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랑한 1초들 - 곽재구 산문집
곽재구 지음 / 톨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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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아세요?

 

 

 

당신

비 그친 뒤 새소리가

왜 초록빛인 줄 아세요?

망고나무 아래 우두커니 서 있는

짜이왈라의 짜이 맛이

빗방울 속에서 더 깊어지는 이유를 아세요?

 

 

비가 내리는 동안

 

풀밭의 소들이

한 마리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아세요?

 

 

폭우 속을 달려가는

릭샤왈라의 흙 집에

몇 명의 아이들이 누워 있는지 아세요?

 

 

그 중의 한 아이가 릭샤왈라가 되기 위해

아버지의 나락은 릭샤 안장 위에 처음 앉았을 때

한참 짧은 아이의 다리를 보며

아버지가 처음 한 말이 무엇인지도요?

 

당신

빗방울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탄 밤 열차가

보르드만을 지나 어디로 가는지 혹 아세요?

 

기적 소리

젖을 대로 다 젖은 그 열차가

한 밤 내내 우두커니 철교 위에 멈춰 선 이유를 아세요?

비 그친 뒤

나무 이파리들이

우체국 창 앞에서 춤을 추는 이유를 아세요?

 

당신과

 

나란히 걸으며

바람의 손을 잡아요

 

저녁의 바람 속에

한  소쿠리의 챔파꽃 향기가

스며 있는 걸

당신, 아세요 모르세요?

 

당신이 그윽이 바라보고 있는

챔파꽃 나무 아래

어젯밤 내내 서성였음을

당신은 아세요?

 

 

릭샤왈라, 챔파꽃, 달빛 냄새가 난다는  조전건다꽃, 산티니케탄 거리,

낯선 말들이 책을 읽으며  다정한 말들이 됩니다.

작가가 사랑한 1초들 이야기를 들으며 그곳에 대한 그리움이 싹이 트는 듯합니다.

산티니케탄 거리에 가서 릭샤왈라의 자전거를 타고 시장 구경을 하고 싶어집니다.

그러다 챔파꽃도 만나고 조전건다꽃도 만나면 잠시 멈추어서 꽃이 전하는 이야기를 들어야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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