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시대의 병적 징후들 - 위기에 빠진 21세기 세계의 해부
도널드 서순 지음, 유강은 옮김 / 뿌리와이파리 / 2021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우리시대의병적징후들 #도널드서순 #유강은 옮김 #뿌리와이파리 #위기에빠진21세기세계의해부

#유럽문화사 등 역사서로 유명한 도널드 서순이 동시대를 진단한 이 책은, 냉전 이후 승승장구할 것 같았던 이 세계의 허약한 민낯을 분석하고 있다.

˝낡은 것은 죽어가는데 새로운 것은 아직 태어나지 않았을 때 위기는 생겨난다. 이 공백기에 다양한 병적 징후가 나타난다. ˝(p17)

1930년, 안토니오 그람시가 남긴 이 말은, 지금도 유효하다.
공산주의자 그람시는 파시즘이 당시의 병적 징후였고, 병적 징후로 가득한 공백기는 사회주의의 발현으로, 혁명으로 해소될 것이라고 보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과정이 결코 해결이 아니었음을 안다. 그람시가 앙망했던 혁명은 실패로 끝나고, 냉전 시대가 마감하고, 세계는 자유민주주의(신자본주의)로 희망에 차 나아가는 듯 했으나, 세계적 금융 위기, 코로나 팬데믹사태로 그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빈부격차는 극에 달하고, 실업율을 높아가고, 무엇보다도 서구 대다수 나라에서 외국인 혐오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태를 지켜보는데 지친 사람들은 점점 정치에 관심을 잃어간다. 그 과정에서 정치는, 세계 정세는 점점 악화되고 있다.

도널드 서순은 주로 서구 (영국과 유럽, 미국)에 초점을 맞추지만 다른 곳의 사회, 정치에도 ‘병적 징후들‘이 존재함을 보여준다. 동시대를 이렇게나 전방위로 다루다니. 이 병적징후들은 영국의 브렉시트와 미국의 실패한 외교, 정치에서 정점을 보여준다. 그럼에도 유럽연합은 공존이 어렵더라도 협력밖에는 대안이 없으며 모호하지만 ‘함께 하는 유럽 정체성‘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가 기술한 내용들을 읽다보면, 인류의 미래에 과연 희망은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마키아벨리는 ‘군주론‘에서 ˝긍정적인 변화를 위해서는 두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하나는 포르투나fortuna 즉 ‘운‘이나 순조로운 상황이 결합되어야 하고 필요한 비르투virtu, 즉 이런 상황을 활용할 수 있는 역량이나 기술을 갖춘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p315) 현시대 인류는 그런 지도자를 가지고 있는가? 표지에 담긴 그림(#조지프레디릭와츠 의 #희망Hope)은 고작 한 가닥 달린 현의 가냘픈 선율에서 위안을 얻는 희망이다. 저자도 그럼에도, 지옥같은, 출구를 알 수 없는 현실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은 사람들, 아무리 시대가 병들었어도 계속 끈질기게 싸움을 이어간 사람들 덕분에 우리는 희망을 이어간다고 마무리한다. 그 또한 간절한 한 줄의 희망이겠지. (트럼프가 다시 미대통령이 될까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