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힘
강상중 지음, 노수경 옮김 / 사계절 / 2015년 4월
평점 :
절판


지난 해 힘든 일을 겪을 때 저자의 마음'을 읽었다.

소설 '마음'은 저자가 겪은 죽음과 죽음을 지나온 삶의 의미에 대해 진지하게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다.

글을 읽으며 작가에게 감사한 마음을 보내고 싶었는데

다시 '마음의 힘'이 나왔다.

 

소설로 전한 마음을 다시 에세이 형태로 전하고 싶은 작가는 계속 힘들어하는 사람들에게 힘을 주고 싶은가 보다. 세상은 힘들다고 아우성이고 온세상이 방향을 몰라 헤매고 있는데 마음의 힘을 돌아보라고 말한다.

토마스 만의 '마의 산'과 나쓰메 소세키의 '마음'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우리가 찾아야 할 마음의 힘이 거기에 있다고 한다.

작가의 말은 진지하고 우리가 흘려듣더라도 한 조각 참고할 만한 충고가 들어있다.

세상의 흐름에서 벗어나 충분히 방황하고 대안을 상상할 수 있는 마음의 체력을 기르라는 것이다.

충분히 방황해도 괜찮고, 합리적이 아니어도 괜찮다는 말은 강상중 선생님의 목소리로 들으면 힘이 있다.

나는 '삶에 의미를 부여해주는 이야기' 통해서 마음의 힘을 기를 수 있다는 사실을 이해한 것일까?

아닐지라도 귀한 이야기를 잘 새겨듣고 이야기를 만들고 이야기를 들려주는 삶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오늘은 어떤 귀한 이야기를 만날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둥근 우주 같이 파꽃이 피고

살구나무 열매가 머리 위에 매달릴 때

가진 것 하나 없어도 나는

걸을 수 있는 동안 행복 하다.

구두 아래 길들이 노래하며 밟히고

햇볕에 돌들이 빵처럼 구워질 때

새처럼 앉아 있는 호박꽃 바라보며

코 끝을 만지는 향기는 비어 있기에 향기롭다

배드민턴 치듯 가벼워지고 있는 산들의 저 연둣빛

기다릴 사람 없어도 나무는 늘 문 밖에 서 있다.

길들을 사색하는 마음속의 작은 창문

창이 있기에 집들은 다 반짝거릴 수 있다.

아무것도 찌르지 못할 가시 하나 내보이며

찔레가 어느새 울타리를 넘어가고

울타리 밖은 곧 여름

마음의 경계 울타리 넘듯 넘어가며

걷고 있는 두 다리는

길 위에 있는 동안 행복하다.

---김재진

 

걷고 있을 때 행복한가?

행복하다고 느낄 때도 있지

그저 아무 생각없이 걸을 때도 있고

 

시인은 파꽃과 살구나무 열매

노래하는 길들

후박꽃을 보며 음미하고 있다

그런 음미의 순간

걷는 행동은 행복을 주는 것일까?

빵처럼 구워지는 돌들이 맛있게 보이는 순간은 잘 모르지만

그 돌들이 보이는 시다.

돌들을 보며 걸고 싶어지는 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통한다는 말


손세실리아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사람을 단박에 기분 좋게 만드는 말도 드물지

두고두고 가슴 설레게 하는 말 또한 드물지

 

그 속엔

어디로든 막힘없이 들고나는 자유로운 영혼과

흐르는 눈물 닦아주는 위로의 손길이 담겨있지

 

혈관을 타고 흐르는 붉은 피도 통한다 하고

물과 바람과 공기의 순환도 통한다 하지 않던가

 

거기 깃든 순정한 마음으로

살아가야지 사랑해야지

 

통한다는 말, 이 말처럼

늑골이 통째로 무지근해지는 연민의 말도 드물지

갑갑한 숨통 툭 터 모두를 살려내는 말 또한 드물지 
 

- 『꿈결에 시를 베다』(실천문학, 2014)

 

 

통하고 싶은 욕심이 막혀서 아프다

욕심을 욕심인 줄 알고 내려놓으면

다시 통할 수 있건만

늘 내려놓지 못하고 아프다고 하는 말만 앞선다.

어리석다.

 

그 어리석음을 느끼게 해주는 시다.

