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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은 왜 실패하는가 - 대한민국 정책 생태계의 민낯과 가능성
이창곤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평점 :
참교육은 학생만 받는 게 아니다. 선관위가 대표하는 그놈의 오만한 배가 하늘을 찌른다. 한때 오적이 유행했는데, 이제 10적, 12적, 그 이상의 무적이 배를 두드린다. 비상근 위원장에 비상근 위원들이 나라를 좀먹고 있다: 겸직 대법관, 겸직 법원장, 겸직 대학교수, 겸직 판사, 겸직 변호사 등. 이분들은 진정 참교육을 받아야 한다.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벌써 사퇴하고 도망갔다. 처벌 안 받겠다고 한다.
새 정부 초 봉욱 민정수석, 이진수 법무차관 등 임명 때도 긴가민가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의 정부안은 개혁안이 아니라 기존보다 검찰과 검사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쪽이었기 때문이다. 이번에 인요한 대한적십자 회장 임명도 다르지 않다. 지난 정부의 쿠데타를 옹호하던 자가 갑자기 회개한다. 식민지 역사 청산의 실패를 다시 반복하는 것같다. 친일파 경찰을 고쳐서 쓰겠다는 게 어째서 실용주의인가? 민주당의 보수성이 정점의 순간마다 칼춤을 췄기에 그 잘난 검찰개혁이 수십 년이 걸리는 것이다. 중도 확장의 몸집 불리기로 비대할 대로 비대해져 있다. 포퓰리스트들에게 권력의 단맛은 절대 뺏길 수 없는 것이다. 청년부(처) 신설은 좋은 일이지만 자꾸 삐딱해진다.
한국의 정치인, 고위직 공무원, 유명인 들은 흔히 책임을 말한다. 그러나 대부분 책임진다는 말에 그칠 뿐이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 권력의 단맛에 길들여져 자신의 권한과 이익은 하늘 끝까지 누리지만 책임진 자의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책임지지 않으면서 책임진다는 말을 하지 마라. 바로 자기 자리에서 물러나 책임을 다해야 한다. 선관위 위원장과 사무총장은 어떻게 책임을 질 건가? 도망치듯 사퇴한다고 책임을 다하는 게 아니다. 책임에 걸맞는 행동을 도리에 맞게 하는 게 책임지는 것이다. 그간 받은 급여와 성과급을 기부할 건가? 아니면 무조건적 공공봉사를 할 건가? 한국 사회의 리더들의 책임은 대부분 혀 끝에 달라붙어 있을 뿐이다. 이를 일컬어 입발린 말이라 한다.
선관위 해체든 선거관리제도의 개선이든 눈앞의 불을 끄는 수준이 돼서는 안 된다. 그보다 더 중요한 선거제도의 개선에 주목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오적, 10적, 12적, 무적이 번성하지 않으려면 인적 카르텔을 없애야 한다. 작금의 한국축구협회를 보더라도 선거제도가 인적 카르텔을 지탱하는 뿌리이다. 정책과 제도는 사람이 만드는 것이기에 사람을 뽑는 방법, 선거제도가 더 중요한 것이다. 한국축구협회, 시도민구단 등 축구단체 같은 사인은 물론 보조금이 들어가는 곳은 감시와 견제가 필요하다. 정당이나 공법인은 두말할 것도 없다. 헌법기관 선관위의 부패비리 방탄도 더는 못 버틸 듯하다.
*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보호하고 책임을 다한다는 말을 되새겨봐야 한다. 제주항공참사의 경우 2026.6월 현재 사건 발생 1년 5개월이 지나서도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아직도 없는 상태다. 검찰에 의하면 특수단의 34명 기소 의견, 5명 신병처리 의견에도 기체 결함과 항공사 과실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고 한다. 도대체 국토부는 그동안 무엇을 한 걸까? 양평 공흥지구 특혜 사건을 방탄하느라 바쁜 걸까?
2026.7월 현재 항공철도사고조사위의 조사는 답보 상태에 있다. 항철위의 소속이 국토부에서 총리실로 바뀌었음에도 별로 달라진 건 없다. 아직도 사고 원인이 공항관리 부실인지 조종사 과실인지 기체 결함인지 오리무중이다.
