믹에게 웃으면서 안녕
바바라 파크 지음, 고은광순 옮김, 오정택 그림 / 웅진주니어 / 2007년 1월
평점 :
절판


‘바바라 파크’의 <믹에게 웃으면서 안녕>은 전에 꽤 괜찮게 읽은 <엄마가 결혼했어요>

를 쓴 작가의 책이라 눈길을 끌어 집어 들게 된 책이다.
누군가와의 이별을 주제로 하고 있을 것이라는 예상은 하고 읽었지만...
이렇게 이별을 감각적이고, 잔잔하게 그려내는 작가의 힘에 감동해 버린 책이다.

동생 ‘믹’의 죽음.
그 죽음이 어쩌면 나 때문이라고 믿는 누나 ‘포엡’의 시선으로 이야기 하고 있다.


햄버거를 만들면서 재료들을 똑같이 저울에 달아야 하고,
하나의 흐트러짐 없이 뭐든지 질서 정연 해야 하는 엄마.
양복바지에 주름 잡히는 것이 싫어 아침에 현관문을 나서기 전까지 팬티 차림으로
집안을 돌아다니는 아빠는 동생 믹이 죽은 후에 반쯤 정신이 나간다.

믹이 죽은 후, 남은 가족들은 서로에게 낯선 사람이 되어버린다.
함께 식사를 하지도 않고 대화를 나누지도 않는다.
포엡은 누군가와 믹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엄마, 아빠는 믹의 이름만 들어도
귀를 막아버린다.

‘엄마는 무기력한 시체처럼.
아빠는 발목 달린 슬리퍼를 신은 꾀죄죄한 사람으로.
그리고 나는 동생의 이름을 가지고 엄마를 고문하면서 재미있어 하는 철없는 괴물
같은 존재로.’

하지만, 포엡에게 단짝친구인 ‘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포엡의 곁에서 위로해주는 진정한
친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충분히 슬퍼할 시간을 주면서, 언제나 곁을 지켜주는 조의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어른들은 포엡에게 모든 것은 하느님의 뜻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포엡은 이해할 수 없다.
“... 우주 전체에서 제일 막강한 힘을 가진 존재가 비디오를 틀다가 텔레비전을 망가
뜨리는 중학교 2학년짜리 남자 아이를 필요로 한다는 말을 믿으라고?...”
포엡의 말에 조는
“믹은 어디에나 있다고 생각 해. 그렇게 하면 되지 뭐. 갑자기 떠올랐어.
그렇지만 그럴듯하지 않니, 포엡? 하느님이 어느 곳에나 있다고 하는 것처럼,
믹이 하느님과 함께 있다면 믹 역시 어느 곳에나 있을 수 있는 거잖아. 안 그래?”
조는 긍정적이고, 유쾌하게 포엡을 위로 한다.

포엡은  동생이 죽은 날의 기억에 괴로워한다.
아침에 화장실 쓰는 것 때문에 심하게 다투고, 오후에는 야구경기방송연습을 하러 가야하
는데, 자전거 좀 집에 대신 가져다 달라고 믹이 포엡에게 부탁하지만, 쌀쌀맞게 거절한다.
그런데 그만 마주오던 트럭과 믹의 자전거가 충돌하고 말았다.
‘내가 대신 자전거만 갖다 주었다면... 그 부탁만 못이기는 척 받아주었다면...’
누나 포엡은 죄책감에 마음이 찢어질 것 같지만, 가족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사랑하는 동생의 죽음을 극복하는 한 달간의 시간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다.
포엡과 엄마, 아빠 모두 믹의 죽음을 강제로 잊으려 하지 않고, 믹과의 즐겁고, 행복
했던 추억을 생각하면서 차츰 슬픔을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이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기억에서 지우는 것으로 동생을 잃은 아픔을 극복하려 하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동생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하고 아름답게 추억하면서 죽음을 받아들인다.


이제 아빠는 아침마다 바지에 주름을 세우지 않고,
엄마가 만드는 햄버거는 다양한 모양과 크기로 식탁 위에 올라오고,
나는 내가 너무 행복하게 지내는 건 아닌 가 죄책감이 들 정도로 좀 더 자주 웃게 되었다.

그리고 아픔이 아물어 갈 때쯤,
사고 난 날에 포엡이 믹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은 사실을 아빠에게 울면서 이야기 한다.
“미안해요, 아빠. 내 잘못이에요. 미안해요. 정말 미안해요.”
이 말에 아빠는 이렇게 말한다.
“만약에 네가 믹의 자전거를 타고 집으로 왔다면, 믹은 여기 있을 것이다.
만약에 트럭이 조금 빨리 혹은 조금 천천히 달렸더라면, 믹은 여기 있을 것이다.
만약에 믹의 방송 연습이 하루 빨리 혹은 하루 늦게 잡혔더라면, 믹은 여기 있을 것이다.
만약에 그날 비가 왔더라면, 내가 차로 학교에 데리러 갔을 것이고 그러면 믹은 여기
있을 것이다.
만약에 믹 친구 하나가 교실 앞에서 일 초만 더 이야기를 했더라면, 믹은 여기 있을
것이다.
만약에 돌멩이가 그 자리에 있지 않았더라면......
만약에 내가 헬멧을 쓰라고 말했더라면.......”

포엡은 아빠에게 손을 내밀었다. 아빠는 포엡의 손을 꼭 쥐어 주었다.
이렇게 포엡의 남은 가족들은 다시 가족 간의 깊은 사랑을 발견하게 되고,
아픔 위에 피어난 신뢰감이라는 희망을 만난다.

책의 끝에... 학교 상설 외야석을 새로 설치하는 공사의 시멘트 작업을 마무리하고 가는 것을 지켜보던 포엡은 옛날 집 대문 앞 길을 새로 정돈하면서 발라놓은 젖은 시멘트 바닥에 믹이랑 ‘방귀’라고 썼다가 혼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나무 작대기로 이렇게 쓴다.

“믹 하르테가 여기 있었다.” 라고...

전에 읽은 ‘바바라 파크’의 책에서도 느꼈지만, 슬픈 주제를 잔잔하면서도 유쾌하게 이끌어
가는 것을 보고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을 했었다.
작가가 사는 동네에서 자전거 사고로 사망한 소년을 보고 이 책을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가슴 깊이 새기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초등 고학년 이상의 아이들이 모두 한번쯤 읽었으면 하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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