는 곳이지만, 인도는 현재의 뛰어난 테크놀로지 기술과 고대의 신화가 함께 혼재되어 살아가는 곳이다.

때문에 인도는 이야기거리, 특히나 보리수 아래서 깨달음을 얻어 부처가 된 싯다르타의 고향답게 선지자에 관한 이야기가 많을거라는 생각을 해본다.

 

키란데사이. 부커상이 생긴 이래로 최연소로 이상을 수상한 인도의 여류작가이다.

그런 그녀가 어느날 갑자기 구아바 나무위로 올라간 한 선자에 대한 이야기를  감칠맛 나고 맛깔나게 써냈다. 바로 [구아바]이다.

 

더운여름이 한창이던 샤코트지방에서 그 모든일은 시작되었다.

그 일은 아주 오래전부터 진행되어왔다.

예년보다 엄청난, 강철도 엿가락처럼 휘어트려버릴지도 모르는 강렬한 태양이 계속되던 날 쿨피는 미친듯한 식욕과 허기를 느낀다. 광기어린 핏줄의 탓일까? 먹는 것을 사먹는데 집안의 가산을 탕진하고, 집안 한쪽벽에 온통 그림을 그려 뒤덮으며 지내던 어느날 소나기와 함께 삼파드가 태어난다.

건기가 끝났음을 알리는 소나기, 더이상 배곯지 않아도 됨을 알리는 구호물자의 도착과 함께 태어난 아기, 사람들은 그 아기를 행운이라는 뜻의 삼파드라고 이름 붙인다.

 

제법 심상치 않은 탄생이 있은후, 마치 태어나면서 삶의 모든 행운을 소진해 버린 것처럼, 삼파드는 시들시들하기만 하다. 학교성적은 죄다 낙제에 아버지가 얻어준 직장에서도 남의 우편물을 훔쳐 읽으며 소일하다가 결국 내쫓기고 만다. 마치 무엇에라도 홀린 것처럼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며 옷을 죄다 홀딱 벗어버린 삼파드로 인해 딸의 결혼식을 망친 상관의 보복 조치다.

하지만 삼파드는 아랑곳 하지 않는다. 다만 더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을 뿐이다.

그래서 삼파드는 취직을  종용하는 아버지와 지겨운 가족, 그리고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낯선 할머니를 피해 달리는 버스에서 뛰어내려 구아바 나무위로 올라간다.

 

그리고 삼파드는 구아바 나무 위의 선자가 된다.

우체국에서 몰래몰래 훔쳐본 동네사람들의 이야기, 세상이야기들은 삼파드를 모든것을 꿰뚫어보는 선자로 만들어주었다.

그리고 모든 일은 크라이막스를 향해 치닫는다.

 

시네마 멍키들과 합류한 삼파드는 멍키선자라는 애칭을 얻게되고 더더욱 유명해 진다. 하지만 삼파드가 가족보다 더 아끼는 그 시네마 멍키들로 인해 이야기는 점점 꼬여만간다.

 

마치 삼파드가 태어나기 전 그 무더웠던 여름처럼, 삼파드가 멍키선자가 된 그해 여름도 뜨거웠다. 모든게 뜨겁고 짜증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모든 일은 엉망이 되었다.

 

키란데사이는 언젠가 타임지에 실린 기사를 읽고 [구아바]를 쓰게 되었다고 한다. 평생을 나무위에서 살다가 나무위에서 죽은 사람. 그 기사를 읽은 키란데사이는 짤막한 기사를 요절복통 유쾌한 하나의 이야기로 엮어냈다. 어쩌면 나무위에서 평생을 살다 죽은 그 남자의 이야기가 아닐까 싶게 생생하다. 마치 카레를 먹는것 처럼, 그녀의 글은 화끈하고 매콤하며 그리고 중독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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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워즈니악 - 최초로 PC를 발명하고 애플을 설립한 괴짜 천재의 기발하고도 상상력 넘치는 인생 이야기
스티브 워즈니악.지나 스미스 지음, 장석훈 옮김 / 청림출판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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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PLE社. 예쁜 모양의 컴퓨터와  I POD.

디자인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의 지갑을 열게하는 세계적인 IT기업.

많은 사람들이 애플컴퓨터하면 즉흥적으로 스티브 잡스를 떠올린다.

사실 나도 그 많은 사람들처럼 스티브잡스를 떠올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빌게이츠와 애플사의 스티브 잡스. 나같이 평범한 사람에게 있어 이 두 사람은 하나의 공식과도 같은 관계였다.

그런데 스티브 워즈니악?!! 이게누구지?

애플하면 스티브 잡슨데?