* 대기업 임원도 아닌 축구협회 임원과 대표팀 감독의 법카 사용내역이 기막히다. 어디 축구협회와 그 두 명만 그렇겠냐만 혀를 내두를 정도의 액수에 분통이 치민다. 최소한의 공공성에도 불구하고 도덕성이나 이해충돌의 개념과 거리가 먼 것같다. 이 나라는 부채, 돌봄, 생계 등 생활고로 자살하는 사람들이 끊이지 않는다. 일가족 자살이 빈번하고 집단 괴롭힘, 학폭, 질병, 재난 후유증 등 다양한 이유로 세계 1위를 달린다: 2023년 한국의 자살률은 24.8명으로 OECD 국가 중 가장 높다; 2024년 한국의 자살률은 29.1명이다. 안타깝게도 축구협회에 들어가는 국가보조금이 개인 용돈으로 쓰여도 자정이 안 된다. (그런데 대통령 부인은 10만원 법카에도 먼지털듯 압수수색에 기소까지 당했다) 문체부는 봐주기나 눈가리고 아웅하는 식의 관리를 해서는 안 된다. 차라리 그 돈을 복지, 주택 공급, 영세자영업자 지원, 다른 곳에 쓰는 게 낫지 않을까? 축구가 없어도 세상 사는 데 아무 지장이 없다. 그저 적적함을 달랠 취미 하나가 줄어들 뿐이다. 보조금을 줘야 K리그를 운영할 수 있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이다.
법과 규정을 지킨다고 다가 아니다. 법과 규정이 반드시 도덕성과 일치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검찰의 특활비 오남용 사례에서 봤듯이 얼마든지 위법을 가릴 수 있다. TV 드라마에서조차 영수증 조작은 흔하게 볼 수 있다. 보조금은 친목이나 밥먹는 데 쓰라고 주는 게 아니다. 문체부는 보조금을 회수해서라도 더 이상의 눈먼돈을 막아야 한다. 법적 강제력이 없이 하는 시정 권고는 아무 의미없는 일이다.
2026.7월 문체위 축협 청문회에서 민주당 노종민 의원에 따르면, 축협이 충남 천안에 미니 축구경기장을 짓는데 보조금 77억을 지원받았다고 한다. 그런데 제출된 계획서와 달리 완공된 건물에는 원래 계획에 없던 회장실, 전무실, 임원실, 비서실 등이 들어가 있다고 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위법을 저지르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보조금을 회수함은 물론 그 당사자들을 형사고발해야 한다.
2026.7월 문체위 축협 청문회에서 민주당 최민희 의원은 축구진흥기여금의 설립 근거와 회계의 불투명성을 지적하고 있다. 한국체육회의 회원종목단체 규정에도 없는 기금이면서 별도의 계정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또한 관련자료 제출에도 불응하고 있다.
종종 유명 해외 축구팀들이 국내에서 친선경기를 치르는데 그 행사의 주관사는 보통 따로 있다. 그런데 축구협회가 마치 인허가를 승인하듯이 입장권 수익의 일부를 받는다는 게 잘 이해가지 않는다. 축구는 영화와 다를 게 없는 엔터테인먼트이다. 가령 영화발전기금의 경우 이를 관리하는 영진위는 문체부 산하 정부기관이다. 그에 비해 축구협회는 사인이자 이익집단에 불과하다. 이 수익이 한국축구 발전 목적이나 공익성 금전이라면 명칭에 상관없이 부담금 성격의 금전이다. 그렇다면 이는 사인이 개별적으로 부과할 수 없으므로 문체부 권한에 대한 월권행위가 된다. 최소한 문체부의 허가와 위임이 있어야 한다. 문체부가 왜 낫 놓고 ㄱ자를 모르는지 신기하다. 애초에 축구대표팀의 운영과 관리를 한국체육회가 아닌 사인이 맡고 있는 것부터가 애매하다. 한국축구가 스포츠기업인 축협의 수익사업의 볼모가 된 것이다.
