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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반짝이던 순간 - 진심이 열리는 열두 번의 만남
이진순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8월
평점 :
이진순이 만난 모든 이가 좋았다.
신문에서 만났던 글들이었지만 새로 반가웠다.
'마음이 이끄는 길을 따라' 갔던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의 인터뷰, 세 아이의 엄마인 그녀가 아이들과 웃으며 당당하고 명랑하게 살아갈 수 있기를 빈다. 윤석남 화가의 어머니처럼 남편을 그리워하지만 명랑을 잃지 않고 살아간다면 그것으로 반짝일 수 있겠지.
'기대도 희망도 없지만, 원칙 버리지 않겠다'는 의사 이국종의 인터뷰는 단호하고 무겁지만 그런 의사가 있어 우리 사회의 시스템을 비판하고 바로 잡으려 노력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가 자신의 눈과 다친 어깨를 돌보며 생활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대로 자기를 돌보지 않고 현장으로 달려가겠지. 그 현장이 불합리한 구조를 바로잡으며 상식적으로 돌아가기를 빈다.
문체부 체육국장에서 대통령에게 미운 털이 박혀 공직생활을 접어야 했던 노태강, 그는 자신을 영웅시하는 사람들의 시선을 불편해하며 단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라고 한다. 그리고 '더 용감했어야 했다'고 한다. 용기있게 살아야 이 세상이 좋아질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그가 고맙다.
영화감독 임순례, "<와이키키>를 보고 나서 지하철에서 나물 파는 할머니들, 청소하는 미화원들, 먹이를 찾아서 길거리를 헤매는 비둘기 같은 존재들에 대해서 다시 보게 됐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듣고 자신이 영화를 만드는 이유가 그런 것이라고 한다. 나와 다른 존재에 대한 연민과 이해의 폭을 넗히면 좋겠다고 하는 감독의 목소리가 편안하다.
'상처의 자리를 끌어안다' 편에서 만난 구술생애사 최현숙의 이야기는 꼰대들의 삶을 통해 자신을 읽는 성찰하는 사람의 목소리가 있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인들의 전쟁범죄로 아픈 이들을 만나 우리가 기억해야 할 아픈 역사를 이야기하는 구수정 작가는 기억해야 나아갈 수 있다는 진실을 들려준다. 레즈비언의 엄마 이은재는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인정하고 이웃으로 함께 해야 하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손아람의 이야기는 거대한 이념이나 정의, 진실이 아닌 유머와 눈물, 분노, 연민, 매력 같은 원시적 감각의 힘을 믿는 사람의 힘이 느껴진다.
'회의하고 거부하며 선택한 삶'편에서 발달장애 동생과 사는 장혜영의 이야기는 장애인도 자신의 삶을 선택하고 취향을 드러내며 살 수 있어야 모두가 행복함을 보여주고 있다. '우아한 미친년' 소리를 듣는 윤석남의 이야기는 이제 여든을 바라보는 화가 할머니의 삶이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여전히 시끄러운 시장판의 이야기꾼인 황석영, 자신의 허물을 드러낼 때도 충분히 그답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답은 없다. 무수한 해답이 있을 뿐' 채현국님의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이기면 썩는다'는 것을 알고 썩지 않기 위해 노인들의 잘못을 봐주지 말라고 한다. '회의하고 거부하고 저항하라'고 하시는 팔순 선생님의 말씀은 그야말로 힘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