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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된 것 없는 공동체 - 한국 민주주의의 불가능성에 관하여
박이대승 지음 / 오월의봄 / 2026년 1월
평점 :
아서 밀러의 시련을 영화화한 크루서블(1996). 애비게일의 수난 뒤에 숨겨진 것은 무엇일까? 1950년대 민주주의의 사도라는 미국이 정작 자국에서는 매카시즘의 칼날을 휘두르니 무수한 피가 흐른다. 이런 나날이 1970년대까지 이어진다. 이 영화보다 더 사실적인 영화 다니엘(1983, E. L. 닥터로 원작)이 있다. 이 작품은 1953년 소련 스파이로 몰려 사형당한 로젠버그 부부 사건을 다루는데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도 이런 마녀사냥이 민간인학살, 시국사건, 간첩조작사건 등 여러 형태로 무수히 일어난다. 그중 민간인학살은 여순사건, 제주4.3사건, 국민보도연맹사건 등이 잘 알려져 있다. 국민보도연맹 사건은 전국적으로 벌어졌으나 가장 피해가 큰 지역은 경상도다. 그런데 그 지역은 극우보수 또는 그에 가까운 정당과 그 정치인들의 텃밭이다. 그들은 경상도 지역의 조상을 욕보인 자들과 그 시스템을 옹호한다. 그런데 그 지역은 그들을 정부와 국회, 지방의회로 꾸준히 보낸다. 심지어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로 재판 중인 자를 대구시장으로 뽑겠다고 한다. 한국 민주주의의 불가능성을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6.3 지방선거 307개 선거구에서 513명이 투표 없이 당선자로 결정됐다고 한다. 지도 상으로 보면 전라도와 경상도 상당수 지역, 경기 및 수도권과 제주도 일부 지역에서 그런 모습이 보인다. 또 이번 지방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78명이 지난 지방의회에서 이해충돌, 수의계약 등 사유로 징계를 받은 바 있다고 한다. 당연하다는듯 민주당과 국힘당이 의석을 다 쓸어간다. 한국 민주주의와 선거제도의 한계가 역력하다. 참 불행한 현실이다.
이러고서야 어떻게 공정사회가 이룩되겠나? 전근대 대지주의 지배서부터 대기업 위주의 산업 구조뿐만 아니다. 정치도 대지주이자 대기업인 양당이 자기들에게 유리한 정치제도 위에서 태평성대를 누리고 있다. 그동안 두 정당에 지급된 선거보조금 등 정당보조금을 쌓아놓으면 엄청난 액수가 될 것이다: 6.3지방선거 양당의 선거보조금만 497여 억원, 전체 금액의 약 87%에 달한다. 2:1 등 비례대표제 위주의 혼합선거제라면 상당한 선거비용을 길바닥에서 회수할 것이다. 이런 토양에서 조국혁신당, 진보당 등 야당이 성장하기 어렵다. 그나마 기대볼까 하던 조국혁신당마저 지방선거 후에는 다시 민주당과의 합당 쪽으로 갈 것같다. 한국 정치에 희망이 점점 멀어진다.
이번 지방선거만 해도 자기가 원하는 정당 또는 후보를 뽑고 싶어도 투표용지에 없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지방의회는 사실상 양당이 독점하는 구조이며 소수당은 광역비례대표를 기대하는 정도다. 물론 국회의원 재보궐 쪽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러니 울며 겨자먹기로 찍거나 아예 기권해야 한다. 결국 물리적으로 유리한 양당이 다 쓸어간다. 민주주의 없는 민주주의. 부익부 빈익빈. 이대로는 영원히. 왜 비례성 강화 이상의 선거제가 필요한지 알 수 있다. 당장 투표 없는 선거제도부터 뜯어고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