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삶의 가능성  

            - 안현미 

스물 두 살 때 나는 머리를 깍겠다고 전라도 장수에 간 적 있다. 그곳엔 아주 아름다운 여승이 있었고 니와 함께 그곳에 머물던 경상도 아가씨는 훗날 운문사 강원으로 들어갔다 나는 돌아왔다 돌아와 한동안 무참함을 앓았다 새로운 인생이 막 시작되려는 중이었는데 내겐 거울도 지도도 없었고 눈물뿐이었다 나는 나를 꺼내놓고 나를 벗고 싶었으나 끝내, 나는 나를 벗을 수 없었고 새로운 인생이 막 시작하려는 중이었는데 나는 감히 요절을 생각했으니 죄업은 무거웠으나 경기장 밖 미루나무는 무심으로 푸르렀고 그 무심함을 향해 새떼들이 로켓처럼 솟아올랐다. 다른 차원의 시간이 열리고 있었다. 업은 무거웠으나 그런 날이 있었다 

 

나는 지금 어떤 삶의 가능성을 기다리고 있나. 

기다림이 없어야 지금 거울을 볼 텐데, 기다림도 불안도 다 죄가 되어 나를 잡아먹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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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름날 전 일은 묻지 않겠다 - 도영 스님의 불교산책
도영 지음 / 호미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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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무기특 평상심시도別無寄特 平常心是道” 

평상심을 지키는 게 도이다. 가장 어려운 말을 가장 쉽게 건네는 스님의 말씀이 곡진하다.  

봄에는 꽃이 피고 가을엔 달이 밝네  

여름엔 시원한 바람  겨울엔 흰 눈 

부질없는 일로 가슴 졸이지 않으면  

인간의 좋은 시절 바로 그것이라네   

 

春有百花秋有月  夏有凉風冬有雪

 춘유백화추유월    하유량풍동유설

若無閑事掛心頭  便是人間好時節

 약무한사괘심두    변시인간호시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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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 어른이 읽는 동화
정호승 지음 / 열림원 / 201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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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사랑일까?  지루한 동어반복은 그 진정성마저 의심하게 된다. 자기 자신의 말을 그저 반복하는 것은 여기 살아가는 사람들에 대한 진지한 관찰과 탐구가 없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고통이라는 말을 반복한다고 극복되지 않는다.  고통을 극복하는 것이 삶이라고 옳은 소리를 해 봐도 우리 삶의 맥락을 떠나서는 이해되지 않는다. 진정 이 시대의 고통이 만들어지는 원인을 도외시하고 고통을 참고 견디는 자에게 축복이 온다는 말은 괴롭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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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
임희숙 지음 / 스테디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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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 속에 키우는 소나무>- 양문규의 시와 이인상의「설송도雪松圖」

이인상의 설송도를 다시 보자. 그는 어떤 삶을 살고 사라졋는가. 나는 지금 함부로 살고 있지 않는가

<흙벽에 종이창을 바르고>- 함민복의 시와 김홍도의「포의풍류도布衣風流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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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홀 - 그림과 시에 사로잡히다
임희숙 지음 / 스테디북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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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속으로 여행하고, 그 속에서 지금의 시를 만난다. 깊은 만남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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