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는 왜 실패하는가
대런 애쓰모글루 외 지음, 최완규 옮김, 장경덕 감수 / 시공사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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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성공 및 실패에 대한 여러 이론서들 중 가장 손꼽히는 것은 아담 스미스의 ‘국부론’인데, 제목이 말해주는 중압감에 언듯 손이 가지 않았다. 그리고 이미 오래전에 나온 책이라, 현대와는 괴리가 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생각도 들었고. “좁은 회랑” 가제본을 읽다가, 동저자들이 쓴 8년 전에 나온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라는 책에 호기심이 생겼다. 마침 시공 북클럽에서 10월의 책으로 선정되어 신나게 읽었다.



왜 어떤 나라는 잘 살고 어떤 나라는 못사는가? 경제학과 정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바탕으로, 이 책은 중요한 것은 ‘제도’라는 점을 제시한다. 그간 지리적 요인, 기후적 요인 등 외적인 요소로 나라간의 차이를 설명하려 했던 것을 거부하고, 다원주의를 표방하는 국민의 참여를 허용하는 환경에서 국가의 성공이 이루어진다는 것을 세계 여러 나라의 역사를 분석해서 보여준다.

그들의 주장은 간단하다.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적인 정치, 경제 제도가 발전과 번영를 불러오고, 지배계층 만을 위한 수탈적, 착취적인 제도는 정체와 빈곤을 낳는다는 것이다. 포용적 제도는 누구나 재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유인을 제공한다. 인센티브가 있어야 경쟁을 통한 개인의 생산성 향상이 이루어지고 그 결과 국가의 부가 늘어난다는 아주 간단한 논리를 펼친다. 경쟁을 통한 공직 진출, 광범위한 유권자층(귀족 및 일부 지도층만의 권력이 아닌), 새로운 정치 지도자가 자유롭게 진입할 수 있는 환경(세습이 아닌) 등을 완비한 개방적 다원주의 정치체제만이 올바른 제도를 발전시킬 수 있다는 논리를 제시한다. 정치제도와 경제 제도의 긴밀한 연관성을 밝혔다. 또한 크고 작은 ‘결정적 분기점’에서 왜 그 방향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는지 설명했다.

또한 그동안 서양 중심의 국지적인 분석에서 벗어나 아시아, 아프리카, 아메리카 대륙 등 광범위한 인류 역사를 다루어 한결 시야가 넓어짐을 느낄 수 있다.



14세기 흑사병은 그 치명성으로 세계 곳곳에 노동력의 부족을 가져왔다. 영국에서는 이 노동력의 부족으로 인해 농민의 힘이 커지고, 도시민의 힘이 커졌다. 그 결과는 명예 혁명으로 이어지고, 산업혁명으로 가는 길을 터놓았다. 반면 스페인 등 남유럽과 동유럽의 다른 국가는 농노제도가 더욱더 강해지는 결과가 나왔다. 그 결과, 스페인이 진출한 남아메리카는 농노제의 유사한 형태로 대농장이 형성되고, 유사한 제도가 자리잡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다양한 지역의 역사는 책을 읽는 내내,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서양 문물이 들어왔을 때 중국과 일본의 대응의 차이가 어떠한 결과를 얻었는지도. 특히, 한 지역 다른 나라의 비교 (남북한,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걸친 노갈레스 라는 도시)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어판을 내면서 ‘무엇이 남북한의 운명을 갈랐을까’라는 머리말을 첨부했다. 아프리카 대부분의 나라들이 극심한 빈곤에 시달리는데, 보츠와나의 성공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소련의 공산주의가 왜 실패했는지에 대한 설명도 유의미하다. 그래서 최근 괄목할 만한 중국의 성장이 어떠한 한계에 맞닥뜨리게 될 지의 예언(?)도 눈여겨 볼 만 하다.



최근 코로나 사태에 임하는 세계 각국의 대응도 여러가지가 있다. 나라별 대응도 이 책에서 말하는 정치, 경제 제도와 유사해서 읽는 내내 즐거웠다. 앞으로 세계 뉴스를 접할 때, 참고가 될 것 같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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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달러구트 꿈 백화점 - 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달러구트 꿈 백화점 1
이미예 지음 / 팩토리나인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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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하신 꿈은 매진입니다.

독특한 홍보 문구를 가진 따뜻하고 예쁜 소설을 읽었다. 반도체 엔지니어라는 독특한 이력을 가진 이미예 작가가 쓴.

인생의 1/3은 잠을 잔다는 (그렇다면 아주 바람직한 수면 습관을 가지게 되는 것인데) 인간의 삶에서, 그 잠의 일부분을 담당하고 있는 꿈에 대해 궁금했던 작가는, 클라우드 펀딩 프로젝트로 이렇게 따뜻한 책을 써 냈다.

