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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회랑 : 국가, 사회 그리고 자유의 운명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장경덕 옮김 / 시공사 / 2020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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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런 애쓰모글루와 제임스 로빈슨 공저 “좁은 회랑”을 읽다. ‘좁은 회랑’이란 무엇일까?
국가의 힘이 너무 강하면 독재로 고통받고, 반대로 사회가 너무 강하면 무질서로 혼란을 겪는다. 저자들은 국가와 사회가 힘의 균형을 이루는 공간을 ‘좁은 회랑’으로 지칭하는데, 시민이 자유를 잃지 않으면서 동시에 국가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가와 사회가 좁은 회랑안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 책은 국가와 사회가 서로를 견제하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다양한 국가들의 역사와 문화를 살펴보면서, 국가가 회랑 안으로 들어가거나 튕겨져 나오는 원인들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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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홉스는 ‘사회계약론’에서 개인이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상태를 벗어나기 위해 권력을 위임한 ‘리바이어던’이라고 하는 개념을 차용해 국가 형태를 소개했다. 이 책은 ‘리바이어던’ 개념을 가져오면서 홉스가 주장한 개념의 한계를 설명한다. 홉스의 주장은 지나치게 낙관적이었고, 힘은 곧 정의가 아니었고, 권력은 자유를 향해 나아가지 않았다.
여러 국가 형태를 분석해보면 대략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독일 제 3제국, 공산당 치하의 중국등은 일방적인 강압 통치로 시민들이 고통을 받았고(독재적 리바이어던), 무국가 사회는 ‘규범의 우리’로 국가 권력 대신 관습등으로 구성원을 억제한다 ( 부재의 리바이어던-티브족). 그리고 영국과 미국등은 시민의식이 발달하여 독재정권이 되지 않도록 끊임없이 국가를 견제하는 사회이다(족쇄 찬 리바이어던).
사회가 국가에 채우는 족쇄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저자들은 선거가 가장 주요한 요인으로 보았다. 선거는 사실상, 시민 저항의 결과로 쟁취한 것으로 사회 결집과 정치 참여 행위이다. 모든 나라가 일률적이지는 않지만, 선거민주주의제가 실시중인 나라는 선거를 통해 국가 권력을 견제하고 좁은 회랑이 들어갈 확률이 높았다.
경제적인 면에서는 오히려 독재적 리바이어던이 국가 주도로 급속한 산업 발달을 유도할 수 있었으나, 개개인의 창의성, 생산성을 도출해내는데는 실패했다. 또한 불평등이 심했다(예를 들면 중국). 한국은 과거 국가 주도로 급속한 경제 발달을 이루었고(중국처럼), 지금은 민주화의 결과 국가 권력에 대한 사회의 견제도 강하나, 아직도 불평등은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유럽은 끊임없는 시민 저항으로 사회의 견제가 강하고 그 결과 스웨덴에서는 사회민주주의가 출현한다. 미국은 연방국가라는 한계로 좁은 회랑속에 속한 나라이긴 하나, 인종 차별, 공공서비스까지 민관 협력, 친기업적인 성향 등으로 불평등이 매우 심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촛불 혁명, 이른바 광장 민주주의로 평화적인 정권 교체를 이루었다. 또한 청와대 청원, 인터넷 뉴스 게시판 등을 이용한 개개인의 의견 개진이 자유로운 편이다. 즉 사회의 견제력이 강한 편인데, 사실 이러한 과정은 사실 국회가 나서서 해야할 일이다. 그러나 과연 국회가 그 역할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 현재의 양당제(소수정당도 있지만)는 당 대 당의 다툼으로 속해있는 의원들을 단순 거수기로 만들고 있는 상황이다. 매번 선거때마다 지역구가 과연 필요한가 의문을 갖게 한다. 또한 또다른 이익집단이 되어버린 사회단체의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현재 코로나 19감염증 사태로 전세계가 팬데믹 상황이고, 각 나라마다 대응하는 방식이 다르다. 우리나라는 강력한 국가 개입으로 미국, 유럽등에 비해 상황은 안정된 편이다. 개인의 사생활 침해는 잠시 접어둘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 국가 권력이 이 상황을 이용하는 경우가 우려된다. 그 제한선을 잡기가 참 어렵다.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는 속담처럼, 일단, 코로나 사태가 진정되고 나서, 이야기해 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언론이 그 기능을 충실히 해야할 것이다.
즉, 국회부터 언론, 사회 단체등 각 사회 기관이 각 영역에서 제 기능을 할 때 국가권력에 족쇄를 채울 수 있는것이다. 지구상의 어느 나라도 완전하지 않고, 레드퀸처럼 끊임없이 견제하며 달려가야한다.
축약본이지만 읽는 내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사회가 국가에 채우는 족쇄는 어떤 방법으로 가능할까. 국가가 개인의 자유를 어디까지 제한할 수 있을까? 국가의 시장 경제 개입은 어느 정도까지가 좋을까? 오늘날 시민의 역할은 무엇일까?
최근 의사 파업사태까지 지켜보며 우리 사회가 얼마나 대화가 부족한지 절감한다. 무엇이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듣고 설명하고 설득하고 최선의 결과물을 도출해내야 하는데 처음부터 네 편 , 내 편으로 나누어 일방으로 밀고 간다. 토론은 투쟁이 아니다. 작년엔가 난민문제로 며칠 간 밤샘 토론하고 최종안을 이끌어냈다는 유럽의 정치인이 떠오르는 요즘이다.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