 

사실 스티브 잡스는 여러면에서 애플사를 대표하는 하나의 아이콘적인 인물이 되었지만, 스티브 잡스와 함께 애플사를 세우고 최초의 PC(Personal Computer)를 만든 워즈니악은 잡스에 비해 대중에게 알려진바가 너무나 없다.

 

때문에 워즈니악은 아마도 잡스의 입을 통해서만 알려진 여러가지 사실이 많이 탐탐지 않고 반론하고 싶었을 것이다. 아마도 잡스만이 애플사를 세웠다고 믿는 사람들의 머리를 후려칠만큼의 답답함도 느끼지 않았을까?

 

아무튼 긴 세월 애플사와 스티브잡스에게 쏟아지는 찬사와 관심을 묵묵히 지켜보던 스티브 워즈니악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자세히는 알 수 없지만 NASA에서 근무했던 아버지 덕분에 어린시절부터 과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워즈니악. 그는 과학과 수학 분야에서 엄청난 두각을 나타내며 전체적으로는 부끄럽고 소심한, 하지만 개구진 소년으로 자라난다.

 

전선과 회로, 그리고 계산자와 컴퓨터등. 대다수의 어린이들이 관심을 갖지않는 분야에 관심을 가진 워즈니악은 장난을 친 때마져 자신의 장기를 이용했다. 전화회선을 해킹하기도 하고, 머리를 골려 서비스 좋지 않은 전화회사를 골탕먹이기도 한다.

 

때문에 워즈니악은 자신의 재능을 살려 휴렛패커드라는 대기업에 엔지니어로 취직을 하게된다. 하지만 회사라는 곳에 묶여있으면서도 워즈니악은 자신의 관심분야-컴퓨터에 대한 관심과 열정을 아낄 줄 몰랐고 이런 관심과 열정은 애플Ⅰ과 애플Ⅱ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워즈, 정말이지 넌 앞으로 나아가야해. 주저하지 마. 생각 좀 해봐. 넌 엔지니어를 하면서 회사운영도 하고 그러면서 돈을 벌 수도 있고, 그냥 엔지니어로만 남아서 돈을 벌 수도 있어

 
   

워즈니악은 뼛속부터 엔지니어다. 때문에 회사를 운영하면서도 엔지니어로 일할

수 있다는 점 때문에 탄탄하고 건실한 회사 휴렛패커드를 떠나 잡스와 함께 손을 잡는다. 그리고 애플은 승승가도를 달리고 잡스와 워즈니악은 엄청난 돈을 벌어들인다.하지만 워즈니악은 점점 커지는 회사 안에서 발생하는 불합리하다 생각되는 일들에 염증을 느끼게 되고, 너무나도 놀랍게 애플에서 손을 뗀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한 순간도 워즈니악이 평범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순간은 없었다. 이사람은 진짜 괴짜다 괴짜야.. 라는 말이 입에서 절로 나왔다.

엄청난 규모의 락페스티발을 개최해서 엄청난 손해를 보고, 비행기 사고로 몇개월간의 기억상실기간을 가졌으며 그 와중에 결혼까지 감행한다.

분명 엄청난 금액일 주식을 직원들에게 나누어주며 전화해킹장치를 만들어 판매에 나서기도 한 정말로 말그대로의 괴짜다.

역시나 세상을 바꾸는건 괴짜인가..!라는 생각이 들게한 스티브 워즈니악.

여태껏 스티브 잡스만 잘나게 알려진게 남인 나도 배가 아픈데 그마저도 괴념치 않고 스티브 잡스가 무려 자신한테 거짓말(어찌보면 사기)을 했어도 웃으며 넘어간 스티브 워즈니악. 그는 분명 대인(大人)이며 괴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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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미라 커센바움 지음, 김진세 옮김 / 고려원북스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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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남자는 그렇게 여자를 애처로운, 혹은 원망스런 눈빛으로 쳐다본다.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

여자는 당당하게 자신의 변심을 남자에게 전한다.

[사랑에 유통기한이 있다면, 내 사랑은 만년으로 하고싶다..]

결론은 이거다.

 사랑에는 유통기간이 있다는거, 그리고 그 유통기간은 취급자와 제조자에 따라 다르다는거.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매일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고, 또 끝마치며 그리고 진행한다.

하지만 어느 연구결과에서도 나왔다시피 과학적으로는!!!

연애세포라는 것도 수명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아무리 연애세포라는 것이 수명이 있고, 사랑에 유통기간이 있다해도 사람의 감정을 무자르듯이 뚝! 잘라내버릴수는 없는 것!!!

