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로야마 사부로 이후 기업소설을 잘 다루는 작가들이 있었다. 그들의 어깨 못지않은 이케이도 준의 소설들은 거의 모두 극화되어 웹툰의 인기를 뺨칠 정도다. 아무리 엔터테인먼트 소설이지만 미야베 미유키와 비교해도 이례적이다. 건설업계의 담합을 다룬 철의 뼈, 대기업 자동차 제조사의 차량결함 은폐를 다룬 하늘을 나는 타이어 등 문학적으로 보기에도 빼어난 작품들이 있다. 그외에도 잃어버린 30년을 배경으로 한 해운기업의 역정을 다룬 아키라와 아키라, 한 버선기업의 위기와 혁신을 다룬 육왕 등. 그 풍요한 자리에 변두리 로켓도 빼놓을 수 없다. 수험서 외에 책을 읽기 힘든 시대에 종이를 넘어선 그의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겠다. 한국만 해도 대부분 생산수단을 소유한 기업에서 임금노동자로 일할 수밖에 없기에 책을 쫓을 여유가 없다. 그나마 한국 사회의 좁은 문을 비집고 나온 샐러리맨 생활도 인간의 젊음이 유지될 때까지만 그렇다.기본적으로 문학은 인간의 살아있는 삶인 경제와 먼 위치에 있다. 현대의 소설가들은 대부분 문창과 출신인지라 당연히 그 거리감은 더하다. 소설가의 딜레마는 대개 배우처럼 자기가 살아보지 못한 삶을 다루기 때문에 그 공포가 콤플렉스가 생길 정도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SF소설, 추리소설, 역사소설의 형태를 띨 때가 많다. 물론 과학기술에 밀착한 인간 세계를 사실적으로 다루는 리처드 파워스 같은 특이한 작가도 있다. 이케이도 준도 데뷔작인 끝없는 바닥이나 샤일록의 아이들처럼 추리소설의 형태로 시작되었다. 그러나 그의 소설 여러 곳에서 보듯이 은행과 기업의 세계가 사실적으로 다루어진다. 한국에도 클래식한 경제소설을 쓴 김준성 같은 작가가 있지만 최근 월급사실주의 계열의 소설 외에는 찾아보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