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은 성범죄뿐만 아니라 데이트폭력 사건들이 폭죽을 터트린다. 범죄건수의 증가와 더불어 그 정도가 살인에까지 이른다. 정작 피해자를 구하지 못하는 신변보호제도의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기도 한다. 한국 경찰의 애로를 감안하더라도 법제도와 집행 사이에 정말 끔직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오늘 서울경찰청은 스토킹 범죄의 경우 3단계로 위험성 판단을 하고 최고인 심각 단계에서는 피의자의 신병을 조기에 확보한다는 골자의 대책을 내놓았다. 피해자보호대책으로 피해자의 안전을 확보하는 피의자 신병 관리, 피해자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 등 위험 단계에 따라 적극 대응하겠다고 한다. 뒤늦게 피해자 중심으로 신변보호제도를 강화한 것이나 그간 경찰의 대응을 적게나마 경험해 봤을 때 지켜볼 일이다. 이미 성범죄나 스토킹 범죄가 꾸준히 증가해 왔고 경찰 인력이 이를 다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오히려 이런 현실에서 경호•경비업이 폭발적으로 흥행하지 않는 게 이상하다. 또한 경찰뿐만 아니라 검찰•법원 영역에서 한국의 형사사법제도가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없었다.경찰의 신변보호제도와 법원의 결정으로 접근근지명령이 있다. 경찰 영역에서 신보보호대상이 되는 데도 의결과정이 있지만 법원의 접근근지명령 결정도 쉬워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접근근지명령이 내려져도 위반자에게 내려지는 처벌이 가벼워 실효성이 문제가 되곤 한다. 주로 징역형보다는 벌금형에 처해지고 위반 즉시 구치소나 유치장에 인신 구속하는 일은 잘 없다는 문제가 있다고 한다.
가끔씩 관피아, 전관예우를 다루는 뉴스 기사가 있다. 이를 전문적으로 다룬 책은 민감한 사안이라 그런지 별로 찾을 수 없다. 여기서는 실제 소송과 판례 들을 꺼내어 설명하는 형식이라 다소 낯설 수 있지만, 전관예우의 세계에 들어가볼 수 있다. 가장 공정하고 정의로운 영역에서 인간은 남모르게 전관예우의 드라마를 쓰고 있었다.한국은 불과 120여 년 전만 해도 특정 문벌이 권력과 각종 이권을 독점하고 배불리던 나라였다. 19세기 한국은 세계부패지수의 첨단을 달리던 시절이었다. 오늘날 한국에서 누구나 공직에 입문해서 다 같이 요직이나 고위직에 오를 수 있는 건 아니다. 오직 자격과 능력에 따라 그런 것인지 (예스러운 표현으로) 어떤 벌열이 이끄는 것인지 잘 알 수 없다. 가령 고위직 법관은 특정 유명 대학 출신이 아닌 경우는 아주 드물거나 법원행정처의 요직 출신인 경우가 두드러지기도 했다. 사법 영역에서 흔히 전관예우는 전근대 시대의 문벌처럼 현대 한국의 화두인 공정성이 문제되는 지점이다. 공정성은 어떤 개인이나 집단의 이익이 침해될 때 극렬하게 반응한다. 재판의 공정성이 문제될 때 그 내막을 보면 사법부 내부이든 외부이든 누군가(들) 어떤 이익에 따라 움직인다고 보인다. 그런 부조리한 세계의 모습을 이 책에서 들여다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