때문에 '헤어져야 하나?' '계속 만남을 이어가야할까?'라는 선택의 갈림길에서 사람들은 방황하기 마련이다. 미라커센바움은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에서 이러한 감정상태를 양가감정이라고 정의한다.

 

'ing' 와 'end' 이 사이에서 헷갈려하는 커플은 사랑을 하는 커플의 수만큼이나 많다.

하지만 이러한 연인사이의 문제, 혹은 부부간의 문제에 있어서 정확히!! '이거야!!'하고 답을 제시해주는 사람은 없다. 왜냐면 만남과 이별 그 두 문제는 너무나 미묘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누구도 시원스레 답을 내려줄수 없는 심오한 문제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오히려 그런 답을 제시해 줄 수 있는 사람을 찾아다니며 고민의 고민을 거듭한다.

 

미라커센바움의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는 그런 커플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책인듯 하다.

이 책은 만남과 헤어짐의 문제를  남녀간의 '관계'에 초점을 두기보다는 개인의 '선택'에 초점을 둔 책이다.

어떤 '선택'이 나를 위해, 그 혹은 그녀와 나를 위해 더 좋은 선택일까?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

책의 제목에서도 너무나 확연히 밝히고 있는 것 처럼 이 책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가감정 중 확실한 선택을 통해 조금더 행복해지기를 추구하는 책이다.

하지만 한사람의, 아니 두 사람의 어쩌면 그보다 많은 사람의 감정과 추억그리고 미래가 달려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한 쪽 길을 선택하는 것이 밥내기 사다리타기마냥 쉽게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

헤어진다고 꼭 불행해지는 것도 아니고 참고 함께한다해도 행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와 반대의 경우도 마찮가지이다.

헤어지고 속시원해졌다고 행복해지는 것도 아니고 함께한다고 불행해지는 것만도 아니다.

심리치료사라는 작자는 자신의 이력을 십분 활용하여 여러가지 다양한 사례를 들어 독자-혹은 선택의 기로에 선 사람들-의 이해를 돕는다.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라는 책에서 부터 많은 책들이 남성과 여성의 차이에 집중해 그들의 관계를 개선하는데 주력했다면 [뜨겁게 사랑하거나 쿨하게 떠나거나]는 그러한 차이를 인지하는 것에서 벗어나 그 두 성(姓)의 차이를 이해하고 응용하여 자신의 행복을 위한 선택을 내리는데까지 나아간다.

 

사랑을 하고 있는 사람, 사랑을 시작한 사람, 그리고 이별을 앞에두고 고민하는 사람들이 읽어보면 어떨까한다. 물론 만인만색처럼 각기 처해있는 상황이 다르지만 앞으로 어떤선택을 내려 자신이 행복해질수 있을지에 대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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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섯 번째 사요코
온다 리쿠 지음, 오근영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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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를 졸업한지 벌써 여섯 해나 되었다. 되돌아 생각해보면 교복을 입고 매일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서 동동거리던 때가 바로 어제 같은데 나는 이제 더 이상 교복을 입지 않는 나이가 되었다. ‘교복을 입었던 때가 어제 같은데’ 라는 상투적인 생각을 하면서 교복 입은 아이들을 보는 내가 우습게도 또 생각해보면 내 고등학교시절은 특별한 기억이 없다. 굳이 표현을 하자면 색도 텁텁한 회색인데다 질도 좋지 않은 갱지 같은 이미지랄까? 뭐라도 써볼까 연필을 가져다 대면 금방이라도 거칠거칠한 보풀에 연필심이 걸려 찢겨질 듯한 질이 아주 좋지 않은 그런 종이 말이다.
 
때문일까? 나는 온다 리쿠의 [여섯 번째 사요코]를 읽으면서 슈와 사요코에게 한없는 질투심을 느꼈다. 아마도 슈와 사요코가 실존하는 인물이라면 그들이 어른이 되어 돌이켜본 고등학교시절은 나와 많이 다를 것이다. 아마도 그들에게 있어 고교시절은 화려한 장미의 붉은 색이 아닐까?

 

약간은 미스터리 한 분위기에 추리소설적 분위기 플러스, 2.5%의 스릴러의 이 오묘한 분위기의 작품은 일본의 한 명문고교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나름 도내에서 굉장한 대학진학률을 자랑하는 고등학교와 그 고등학교에 전해오는 전설과 전통, 그리고 전통이 실행되는 해에 우연찮게도 전학을 온 – 전설의 주인공과 동명인- 사요코.  그리고 그 사요코와 전설의 사요코 사이에서 전설의 실체에 다가가고자 하는 슈.