누구나 궁금해 했을 꿈의 세계에 대하여 마음껏 상상의 나래를 펴 낸다. 어제 밤에 꾼, 일어나면 기억은 제대로 나지 않지만, 꿈 속에서 우리는 사랑도 하고, 과거의 기억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일상을 되풀이 하기도 하고, 미처 몰랐던 무의식의 세계를 들여다 보기도 하고, 더러는 다시는 꾸고 싶지 않을 악몽도 꾸기도 하지만, 우리는 현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꿈 때문에, 지금 살고있는 현실과는 비슷하면서도 다른 차원의 삶이 있다고 믿게 되는게 아닐까 싶다.



작가가 그린 꿈의 세계는 일단, 나쁜 일이 없다. 잠이 솔솔 오게 하는 간식거리를 파는 푸드트럭, 이불을 차버려 혹여 감기라도 들까봐 열심히 수면 가운을 입혀주는 녹털루카들, 꿈 제작자들, 그리고 필요한 꿈을 맞춰 팔아주는 달러구트 꿈백화점 사람들. 등장인물 모두 따뜻하고 매력있다. 그리고, 이유없는 꿈은 없다...더구나 꿈값은 설렘, 자신감,...얼마나 이쁜가. 주인공 페니가 꿈 백화점에 취직해서 겪는 모든 일들이 나도 가서 경험해 보고 싶을 만큼 재미있다.

단숨에, 순식간에 읽어낼 수 있다. 입가에 미소가 떠나지 않으며...(막심의 아마도 러브스토리는 왜 언급하다 말았나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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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100년 전통 말하기 수업 (리커버) - 말투는 갈고 닦을수록 좋아진다! 하버드 100년 전통 수업
류리나 지음, 이에스더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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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류리나는 중국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며 커뮤니케이션 전문가라고 한다.
‘대중의 심리를 꿰뚫어 위안을 주고 힘을 부여하는 연설로 공감을 이끌어낼 뿐만 아니라 반대 여론까지도 설득하는 말의 힘을 분석했다. 말을 잘하는 그들이지만, 결코 선천적으로 말하는 능력을 타고난 것은 아니다.
하버드 대학은 일찍부터 ‘혀’가 곧 돈이나 원자폭탄과 같은 존재로서 말의 힘이 ‘세계의 3대 위력’에 속한다는 관점을 가지고 있었다.’ (프롤로그)
라고 시작되는 책.
하버드가 어떻게 최고의 달변가들을 키워내는지, 어떻게 말하기를 소통의 기술로 만드는지, 어떻게 말하기로 인생을 바꾸는지 그 비밀을 파헤친 책이다.

그동안 많이 접했던 자기 계발서의 한 유형이기도 하고, 읽다보면 데일 카네기의 인간 관계론에서 다뤘던 내용도 많이 겹친다. 하기야, 누군가를 친구로 만드는 것에는 자신을 알려주면서 다른 사람을 설득할 수있는 방법이 최우선이라 할 수 있겠다.

총 8파트로 나뉘어져 자신의 문제점을 찾고 말하는 힘을 기르는 연습법까지 다루고 있다.

유명인들의 에피소드를 곁들여서, 여러모로 공감을 불러온다. 특히 마케팅 등 직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발표력 키우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말을 잘 한다는 것은 노력하면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준다. 이 책을 읽으며, 가장 중요한 것은 진실된 자세라는 생각을 했다. 아무리 청산 유수로 말을 한다고 해도, 그 말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으면 소용 없다. 누군가를 설득하려 할 때, 말로만이 아니라, 진실된 자세가 함께 해야 그 말이 힘을 갖는다.
물론 진심만으로는 가능하지 않기에, 상대방에 맞춰 알맞은 대화법을 찾아야 할 것이다.

유독 타인들과의 관계 맺기가 힘든 사람도 물론 있다. 하지만 외딴 오두막에서 혼자서 자급자족하며 살 생각이 아니라면 타고난 성향을 벗어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은 필요하다. 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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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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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한국 소설선’작은책’ 시리즈의 여덞 번째 소설 강화길의 “다정한 유전”을 읽었다. 중편 소설 하나 분량.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겠다 했는데, 만만치 않은 소설이었다. 어쩐지..광고에서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는’이란 표현이 있더라니. 이 소설은 소리책으로도 나와있다는데 (배우 이유영 낭독) 나즈막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읽어주면 한결 더 공감이 될 것 같다.



