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개를 가진 자의 발자국 - 장철문 포토포에지
장철문 지음 / 난다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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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밤이었다
어디서 고두밥에 누룩 섞는 냄새가 바람에 섴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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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 벚꽃을 보고 사진을 찍었겠지.
벚꽃 향기 가득한 밤 고두밥을 떠올리고 시인은 누룩 섞는 냄새를 맡는다.
그 냄새를 알 리 없는 이들은 무엇을 느낄까.
이제 고두밥이란 말도 낯설고 누룩도 먼나라 말처럼 들리는 세상인데.
알아들을 귀도 귀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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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오기傳 - 활자 곰국 끓이는 여자
김미옥 지음 / 이유출판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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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옥이가 있었다. 미옥이는 대학 생활을 학생회관 근처에서 했다. 무대에  선 미옥이는 낯설었지만 함께 술을 마실때는 여전히 방황하는 나와 비슷한 젊은 청춘이었다.

 미옥이는 교통사고로 사라졌다. 살아남은 미오기의 글을 읽으며 사라진 미옥이를 떠올렸다.

 미옥아! 네가 살아 남았으면 지금은 내가 술 한잔 하자고 했을 텐데? 살아남은 나는 사라진 미옥이를 그리워하지만 미옥이는 나를 그리워했을까?

미오기전의 미오기는 지독한 시절을 살아남은 이야기를 유쾌하게 들려준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다. 살아남았으니 읽을 수 있고 웃을 수 있구나. 그러나 살아라, 읽어라 웃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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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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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점점 흥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여러 학생들이 필기를 중단한 채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말을 이었다. "만약 20세기의 우리들에게 이 세가지 학예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마 논리학이나 수사학이라고 대답할 수는 있어요 문법이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로마와 중세의 학자들과 시인들이라면 틀림없이 문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명심할 것은........"

 (188p)

 

 어리버리한  사람이어도,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도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지 한 그 스토너.

그 삶을  집요하게 그린 작가. 

아내를 이해하는 데에도 실패하고, 동료 교수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실패한 스토너.  곤혹스러운 삶임에도 그는 살아간다.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방법을 궁리해보아도 없을 때 그래도 그는 살아간다. 그게 삶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리석게 살면서도 지가 잘난 줄 알고 산다. 나도 너도.

그걸 일찌감치 알면 다행이고 애들 다 자란 뒤에 알게 되면 늦어도 할 수 없다.

그러려니 하고, 너도 이해하고 나도 이해하고 그려려니 하고 넘어간다.

탓을 찾으려 하면 끝이 없이 간다. 그러다 '왜 태어났니?' 까지 가면 돌아올 방법이 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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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 - 일터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스무 편의 편지
이병남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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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끝부분에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는데 한 여성 CEO가 물었습니다.
"강연자님에 대한 자료를 보고 또 강연을 들어보니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온 것 같은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소명 의식과 인욕(忍辱)이요!"
생각할 시간도 갖지 않고 즉각 답하는 나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77p)

내 정년을 내가 정하고 그 결승점까지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당신에게 남은 몫입니다. (241p)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밥벌이이고 가족을 돌볼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일...
일의 보람과 의미가 있어야 활기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저자는 소명 의식을 말한다.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스스로 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밥벌이하기 위해 애써 온 이들도 나름대로 가족에 대한 책임과 소명의식이 있어 일하는 것이리라. 그런 좁은 의미의 소명을 넘어 세상에 대한 소명을 찾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우리에게 깨우침을 준다.
나는 왜 일하는가?
내 일을 통해 누구에게 행복을 주는가?
그런 질문을 품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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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창비시선 50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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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라

지난 겨울밤, 나는 물었고 딸애는 대답했다

규연이는 무슨 색깔이 좋아? 응, 청보라
청보라는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이라 좋아

도라지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던 밤이 떠올라
나는 칠월 도라지꽃밭으로 딸애를 데리고 갔다

봐, 도러지꽃에도 청보라가 있지?
도라지꽃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래
와, 예쁘다 정말 청보라네
아빠 근데, 사랑은 원래부터 영원한거 아니야?

나는 청보라빛 도라지꽃을
보여주있을 뿐인데
너는 청보라빛 전구를 켜기도 하겠지
그러다가는 또 새벽하늘에
청보라 도라지꽃을 끝없이 피워두기도 하겠지

그래, 사랑이란 원래부터 끝이 없어야 할 테니까

잠이 아주 멀어진 늦여름 새벽,
청보랏빛 별 마당에 돗자리 깔고 누워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을 올려다본다

청보라 도라지꽃, 같은 말을 떠올려보다가
청보라 도라지 꽃말 같은 사랑을 깜빡거려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빠가 묻고 딸이 답하는 순간.
시인은 그 순간을 남겨두고 싶어 시로 옮긴다.
나는 그 시를 읽고 나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떠올려본다.
아버지는 어린 아이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그런 아버지 마음이 더 아프셨겠지.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남겨두고 싶은 순간을 주었을까?
그런 순간들이 힘이 되어 순한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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