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코프 단편전집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지음, 김윤하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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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의 민주주의는 경계가 없다. 특권도 없고 차별도 없고 구분하지 않는다. 이름뿐인 법제도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때로는 혁명적으로 우리 삶의 주머니에 들어와 손안에 바닷물처럼 만져볼 수 있다. 한때 뜨거운 목마름의 민주주의가 이름으로는 아름다우나 이 책처럼 누구나 누릴 수는 없는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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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에게 그런 권리를 주었는가?
조성복 지음 / (주)교학도서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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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국회는 기득권층이 형성한 승자독식의 지형도를 절묘하게 압축해서 보여준다. 거의 모든 의석을 차지한 거대 2당, 과반을 넘나드는 3개 유명 대학, 지역과 결합된 고루한 진영 체제, 집권당을 대의하는 대의 민주주의, 법조계 출신 위주의 의원 구성, 억대 연봉 의원의 면책•불체포 특권 등 뿌리깊은 권위주의 등. (한국의 국회의원을 보면 고려 시대의 귀족이 자꾸 떠오른다) 이는 정부 구성을 들여다봐도 크게 다를 게 없다. 2020년대에 들어서도 한국에서 실질적 민주주의는 여전히 외면받고 있다. 1945년 이후 한국 정치와 법제도는 한국의 사회 각층과 평민이 민주주의를 체감하기에는 너무 느리고 변화가 없다. 아직도 본관을 따지는 문벌의식이 보여주듯이 승자독식의 세계관은 굳건하다.

2022년 3월 3일 줄곧 다당제를 주장하던 국민의당 대선 후보는 선거를 며칠 앞두고 대선 후보 단일화를 선언한다. 이게 계륵이 된 한국 정치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한국의 국민은 당명에 국민이 들어간다고 해서 진실로 국민을 위한 정당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그들의 오랜 행로를 보면 그렇게 의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우아하게 공정, 정의, 평등을 외치던 반대쪽을 돌아봐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이제 포퓰리즘과 수정주의에 신물이 날 만큼 날 것이다. 반대쪽 前대통령에 대한 특별 사면이나 뜬금없는 정치개혁 선언을 보면 더욱 그렇다. 한쪽이 싫다고 정권 교체의 구호에 동의하며 다른쪽을 선택하는 결정은 그만둬야 한다. 오로지 그 기준은 한국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느냐에 맞춰져야 한다. 그들의 삶이 아니라 바로 자신의 삶을 위해 기꺼이 투표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세대를 넘어 한국의 민주주의는 거꾸로 서기를 달리할 뿐이다. 통합, 개혁, 미래를 말하지만 과거를 뒤돌아 거꾸로 선다고 달라지는 건 아니다.

저자의 말마띠나 한국 사회에서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정치제도와 선거제도의 개혁이 급선무일 것이다. 하지만 20대 대선의 선거 결과가 보여주듯이 국민의 선택에는 지난 5년간의 기억이 그보다 앞선 10여년간의 악몽보다 더 크게 영향을 미쳤나 보다. 대선이든 총선이든 득표율 10%, 국회 의석 20석도 안 되는 제3의 길은 요원하다. 한국에서 독일식 다당제•연동형 비례대표제 같은 정치 모델이 성공하기에는 정말 멀게만 보인다. 이번 선거도 예상대로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갈아타는 형국으로 마무리되었다. 당락은 서울에서 갈렸지만 이미 익숙하게 국토의 남동쪽을 중심으로 붉게 물들었다. 한편 제3당인 정의당이 광주•전라 지역에서도 보수당에 비해 득표율 10%에도 이르지 못했다. 정의당이 민주당에 비해 정책 공약이 별반 돋보이지는 못했지만 이 부분이 무척 아쉬우며 과거 국민의당의 행보와도 대조된다. 다시 4년, 5년 후에는 그들의 선언대로 통합, 개혁, 미래의 정책이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한국정치사에서 대통령제의 폐해는 반세기를 넘어 누적돼 온 문제이다. 대통령의 권한은 막강하지만 정작 국민의 삶과 결부된 입법과는 거리가 멀다. 정책은 입법을 중심으로 제도화되는 것이므로 그 성공 여부는 실효성 있는 법제화에 있다. 오히려 이전 대통령들은 국민의 삶과 등지고 부정부패와 권한남용으로 눈붉히며 민주주의와 법치주의를 파괴했다. 특히 대통령의 권한 중 특별사면은 정치적으로 거듭 악용되어 왔기에 반드시 폐지돼야 한다. 3명의 이전 대통령들뿐만 아니라 수많은 정재계의 범죄자들이 특별사면으로 되돌아왔다. 현 대통령도 그러했고 앞으로 지날 국가 지도자도 이런 퇴행적인 만행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스스로 외치던 사법 정의는 내팽개치고 얼마든지 국민을 팔아 자기들의 배를 채울 것이다.

