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 Pablo Schils - Tori and Lokita (Janus Contemporaries) (토리와 로키타) (2022)(지역코드1)(한글무자막)(DVD)
Various Artists / Janus Films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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앙코르와트 사원 뒤에는 캄보디아 범죄 단지들이 자리잡고 있었다. 오랜 불교 국가이지만 잠시 킬링 필드의 악몽을 잊고 있었다. 벨기에에서 비슷한 일이 있으리라곤 누구도 상상치 못할 것이다. 다큐멘터리 같지만 엄연히 극영화로써 자못 긴장감이 있다. 벨기에의 켄 로치, 다르덴 형제는 세상에는 전혀 없을 것같은 일이 태연히 벌어진다고 한다.

이주민의 고통은 주거와 생활의 불안정뿐만 아니라 신분의 불안정에서 비롯된다. 신분의 약점을 노려 어린 아이들에게 마약 배달을 시키고 대마초 재배에 동원한다. 아프리카 사바나가 유럽의 한복판에 걸쳐져 욕망의 살점을 물어뜯는다. 로키타는 생존하기 위해 마약 배달을 하고 그 댓가로 받은 돈을 고국의 어머니에게 보낸다. 그러나 그마저도 입국 브로커가 빚진 돈을 갚으라며 가로막는다. 실제 가족이 아니라지만 토리와 로키타는 친남매 같이 서로를 아끼고 배려한다. 그로 인해 로키타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한다.

한국의 국회의원, 지방의회의원 들이 해외출장 중 자주 들른다는 불교 유적. 우리는 앙코르와트 사원의 뒤쪽을 보지 못하고 산다. 겨우 방송으로 박모 대학생 사망 사건이 나고서야 그 뒤쪽을 보게 된다. 아동의 매춘과 장기밀매를 다루는 일본영화 어둠의 아이들이 같은 맥락에서 이해된다. 인체가 아프리카 사바나에서는 거래의 대상으로 사고팔린다. 유럽이든 동남아든 한국이든 불법 중고거래를 하듯이 인체, 인격, 노동이 부도덕하게 교환되는 시스템이 존재한다. 지리의 허약함을 파고들어 사이버 공간이나 골든 트라이앵글에서 산업이 된다.

로키타는 총성 두어 방과 함께 허무하게 사라진다. 굳이 수x억 배우를 쓰지 않더라도 깊은 공감의 잔영을 눈과 귀에서 읽을 수 있다. 기울어진 영화 자본주의를 일으켜세우는 다르덴 형제에게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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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 Steve Jobs: The Man in the Machine (스티브 잡스) (한글무자막)(Blu-ray)
Magnolia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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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의 유산 중 두 가지만 고르라면 매킨토시와 아이폰을 집겠다.

1970년대 후반 원시적인 애플 컴퓨터가 나타났지만, 진정한 PC는 1984년 발표된 매킨토시 128K다. 작은 컴퓨터의 사과 로고가 애플의 혁신과 개성을 잘 표현한다. 그로부터 1990년대 파워 매킨토시의 유저 인터페이스는 서체, 사운드, 마우스와 함께 향수로 남았다. 지금의 macOS보다 그 당시의 맥이 훨씬 감성적이었다. 1990대 중반 윈도우 95가 시장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지만 푸르뎅뎅한 바탕화면에 화살표 커서가 굉장히 촌스러웠다. 거기다 뻑하면 블루스크린이 나타나 당혹스러웠다. 주로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어도비 위주의 그래픽 앱이 맥의 대부분을 채웠다. 한편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우의 성공에는 워드, 엑셀 같은 오피스 앱이 더 기여하지 않았나 싶다. 물론 넷스케이프의 대항마인 인터넷 익스플로러의 활약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게 GUI와 인터넷를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닷컴 버블의 흥망성쇄와 더불어 IT 개발 붐이 일던 시기이다. 한국의 마이크로소프트웨어란 잡지가 상징적으로 그 한 페이지를 넘긴다. 애플은 2000년대 이후로 서서히 마이크로소프트에 밀린다. 영원할 것같던 IBM PC는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다.

