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너
존 윌리엄스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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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점점 흥이 나는 것을 느꼈다, 여러 학생들이 필기를 중단한 채 앞으로 몸을 기울이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는 말을 이었다. "만약 20세기의 우리들에게 이 세가지 학예 중에 무엇이 가장 중요하냐고 누가 묻는다면. 아마 논리학이나 수사학이라고 대답할 수는 있어요 문법이라고 대답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로마와 중세의 학자들과 시인들이라면 틀림없이 문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명심할 것은........"

 (188p)

 

 어리버리한  사람이어도, 무엇인지도 모른 채 어리석은 선택을 했어도 자기 삶에 대한 책임을 다하고지 한 그 스토너.

그 삶을  집요하게 그린 작가. 

아내를 이해하는 데에도 실패하고, 동료 교수와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에도 실패한 스토너.  곤혹스러운 삶임에도 그는 살아간다. 

 다른 방법이 있었을까? 방법을 궁리해보아도 없을 때 그래도 그는 살아간다. 그게 삶이다.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어리석게 살면서도 지가 잘난 줄 알고 산다. 나도 너도.

그걸 일찌감치 알면 다행이고 애들 다 자란 뒤에 알게 되면 늦어도 할 수 없다.

그러려니 하고, 너도 이해하고 나도 이해하고 그려려니 하고 넘어간다.

탓을 찾으려 하면 끝이 없이 간다. 그러다 '왜 태어났니?' 까지 가면 돌아올 방법이 궁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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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안녕하십니까 - 일터에서 고민하는 당신에게 보내는 스무 편의 편지
이병남 지음 / 동아시아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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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 끝부분에 질의 응답시간을 가졌는데 한 여성 CEO가 물었습니다.
"강연자님에 대한 자료를 보고 또 강연을 들어보니 매우 성공적인 커리어를 만들어 온 것 같은데 그 비결이 무엇인가요?"
"소명 의식과 인욕(忍辱)이요!"
생각할 시간도 갖지 않고 즉각 답하는 나 스스로에게 놀랐습니다. 평소에 의식하지 못했지만 이에 관해 많은 생각을 해왔기 때문이 아닌가 싶습니다. (177p)

내 정년을 내가 정하고 그 결승점까지 스스로의 역할을 찾아서 최선을 다하는 것, 그것이 당신에게 남은 몫입니다. (241p)

일의 의미는 무엇일까? 밥벌이이고 가족을 돌볼 수 있는 토대이기도 하다. 삶과 떨어질 수 없는 일...
일의 보람과 의미가 있어야 활기있는 삶을 살 수 있다.
저자는 소명 의식을 말한다. 소명 의식을 가지고 일할 수 있는 사람은 복된 사람이다. 스스로 복을 만들어가는 사람이기도 하다. 밥벌이하기 위해 애써 온 이들도 나름대로 가족에 대한 책임과 소명의식이 있어 일하는 것이리라. 그런 좁은 의미의 소명을 넘어 세상에 대한 소명을 찾고 살아가는 이들이 있어 우리에게 깨우침을 준다.
나는 왜 일하는가?
내 일을 통해 누구에게 행복을 주는가?
그런 질문을 품어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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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겨두고 싶은 순간들 창비시선 507
박성우 지음 / 창비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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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보라

지난 겨울밤, 나는 물었고 딸애는 대답했다

규연이는 무슨 색깔이 좋아? 응, 청보라
청보라는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이라 좋아

도라지꽃을 보여줘야겠다고 생각하던 밤이 떠올라
나는 칠월 도라지꽃밭으로 딸애를 데리고 갔다

봐, 도러지꽃에도 청보라가 있지?
도라지꽃 꽃말은 영원한 사랑이래
와, 예쁘다 정말 청보라네
아빠 근데, 사랑은 원래부터 영원한거 아니야?

