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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색에 물들다
강미승 지음, 장성철 감수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08년 3월
평점 :
절판
"여행, 시작하다."
잡지사 기사, 에디터, 비쥬얼 pd,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직 학생이었던 시절부터 사회활동을 시작한, 매우 독특한 이력서의 소유자. 그런 그녀가 여행을 떠났다. 매일을 일에 쫓겨 살며, 밤을 새는 날과 비례하여 점점 야위어가던 그녀가 여행을 떠나기로 마음 먹었을 땐, 옆을 지켜주던 남자친구도 떠나버리고 난 후였다.
도피. 그녀는 자신을 쫓으며 닦달하는 모든 것으로 부터 도망을 가기 위해 여행이라는 수단을 택했다. 먹고 살기 위해 아등바등 대는 것에서 저만치 떨어져 자신을 옭죄어 오는 모든 것을 잊어버릴 수 있는 현재의 '나'가 아닌 다른 '나'가 되어 살아보기로 한 것이 그녀의 도피방법이었다.
그렇게 쫓기듯이 떠난 여행을 통해 그녀는 예전같으면 상상해보지도 않았을 많은 곳들을 여행했다.
꼬마 숙녀의 미소로 기억되는 라오스, 풍차가 아름다운 네덜란드, 평화로운 나라 스위스, 바쁜 영혼들의 도시 뉴욕, 독특한 개성이 살아 숨쉬는 도시 하라주쿠. 이보다 더 많은 곳들을 둘러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그녀를 반긴 것은 처음 여행을 떠날 때와는 많이 달라진 자기자신이었다. '도피'에서 시작한 그녀의 여행이 '치유'로 끝을 맺은 것이다.
"컬러테라피-색과 치유"
그녀는 '도피용'으로 떠난 여행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문화를 만나고, 사진을 찍고, 때로는 완전히 외로워질 수 있었다. 그리고 그러한 과정을 마치고 돌아온 그녀는 자신이 치유될 수 있었던 여행의 과정을 한 권의 책으로 엮어냈다.
블루, 블랙, 화이트, 브라운, 핑크, 레드....
그녀는 자신의 여행을 '미국, 라오스,독일..'등의 순으로 평범하게 엮어내는 대신에, 자신의 여행을 '색'을 주제로 다시 편집하였다. 하나의 색을 통해 인도네시아에서 본 광경과 느낌이 지구 저 편에 있는 뉴욕에서 만난 광경과 느낌과 친근하게 어우러졌다. 색을 통해 자신의 여행과 치유를 추억하는 그녀.
요즘 색과 사람의 감정을 연관시킨 치유방법이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그녀의 책도 자신의 여행을 추억하기 위한 목적보다는 색을 통한 감정의 치유, 심리 치료에 더 목적을 두고 있는 듯하다.
"열심히 쓴 글과 스타일리쉬한 사진"
사실 다양한 색감의 사진들과 글이 실린 이 책을 읽으면서 '참 잘 썼다'는 생각보다는 '정말 열심히 썼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잡지사 기자로도 활약했었던 그녀이지만 그저 있는 사실을 써 내려가는 것과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 보이는 글을 쓰는 것과의 갭이 상당하기에 아마도 고전을 했을 것 같다. 책장을 넘기며 몇 장의 사진에서 만날 수 있었던 그녀이지만, 웬지 '좀 더 잘 쓰기 위해' 노력하는 그녀의 모습이 보일 것만 같다.
이 책에서 글보다 더 시선을 끌은 것은 사진이었다. 풍부한 색감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사진들. 잡지사 에디터와 비쥬얼pd등의 이력을 지닌 그녀답다고 할까? 책에 실린 사진들을 잡지에 가져다 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을 것 같다.
글보다도 사진에 시선이 더 가는 것은 어쩌면 그녀의 의도에 내가 보기 좋게 넘어간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책을 통해 어디서 무엇을 봤는지 보다는 풍경의 색감과 자신의 감정을 토로하는데 더 집중한 그녀이니까,언제 어디선가 혹시라도 그녀가 사진에 더 눈길이 간다는 내 글을 보게 된다면 슬며시 웃음지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