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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명부 비례대표제를 제안한다 - 위성정당 없는 진짜 비례대표제를 위하여 ㅣ 팸플릿 시리즈 (한티재) 18
하승수 지음 / 한티재 / 2020년 9월
평점 :
최근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상민 등 민주당 의원의 중대선거제 개편이 국회를 점점 달구고 있다. 앞서 하승수 변호사는 개방명부 비례대표제 또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창비 2022년 겨울호)를 제안한 바 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정당지지율에 따른 선거구의 의석 배분과 비례성의 보장일 것이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현 정부나 거대양당이 주장하는 중대선거구제는 소선거구제의 재포장이 아닌가 의심이 간다. 2022년 지방선거의 중대선거구 시범 운영 결과를 보면 이를 잘 알 수 있다. 중대선거구제를 시범적으로 실시한 총 30개 기초의원 선거에서 제3 정당이 당선된 곳은 광주 광산구 2석, 인천시 동구 1석뿐이다(오마이뉴스). 거대양당이 나머지 의석을 모두 차지하여 소선거구에서 의원정수만 늘린 형태가 되었다.
• 하승수 변호사가 제안하는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1. 한국 현실에 맞는 선거제도: 지역구 중심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실패에서 보듯이 현재의 국회 구성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는 구현되기 어렵다. 그 대안인 대선거구 비례대표제는 지역구 선거를 없애고 선거구의 정당지지율에 따라 의석 배분을 하되 비례대표 중심으로 의원을 선출한다.
2. 시도 기본 단위의 대선거구(권역): 대표적으로 덴마크와 스웨덴이 채택한 방식으로 시도의 기본 단위와 인구와 지역을 고려한 선거구를 도입한다. 300석 국회 의석수를 유지하면서 대선거구 의석을 결정하고 비례성 보장을 위한 조정 의석을 둔다. 가령 현재의 국회 구성에서 지역구 253석은 대선거구 의석으로 전환하고 비례대표 47석은 조정 의석으로 이용한다. 이렇게 되면 특정 정당이 한 지역의 국회의원뿐만 아니라 지방의회를 싹쓸이하는 독과점 정치를 혁파할 수 있다.
3. 1인 1표의 개방명부 방식: 유권자가 정당뿐만 아니라 그 정당의 후보자 명부를 보고 후보를 직접 고를 수 있다. 이를 개방형 명부라 하며 유권자가 많이 선택한 순서대로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다. 정당이 먼저 비례대표 후보의 순위를 정하고 그중에서 유권자가 다시 후보를 선택하는 가변형 명부 방식도 있다. 이렇게 되면 유권자들이 정당의 공천권 행사를 민주적으로 견제하여 정당공천제의 불신을 완화할 수 있다. 또 정당과 후보를 투표용지 1장으로 뽑기 때문에 위성 정당의 난립을 막을 수 있다.
4. 정치 다양성: 소수정당을 포용하여 자연스럽게 다당제 정치구조를 형성한다. 새로운 정치세력이 일정 의석을 확보하면 힘의 대결로 치닫는 국회에서 법률안 강제 계류,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 회기 쪼개기 등 다수당의 악폐를 중단시킬 수 있다. 무엇보다 국민의 일상과 관련된 법안들, 가령 노란봉투법 같은 법안들이 시의적절하게 처리되도록 도울 것이다. 또한 새 정치세력이 여성, 청년, 사회적 약자 등 다양한 유권자를 대변함으로써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세우고 진정한 대의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있다.
정치권의 해묵은 감자인 중대선구제는 전후 일본이나 1970•80년대 한국에서 시행된 시대착오적인 발상이다. 만약 논의 중인 중대선구제가 유권자 1명이 후보자 1명을 선택하고 득표순대로 복수의 당선자를 선출하는 방식이라면 이는 소선거구제의 재포장에 불과하다. 이제 거대양당은 민주주의의 알량한 가면을 깨끗이 벗고 형식만 개혁인 팻말을 더는 붙들고 있어서는 안 된다.
* 2023년 MBC 신년 여론조사에 의하면 양당제 29.6%, 다당제 56.8%로 다당제가 우세하고, 소선거구제 43.2%, 중대선거구제 28%, 지역구 & 연동형 비례대표제 15.4%로 대부분 소선거구제를 선호한다고 한다. 이미 역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는 다당제 정치구조와 반대되는 선거 결과를 낳았다. 2022년 지방선거는 소선거구제나 중대선거제로는 다당제 성립이 어렵다는 걸 충분히 설명해 줬다. 그런 점에서 현실적으로 소선거구제 하의 다당제 성립은 모순이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조사에서 대선거구 비례대표제 같은 다른 대안이 없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국민 대다수가 선거제도를 잘 몰라서 그런 건지 이해하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