 

사실 이 [여섯번째 사요코]는 전설이라는 미스터리하고도 꽤나 구미가 당기는 소재를 제외하면 일본 순정만화와 별반 다를 것이 없다. 수험만으로도 지칠 수험생들과 너무나 뛰어난 외모에 머리까지 받쳐주는 전학생, 그리고 운동을 잘하는 인기 있는 남학생. 꽤나 흔하고 간단한 구도이다. 하지만 이 단순해 보이는 이야기는 [사요코]라는 학교의 전통과 조화를 이루면서 작품의 분위기를 청소년의 그렇고 그런 감정을 다룬 것에서 한 층 업그레이드 시킨다.

 

왠지 개운치 않은 이야기의 결말에서 과연 이 이야기가 하고 싶었던 본질은 무엇일까…? 아무튼 전설의 그 [사요코]는 누군가를 수험노이로제에 걸리게 만들만큼 무서운 것이기도 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 [사요코]는 고되게 공부에 시달리는 수험생들에게는 하나의 청량제 같은 역할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슈와 사요코에게는 잊혀지지 않을 고교시절의 추억-일대의 대 사건이 되었다.

 

이 이야기를 읽는 개인마다 느끼는 것도 깨닫는 것도 읽는 사람의 수만큼 제각각 다양하겠지만, 나는 이 학교의 전설을 만들어 내고 앞으로도 이어나갈 사람과 하나의 행사를 전통에서 전설로 만들어낸 사람들의 입심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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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 - 무라카미 하루키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임홍빈 옮김 / 문학사상사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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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온다는 소리도 없이 조용히 세상에 나온 하루키의 에세이 [비밀의 숲]. 전에도 몇 번이나 밝혔다시피 나는 하루키의 소설보다는 에세이를 더 좋아한다. 그의 [먼 북소리]는 초기의 그 지루함에도 불구하고 그 지루함을 견디며 몇 번이나 읽어낼 정도로 좋아한다. 때문에 2008년이 시작하면서 세운 계획 중에는 하루키의 에세이만 모두 all collect 하겠다는 계획도 있다. 그래서 그 이른바 [하루키 에세이 ALL COLLECT]이라는 프렌차이즈 하에 새롭게 구입한 것이 바로 하루키의 [비밀의 숲] 이다.

 

하지만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 시리즈]와 [먼 북소리], 그리고 [하루키의 여행법]에 이르기까지 나의 기대를 한번도 저버리지 않던 하루키가 2007년 말에 와선 나에게 사정없이 뒤통수를 갈겼다. 뭐랄까? 믿었던 옆집 총각이 내일모레 장가간다고 청첩장을 보내온 느낌이랄까?

 

하루키의 [비밀의 숲]은 아사히 신문에 연재되었던 글을 한 권으로 엮은 책이다. 신문이나 잡지에 연재하던 글을 모아 책으로 내던 것은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집과 [THE SCRAP]을 비롯해 한 두 번이 아니었으니 그 점 때문에 실망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내가 알지 못하는 그의 글을 볼 수 있어서 오히려 즐겁다.


그럼 혹시 그가 쓰는 에세이들의 상당수 주제가 겹쳐있기 때문은 아니냐고?
솔직히 [비밀의 숲]은 그가 이전에 낸 수필집과 겹치는 주제들이 상당부분 있다. 뮤즈라는 고양이의 기묘한 출산(하루키의 손을 꼬옥 잡고 응차! 하고 새끼를 낳는..)이라던가 알몸으로 가사일을 하는 가정주부에 관한 것이라던가 하루키의 수필집을 몇 권 읽어본 사람이라면 단박에 ‘아하! 맞다!’하고 무릎을 칠 주제들이 이번에도 또 수록되었다. 하지만 하루키 자신이 성의 없어 그런 것이 아니라 기억력이 별로 좋지 않아 중복해서 이야기를 쓰는 것이라고 먼저 선수를 쳐 양해를 구했으니 그도 문제는 아니다.

 

이번 [비밀의 숲]을 읽으면서 [도쿄기담집]만큼의 실망을 느꼈던 것은 나도 자세히는 그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도 이제 한 풀 꺾이는 건가 싶다. [비밀의 숲]에 수록된 글들이 아사히 신문에 언제 기고되었던 글이었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미 이전에 아사히 신문에 글을 기고 했던 게 그로부터 10년 전이라니 아무튼 나름 근래에 쓰인 글일 것만은 틀림이 없다.

 

하루키의 에세이 신작을 읽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변의 카프카’를 읽고 ‘도쿄기담집’을 읽었을 때 느꼈던 씁쓸한 감정을 다시 느끼다니 그다지 기분이 좋지가 않다.  하루키의 [먼 북소리]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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