이번 대선은 1%도 안 되는 득표차로 당선자가 결정되었다. 만약 두 국민당이 단일화하지 않았거나 현 집권당이 정의당과 단일화했다면 당연히 결과가 달라졌을 것이다. 약 1%의 득표차가 한 국가의 수장을 바꿀 만한 가치가 있을까? 2022년 프랑스 대선에서 에마뉘엘 마크롱은 1차 투표에서 27.84%를 득표하며, 2위 르펭 23%, 3위 멜랑숑 22.2%의 근소한 격차로 통과하고, 결선 투표에서 마크롱 58.54% 대 르펭 41.46%로 당선된 것을 보면 한국의 다수득표제가 얼마나 후진적인지 알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결선투표제를 주장하던 안철수 후보는 다당제와 함께 스스로 후퇴해 버렸다. 훗날 한국정치사에서 정권 교체라는 이 지점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지는 못할 것 같다. 새로운 대통령이 능력과 비전으로 당선됐다기보다 포퓰리즘의 난무와 대장동 사건으로 상징되는 부동산 민심이 주요 요인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주장대로 대통령제에 대한 대안으로 독일식 내각제를 충분히 검토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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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최후의 대국, 우크라이나의 역사 - 장대한 동슬라브 종가의 고난에 찬 대서사시
구로카와 유지 지음, 안선주 옮김 / 글항아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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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2월 24일 우크라이나 전역에 포성이 울리며 러시아만 원하는 전쟁이 전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앞선 크림 반도 합병과 흡사하게 러시아의 키이우•돈바스 점령, 친러 정부 수립으로 갈 것으로 보인다. 그 와중에 우크라이나는 돈바스를 잃을 뿐만 아니라 어쩌면 과거의 독일처럼 동서 분할이 될지 모른다. 국제 사회를 대표하는 UN이나 NATO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점령을 눈뜬 채 지켜보고만 있다. 마치 2차세계대전 발발 전 독일의 라인란트 점령이나 수데텐 합병처럼 러시아가 주변 영토를 야금야금 늘려가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연합의 경제 제재를 비웃듯이 과감하게 우크라이나 국경을 넘었다. 러시아의 자국민 보호라는 명분은 1939년 독일의 폴란드 침공의 구실처럼 유치하다. 어떻게 UN 안보리 상임이사국이 이런 짓을 할 수 있을까? 이것은 UN이 스스로 해결할 수 없는 모순을 안고 있음을 명백히 보여준다.

러시아는 물론 강대국인 UN 상임이사국이 국제 사회에서 그 지위에 걸맞는 일을 제대로 했는가? 2차세계대전에서 강대국(추축국인 독일, 이탈리아, 일본, 연합국인 소련 등)이 약소국을 침략하는 일들이 종종 벌어진다. 개전 후 (나중에 연합국 편에 선) 러시아(소련)가 폴란드, 핀란드, 발트 3국, 루마니아 등 주변국을 침략한 사실을 눈여겨봐야 한다. 패전 후 전범 국가가 된 독일은 혹독한 대가를 치렀으나 (독일과 똑같이 폴란드를 침략한) 러시아는 승전국의 전리품들을 거둬 갔다. 한 국가의 주권과 영토가 힘의 논리로 결판났고 국제 사회는 냉혹하게 그걸 인정했다. 1945년 이후에도 러시아는 헝가리, 체코슬로바키아, 아프가니스탄, 조지아 등 주변국을 침략(러시아의 영토가 러시아의 제국주의 역사를 상징한다)하거나 국제 분쟁의 배후로 작용(시리아 내전, 몰도바 트란스니스트리아 지역 분쟁 등)하였다.

미국과 UN은 1945년 이후 지구상의 평화 유지를 목표로 국제 분쟁에 꾸준히 개입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막 경제 제재를 시작했지만 군대 파견은 엄격히 자제하고 있다. 그런데 국제 사회에서 러시아의 국제법 위반을 맹렬히 비판하며 전쟁 중단을 요구하지만 사실 이를 억제할 궁극적인 수단은 없다. 대부분의 동유럽 국가들이 이미 NATO에 가입했고 우크라이나도 나토의 회원국이 되려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현재까지는 NATO에서 우크라이나 파병의 명분을 찾을 수 없으며 심지어 나토 회원국들조차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 푸틴은 과거의 러시아 제국•소비에트 연방의 영광 재현을 떠올리며 이런 힘의 공백을 노렸다. 국제 사회의 블랙 마켓에서는 오랜전부터 외교의 상자를 둘러싸고 이런 일들이 묵인되거나 거래되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UN의 무기력한 모습이 여지없이 드러나고 있다. 안보리의 우크라이나 철군 결의안은 전쟁 당사자인 러시아가 거부하면 그만이다. UN 긴급총회 결의안은 UN의 초라한 현주소이자 강대국의 성토장으로써 재연주되고 있을 뿐이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기에, 이전의 국제연맹이나 다를 게 없는 UN은 스스로 해체하고 새로운 국제 조직으로 거듭나야 한다. 이 국제 조직은 FIFA가 러시아에 대해 했듯이 강력한 규제를 할 수 있어야 한다. 침략과 분쟁을 일으키는 국가나 불량 국가들은 국제 사회에서 그 정도에 따라 제재되거나 퇴출돼야 한다. NATO 같은 힘의 균형은 물론 전 세계 국가들의 경제•금융 제재 중심의 자정력으로 국제 질서가 유지될 것이다. 국제 질서는 힘의 논리가 아니라 민주적이고 정의로운 방향으로 개편돼야 한다. 그래야만 시대를 거슬러 회오리치는 전체주의의 광기를 지구상에서 걷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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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연암 산문집 지만지(지식을만드는지식) 시선집
박지원 지음, 박수밀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1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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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집에서 가려 뽑은 베스트 산문들이다. (코끼리 이야기 등에서 보듯이) 뛰어난 비유와 통찰을 통해서 18세기 한국과 동아시아를 보는 박지원의 안목을 들여다볼 수 있다. 그의 소설과 더불어 두 세기를 훌쩍 뛰어넘었지만 그가 바라본 까마귀의 빛깔처럼 볼수록 새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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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암 박지원 소설집
박지원 지음, 간호윤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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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의 소설은 돌베개판 연암집, 이조한문단편집 등에서 찾을 수 있으나 소설집은 그 자체로 최애가 될 만하다. 그의 소설은 18세기 한국의 사회 문제를 적나라하게 건드리는데, 좋은 번역과 해설은 당대를 보는 총명한 눈이 될 것이다. 한문으로 쓰였으나 정약용의 詩처럼 한글로 쓴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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