1990년대 후반 국내에 삐삐에 이어 피처폰이 등장한다. 스마트폰의 전신으로 개인용 휴대폰의 서막을 알린다. PDA와 함께 통신 시장의 돌풍을 일으킨다. 애니콜부터 주로 삼성 폰을 쓰다 보니 뒤늦게 아이폰을 접했다. 그때 삼성 폰 중 원도우 모바일이 운용되는 초기 스마트폰을 써 봤다. 상당히 투박한 GUI에 인터넷이 느려터져 웹 검색이 상당히 불편했다. 오히려 키보드가 빼곡히 자리잡은 블랙베리 폰이 고급 모델로 더 각광받았다. 최강 블랙베리가 순식간에 미국 시장을 아이폰에 내주면서 스마트폰의 전성시대가 열린다. 아이폰은 블랙베리가 집착하던 키보드 인터페이스를 액정 안으로 밀어넣는다. 터치스크린 방식의 인터페이스가 패러다임을 바꾼 것이다. 이로써 단순한 전화기가 손 안의 작은 컴퓨터가 된다. 2020년대로 접어든 지금 데스크탑 PC나 노트북보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을 더 많이 쓴다. 아이폰의 폭발적인 성공 이후 삼성 갤럭시 폰이 글로벌 시장을 양분한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갤럭시 폰은 아이폰의 카피캣이다. AP, 운영체제, 앱, 이미지 센서가 다를지라도 앱 아이콘이 가지런히 배열된 홈 화면을 보면 스마트폰의 본질은 하나이기 때문이다. 후발주자인 샤오미가 더 노골적인 카피캣이 된다.

혁신이란 그 단어의 뜻처럼 조용히 새로운 가죽으로 바꾸는 게 아니다. 어떤 386 정치인은 국가 개혁의 한복판에서 조용한 개혁을 해야 한다는둥 영감님 소리를 한다. 스티브 잡스는 IBM과 블랙베리의 낡은 가죽을 찢고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그러나 애플이 이 절체절명의 기회를 타고 상승하지 못했다면 그 미래는 밝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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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의 원리 - 대한민국 시스템을 한눈에 꿰뚫는 정치 수업
양재진 지음 / 마름모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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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나 각종 상임위원회의 다수를 차지한 국힘당을 볼 때마다 답답하다. 보수당의 한 축인 국힘당은 경상도 지역과 기득권 계층의 몰표로 국회의 1/3이나 차지하고 있다. 그들의 지난 성적들을 보면 어림없는 일이다. 12.3 내란이 터지자 극우 보수당의 정체가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위헌정당의 증거들이 곳곳에 널려 있다. 지난 통진당 해산과 비교하면 이미 정당해산심판이 헌재의 책상에 올라가 있어야 한다. 하루 빨리 국회에서 쫓아내야 한다. 양두구육이나 철면피가 잘 어울린다. 1945년 이후 바로 전 정부까지 당명에서조차 그런 모순을 감출 수 없다. 섬기기는커녕 국민을 권력과 총칼로 짓밟던 자들을 옹호한다.

안타깝게도 실패한 보수당이 여전히 국회 의석의 다수를 거머쥐고 있다. 그 자리에 조국혁신당, 정의당 등 기존 야당이나 새로운 정당들이 들어가야 한다. 하지만 아직도 두 보수당이 배타적 지역 기반을 등에 업고 돼지고기 통을 두드리고 있다. 특히 선거철이 다가오면 그 통이 부서질 정도로 요란해진다. 지방의회는 국회의 모조품으로 각 지방에 고스란히 옮겨져 있다. 아시다시피 민주당 아니면 국힘당이 대부분이라 다른 소수당들은 눈씻고 보기 힘들다. 지방의회의 구성이 너무 빤한 지라 기대되는 바도 없다. 대통령이 잘 해도 보수당이 얼마나 바뀔지 더 두고봐야 한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말 그대로 초가삼간만 남아 있다.

