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암은 육신의 고통을 이겨내려는 듯 더욱 화두에 몰입했다 온 마음을 다해 올곧게 정진했다. 마음을 깨치는 것이 세상에 이바지하는 것이라고 확신했다. 억만금을 준다 해도, 제왕의 자리를 준다 해도 그것을 안개처럼 여길 수 있으며 본마음을 찾는 것만을 위해 목숨을 내걸 수 있을 때, 비로소 자기 역할을 다 하는 것이라고 믿었다. 시간이 흘러도 출가자는 이러한 면을가볍게 보아서는 안 된다고 믿었기에 정진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ㅡ용맹정진이라는 말을 하지만 그 말의 의미를 실감하기 어려웠는데 혜암스님의 이야기를 들으니 느껴진다. 목숨을 걸고 본래 마음을 깨치기 위해 공부하는 모습이 지금의 우리를 지키는 힘이 되지 않았을까? 불교의 한 쪽에에서는 부패한 모습을 비판하지만, 목숨 걸고 지켜온 정신이 살아있을 것이다.
가을아픈 남자 곁에 아픈 여자가 눕는다슬픈 여자 곁에 슬픈 남자가 눕는다가는 가을도 발길을 멈추고 이들 곁에 눕는다
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나를 비운다는 것은가을 한철 억새꽃이 되어 은빛 물결로 살다가바람이 된다는 것바람으로 살다가 바람소리 떠나보내고다시 고요해진다는 것한 겨울 빈 가지가 되어 눈 오는 자리를 마런한다는 것겨울 숲속의 나무와 같은 문장을 쓴다는 것나늘 비운다는 것은 폐사지 탑 그림자처럼 마른다는 것신그늘처럼 마른다는 것낮이 말라 밤이 차오르듯이 마른다는 것내 안의 축축한 죄의 기억을 몰아낸다는 것내 안의 슬픔과 울음 한 됫박을 덜어낸다는 것단순해진다는 것침묵한다는 것기다림을 받아들인다는 것나를 비운다는 것은죽음을 산다는 것
비우고 비워 죽음에 가까이 가는 시인의 말들이 가벼워지고 있는듯하다.아픔도 슬픔도 가벼워진다.
꿈꾸고 사랑했네,해처럼 맑게 내가 살아 있는 것,알게 되었네수천 권의 책 속에서 진실로혹은 우화로 그대에게 나타나는 것그 모든 것은 하나의 바벨탑에 불과하다.사랑이 없으면.저자는 괴테를 공부하고 기르치고 번역하는 일을 오랫동안 해 왔다.퇴임 뒤 여백서원을 세우고 꿈꾸고 사랑하는 일을 하는 모든 이들을 응원하고 있다.
폴란드의 알마. 알마를 사랑한 레오 거스키는 이제 알마도 잃고 아들도 잃었지만 살아간다. 그의 원고를 친구에게 맡겼지만 친구는 그 원고를 자신의 이름으로 출간한다.
`사랑의 역사`를 읽은 부모님은 아이에게 주인공의 이름 `알마`를 주었다. 뉴욕의 알마는 아빠를 잃었지만 자신을 탐구하면서도 엄마가 사랑을 만나기를 바란다. 사랑이라고 믿고 그 사랑을 지켜간 거스키라는 인물.믿음과 착각 속에서도 사람은 살아간다.다만 그 믿음을 지키며 살아가느냐. 아니면 착각이라 느끼고 방향을 바꾸어 살아가느냐.어떤 것도 괜찮지 않을까?
만나는 어려움 하나하나 작은 기념물을 세울것.각 문제마다 작은 사원을 세울 것.풀기 힘든 수수께끼마다 비석을 세울 것.
내가 만난 어려움들을 기억하고 있을 때 어리석은 반복을 그치고 지혜를 얻을 수 있겠지..풀어야 할 문제들은 사원 안에서 깊이깊이 기도하고 사유해야 한다는 듯.