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의 가장 은밀한 기억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 지음, 윤진 옮김 / 엘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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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들의가장은밀한기억 #모하메드음부가르사르 #윤진 옮김 #엘리 #소설

2021년 공쿠르상 수상작이라고 해서 (그리고 평도 좋아서) 읽어봄.
이런 책을 읽고 나면, ‘나도 뭔가 써볼까‘ 했던 마음이 싹 사라진다. 넘, 사. 벽.
요즘 프랑스 문학계는 프랑스령 작가들에게 점령당한(??) 느낌이다. 유럽 중심의 사고에서 아프리카 등 세계로 확대되고 다양해져서, 소설을 읽으며 계속 충격을 받는다.

이 책은 모든(?) 작가들의 ‘절대적인 책‘ 한 권을 쓰고자 하는 꿈이 반영된 소설이다. 작가 모하메드 음부가르 사르는 실존 인물 얌보 우올로구엠을 모델로, 실제 있었던 사건을 모티브로 문학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며 이러한 방대한 책을 써냈다. ˝만들어진 모든 것을 파괴하게 될 절대의 책은 이 땅에 만들어진 모든 것을 담아내는 책이었다. ˝

작가 스스로 칠레작가 로베르토 볼라뇨의 ‘야만스러운 탐정들‘이 자신의 작품세계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고백했다고. (읽었는데..다시 읽어봐야겠다!)
그동안 제법 책을 많이 읽었다고 생각했는데, 얼마나 편협한 독서였는지, 제3세계를 다룬 작가들을 만나면 항상 오그라든다. 우물 안의 개구리였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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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김진명 지음 / 이타북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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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수전쟁 #김진명 #이타 #소설 #도서제공

김진명 작가는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로 알게 된, 역사에 기반한 소설로 유명한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이 책 또한 제목에서  청와대에 관련된 풍수 논란이 연상되어 매우 궁금했었다.  소감을 미리 말하자면,  ‘철령위‘에 대한 역사적 호기심을 불러왔다는 것을 제외하고는 좀 실망이다. 풍수를 이용한 한일 대립, 인구소멸이라는 굵직한 소재로 쓴 작품치고, 너무 가볍게 건드렸다는 느낌이 있다. 호르록 쉽게 읽어낼 수 있는 단행본 소설인데(글자 사이즈도 크다), 분량을 늘려 보다 깊숙히 다루었으면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제 치하 때 일본이 조선의 기를 꺾으려고, 한반도 여기 저기에 대못을 박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었다. 이 소설도 그 소문의 연장으로, 실제로 땅에 못을 박는 설정이 아니라, 역사를 왜곡해서, 한국인에게  부정적이고 위축된 마음을 갖게 함으로써 대한민국의 부흥을 방해한다는 스토리로 진행된다.  물론 그 과정에, 한국에 적대적인 인물도 등장하지만, 반면 과거사를 반성하고 한일이 함께 나아가자는 소신을 가진 인물도 등장한다. 또한 인구소멸에 대한 대책도 생각해 볼 만하다.

다만, 소설을 읽다보니, 작가의 정치적 견해가 (물론 반영될 수 밖에 없겠지만) 드러나는 것 같아 좀 우려된다. 다들 주지하다시피, 현재 우리나라는 독자의 정치적 견해에 따라 모든 것이 좌우되는 현실이라. 나라의 미래를 고민하는데, 물론 각자의 견해에 따라 그 해결책도 조금씩을 다르겠지만, 의견이 다른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싸우고 비판해가며 방향을 잡고 결론을 도출해 낼 수는 없는 것인지 참 안타깝다. 이 소설에 대한 평가도 그에 따라 달라지겠지.

교보 보라의 도서증정이벤트에 당첨되어 책을 제공 받아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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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리가 흐르면 화해를 하고 어깨동무를 하여 함께 누리고, 흐름이 막히면 도와 역경을 함께 넘고, 그리 기를 다스려야 만민이 함께 복을 누림을 어째서 모르느냐. p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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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튜울립 > 역시 영화보다 책이 좋다

다시 읽고 싶다. 영화도 다시 보고 싶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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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 뮌터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풍월당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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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뮌터 #보리스폰브라우히취 #조이한 #김정근 옮김 #풍월당 #미술 #예술

오래 전, 풍월당에서 보내온 그림 사진 한 장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가브리엘레 뮌터가 그린 ‘안락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여인 (1929)‘. 이 그림을 보면 내 모습이 슬쩍 투영된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이 그림을 표지로 한 ‘가브리엘레 뮌터‘ 전기가 나와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ㅎ