나는 청보라빛 도라지꽃을
보여주있을 뿐인데
너는 청보라빛 전구를 켜기도 하겠지
그러다가는 또 새벽하늘에
청보라 도라지꽃을 끝없이 피워두기도 하겠지

그래, 사랑이란 원래부터 끝이 없어야 할 테니까

잠이 아주 멀어진 늦여름 새벽,
청보랏빛 별 마당에 돗자리 깔고 누워
'새벽에 별이 깔려 있는 색깔'을 올려다본다

청보라 도라지꽃, 같은 말을 떠올려보다가
청보라 도라지 꽃말 같은 사랑을 깜빡거려본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아빠가 묻고 딸이 답하는 순간.
시인은 그 순간을 남겨두고 싶어 시로 옮긴다.
나는 그 시를 읽고 나에게 그런 순간이 있었을까 떠올려본다.
아버지는 어린 아이들을 두고 어찌 눈을 감으셨을까?
그런 아버지 마음이 더 아프셨겠지.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남겨두고 싶은 순간을 주었을까?
그런 순간들이 힘이 되어 순한 사랑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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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실의 기쁨 - 흐릿한 어둠 속에서 인생의 빛을 발견하는 태도에 관하여
프랭크 브루니 지음, 홍정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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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외향적이고 매력적이었던 아버지는 이제 대화를 좋아하지 않았다. 나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자칫 90분이 아홉시간처럼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뜻밖에도 최신 기술과 최신이 아닌 음악이 나를 구했다. 내가 빌린 차는 아이폰을 자동차의 음향 시스템에 연결해 노래를 재생할 수 있었다. 아버지는 감탄했다. (292p)

그러고는 터무니없이 행복해졌다. 누군가를 즐겁고 편안하게 해주는 것이 가끔은 얼마나 쉬운 일인지를 알게 되어 행복했다.
누군가에게 평범한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새로운 발견일 수 있다는 것을, 그것을 나누는 것이 삶을 끝없는 선물의 교환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되어 행복했다. 무엇보다 이 연결의 순간이 행복했다. (293p)

누구에게나 예상치 못했던 불행이 찾아온다. 그 불행 앞에서 기쁨 쪽으로 향해 가는 작가의 여정이 놀랍다. 그는 새로운 세계를 탐험하는 것처럼 낯선 불행을 겪어간다. 그리고 그 낯섬 앞에서도 춤을 추고, 여행하고, 직업을 이어가는 이들의 삶을 찾아간다.
살아있는 축복을 보지 못하는 이들에게 보라고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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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근밭 걷기 문학동네 시인선 214
안희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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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드볼트

금고를 열면
씨앗처럼 웅크린 사람이 있다

함부로 열지 말랬잖아 한번 죽었으면 됐잖아 비극도 습관이야
그는 항상 투덜대면서도
번번이 밖으로 걸어나와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에게는 같은 이야기를 매번 다르거 하는 재주가 있다

그가 다녀간 후엔
하늘이 핏빛으로 물들고
방안엔 서늘한 기운이 감돌고
개들은 침대 밑으로 기어들어가 시름시름 앓고
온 벽은 이끼료 뒤덮이지만

나는 그가 죽음을 말하는 방식이 좋다
나는 이 누수를 멈추고 싶지 않다

그는 귀신같이 내 눈빛을 읽는다
누가 누굴 구할 수 있다고 생각해? 신이라도 된 것처럼 말하네
너는 나의 진짜 얼굴을 본 적이 없어

언제니 그는 처음의 자리로 돌아간다
흙에 묻혀 기다리는 씨앗의 일을 한다

한 방울씩 물 떨어지는 소리가 듵릴 거야, 그게 너의 영윈이야
그의 마지막 인사는 십 년이 지나도 똑같다

아무리 둘러보아도 물 새는 곳은 없다
그래도 물이 떨어진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금고를 열어 이야기를 듣고 싶은 사람.
나는 누구의.이야기를 듣고 싶은가?
아버지, 할머니,
그분들은 남겨진 아이들을 위해 씨를 뿌리고 있을지 궁금하다.
그 씨앗이 자란 열매를 먹고 아픈 이들이 나았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다
먼저 이야기를 잘 듣는 귀가 필요하다. 내 귀를 잘 돌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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