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직업 니시카와 미와 산문집 1
니시카와 미와 지음, 이지수 옮김 / 마음산책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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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가깝고도 먼 일본이라는데 생각보다 그렇게 먼 것 같지는 않다. 지난 역사를 비켜나서 오른쪽으로 돌아보면 그만이다. 종종 영화가 소설보다 더 진지한 경우가 있다. 니시카와 미와의 유레루가 그랬다. 이런 영화는 어떤 재미가 있을까? 평범한 일상에서 갑자기 사고가 나든 악인이 되어 범죄를 일으키든 일탈이 일어나는 순간일 것이다. 어느 누구도 이런 삶의 방향으로 가고 싶지 않을 것이다. 영화는 값비싼 비용을 들여 현실로 만들어내고 우리를 영화로 끌어들인다. 그것은 다큐멘터리는 아니지만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한 사람 또는 몇 사람의 삶을 살아보게 한다. 그렇게 유레루에서 우리 의사 선생님, 아주 긴 변명, 최근의 멋진 세계까지 낯선 몇 번의 세상을 안아보는 줄거움을 누린다.

니시카와 미와는 자신의 영화를 소설로 쓴다든지 영화에서 다루지 않은 다른 에피소드를 단편소설로 말한다든지 영화 제작의 뒷면을 에세이 형태로 들려주기도 한다. 이것은 니시카와 미와가 문학의 영역에서 자신의 세계관을 보여주는 것인데, 지난 클래식 영화의 대가들이나 최근의 유명 영화감독들과는 상당히 다른 모습이다. 그것은 이창동이나 켄 로치의 영화들이 그렇듯이 평범한 사람들의 조금은 언짢고 불편한 세계이다. 최근작 멋진 세계에서 전직 야쿠자인 미카미의 출소 후의 삶은 영화 제목만큼 그리 멋들어진 세계가 아니다. 마치 오랫동안 학교나 직장에 있다가 나와 낯선 데로 내동댕이쳐진 듯한 세계이다. 그의 멋진 세계란 단지 일을 찾고 자기가 사회적으로 기여하고 있음을 느끼는 것일 뿐이다.

한때 범죄자지만 일본이나 한국이나 그 유형은 죽을 때까지 간다. 한국만 해도 일반인에 대한 사회보장조차 벼랑 끝과 몇 발자국 차이다. 가난한 자가 당장 학교를 그만두거나 직장을 그만둬 보라. 혹독한 세상의 주먹이 날아오기 시작할 것이다. 누구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일탈로 나아갈 수 있다. 그런데 형기를 마친 범죄자에 대한 사회의 태도는 어떠할까? 영화 내내 그 모습을 다각도로 보여주지만 미카미는 유쾌한 희망을 찾아 달린다. 그러나 갑자기 그가 꿈꾼 미래는 허망하게 사라져 버린다. 니시카와 미와는 이런 언짢고 불편한 세계를 유레루의 구름다리에 세운다. 멀리서 보면 사고사로 보이던 일이 착한 형 미노루에게 범죄로 나아갈 수 있다는 말이다. 정상과 비정상은 이웃하고 있고 현재의 사회보장제도나 법과 공권력이 간신히 막고 있을 뿐이다. 진지한 영화는 교과서 밖의 불확실한 세상을 경험하게 한다. 배고픈 빵을 먹어보지 않은 엘리트주의 관료가 이런 불확실성을 무슨 수로 막아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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