가브리엘레 뮌터를 떠올리면 칸딘스키의 제자이자 연인이었고, 오랜 연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칸딘스키가 다른 여자(니나)와 결혼하는 바람에 파탄에 이르렀고, 그럼에도 뮌터는 나치 치하에서 퇴폐예술로 치부된 칸딘스키의 작품을 몰래 숨겨놔서 (하마트면 많은 작품이 없어질 수 있었는데) 칸딘스키를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든 여자라고 간략하게 기억하고 있다. 제아무리 칸딘스키가 청기사 멤버였고, 선율을 화폭에 올린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라고 알려줘도, 작품이 없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저자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는 이렇게 칸딘스키에 부수되는 인물로 알려진 가브리엘레 뮌터를 제대로 평가하고자 이 책을 쓴다. 과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숱한 여성화가들처럼,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은 아류 작가가 아니라, 당당히 칸딘스키, 클레, 마르크와 나란히 현대 미술을 주도하며 독자적인 구상화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로 재평가한다. 물론 칸딘스키와 사귀면서 여러가지를 배웠겠지만, 그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언가에 고정되는 것을 피하고, 예술적 자유를 최대한 펼친다.‘
그녀가 칸딘스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칸딘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사진, 목판화 등으로 칸딘스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일생은 평생 두 남자, (우유부단하고 나쁜, 결국은 예술적 동지가 아니라 편안한 아내를 택한) 칸딘스키와 (그녀를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남성우월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하네스 아이히너에 의해 설명되었지만, 가브리엘레 뮌터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는 강한 예술가였다. 청기사파들이 자신들의 분열을 뮌터 탓으로 돌린 에피소드는 참,,이런 내용을 알게되면 절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성화가가 저평가된 사회를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칸딘스키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고, 뮌터에 대한 설명이 단편적이고 빈약해서, 참 마음에 안들었는데, 옮긴이의 글에서도 그런 한계점을 지적해서 위안(?)을 삼는다.
뮌터 그림이 많이 실려서 넘 좋다. 표지 그림 말고도 ‘음악(1916)‘ , ‘안나 로스런드의 초상화 (1917)‘, 1930년대에 그려진 그림들-무르나우를 배경으로 그린-도 참 마음에 든다.

#gabrielemünt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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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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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은여자의얼굴을하지않았다 #스베틀라나알렉시예비치 #박은정 옮김 #문학동네 #다큐멘터리산문

제목부터 강렬하고, 2015년 노벨문학상 수상작인 스베틀라나 알레시예비치의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읽었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독소 평화조약이 체결되고 얼마되지 않아, 독일군이 소련을 침략한다. 강력한 소련군을 주창하던 스탈린 군대는 앞선 숙청 등으로 약해져있는 상태이고, 독일군은 파죽지세로 소련땅에 진입한다. 국민들은 남녀노소 자원해서 입대하는데, 백만여명의 소녀들도 소녀병사로 싸웠고, 그 만큼의  여성들이 빨치산으로, 지하 공작원으로 저항활동을 했다. 의료지원은 기본이고, 남자들과 똑같이 총칼을 들고 싸웠다. 폭탄도 터뜨리고, 지뢰도 묻고, 제거하고. 탱크도 몰고, 전투기를 조종하고. 이 전쟁으로 거의 2천만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이 책은 작가가 인터뷰한 , 전쟁에 직접 참전했거나, 목격한 200여명의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승전‘ 에 가려진 보통 사람들의 이야기. 이념에 묻혀 자신들의  가혹한 운명을 제대로 말하지 못한 여인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착한 전쟁은 없다고 했던가. 하지만, 내 땅을 짓밟는 사람들에게 그저 평화만을 요구할 수는 없다. 독일군 포로가 무릎이 꺾여 땅을 움켜지자, ˝우리 땅이야, 너희 땅은 저쪽이야!˝라고 외치던 사람들. 그저, 소박하게 가족과 함께 자신들의 삶을 일구어 나가기를 원했던 사람들- 아버지,어머니, 남편, 아내, 아들, 딸-이 다시는 이전으로 돌아가지 못하는 경험을 한다. 독일땅에 진군한 소련군들이 무지막지한 보복행위를 했다는 역사적 사실이 있다. 그런데, 독일군이 소련에서 한 행위에 대해 소련국민의 진술을 들어보면 그들을 비난할 수 있을까.

4년여를 전장에서 온갖 경험을 하고 살아 돌아온 그들은, 고향에서 제대로 대접도 못받는다. 전쟁터에 있다 왔다는 것 자체로 회피의 대상이 된다. ‘너 때문에 네 여동생들이 결혼을 제대로 못한다면....‘ 하..(병자호란 당시 환향녀가떠오른다.) 전쟁터에서 힘들었던 일들은, 영웅적인 군인의 입에서 나올 말이 아니어서 이 책이 나오기까지 근 40여년을 그들은 침묵해야했다. 꾸미기를 좋아했던 소녀들은, 좋아했던 빨간 색에 경기를 일으키고..그나마 살아돌아온 것만으로 자신들이 행운이라고 여겼다. 함께 했던 전우들은 자신들의 마음에, 기억 속에 묻어놓고.

읽는 내내 얼마나 착잡한지. 지금, 소연방이었던 우크라이나 vs 러시아의 전쟁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 정말 믿기지가 않고.
인터뷰를 정리한 다큐멘터리인데,  한편의 잘 씌여진 소설처럼 술술 읽힌다. 차라리, 소설이었으면...작가의 상상력이 빚어낸 소설이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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