국회나 지방의회의 구성을 보면 자원의 효율적 배분이 그동안 제대로 이루어졌는지, 또 앞으로 그렇게 될지 의문 투성이다. 사회의 각 영역보다는 특정 지역에 집중되지 않았나 하는 선입견이 앞선다. 이명박 자원외교, 론스타, 엘리엇 & 메이슨, 대왕고래, 웨스팅하우스, 캄보디아 등등. 국가의 집단적 실수인지 잘 따져봐야 겠지만, 꼬라박고 뜯기고 퍼줄지언정 국민의 생명과 안전은 물론 국가와 국민을 위해 쓴 것같지는 않다. 또한 12.3 내란을 둘러싸고 대통령 친인척 특혜, 불법 정치자금, 뇌물, 매관매직, 정교유착, 공공기관 낙하산, 검찰 특활비 등 엄청난 자원의 낭비에 자신감있게 답하지 못할 것이다. 행안부의 탄생은 세월호 참사에서 기인하지만 이태원 참사, 오송 참사, 아리셀 참사, 제주항공 참사 등 재난이나 사고가 더 줄어들지는 않았다. 제주항공 참사 유족들은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여전히 국회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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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비평 151호 - 2025.여름
역사문제연구소 지음 / 역사비평사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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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혁신당이 조대법원장 탄핵안과 사법개혁안을 발표했다. 민주당의 개혁안에 비해 진일보한 내용들이 주목된다. 사법부가 환골탈태한다면 이 정도는 돼야 한다. 사법행정위원회 신설, 재판소원 도입, 노동법원 설치, 판결문 완전공개, 법관임용제도 개편 등. 사법개혁의 역사를 일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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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레이] 나, 다니엘 블레이크 : 일반판
켄 로치 감독, 데이브 존스 외 출연 / 아이브엔터테인먼트 / 202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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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가 물을 떠나면 당황스러운 법이다. 낯선 캄보디아로 끌려가 감금과 고문까지 당했으니 오죽할까?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가까스로 구조 요청을 한다. 주말이니 월요일에 다시 오라, 도와줄 게 없으니 현지 경찰에 직접 신고하라. 피해자 부모의 도움 요청에 대한 현지 대사관의 이메일 답변이나 외교부 장관의 현황 파악을 보면 충격적이다. 도대체 외무 공무원이 하는 일이 뭘까? 눈 앞의 재외국민 보호보다 매뉴얼 안내가 더 중요하다고 한다. 실종 신고가 500건이 넘도록 국내서는 깜깜이 상태다. 행안부는 현재 인원으로도 넘친다며 경찰 주재관 증원을 거절한다. 경찰 주재관 1명 포함 총 3명으로 전역을 커버한다. 기껏 탈출하여 지역 경찰서에 신고하면 변호사를 데려오라는둥 딴전을 피운다. 이게 공무원의 그늘진 본질이다.

이 빵뺑이 놀이는 도무지 그치지 않는다. 까놓고 말해서 공무원은 국민에게 봉사하고 나라를 위해 일하는 게 아니다. 그저 직장을 다니는 것일 뿐이다. 1950년대 영화 이키루의 뺑뺑이 놀이가 공무원의 본질임을 새삼 확인시킨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건 순전히 거짓말이다. 이명박 자원외교, 론스타, 엘리엇 & 메이슨, 대왕고래, 웨스팅하우스, 캄보디아에 꼬라박고 뜯기고 퍼줄지언정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돈을 쓸 수 없다. 12.3 내란의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의 쇠가죽 얼굴에서 잘 증명된다. 그 잔인한 뻔뻔함이 CCTV 카메라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권한은 하늘 높이 누리지만 가슴에 손을 얹고 책임은 절대 안 진다. 고위공직자나 법률가 출신일수록 오히려 법망을 빠져나가는 걸 자랑삼는다.

공무원의 책임 회피는 스스로 존재의 이유를 부정하는 것이다. 일선 공무원부터 고위 공직자까지 책임 회피를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차라리 공무원이 없어도 되겠다. 국방부와 경찰청의 12.3 비상계엄 당시 비화폰 수령 내역이 전무하다거나 캄보디아 원조사업 문건이 수출입은행 및 관련 기관에 하나도 없다는 걸 보면 도를 넘어선 정도가 아니다. 심지어 공수처조차 제 식구 감싸기 의혹에 휩싸여 있다.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입니다. 온몸이 검게 멍들 때까지 계속 두들겨패고 지진다. 억지로 마약을 빨며 대포통장에 5천7백 만원을 넣어달라 말한다. 실종 건수가 작년까지 500건이 넘는 것은 다니엘 블레이크가 복지수당을 받기 위한 지난한 과정과 비슷하다. 심장마비의 위협뿐만 아니라 복지신청주의와 그에 따른 까다로운 절차를 이겨내야 한다. 끝내 박모 군이 사망하고 나서야 외교부가 공식 통계를 집계하고 국수본부장과 외교부 차관이 캄보디아로 급파된다. 다니엘이 사망할 때까지 아무것도 바뀌지 않듯이 현실은 별로 달라지지 않는다. 여전히 제주항공 참사 가족들은 국회 앞에 피켓을 들고 있고, 또 누군가는 앞으로 범죄든 재난이든 질병이든 죽어나가고, 나는 개가 아니라 사람이라며 고독하게 외칠 것이다. 다니엘 블레이크는 공무원의 복지부동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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