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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정한 유전 ㅣ 아르테 한국 소설선 작은책 시리즈
강화길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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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테 한국 소설선’작은책’ 시리즈의 여덞 번째 소설 강화길의 “다정한 유전”을 읽었다. 중편 소설 하나 분량. 손안에 들어오는 작은 책이라, 금방 읽을 수 있겠다 했는데, 만만치 않은 소설이었다. 어쩐지..광고에서 ‘가볍게 지니지만 무겁게 나누는’이란 표현이 있더라니. 이 소설은 소리책으로도 나와있다는데 (배우 이유영 낭독) 나즈막한 목소리로 조근조근 읽어주면 한결 더 공감이 될 것 같다.
해인마을이라는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그 마을의 소녀들의 이야기와, 그 소녀들이 써내는 글이 교차하는 콜라주 형태의 소설이다. 세대를 거듭하며 그 마을에서 사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유전 遺傳이었던 마을에서 더 나은 삶을 찾기 위해 마을을 떠날 기회를 잡기 위해, 대학 입시에 유리할 백일장에 학교에서 1명만 나갈 수있는 기회를 잡기 위해, 진영, 민영을 포함한 소녀들은 같은 소재로 글을 쓴다. 글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마냥 글 속의 사람이 아닌 것처럼 느껴지는 것은, “너무나 내 것이라 그대로 느껴지는 어떤 마음때문(p72)”일지도. 책 속 소설은 ‘이명’, ‘황녀’, ‘옹주’, ‘다락, 등등..덧붙인 ‘감상문을 대신하여’를 읽다보면, 어느 것이 책 속 소설인지 헷갈리기조차 한다. 느슨하지만, 하나의 주제로 연결된 소설들. 이 땅에서 여자로 살아가면서 겪는 여러가지 모순들. 데이트 폭력, 산후 우울증..이것은 해인 마을을 탈출하고자하는 소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어딘가에서 벗어나기 위해 애쓰는 소녀, 엄마, 친구, 할머니.” 모든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나는 그들을 통해 살아있다. 아직은 살아 있다.(p138)”
소설의 끝에 한 소녀가 마을을 떠난다. 그 이후로 많은 아이가 하나 둘 마을을 떠난다. 꿈굴 수 없는 일들은 생각보다 쉽게 벌어지고 이것이 이제 새로운 유전이 된다.
중국에는 ‘여자가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고 있다’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넷플릭스 미드 시리즈 ‘어웨이’에서 들은 말인데, 여성의 평등권을 주장할 때 꼭 등장하는 표현이라고한다. 인류의 절반은 여성이고, 그러니까 당연히 하늘의 절반을 떠받들고 있는 것도 여성이다. 그런데 이 당연한 말이 왜 주장이 되어야 할까? 세상은 급격히 변해왔지만 여성 인권이 언급되기 시작한 것은 200년이 채 되지 않고, 여성 참정권이 주어진 것도 100년이 안되고. 아직 갈길이 멀다. 그 자리에 남성이 있든 여성이 있든 우리가 의식하지 않아도 될 때. 그때를 위하여. 우리의 딸들, 딸들의 딸들을 위하여. 깨어있으라.
책 속으로
“그 마음이 뭔지 언니도 아는거겠지.” (p86)
친구는 괴로울 때마다 마음을 기록했다. 그리고 아무에게도 보여주지 않았다. 자신만의 마을을 간직했다는 생각때문에 견딜 만해진다고 했다. 누구에게 맡겨놓은 마음이 아니니까. 그렇게 평안을 찾고 난 후, 그녀는 자신의 사랑을 향해 돌아가곤 했다. 천천히, 그러나 흔들리지 않는 마음으로.(p146)
서로를 돌보는 것은 우리의 일이 아니다. 하지만 고통은 함께 경험한다. 공교롭게도 우리는 그렇게 연결되어있다. 그것이 우리의 삶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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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