해인마을이라는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 마을의 소녀들의 이야기와, 그 소녀들이 써내는 글이 교차하는 콜라주 형태의 소설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그 마을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유전 遺傳이었던 마을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날 기회를 잡기 위해, 대학 입시에 유리할 백일장에 학교에서 1명만 나갈 수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진영, 민영을 포함한 소녀들은 같은 소재로 글을 쓴다.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냥 글 속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내 것이라 그대로 느껴지는 어떤 마음때문(p72)”일지도. 책 속 소설은 ‘이명’, ‘황녀’, ‘옹주’, ‘다락, 등등..덧붙인 ‘감상문을 대신하여’를 읽다보면, 어느 것이 책 속 소설인지 헷갈리기조차 한다. 느슨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소설들.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모순들. 데이트 폭력, 산후 우울증..이것은 해인 마을을 탈출하고자하는 소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살아있다. 아직은 살아 있다.(p138)”

소설의 끝에 한 소녀가 마을을 떠난다. 그 이후로 많은 아이가 하나 둘 마을을 떠난다. 꿈굴 수 없는 일들은 생각보다 쉽게 벌어지고 이것이 이제 새로운 유전이 된다.



중국에는 ‘여자가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미드 시리즈 ‘어웨이’에서 들은 말인데,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할 때 꼭 등장하는 표현이라고한다.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고, 그러니까 당연히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고 있는 것도 여성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말이 왜 주장이 되어야 할까? 세상은 급격히 변해왔지만 여성 인권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고,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 것도 100년이 안되고. 아직 갈길이 멀다. 그 자리에 남성이 있든 여성이 있든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때. 그때를 위하여. 우리의 딸들, 딸들의 딸들을 위하여. 깨어있으라.



책 속으로



“그 마음이 뭔지 언니도 아는거겠지.” (p86)



친구는 괴로울 때마다 마음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만의 마을을 간직했다는 생각때문에 견딜 만해진다고 했다. 누구에게 맡겨놓은 마음이 아니니까. 그렇게 평안을 찾고 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향해 돌아가곤 했다. 천천히,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p146)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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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토록 평범하게 살 줄이야
서지은 지음 / 혜화동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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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이토록평범하게살줄이야 #서지은 #에세이 #혜화동 #책서평 #북리뷰 #독서기록 #book #bookreview #책스타그램 #북스타그램


이렇게 산뜻한 책 제목이라니. 이따금 오랜 친구들을 만나면 서로 쳐다보며 깔깔대고 웃곤 한다. “우리가 이렇게 평범하게 살 줄이야!” 무엇이든 해 낼 것 같던 청춘의 시절이 지나고 누구는 전업주부로, 누구는 직업인으로 살아온 친구들. 그 삶들은 모양은 다르지만 다 비슷하다. 아픔도 있었고, 갈등도 있었고, 기쁨도 있었고, 행복도 있었고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그러면서 동시에 말하곤 한다. “평범하게 사는 것도 힘들어.” 또 말한다. “우리가 이렇게 한번씩 편안한 얼굴로 만날 수 있는 것도 큰 행복이야!”



서지은 작가는 어릴 때부터 작가가 꿈이었는데, 이혼하고 홀로 서는 힘든 과정이 작가로 하여금 글을 쓰게 했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힘을 얻었다. 책의 제목은 어릴 때부터 반짝이는 재능을 보여온 작가가 뭔가 특별하게 살 줄 알았는데 현실에서는 그냥 그렇게 평범한, 다른 이들과 별다를 것 없는 자신의 모습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하지만 평범이란 것이 얼마나 귀한 것인지. 나도 한 때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평범한 주부로 사는 내 모습이 마음에 안 들어 발버둥치기도 했지만 살다보니 알겠더라. 평범하게 사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것을.



작가에게 이혼은 이혼 전에 생각했던 것과는 다르게 훨씬 치명적으로 작가를 강타했고 그래서 힘들었지만, 멋지게 힘차게 보다 성숙하게 자신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그 담금질의 과정이, 서작가가 걷는 방향이 참 마음에 든다. 읽으면서 그래 그래, 잘 하고 있어 라고 응원하게 된다. 작가가 느끼고 감내하며 표현하고 싶었던 글이 누군가에게 위로의 수건이 되길 바란다.



인간은 누구나 자기 삶에서는 주인공이다. 다른 사람이 반짝반짝 빛나 보인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내가 평범하게 보인다고 해서 내 삶이, 내 인생이 실패한 것은 아니다. 내 마음이 가는대로, 내 마음이 선택하는대로, 후회없이, 주어진 여건 안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며, 스스로를 얼마나 아름다운 사람으로 만드는가가 훨씬 더 중요하다.





[실수와 실패 속에서 한 올 한 올 건져낸 교훈은 수습의 성실한 방증이 되어주었다.수습은 배운다는 의미의 수습修習이기도 하고 내가 남긴 흑역사 흔적들의 처리가 가능하다는 의미의 수습收拾 이기도 하다....언제까지고 수습만을 하고 있을 수 없으니까...앞으로는 나를 나의 삶의 정식 직원으로 임명하기로 결심했다.(p151)]



하지만,,기억하시길. 정식 직원이 되어도 실수와 실패는 계속된다는 것을. 필요한 것은 그 실수와 실패도 나의 한 부분임을 인정하고 포용하고 안고 가는 것. 인간은 어느 누구나 완전하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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