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를 떠받치는 지지대 중의 하나는 법치주의일 것이다. 사회 문제의 공론화에서부터 입법과 제정, 집행에 이르기까지, 이 시간은 21세기에 안 어울리게 지난하다. 최근 유우성 간첩조작사건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는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시간에서 살고 있으나, 피해자 개인은 엄청난 시간의 무게로 짓눌리고 있다. 공직자들에 의한 범죄의 구성이 명백히 드러났는데, 정작 당사자들은 증거불충분, 공소시효 만료로 빠져나간다. 국가배상을 받을 지도 장담할 수 없지만 그 시간의 무게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 21세기인데도 법원의 시간은 매트릭스 공간의 시간처럼 느리고 길다.과거 보수 정부뿐만 아니라 이 정부에서도 법치주의를 말한다. (정부는 바뀌었으나 정부의 주변은 그대로 있다.) 지금 말하는 법치주의가 고대 중국 진나라의 법치주의라면 어떨까? 흔히 법가 사상 비판에서 그렇듯이 법치가 권력자들이나 공직자들에게는 자유롭다면? 그들은 일반 개인들과는 다르게 언제든지 매트릭스 공간을 드나들 수 있다. 공수처가 곧 들어서겠지만 우리가 기대하던 그 지점까지는 여전히 멀 수도 있다. 1980년대 정치적 민주화 이후, 아직까지도 권력자들과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재벌, 특정 전문가 집단들이나 이익집단들에게는 법치주의 이념은 코미디일 뿐이다. 그렇게 민주주의의 시간은 한바탕 코미디를 보고 잊어버리는 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