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고고한 연예
김탁환 지음 / 북스피어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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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저히 불가능한 사람이라고 느낀다.

주인공 달문은 거지왕초였고. 죽은 거지를 묻어준 사람이었고, 인삼을 팔며 사람들을 매혹시킨 사람이었고. 산대놀이 재인이었고. 기생 조방꾸니였고, 달문유랑단의 대표였다.    

그러나 가능함을 알고 있다.

김관홍 잠수사가 그러하고

노회찬이 그러하고

전태일도 그러하다.

 

달문은 김관홍과도 다르고, 노회찬과도 다르고, 전태일과도 다르다.

아름다운 삶을 살았으나, 김관홍과 노회찬은 삶을 놓아버리는 것으로 마쳤지만 달문은 끝내 웃었다. 슬플 때도 웃고 기쁠 때도 웃고 고통당할 때도 웃었다.

그게 가능할까 묻는 것은 아직 이토록 고고한 사람을 다 몰라서일 것이다.

그게 가능했음을 매설가 모독의 이야기를 통해 보여주고 있고

작가 김탁환은 이야기를 통해 달문을 살려내고 있다.

 

자신의 입을 찢고 코를 짓이긴 사람과도 친구가 되어, 그가 악한 짓을 해도 믿음을 거두지 않는 달문의 됨됨이는 세상의 잣대로 들이댈 수가 없다.

깡패와 도둑과도 마음 터 놓고 이야기나누었던 장일순 선생님과도 겹치지만 장일순선생님은 동서양 고전을 두루 통달한 지식인이고 달문은 글도 모른다. 글을 모르면서도 어떤 이야기도 통하고 이야기나눌 수 있는 호기심과 끝까지 파고 드는 기질이 있어 그는 산대놀이에도 곤두놀이, 줄타기 재담에도 능한 예인이었다. 최고의 경지에 오른 예인이었지만 부와 명예에 대한 욕심이 조금도 없다. 가능할까? 세속의 잣대로 가능 불가능을 따지지만 그것을 훌쩍 뛰어넘어 가버리는 달문의 삶을 보라.

 

치유자 달문, 세상이 정의롭지 못하다 해도 그것을 한탄만 하고 주저앉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방식으로 아프고 배고픈 이를 살리는 행동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폭력의 방식이 아닌. 웃음과 축제의 방식으로 세상을 부드럽게 만드는 힘. 그 힘이  달문을 아름답게 한다. 그토록 흉악하게 생긴 달문이 이토록 아름답게 세상을 물들이다니. 놀랍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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