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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브리엘레 뮌터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 지음, 조이한.김정근 옮김 / 풍월당 / 2022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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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 풍월당에서 보내온 그림 사진 한 장이 참 마음에 들었었다. 가브리엘레 뮌터가 그린 ‘안락의자에 앉아 글을 쓰는 여인 (1929)‘. 이 그림을 보면 내 모습이 슬쩍 투영된 것 같기도 하고 마음이 참 편안해졌다. 이 그림을 표지로 한 ‘가브리엘레 뮌터‘ 전기가 나와서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ㅎ
가브리엘레 뮌터를 떠올리면 칸딘스키의 제자이자 연인이었고, 오랜 연인관계를 유지하다가 칸딘스키가 다른 여자(니나)와 결혼하는 바람에 파탄에 이르렀고, 그럼에도 뮌터는 나치 치하에서 퇴폐예술로 치부된 칸딘스키의 작품을 몰래 숨겨놔서 (하마트면 많은 작품이 없어질 수 있었는데) 칸딘스키를 오늘날 우리가 아는 그대로 기억할 수 있게 만든 여자라고 간략하게 기억하고 있다. 제아무리 칸딘스키가 청기사 멤버였고, 선율을 화폭에 올린 추상표현주의의 대가라고 알려줘도, 작품이 없으면 그 의미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
저자 보리스 폰 브라우히취는 이렇게 칸딘스키에 부수되는 인물로 알려진 가브리엘레 뮌터를 제대로 평가하고자 이 책을 쓴다. 과거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 숱한 여성화가들처럼, 칸딘스키의 영향을 받은 아류 작가가 아니라, 당당히 칸딘스키, 클레, 마르크와 나란히 현대 미술을 주도하며 독자적인 구상화를 창조한 위대한 예술가로 재평가한다. 물론 칸딘스키와 사귀면서 여러가지를 배웠겠지만, 그녀는 다양한 시도를 통해 ‘궁극적으로 무언가에 고정되는 것을 피하고, 예술적 자유를 최대한 펼친다.‘
그녀가 칸딘스키에게서 배운 것이 있다면 칸딘스키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사진, 목판화 등으로 칸딘스키에게 영향을 끼쳤다.
그녀의 일생은 평생 두 남자, (우유부단하고 나쁜, 결국은 예술적 동지가 아니라 편안한 아내를 택한) 칸딘스키와 (그녀를 사랑하고 존중하지만 남성우월적인 편견에서 벗어나지 못한) 요하네스 아이히너에 의해 설명되었지만, 가브리엘레 뮌터는 조용히 자신의 길을 가는 강한 예술가였다. 청기사파들이 자신들의 분열을 뮌터 탓으로 돌린 에피소드는 참,,이런 내용을 알게되면 절로 페미니즘에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가 없다.
책을 읽어내기가 쉽지는 않았다. 여성화가가 저평가된 사회를 설명하면서도, 여전히 칸딘스키에 대한 언급이 더 많았고, 뮌터에 대한 설명이 단편적이고 빈약해서, 참 마음에 안들었는데, 옮긴이의 글에서도 그런 한계점을 지적해서 위안(?)을 삼는다.
뮌터 그림이 많이 실려서 넘 좋다. 표지 그림 말고도 ‘음악(1916)‘ , ‘안나 로스런드의 초상화 (1917)‘, 1930년대에 그려진 그림들-무르나우를 배경으로 그린-도 참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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