2026.7월 축협 청문회에서 현 축협 부회장이자 강원FC 대표는 시도민구단은 공공재라는 망언을 한다. K리그는 엄연히 학교 축구나 아마추어 축구가 아닌데 말이다. 우리는 경기 전에 입장권을 구매해야 축구를 보고 하다못해 구장의 화장실을 쓸 수 있다. 또한 월드컵이나 K리그 중계도 돈내고 보고 있다. 즉 구단이 제공하는 축구나 다른 서비스가 시장재인데 그 주체를 공공재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구단이 아무 이익이 없는데 시도를 홍보하지 않는다. 축협이나 프로축구연맹의 회장이 대부분 범현대가 경영자나 기업인 들임을 봐도 그러하다. 그들은 누가 봐도 수익사업을 하고 있다. FIFA나 EUFA가 주관하는 대회의 입장권 및 중계권 수입, 유럽 빅리그의 선수 이적료나 연봉 등 축구시장 동향을 봐도 쉽게 이해된다. 물론 한국체육회가 관리하는 학교체육이나 생활체육의 일환의 축구나 최소한 국가대표팀의 활동이라면 달리 생각할 수 있다.
2026.7월 문체위 축협 청문회에서 혁신당 김재원 의원에 따르면, 2025년 K리그 (1부 및 2부) 시도민구단 14곳에 1300여 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됐으나 흑자 구단은 단 1곳도 없다고 한다. 1부 리그 구단의 절반이 이런 수준이라면 굳이 1•2부 리그로 나눌 필요가 있을까? 그중 강원FC(25년 120억 지원, 현재 평균관중 6538명)는 지난 국정감사에서 관련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한다. 국가의 지원을 받으면서 위법을 저지르거나 의무를 다하지 않으면 형사고발해야 한다. 결국 보조금이 대부분 구단 임직원의 인건비와 선수 연봉에 들어간다고 추정된다. 무분별한 시도민구단 창단과 지자체의 무리한 지원을 재고해야 한다. 기존 구단들(1부 12개 구단의 현재 평균관중 9083명, 2부 17개 구단의 현재 평균관중 4621명)을 경쟁력있게 통폐합하여 단일 리그로 운영하는 게 바람직하다. 승강제 방식의 리그 운영이 한국축구의 질적 향상보다 부실 구단들을 늘리기 때문이다. 현재 K리그 구단수는 국토 면적과 지방 인구수에 비해 지나치게 많다: 미국의 MLS는 총 30개 구단으로 승강제 없이 단일 리그로 운영된다. K리그1은 그렇다 치고 (OTT 중계를 무료로 푼다 해도) 2부 리그 경기들을 누가 챙겨볼 지 의문이 든다. 그러니 왜 국민의 혈세를 거둬 K리그를 먹여살려야 할까? 축협에 이어 프로축구연맹에 새삼 관심이 쏟아진다.
2026.7월 문체위 축협 청문회는 정작 축협 당사자들보다 한국 국회의원의 수준에 눈이 쏠렸다. 전 축협회장에게 굽신거리는 국힘의원은 참 가관이었다. 이를 일컬어 아부라 한다. 그에 비해 박동희 기자의 축구행정 전반에 신랄한 비판은 깊은 감동을 준다. 김포FC의 80억 횡령 사건(25년 약 90억 지원, 현재 평균관중 2780명)과 김포FC 담당 공무원의 죽음을 통해 K리그의 실상을 잘 설명해줬다. 이번 청문회는 월드컵 성적을 문책하는 뒤풀이보다 축협과 K리그의 방만한 운영과 부패비리 현황, 추가 조사, 문체부의 대응과 형사고발을 논할 자리여야 했다. 지자체장의 치적 선전과 문체부의 소극적 태도가 축구 카르텔의 번성에 일조했다고 본다. (대통령 부인은 10만원 법카에도 먼지털듯 압수수색에 기소까지 당했다) 이렇게 나랏돈 갉아먹는 도둑놈들이 들끓는데도 발본색원은커녕 순진한 채권자들의 성토로 끝났다. 이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전 국민이 축구불매운동을 해야 할 판이다.
* 검찰개혁의 뜨거운 감자인 보완수사권 폐지를 위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드디어 법사위를 통과했다. 최종적으로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되면 새로운 형사사법체계를 맞이하게 된다. 영화 두 검사의 정의로운 검사 코르녜프가 민주당 김용민 의원, 혁신당 박은정 의원과 절묘하게 겹쳐보인다.
그러나 노태악 전 선관위원장의 부부동반 해외출장 관련한 법원의 압색영장 기각은 과거의 검찰을 보는 것같아 답답하다. 불리하면 헌법 뒤에 숨는 사법 권력은 정당한 법 집행조차 여전히 불가침의 영역이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