순정한 마음으로 통해야 하는데

욕심으로 통하려고 했구나

물처럼 바람처럼 공기처럼 통해야 하는데

그래 물처럼

막히면 돌아가야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어른 - 닮고 싶은 삶 듣고 싶은 이야기
김선미 지음 / 달팽이 / 2015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무엇이든 간절히 원하면 자신도 모르게 삶의 방향이 그곳으로 쏠리게 된다.

찾으니 비로소 보였다. 이 책에서 만난 어른들 대부분이 그렇게 연결되엇다. 생명과 평화, 밥과 공동체 그리고 대안적인 삶과 실천을 귀하게 여기는 이들이다.

 책을 펴내며

 

이 세상 저 세상이 따로 없어요_살아 있는 동학 표영삼

저자는 밥 짓는 일 하나에도 온 정성을 다해 공부하는 자세가 몸에 밴 표영삼 선생님의 삶을 자기 온몸으로 동학이 된 한 그루 곧은 나무라고 말한다.


사랑은 전부 안는 거야, 그래야 진짜 사랑이지_영원한 교장 선생님 장화순

"학교에는 당연히 문제가 많을 수 밖에 없어요. 학생들이 그렇게 많은데 문제 학생이 없으면 오히려 이상하지." 장화순 선생님은 오히려 문제 자체보다 그것을 해결하는 방식이 문제를 키운다고말한다. 이 말씀 앞에서 진짜 사랑을 하고 있을까 나에게 묻게 된다.


어려울수록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야 한다_더불어 사는 평민 홍순명

학교가 하나의 준거가 되어  세상의 바른 준거가 된다면 모두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말씀하신다.

그런 준거가 있는가?

더불어 산다는 것은 한 사람 한 사람이 먼저 자기 자신과 더불어 사는 것에서 출발하는데 그것은 머리와 가슴과 손발이 모두 더불어 사는 것이라 하신다.


우리 모두 한집에 사는 거예요_한살림의 역사 박재일


생명의 신비는 생명체 밖에 있다_온생명 물리학자 장회익


그래도 바늘만한 틈이 남아 있다_그린디자이너 윤호섭


우리는 더불어 살 수밖에 없어요_철학하는 농부 윤구병


남한테서 찾지 마라_교회 없는 목사 이현주


우리도 밥이 되어 세상을 살리게 하소서_시골집 공동체 ‘돌파리’ 임락경

 

자연에 깃들어 사는 이의 책임과 의무_살둔제로에너지하우스 이대철


평화를 원하면 내가 먼저 평화로워야 해요_길 위의 승려 도법

 

힘없는 하느님 위해 우리가 힘을 모아야죠_길 위의 신부 문규현


내 안에 숨은 야성을 찾아서_지리산생태영성학교 이병철

 


길이 멀지요? 괜찮은데요 뭐_나뭇잎편지 판화가 이철수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밤의 입국 심사 문학과지성 시인선 456
김경미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낯선 읍내를 찾아간다 청춘이 시키는 일이다

포플러나무가 떠밀고 

시외버스가 시키는 일이다

    

읍내 우체국 옆 철물점의 싸리비와

고무호스를 사고 싶다

청춘의 그 방과 마당을 다시 청소하고 싶다

 

청춘의 마당을 다시 청소한다면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을까

더 사랑하고 더 듣고, 더 들을 걸.

사랑하지 않고 지나온 시간들이 아프다.

 

열쇠

 

자주 엉뚱한 곳에 꽂혀 있다

 

달력도 친구도 가구도

수평선도 라일락나무도 심장도

뱃고동 소리도 발소리도 저주도

언제나 제 집에 딱 꽂히지 않는다

 

바늘이 무던함을 배워 열쇠가 되었다는데

 

미간을 사용하지 말자

구름을 사용하자

나뭇잎을 사용하자

귓바퀴를 사용하자

 

 

구름을, 나뭇잎을, 귓바퀴를 사용하는 일이 우리 삶의 열쇠가 될 수 있다는 듯.

그럼 나는 그 열쇠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연구해야 하는 듯

바늘과 미간이 열쇠가 되었을 때 상처를 준 이들에게 용서를 구해야 할 듯

나는 엉뚱한 곳에 꽂혀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은 어찌 할까.

그 의심을 풀 엻쇠는 어디에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