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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테 알리기에리(이하 단테)의 ‘신곡-- 단테 알리기에리의 코메디아‘을 읽기 시작했다. 마침 교유서가에서 ‘단테 신곡 강의‘ 책이 나와서 도움 받고자 함께 읽는데, 아주 적절하다. (이 책에 대해선 나중에 따로 기록할 예정)
단테는 1265년 피렌체에서 출생했다.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가던 시기에, 그리스와 로마의 고전, 철학과 신학, 자연과학을 두루 수학했고, 베아트리체에 대한 사랑을 일생 동안 간직하며, 자신의 뮤즈로 삼았다. 청년 시절에는 ‘청신체파‘라는 혁신적인 문학 운동을 주도했고, 현실 정치에도 뛰어들어 피렌체의 행정과 외교, 군사 방면에서 주도적 역할을 하다가, 정쟁에 희말려 1302년 추방되었다. 이후 다시는 피렌체에 돌아가지 못했다. 유랑하는 시기에 그는 ‘속어론‘, ‘제정론,‘ ‘향연‘ 등을 집필했다. 대표작 ‘신곡‘은 1304년부터 1320년까지 구상하고 썼으며, 1321년 사망해서 라벤나에 묻혔다.
책 안 표지에 씌여진 단테의 일생을 간략하게 재인용하는 이유는, 단테의 일생을 알아야 ‘신곡‘을 읽는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단테의 신곡은 청소년 필독서로 내내 추천되어왔으나, 제대로 읽은 사람은 없다고 들었다. 나 또한 대략적인 내용은 알고 있으나 작정하고 읽어본 적이 없다. 지금 읽으니, 왜 그리 책을 펼치기를 두려워했는지 의아할 따름이다.
단테의 신곡은 천국을 위해 쓴 책이라는 것을, 즉 우리는 단테와 함께 고전문화적 교양으로 지옥을, 오성과 상상력으로 연옥을 편력한 후, 마침내 빛으로 충만한 천국에서 이성적 정신이 신의 지복으로 초대받는 기쁨을 위한 책이라는 것을 실감해야 한다. 그리고 신곡은 그런 기쁨을 알고 있는 상태에서, 지상에 있는 고통스러워하는 사람과 연옥에서 고통받는 영혼을 위해 마음을 다해 기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그리고 천국의 지보을 마음에 품고 다른 사람을 사랑할 때 성취되는, 천상과 지상의 사랑의 교류 노래인 것이다. 이를테면 지옥편은 문학, 연옥편은 철학, 그리고 천국편은 신학의 연습의 장이라 말할 수 있다. (이마미치 도모노부 강의록 머리말 p10)
단테의 신곡은 지옥편은 34곡, 연옥편, 천국편이 각각 33곡으로 전체 100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지옥편의 1곡은 이 순례를 시작하게 된 이유에 대해서 씌여졌기 때문에 각 편은 33곡으로 이루어진다.신곡을 읽다보면 단테가 3이라는 숫자를 특별히 생각한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삼위일체)
또한 씌여진 날짜를 보면 지옥편은 1300년 고난주간의 성 금요일밤(3월 26일)부터 다음날인 토요일 밤까지이며 부활절에 지옥을 탈출한다. 예수의 십자가에서 고난 받으심과 부활로 이어지는 시기에 비유된다.
인생의 절정기인 35세때, 정쟁에 휘말려 고향에서 추방되고 방랑을 시작한 단테가 어떤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연명했는지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어두운 숲에서 방황하던 자신을 위해 천국에 있는 베아트리체가 길잡이 베르길리우스를 보내 구원의 길로 인도한다. 그가 방문하게되는 지옥은 총 9층으로, 죄가 클수록 아래로 내려간다. 그리고 단테가 본 가장 큰 죄악은 배신- 신뢰하는 사람에 의한- 이다. 예수를 배신한 유다와 카이사르를 배신한 브루투스와 카시우스가 가장 큰 벌을 받고 있다. 교회와 제국의 배신자이다. 아마도, 정쟁으로 인한, 그로 인한 배신으로 고통받았던 단테의 개인사가 영향을 미친게 아닌지.
이마미치 도모노부는 신곡을 읽으려면 그리스 로마 문화 및 기독교에 대한 이해가 밑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읽다보면 왜 그렇게 말했는지 저절로 알게 된다. 비록 역자의 주가 자세히 수록되어 있으나, 아는 만큼 더 잘 보인다. 하지만 많은 죄인들이 피렌체 등지의 지엽적 역사와 관련된 사람들이라 대충 끄덕이며 지나갔다.
뜻밖에도(!) 참으로 재미있게 읽고 있다. 단테가 생각하는 죄의 종류, 지옥의 모습, 루키페르(루시퍼)의 존재 등 그 상상력에 놀라면서. 곁들여진 윌리엄 블레이크의 그림이 이해를 돕는다. (다행이 묘사 및 색상이 흐리게 표현되어 지옥이 그다지 무섭지는 않았다..ㅎㅎ) 21세기를 살아가면서 700여년 전 고전을 왜 읽을까 싶으면서도, 현재와 그다지 다르지 않은 인간 군상의 모습에 혀를 차게 된다. 단테가 묘사하는 연옥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